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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 법의관 늘리고 검시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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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과학수사? 법의관 늘리고 검시권 줘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18]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원태 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한동안 과학수사대를 소재로 한 미국드라마 열풍이 불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매우 높았는데요. 미궁의 사건을 첨단 과학기법으로 해결하는 한국의 CSI,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최근 개소 53주년을 맞았습니다. 특히 지난 2006년 서래마을 사건이나 최근 안양 초등생 사건이 뒤늦게나마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국립과학수사의 역할이 컸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원태 소장을 초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구체적인 역할과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현주소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원태 소장입니다. 이원태 소장은 1954년 서울 출생으로 1980년 한양대 의학과를 졸업했고 1991년 같은 대학에서 임상병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8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의무사무관으로 임용돼 미국 웨인주립대 조교수 및 감찰의 사무실에서 근무했고 국과수 서부분소장, 법의학부장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이원태 : 예,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축하드리고요. 지난 달 말인가요? 국립
과학수사 연구소가 개소 53주년을 맞았는데요. 경찰보다 바쁜 데가 국과수다 이렇게 말씀들
하시고 계신데 대개 사건 사고와 관련된 과학적 조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하시는 일이 어떤 건지 잠깐 소개를 해주시죠.

이원태 : 예,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법의부검, 즉 시신에 대한 사인을 규명하는 법의부검 등을 하고 있는데. 물론 부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검이 저희 국과수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난데. 사실 저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법과학적인 감정, 연구, 교육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과학이라는 것은 과학적 관찰이나 실험 또는 분석 등을 통해서 범죄수사나 사건사고의 그 원인규명에 필요한 각종 증거를 제공하는 그러한 학문이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박인규 : 네, 사건사고의 원인규명이 가장 중요한 업무다…….

이원태 : 네.

박인규 : 그 중에서도 아무래도 부검, 말하자면 사인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죠?

이원태 : 네, 인간의 생명과 관계된 것이니까 그것은 중요하죠.

박인규 : 그래서 국과수에서 가장 핵심부분은 법의학부다, 그런 말씀도 하시던데요?

이원태 : 뭐, 그렇게 말씀들은 하지만은 다른 부분들도 다 중요합니다.

박인규 : 제가 기억으론 필적감정도 하시고 인장감정도 하시고 그런 것도 하시죠?

이원태 : 네, 그렇습니다.

박인규 : 지난 달 3월 25일이 53주년이었죠? 개소 53주년을 맞아서 새로운 비전선포식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비전을 새로 선포하셨나요?

▲ ⓒ프레시안

이원태 :
저희 비전을 '과학수사를 선도하는 신뢰의 국과수'라는 비전을 선포를 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은 저희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를 쭉 1955년 이래 선도해 온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이제 세계적으로도 선진국과 견주어도 조금도 지지 않는 그런 양질의 우수한 과학수사 인프라를 제공하고자 이러한 '과학수사를 선도하는' 이라는 용어를 썼고요. 또 하나 '신뢰의 국과수'라는 것은, 저희의 감정결과는 신뢰가 그 생명입니다.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여태까지 그 감정결과를 틀렸다, 신뢰를 못했다. 이런 게 아니고 좀 더 잘해보자는 다짐의 마음가짐의 의미로 '신뢰의 국과수'라는 이러한 비전을 만들었습니다.

박인규 : 국과수가 처음 생긴 게 1955년…….

이원태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 당시에는 제가 알기로는 내무부 치안국 감식반 그랬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국과수라는 독립된 연구소로 된 것이 언제였습니까?

