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김영호 교수입니다. 김영호 교수는 1959년 경남 진주 출생으로 82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96년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97년 세종연구소 상임객원 연구위원을 거쳐 1999년부터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현재 뉴라이트 정책위원회 위원을 비롯해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를 맡고 있고 건국 60년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명박 대통령이 4박5일 동안의 미국일정을 마치고 현재 일본에 계십니다. 첫 순방국으로 미국을 택하셨는데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영호 : 이번 대통령의 방미는 그동안 실용외교를 표방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대비전 성격을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경제대통령으로서 국내외에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온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외교적 측면에서도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느냐, 이런 것들을 국제사회가 대단히 궁금해 했습니다. 이러한 자신의 외교적 비전, 철학, 세계관을 이번에 국제사회에 알리고 나름대로 국익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보통 정상 간의 외교에서는 지도자 간의 개인적 신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캠프데이비드별장에 초청받았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의미를 두고 있는데 김교수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영호 : 이번 정상회담이 열린 캠프 데이비드 별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방문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그만큼 미국이 이명박 대통령을 환대를 했다고 봅니다. 그만큼 양국 정상 간의 분위기도 좋았고 상당히 친근한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걸 또 말을 뒤집어 보면, 저희들이 상식적으로 봐도 손님을 환대할 때는 뭔가 상대방에게 크게 요구할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 부분과 관련해서 지금 일각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하룻밤 숙박료 치곤 너무 비쌌다. 예를 들면 정상회담 직전에 미국산 쇠교기 전면 개방이라든가 아직 결론은 안 났지만 아프간에 대한 한국군 파병 같은 그런 부분들, 많은 대가를 치러야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김영호 : 그렇습니다. 실제로 미국산 소고기를 전면 개방함으로 해서 벌써 우리 농가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이 국가이익이라는 전체적 차원에서 볼 때 그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쇠고기 문제가 해결됨으로 해서 한미자유무역협정의 미국의회에서 비준 동의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은 전망이 열리게 됐다고 저희들이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과정에서 저희들이 전체적으론 많은 이익을 보겠지만 우리 국내 농가라든지 일부에서 피해를 보는 측면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해서 그런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 정책이 재빨리 마련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쇠고기 개방이 국내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겠지만 한미FTA라는 보다 큰 국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보시는 거죠?
김영호 : 네.
박인규 : 여러 가지 평가가 있긴 합니다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보시면서 김교수 보시기에 가장 큰 성과는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김영호 :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한미동맹관계가 전통적인 동맹에서 글로벌 차원의 동맹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전기를 확실히 마련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이번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기자회견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간다고 양국 정상이 합의했습니다. 이 말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우리가 동맹이라고 하면 그 자체가 전략적 목적하에 만들어진 것인데 또 다시 이것을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시킨다고 하니 청취자 분들께서도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우리가 전통적인 한미동맹과 전략적인 한미동맹을 대비시켜 본다면 더 잘 이해가 될 겁니다.
전통적 한미동맹이라고 한다면 상당히 일방적이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우리가 받기만 하는 거였고, 그 다음에 지역적인 범위로 봐서도 동맹의 범위가 한반도에 국한되는 국지적 차원의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 전통적 한미동맹이라는 건 이슈의 측면 에서도 군사적 측면에 굉장히 국한된 동맹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전략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킨다고 합의했습니다. 그것은 전통적인 동맹관계와는 다르게 일방적인 게 아니고 상호주의적인 것으로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국한되는 국지적인 차원에서 전 세계적 차원으로 한미가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21세기 한미관계는 더 이상 군사적 차원에만 국한돼선 안 된다. 기후, 가난, 인권문제, 이런 모든 것들에도 한국의 국력수준에 맞게 한국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주기를 미국도 바라고 있고, 거기에 이명박 대통령니이 적극 화답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한미동맹의 범위와 폭이 굉장히 넓어지고 깊어졌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각에서는 한국에서만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게 아니냐, 예를 들면 이번 회담에 대해서 합의문이나 공동성명도 안 나왔고 미국쪽 언론을 봐도 격상 이런 얘긴 없는 것 같다. 우리 쪽에서만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지적도 하시는 것 같아요
김영호 : 그렇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 우선 한미자유무역협정 같은 경우는 이미 합의를 거쳐서 양국 의회에 비준절차를 밟고 있고, 북핵문제만 해도 베이징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이 이미 다른 채널을 통해 다른 곳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양국 정상 간에 굳이 공동성명이라든지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부시행정부는 이미 임기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가서 어떤 새로운 합의를 하기보다는 차기 미국행정부가 들어서면 이명박 정부가 그 정부와 합의해나가야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위한 하나의 분위기 조성, 새로운 기반을 조성하는 데 더 비중을 두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양국 행정부 간의 합의로 구체적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 일단 상호 이해하는 정도에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말씀하시는 도중에, 그동안의 한미관계가 우리가 주로 미국으로부터 받는 게 많았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일부에서는 한미관계를 우리 정부의 주장대로 격상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또 많은걸 줘야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올라갈 것 같다, 또 아프간에 우리 군인이나 경찰을 파병해야 될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영호 :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전체의 42%를 부담하고 있는데 이걸 50% 수준까지 격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저희들에게 많은 부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용외교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이것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용외교를 표방했으면서도 미국에 무조건 주기만 한다, 미국의 요구만 수용한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상당히 국내외적으로도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문제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외교력을 발휘해나갈지 커다란 관심사입니다.
