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놓고 교육 현장에서는 논란이 한창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교 0교시 수업과 오후 7시 이후 강제 보충학습, 우열반 편성 등을 전면 자율화 함에 따라 각급 학교의 입시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부가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정책을 교사, 학생, 교육 관련 단체 등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설득하는 등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터라 현장의 혼란과 반발은 더 크다.
그러나 그간 교과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해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17일 교육 현장의 반발을 '좌파의 이념 공세'로 치부해버리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특히 교과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매운 소리를 내놓는 전교조에 대한 감정적 매도도 극에 달했다.
<조선일보>, 교육 현장 반발은 "좌파의 '낙인찍기'"?
<조선일보>는 17일 "좌파의 '낙인 찍기' '편 가르기'에 놀아나선 안돼"라는 사설에서 교과부의 정책을 비판해온 전교조와 <경향신문>, <한겨레> 등을 "일부 좌파 교육 단체와 좌파 언론들"이라고 지칭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 신문은 "세상 만사를 강자와 약자, 약탈자와 피해자, 잘살고 똑똑한 인간과 못살고 못난 인간으로 둘로 나눠 자기들은 약자와 피해자와 못살고 못난 인간의 대변자인 양 떠드는 위선자의 버릇이 다시 되살아난 것"이라며 "좌파들은 이런 계급적 편 나누기의 도사들이고 이런 수법으로 매번 큰 재미를 봐왔다"고 매도했다.
이 신문은 "좋은 경쟁은 저마다 수준이 다른 모든 학생이 자기 수준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더 나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면서 "좌파의 위선자들은 교육 평등을 내세우며 모든 경쟁에 '점수로 줄 세운다'는 딱지를 붙여 학생과 학부모를 뺏고 뺏기는 적대적 두 그룹으로 갈라 찢어놓으려고만 한다"고 했다.
이 신문은 "교육부부터 객관적 용어를 잘 골라써야 한다. '낙인 찍기'에 이골이 난 프로선동꾼들한테 괜한 빌미를 줘 휘둘리다가는 좋은 교육정책도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게 된다"면서 "언론도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며 '전 언론적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전교조, 학교 자율화 발목 잡지 말라'는 사설에서 전교조의 비판을 '딴죽'이라고 표현하면서 "학교를 옥죄는 규제를 없애는 것은 교육 자율화 및 학력 수준 향상을 위해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날 교육부 지침이 시·도교육청과 교원노조가 맺은 단체협약과 위반된다는 보도를 전하면서 "학교 자율화, 전교조가 'NO'하면 속수무책"이라는 제목을 달아 전교조를 '권력 집단'인 것처럼 묘사했다.
'누가 '좋은 경쟁'을 반대하나'
<조선일보>가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지침에 발발하는 목소리를 모두 '좌파 운동 단체'로 몰아붙이는 것은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다. 이번 교과부의 지침이 사실상 '교육의 자율화'와는 상관없는 '허울뿐인 자율화'라는 비판은 <조선일보>가 편을 갈라온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전 교육 단체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다.
심지어 <조선일보>와 비교적 '코드'가 맞는 한국교원총연합회도 15일 성명에서 "자율화라는 기본 방향에 공감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다음 교과부의 허술한 정책을 보완해야 할 지점을 지적했다. 또 이 단체 역시 교육 현장과의 교감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탁상 행정'을 비판했다.
전교조가 '자율화'라는 방향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이 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진정한 학교 운영의 자율화를 위해서는 학교장의 독선적인 학교 운영을 견제하고 단위학교 구성원의 민주적인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보장할 수 있는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의 법제화가 선결되어야 한다"면서 교과부의 방침이 '졸속적'이라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