이원태 : 지금 말씀하신 치안국 감식반은 1948년 우리 정부가 수립되고 그 때부터 사실 있었습니다. 군정시절부터요. 그렇지만 55년 3월 25일 날 대통령령에 의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는 직제를 갖게 된 것입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좀 더 말하자면 현대적이고 대규모의 규모로 발전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이원태 : 계기라기보다는 몇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아마 메사돈 사건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아마 그게 1965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해열진통제에다가 합성마약인 메사돈을 섞어서 이러한 복합제제에서는 검출이 힘들었거든요. 그 당시 기술로써는. 그래서 그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그런데 저희가 열심히 노력을 해서 그 성분을 메사돈 성분을 주사제로부터 추출을 해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고. 그 이듬해에는 마약감정이 저희 전체 법화학적 감정의 한 40%를 차지할 정도로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 때 한 22개 종류의 주사약에서 마약류가 검출이 됐고 15개정도의 제약회사가 문제가 됐던, 그래서 이런 기술이 개발되고 나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제거했기 때문에 저희의 중요성이 부각이 됐던 것으로 볼 수가 있겠죠.

박인규 : 과학수사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굉장히 기여를 하면서 국과수가 굉장히 중요하구나! 그렇게 된 거로군요.

이원태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동안 사실 그렇지만 또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국과수의 수준이 선진국보다는 떨어지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많이 있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2006년도인가요? 서래마을 그 프랑스인 부모들이 영아를 살해한 그 사건이 굉장히 크게 해외에도 우리나라 국과수의 실력을 알려 준 계기가 됐다고 들었습니다만?

이원태 : 네, 사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듯이 그 때 그 프랑스에서도 저희가 이런 감정을 하고 집안에 있던 칫솔에서 유전자를 추출을 해서 감정을 했고 그것이 그 영아들의 부모 것이라는, 그 영아들이 그 부모라는 것을 확실히 됐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결과를 믿질 않았던 것이죠. 처음에는. 프랑스에서 안 믿었던 것이죠. 저희 기술수준을 깔봤다고 할까요? 믿질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프랑스 기자들이 저희 연구실을 찾아오고 했었습니다. 르 몽드 기자가 오고했는데. 저희 연구소의 시설이라든지, 실제로 감정 업무하는 것 이런 것들을 보고. 또 한 가지는 저희가 그 이전에 2004년도에 타일랜드에 쓰나미 사건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 때 저희가 유전자 감정을 했는데. 10개국에서 그 유전자 시료를 줘서 감정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 때 저희가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고 그 인증서를 저희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보여주고 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아무소리 안하고 돌아갔습니다.

박인규 : 쓰나미 사건을 말씀하시니까 여쭤보고 싶은데요? 똑같은 유전자 샘플인데도 유전자를 밝혀내는 게 우리가 빨랐다는 겁니까? 정확하고?

이원태 : 빨랐다기보다는 그 만큼 더 잘 뽑아냈다는 것이죠. 정확하게.

박인규 : 유전자 샘플을 뽑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이원태 : 그것이 노하우가 되고 기술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저희가 업무량이 많으니까, 많이 하다보니까 비유하자면, 전에 황우석 교수님 사건이 있을 적에 왜 젓가락 기술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그것과 똑같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재주가 좋고 많이 하다보니까 그것이 노하우라고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그야말로 실전으로 다져진 실력이군요.

이원태 : 네, 그렇습니다.

박인규 : 저는 최근에 기억나는 것은, 혜진 예슬 양인가요? 안양 초등생 사건 범인을 잡는데도 국과수의 역할이 아주 결정적이었다?

이원태 : 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만, 그때 그 용의 차량의 트렁크에 혈흔이 있었습니다. 그 혈흔에서 숨진 학생들의 유전자를 저희가 찾아낸 것이죠. 그러면서 수사가 급진전 할 수 있었죠.

박인규 : 혈흔에서 DNA 찾기가 쉽지 않은 가보죠?

이원태 : 그것이 쉽지 않다기보다, 아주 신선한 혈액이나 이런 것은 쉽겠지만 오래되고 마르고 이런 흔적이니까 아무래도 조금 어렵긴 합니다.

박인규 : 그 외에도 작년인가요? 보성 앞바다에서 70대 노인이 젊은…….