그리고 역시 미국은 대테러전쟁의, 특히 아프가니스탄에 우리 군이나 경찰력 파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황을 보게 되면 현재 가용한 모든 전투병력이 대테러전쟁에 투입돼 있습니다. 심지어 이라크나 아프간에 다녀온 미군들이 두 번 세 번 순환근무를 한 상탭니다. 굉장히 피로감도 크고,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를 보니까 참전한 군인들의 심리상태가 굉장히 어려운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지 미군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지만 5월이나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될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는 이 문제도 반드시 거론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나름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둬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인규 : 정상회담 때 보니까 부시대통령이 이라크나 아프간에 대해서, 영 데모크라시, 젊은 민주주의다 하면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해 도와줘야 한다는 표현을 쓰셨던데. 일각에선 이라크나 아프간 전쟁에 대해서는 미국의 침략이라고 비판적으로 보시는 분도 있고. 그래서 거기에 왜 우리 젊은이들이 가야 되느냐. 김교수께선 어떻게 보십니까. 한미관계를 위해서 파병해야 되는 겁니까, 아니면 우리가 자제해야 되는 겁니까?
김영호 : 저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때 유엔 16개국이 우리를 도왔습니다. 그 힘든 상황에서 국제적인 도움으로 오늘날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든 개인이든 은혜를 아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12위 경제대국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국제적인 역할은 충실히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우리가 과거에 그런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젊은이들은 외국 나가서 손톱 하나 다쳐선 안 된다, 저는 그런 생각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가의 국력의 위상으로 볼 때 저희들도 국제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서 충분히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역시 대통령의 역할은 그런 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력에 맞게 국민과 국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글로벌시대에 해나가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된다, 그 점을 저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라크전쟁이 여러 가지 부정적인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동맹인 미국이 대테러전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런 부분들도 과거의 전통적인 역사라든지 우리 국익의 차원에서도 상당히 냉정하게 평가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다소 희생이 있더라도 우리의 국제적인 의무를 하는 게 좋겠다. 이번 방미를 하시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사실 한미 FTA 비준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고, 특히 국내에서 미국산 쇠고기 개방이 결정되니까 상당히 흔쾌한 표정을 지으셨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한미FTA 비준은 미국 행정부가 아니라 미국 의회가 할 일이다. 미국 콜롬비아FTA를 상정조차 못한 걸 보면 우리가 성의를 보인다고 되겠느냐는 의견도 있고. 아주 극단적으로는 쇠고기 개방을 하고 나니까 한미FTA의 전제조건으로 자동차 개방까지 요구하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가 한미FTA비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김영호 : 방금 지적하신 대로 미국 의회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해서 콜롬비아와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을 상정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지금 현재 대통령선거가 진행중입니다. 그래서 오바마나 힐러리 민주당 후보들이 자유무역협정에 모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금년 미국 대선 기간 중에 자유무역협정이 더 상정되거나 한미간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한미간 쇠고기 문제를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나서서 풀고 그런 선제적 조치를 취함으로 해서 미국 의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봅니다.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이 우리와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할 일을 우선 한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선 시즌이 끝나고 나면 미국도 국익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기 바란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선에서. 적어도 올해는 아니지만 내년에도 가능성이 있겠다. 어떻게 보면 미국으로선 북한 핵문제를 푸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일각에서는 작년부턴가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보다 온건하게 나온 것은 재임 중에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했는데. 북핵불용 또는 6자회담을 통한 해결, 이런 원칙적 방향에는 양국 정상이 합의했지만 일각에서 볼 때는 부시행정부가 최근 들어오히려 북한에 좀 더 온건하게 나오고 우리나라에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강경해졌다. 한미가 좀 엇박자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에 관한 양국간 합의에 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김영호 : 이번 정상회담에서 총론에는 합의했습니다. 방금 지적한 대로 북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미국도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발3000원칙을 찬성한다. 이런 총론적 차원에선 양 정상이 합의했지만 실제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 문제는 대단히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 북핵문제에 대해서 북한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굉장히 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양국이 풀어나가는 데는 앞으로 굉장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서 북한이 현재 갖고 있는 핵프로그램을 모두 신고해야 됩니다. 그래서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 이런 것들을 신고해야 되는데 상당히 미국측에서 이 신고에 대해서 상당히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일고 있습니다. 우리측으로 봐서도 이 문제에는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이 기존에 갖고 있는 핵프로그램을 소상하게 신고하지 않고 그것을 얼버무리는데 미국이 그걸 인정한다면, 그것은 저희들로서도 대단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젭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아쉬운 점의 하나라고 한다면 이런 것들이 좀 더 분명하게 논의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인규 : 북핵신고에 대해서 오히려 미국이 융통성 있는 입장을 보이고 우리 입장에선 좀 더 확실하게 해야 된다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합의가 부족한 것 같은