이원태 : 아... 네……. 그 때는 유전자가 아니고 디지털 카메라. 그 카메라 안에 들어있는 메모리칩에서 화상을 추출해 낸 것인데. 저희 연구소에 이런 법의학하는 부검하는 분야뿐만이 아니고 뭐 여러 가지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도장이라든지 필적 감정하는 부분도 있고 특히 요즘 CCTV가 참 많지 않습니까? 최근 들어서 아까 우예슬 양 사건 때도 그렇고, 이번 일산 사건도 그렇고 CCTV에서 여러 가지 증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분석하는 분야도 있고 한데 그래서 그런 영상분석을 하는 그런 파트에서 그것을 했는데. 바닷물에 담겨가지고. 부식이 많이 된 그런 SD 메모리 칩, 거기서 저희가 영상을 복원해 낸 것이죠. 그래서 그것이 증거로 활용이 되었었죠.

박인규 : 그 영상에 범인인 그 할아버지가 나온 건가요?

이원태 : 그것이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 영상에 그 때 살해당한 청년들이 찍혀있었습니다.

박인규 : 아, 네. 우리나라 많은 젊은이들은 사실 국과수의 실제 역할보다는 CSI 라고 그럽니까? 미국에서 나온 과학수사대, 그 드라마를 보고 '과학수사라는 게 참 대단하구나!' 그렇게들 알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 드라마를 좀 보셨습니까?

이원태 : 예, 많이 봤습니다.

박인규 : 거기서 나오는 과학수사 기법하고 국과수에서 실제로 하는 것하고 같습니까? 많이 다릅니까?

이원태 : 많이 비슷합니다. 많이 비슷하고 이론은 맞고요. 다만 그것은 재미가 좀 있어야하는 그런 영상물이기 때문에 예를 들자면 조금 먼 뿌연 화면을 기계에 넣으면 확 확대되면서 정확하게 나오고 뭐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조금 아무래도 픽션이 가미된 그런 부분이라고 볼 수가 있겠지만 많은 부분 그러한 것들을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유전자 감식 같은 경우는 실제로는 하루 이상 걸릴 때도 많다면서요?

이원태 : 아, 왜냐하면 유전자를 추출해 내서 그 유전자를 키워야합니다. 그러니까 증폭을 시켜야 됩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그 다음에 그것을 다시 분석기계에 넣어서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하루 정도는 필요합니다. 아무리 빨리해도. 이것도 얼마 전보다 굉장히 빨라진 것이죠.

박인규 :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금방금방 나오는 것처럼…….

이원태 : 네, 그랬는데 이제 앞으로는 그런 방법이 개발 될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저희도 연구를 하고 있고요.

박인규 : 네. 지금까지 예를 들면 동남아 쓰나미 사태라든가 서래마을 사건에서 우리나라의 과학수사 실력이 외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이원태 : 예, 저는 그렇게 자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모든 부분에서 그렇습니까? 어떻습니까?

이원태 : 거의 모든 부분이라고 보셔도 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장비라든지 인력이라든지 하는 인프라, 과학수사 인프라는 외국에 비해서 상당히 떨어진다. 그것이 좀 부끄러운 일이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이러한 필요한 충분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기 위해선 아직까지는 턱 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박인규 : 그건 결국 예산 문제인가요?

이원태 : 뭐, 그런 문제로 볼 수가 있겠죠.

박인규 : 저는 그렇지만 이번 국과수 관련한 언론보도를 보면서 우리가 특히 사망자 신원확인에 상당히 빠르다. 그것은 삼풍 사건이나 대구 지하철 사건이나 워낙 많은 재난을 겪어서 경험이 많다보니 그렇다는 말을 들으니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만…….

이원태 : 그렇습니다. 조금 씁쓸합니다만…….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말이죠.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부검이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 국과수에서 연간 시행하시는 부검 건수가 얼마나 되십니까?

▲ ⓒ프레시안

이원태 :
저희가 연간 평균 4000건 내외의 부검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4000건이요. 그럼 하루에 10건 이상이라는 얘긴데요?

이원태 : 그렇습니다.

박인규 : 부검을 하시는 법의관이라고 그럽니까? 몇 분이나 되세요?

이원태 : 저희가 지금 총원은 25명인데 6명이 채워지지가 않고 19명이 지금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도 거기 포함되고. 이런 보직을 맡은 사람…….

박인규 : 소장님도 부검을 하신다구요?

이원태 : 네. 저도 가끔 합니다만 많이는 못하죠. 그리고 법치의학을 하는 그런 의사 분, 병리 검사를 하는 의사 분 이런 분들을 빼면 실제적으로는 약 15명 정도의 의사 분들이 부검에 종사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15분이 1년에 4000건을 한다고 그러면은 200건... 사흘에 두 건... 이렇게 해야 되는데…….

이원태 : 예, 200건이 조금 넘습니다. 상당히 과도한 양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박인규 : 이건 너무 초인적인 것 아닌가요?

이원태 : 예, 좀 많다고 봐야죠.

박인규 : 그렇다면 법의관을 더 확충을 못하나요?

이원태 : 저희가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많이 지적이 되어 왔고요. 그래서 처우도 많이 개선을 하려고 노력을 했고 최근 수 삼년동안 처우가 개선된 것도 사실입니다만 아직도 민간수준을 따라가기에는 좀 턱없이 부족한 점들이 있습니다. 또, 그런 것뿐만 아니고 저희가 전체적으로 사회적으로 3D를 기피하고 있는 현상도 의료계에서 만연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성형외과라든지 이런 걸 많이 지원을 하고 있고 외과나 산부인과 이런 데는 지원이 낮고, 뭐, 같은 맥락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인규 : 한마디로 보면 법의관도 의사군요.

이원태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러니까 같은 실력이면 딴 데 가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렇게 되는 건가요?

이원태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TO가 25명인데 아직 20명이 안 된다고 그러시면, 제가 언론보도를 보니까 작년 같은 경우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그러던데,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원태 :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처우 개선이라든지 저희가 해외연수의 기회, 이런 것도 만들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까 말씀하신 사회 전반적인 추세, 이런 것 때문에 지원자가 별로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개선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박인규 : 저는 실제로 부검이 어떤 건지 모르지만 사흘에 두 건씩 이렇게 하신다면 그냥 부검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보고서 같은 식으로 굉장히 일을 많을 것 같은데요.

이원태 : 그렇죠. 그게 더 많은 작업입니다. 실제로 외국에 비했을 적에, 미국이랑 비교했을 적에 미국도 주마다, 카운티마다 다르겠지만 좀 일을 많이 하는 카운티랑 비교했을 때 저희 업무량이 그 분들의 1.5배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인규 :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같은, 그런 조직이 미국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있을 텐데, 그런 나라들과의 이론이랄까 비교를 하면 어떻습니까?

이원태 : 비교하기가 조금씩 틀립니다. 미국 같은 경우 저희 법과학과 같은 기능은 감처리 사무실에서 또 떨어져 있고요, 또 나머지 화학 분석 약물 분석 이런 게 떨어져있고, 그렇지만 이렇게 서로 공조가 잘 되고 있고, 우리는 상당히 좋은 이점이라고 보는데, 이것이 한꺼번에 다 한 연구소 내에 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시너지 효과가 큰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저희 연구소의 인력은 외국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미국 같은 경우 인구가 3억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이라고 볼 적에, 우리나라 15명 정도가 이 일을 맡고 있고, 또 학계에 있는 분들 합해도 30명이 되지가 않습니다. 법의부검 같은 경우에요. 외국 같은 경우에 한 1200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의사가. 유전자 분석 같은 경우만 해도 우리나라에 한 40여명 정도가 우리 연구소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영국의 예를 들자면 1500명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인구 80만 당 한 명 정도가 일을 하고 있고요, 우리나라 150만에 한 명 정도가 되고 있는 걸로 생각이 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과학 수사를 위해서는 법의 부검이나 유전자 검사 하시는 분들을 많이 늘려야 될 텐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무원 수를 줄인다고 그래서 걱정은 걱정이네요.