김영호 : 그렇습니다. 저는 이 점을 아주 분명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북한의 핵보유에 의해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으로선 대테러전쟁 차원에서 본다면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만 막는다면 미국으로서는 만족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관점에서는 어떻게든 북한의 철저한 핵프로그램 신고, 폐기, 이런 것들을 저희들이 외교력을 발휘해서 강력히 요구하고 실행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아마 또 우리나라 일반적인 국민들 사이의 관심사는 비자 문제일 것 같은데요. 미국비자 받기가 쉽지 않죠. 이번에 이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3개월간 비자면제를 하는 양해각서가 통과됐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영호 : 이건 부시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준 또 다른 선물로 봐야 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 아마 금년 말 내년 초부터는 우리 국민이 미국에 여행하거나 살 목적으로 갈 경우는 무비자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론 유학을 하는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F1비자를 받기 위해서 인터뷰를 거쳐야 됩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경우는 많은 불편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미 간에 청소년교류네트워크도 구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금년 안에 재미교포 2세 400명, 미국인 100명이 원어민 교사로 한국에 와서 봉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것도 상당히 한미청소년교류로서는 굉장히 좋은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박인규 : 비자면제를 비롯해서 한미 간의 여러 문화, 인적 교류가 많이 늘어날 수 있겠네요. 이번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아까 말씀하신 중에 북핵 부분에 대해서 미국이 강경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게 좀 불만스러운 부분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그 외에 이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아쉬웠던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영호 : 역시 이번 정상회담은 뉴욕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외국인들에게 투자를 요청하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의가 됐습니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 이런 것들을 제시했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겠나 생각해봅니다. 뉴욕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탈북자 문제를 유엔이 적극 다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그보다 조금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워싱턴에 갔을 때 한국이 갖고 있는 북한인권에 대한 뚜렷한 어떤 정책을 조금 더 소상하게 밝혔다면 미국 내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지 않았겠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의 전통적 외교에 대해서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이 됐건 공화당 출신이 됐건 나름대로 채널을 마련해야 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보수적인 세력은 공화당과 가깝고 진보적인 세력은 민주당과 가깝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차기 미국 대선에서, 아직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됐을 경우 한미관계에 약간 엇박자가 있지 않겠느냐. 그런 걱정도 되는데 어떻게 보세요?
김영호 : 현재 민주당 후보들은 북한에 대해서 약간 유화적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과 직접대화로 해야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정상회담에서도 봤지만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의사가 없다. 단호한 입장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에는 부시행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정책을 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영국 총리도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영국 총리는 부시 대통령만 만난 게 아니고 힐러리 오바마 모두 만나고 갔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만 만나고 왔습니다. 물론 한국에 와서 민주당 오바마, 힐러리 후보에게 FTA 관련해서 서한을 직접 발송할 거라는 말씀은 하셨습니다만. 역시 저희들이 워싱턴에 간다고 한다면 정부, 행정 부분만이 아니고 의회라든지 야당의 후보라든지
박인규 : 이른바 전방위적인 만남
김영호 : 그렇습니다. 그런 것들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박인규 : 한국의 가장 중요한 맹방이 미국이라는 건 누구나 다 인정하는 것이고 다만 지난 정부에서는 우리 자존심이랄까 입장을 내세우자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한미관계를 잘 이끌어가면서 또 우리의 국익을 손해보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미외교에 부탁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마무리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영호 : 우선 21세기는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정치질서입니다. 이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과거 정부들이 했던 것처럼 자주노선, 민족공조, 이런 것보다는 국제공조,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국익을 극대화시키는 실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용적이라고 해서 미국에 모든 걸 양보한다는 차원은 아닐 겁니다. 국익을 사안별로 따져서 우리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해나가면서 우리가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그대로 추진하고 우리에게 조금 국익에 반하는 건 또 철저하게 따져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외교적 지혜가 가장 절실히 요청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무엇이 우리 국익에 맞는 것인지 냉정하고 차분하게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영호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김영호 교수와 함께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짚어보고 회담 이후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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