이원태 : 예, 저도 좀 걱정입니다.

박인규 : 법의관 같은 경우에는 말이죠, 드라마에서 본 것 때문에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사건 현장에 직접 나가서 확인도 하시고 수사에 참여하십니까?

이원태 : 예, 그것이 원칙입니다. 왜냐하면 시신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합니다. 여러 가지 정보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경우가 있겠고요.

박인규 : 최대한 빨리 봐야 된다?

이원태 : 예, 그렇습니다, 또 하나는 시신 주위 근처와 함께 봐야 하거든요.

박인규 : 주변상황을 봐야 한다는 거군요.

이원태 :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시신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인체에 관해서 공부한 법의관들이 되겠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검시권이 검찰에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저희가 아쉽게 지금 생각하는 것이 시신이 저희 연구소로 와서 우리는 시신만 갖고 사인만 내는 그런 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것이 제도적으로 상당히 아쉽고, 그러한 맥락에서 전번에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가 종료되면서, 의문사를 생성하지 않는 대안으로 변사 현장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법의관이 가서 거기에 대한 검시권을 행사해야 된다, 이런 대안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논의가 되고 있는 그런 상황으로 이해를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과학 수사가 좀 더 진전되기 위해서는 법의관 수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수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할 수가 있겠네요.

이원태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 오늘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원태 소장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법의관이 상당히 부족하다, 그런 말씀을 나눴는데요, 사실 요즘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의대를 보내려고 그러고, 의대를 나오면 성형외과가 됐건 안과가 됐건 내과가 됐건 돈 많이 벌고 편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이 소장님은 어떻게 해서 법의관이 되셨습니까?

이원태 : 저도 처음부터 법의관에 뜻을 뒀다기 보다는 군대를 제대하고 취직을 할 무렵에, 마침 그때 저희 과학수사연구소 소장님으로 계시던 윤중진 소장님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선배가 되셨고요, 일단 와서 일을 해 보라고 해서 일을 시작을 했는데, 이 일이 꼭 필요한 일이고 사명감을 가지고 누군가 해야 되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이죠.

박인규 : 20년 가까이 해 오셨는데, 지금 후회는 없으십니까?

이원태 : 후회는 없습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을 하시면서 새로운 비전 선포식에서 국과수 감정에 신뢰도를 높여야겠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 88년 그 무렵에 여러 가지 의문사 사건이 많아서, 국과수가 말하자면,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제가 궁금한 것은 김기설 씨 유서대필사건이라고 해서 강기훈 씨가 유죄를 받았었는데, 최근 보도를 보니까 국과수가 필적감정을 번복 했다, 그 당시에는 김기설 씨 필적하고 강기훈 씨 필적하고 똑같다고 감정을 했는데, 이번엔 다르다고 해서 굉장히 보도가 크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겁니까, 실제로는.

이원태 : 번복을 했다고 이야기하기 보다는요, 필적 감정이라는 것은 비교 감정입니다. 그게 형태를 비교하는 것인데 저희가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있고 자료가 2개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원래 주어진 자료가 틀려지면 그 결과가 틀리게 나올 수밖에 없겠죠. 그런 것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 저희한테 주어진 자료, 또 최근에 저희한테 주어진 자료, 그 자료는 상이하다기 보다 형태가 좀 틀린 자료로.

박인규 : 그러니까 서로 다른 필적을 가지고, 서로 다른 문서를 가지고 감정하셨단 말씀이시죠?

이원태 :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은 그 당시가 민주화가 덜 된 때라서, 혹시 국과수가 외부의 압력을 받아 가지고 바꾼 것은 아니냐, 이런 의심도 하시는데요,

이원태 : 아닙니다. 명예를 걸고 외부의 압력을 받아서 감정의 변화가 있거나 영향을 받는다거나 이런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이것은 제가 조금 아까 신뢰를 강조 드렸는데,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89년도에 전라도 광주에 있었던 조선대 이철규 사건을 제가 감정을 했습니다만, 제가 맹세코 누구하나 저한테 어쨌느냐고 물어본 사람도 없었습니다.

박인규 : 그 당신의 쟁점이 이철규가 자살이냐 사고사냐 타살이냐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이원태 : 그런데 결과적으로 사인이 익사가 아니다, 이렇게 됐는데,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저희가 하는 일은 사인을 규명하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제도상. 그런데 그때 이것이 사고사냐 타살이냐에 대해서는 저희가 판단하기가 힘들고 여러 가지 수사라든지 행적이라든지 다 취합이 돼야 되는데 저희가 하는 부분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제도상에서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해결이 안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 소장님의 감정 결과는 익사? 그러나 사고인지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모르고?

이원태 : 예, 그렇습니다. 사망의 종료, 그러니까 왜 죽었느냐는 물에 빠져서 익사했는데, 어떻게 죽었느냐는 타살이냐 사고사냐는 잘 모르는.

박인규 : 사회적으로 는 익사가 아닌 걸로 돼 있습니까?

이원태 : 느끼시는 분, 판단하시는 분들의 생각에 따라서 많이 틀립니다. 익사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 아니면 사고사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 타살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 그거는 틀립니다만.

박인규 : 그러니까 아직까지 익사라고 이원태 소장님이, 말하자면 감정하신 부분에 대해서 확실하게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군요?

이원태 : 합의라기보다는 과학적으로는 확실한 상황입니다. 받아들여지지가 않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가 있겠죠.

▲ ⓒ프레시안

박인규 :
그런 경우를 당하시면 약간 억울하실 것도 같은데.

이원태 : 많이 당합니다.

박인규 : 그렇게 부검을 하시고 감정을 하실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십니까?

이원태 :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사실 이것은 과학의 함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90년 대 초에 모 순경이 애인을 살해했다는 그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그랬냐면 사후 경과 시간을 추정을 하는데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니까 같이 있는 시간에 여자 분이 사망한 걸로 됐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가 됐었는데.

박인규 : 죽은 지 몇 시간이 됐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군요?

이원태 : 예, 그렇습니다. 그것이 과학이 예외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보편타당성을 우리가 인정을 해야 하니까, 나중에 실제로 진범이 잡혀서 자백을 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틀린 감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그러면 결국 그 경찰관은 살인 혐의를 벗었습니까?

이원태 : 벗었습니다. 물론 열 사람의 범인의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 만들어서는 안 되는데, 과학의 한계랄까 그런 걸 느낀 적이 있어서 아직도 상당히 마음이 아픕니다.

박인규 : 국과수의 감정이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군요.

이원태 : 국과수의 감정뿐만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것이.

박인규 : 앞으로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많아지면서 국과수의 역할이 커 질 것 같은데요, 앞으로 국과수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 국민이나 또는 정부에 대해서 요구하실 게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원태 : 우선 국민 여러분께서 과거에도 저희를 신뢰해 주셨듯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신뢰를 해 주시고, 성원을 아껴주시지 않았으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또, 저희는 저희대로 그런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도록 노력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또한, 앞으로 이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하면서 저희의 역할이 굉장히 커질 것으로, 자명한 일로 생각이 되는데요, 이러한 국민 여러분의 모두의 수요에 충족하기 위한 저희 법과학적인 인프라 구축이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설이라든지 장비, 인력 확보에도 노력하겠습니다만, 국민 여러분께서도 지켜봐 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박인규 : 국과수의 역할도 커지고 국과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는 반면에, 국과수에 대한 지원은 아직은 조금 미흡하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차차 국과수에 대한 지원이 커져가지고 국과수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원태 : 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원태 소장을 초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구체적인 역할과 우리나라 과학수사 기술의 현주소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박인규였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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