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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을 알면 '대인관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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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격'을 알면 '대인관계'가 보인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16] 이충헌 KBS 의학전문기자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을 비롯해 최근 '묻지마'식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사이코패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최근 한 조사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 6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서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이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최근 '성격의 비밀'이란 책을 출간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성격장애를 분석한 이충헌 KBS 의학전문기자와 함께 성격장애의 유형에는 어떤 게 있고 성격으로 인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대응법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성격과 정신건강에 대한 다양한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KBS 이충헌 의학전문기자입니다.

이충헌 기자는 1967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93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고 2006년 같은 대학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으며 2003년부터 KBS 의학전문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에 책을 내셨어요. 행복한 인간관계의 답이 숨어있는 성격의 비밀. 이런 책을 내실 때는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 성격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실 텐데 어떤 계기로 책을 내시게 됐습니까?

이충헌 :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이 굉장히 많죠. 흉포해지고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특히 요즘 같은 경우 경쟁도 치열해지다 보니 직장인들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다 보면 특히 다른 사람의 성격적인 문제 때문에 상처를 받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또 본인의 성격저인 특성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대인관계에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은 걸 주위에서 봐 왔고요. 제가 기자를 하고 있지만 정신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여러 가지 현상들을 접하면서 자신의 성격을 좀 알고 다른 사람의 성격을 알게 되면 인간관계가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편안해지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책을 기술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대인관계가 어려워지는 데에는 나든 상대방이든 성격적 결함이 작용할 수 있다. 제가 앞에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은 물론이고, 요즘에는 부모에 대해서도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고. 이런 것이 어떻게 보면 정신질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현상인가요?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가요?

이충헌 : 우리나라는 말씀하신 대로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성인 6명 가운데 한 명이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알코올중독, 니코틴 의존..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들, 각종 공포증, 우울증 등이 포함돼 있는 통계죠. 그런데 최근에 정신과적 질환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도 계속 늘고 있고. 또 성격적 문제로 인해 대인관계에 지장을 받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늘고 있는 게 사실이죠.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통계는 없지만 전 세계적인 현상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늘면서 정신과적 질환도 늘고 있는 추세로 예상되고 있고. 그런데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압축성장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현상. 또 최근 청년실업 등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또 청소년들 또한 지나친 학업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또 이밖에 가족이라는 전통적 지지구조가 무너지면서 노인들이 겪는 소외감 등으로 인해서 정신과적 질환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더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성격의 결함이나 장애 때문에 대인관계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하셨는데, 저희들이 보통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성격은 고쳐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과연 성격을 제대로 알아서 성격을 고칠 수 있는 건지. 바뀝니까 나이가 들면서?

이충헌 : 바뀔 수 있습니다. 일단 성격의 정의를 말씀드리면 어떤 예측 가능한 행동양식 또는 정서적 특성을 성격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내성적이다, 외향적이다, 성격이 급하다, 활달하다, 성격에 그늘이 졌다 혹은 낙천적이란 말을 많이 쓰죠. 모두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그때 보이는 표정이나 몸짓은 어떨지 구분이, 유형화가 가능한 거겠죠. 이런 성격이 대인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인데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초래하는가 하면 또 스스로도 괜히 쓸 데 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그런데 성격은 어린 시절 성장과정을 통해서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기 때문에 쉽게 바뀌진 않습니다. 바뀔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변하지 않는 건 아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특히 환경이 변하면 성격도 조금씩 조금씩 바뀝니다. 특히 자신의 성격특성을 정확히 알게 되고 또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면 성격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제대로 알고 제대로 대처하면 좋은 방향으로 고칠 수가 있다. 한 가지 이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는데, A형, B형, 0형, 그래서 혈액형에 따라서 사람이 다르다. 그래서 그런 영화도 나온 걸로 아는데요. 혈액형이 사람 성격과 관련이 있습니까?

이충헌 : B형 남자친구인가요? 그런 생각을 많이 하죠. B형인 사람은 변덕 심하고 충동적이고 약간 매력적이고 A형은 내성적이라는 등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짓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과학적으론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을 찾은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일종의 맹신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전통적으로 서양을 보면 혈액형보다는 태어난 별자리에 따라 나누죠. 사자자리는 외향적, 처녀자리와 염소자리는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격과 별자리를 연관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혈액형도 성격과는 별 연관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인규 :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군요. 자신의 성격을 잘 알고 대처하면 성격을 좋은 방향으로 고치고 대인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우선 성격장애라고 말씀하셨어요. 다 사람들이 결함이 있겠지만 성격장애라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겁니까?

이충헌 : 책에서 기술한 건 성격장애인데 그건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성격 이상을 다룬 겁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성격의 특성들은 누구나 조금씩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더욱이 삶의 에너지를 갖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그런 특성들이 필요할 때도 있겠죠. 다만 성격장애를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의 특성이 너무 두드러지고 강하게 나타나서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성격으로 인해서 삶의 중요한 영역에서 심각한 고통을 초래하거나 직장생활, 가정생활, 그런 일상생활에서 심한 기능적 장애를 겪을 때 성격장애라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이때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거죠.

박인규 : 요즘 사이코패스란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아주 심각한 성격장애인가요? 어떤 겁니까 사이코패스라는 건?

이충헌 :
일단 사이코패스는 굉장히 무섭게 들리죠. 우리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게 후회나 죄의식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냉혹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영화 속에 많이 나오는 엽기적 연쇄살인범들을 일컫는 말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그렇게 드물지만은 않습니다. 거짓말과 속임수를 보이면서도 전혀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고 또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교묘히 조정하고, 자기중심적이고 맘에 들지 않으면 자칫 폭력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굳이 연쇄살인범이 아니라고 해도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습니다.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사람들이죠. 한 마디로 말하면 무책임하면서 양심과 죄의식이 없는 반사회성 성격을 얘기하는 말입니다. 이들 가운데는 횡령, 주가조작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로 인해서 감옥에 갇힌 사람들도 있겠죠. 문제는 사이코패스를 우리가 알아채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많은 사이코패스들이 말솜씨가 굉장히 좋습니다. 또 겉으로는 말쑥해서 오히려 매력적인 경우도 상당히 많고. 더욱이 상황이나 의도, 또는 상대에 따라서 자신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놀라운 변신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또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 등을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도 갖고 있어서, 때문에 언뜻 상대방을 배려하는 듯한 인상도 주긴 하지만 이는 상대방을 이용하기 위해서 접근할 때가 많죠. 한 마디로 사회적 카멜레온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런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정체와 의도를 가면 속에 상당히 숨긴 채 먹잇감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상대방을 감쪽같이 속이는 게 장기입니다.

박인규 : 사이코패스는 본인이 사이코패스라는 걸 압니까?

이충헌 : 성격의 문제가 특히 심하게 있는 분들은 본인이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입니다. 자신이 불편해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을 안 하는 게 보통이죠.

박인규 : 일설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가 사이코패스라고 하는데 그렇게 많습니까?

이충헌 : 1%... 구체적인 수치를 대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면 성격장애, 사이코패스라는 게 스펙트럼상에서 있기 때문에 어디서 어디까지는 사이코패스고 어디서 어디까지는 아니다라고 구별짓기는 상당히 어렵죠.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분들이 있는데, 사이코패스가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갖고 있습니다. 원인들에 대해서 구구하게 말이 많죠. 환경적이다, 유전적이다, 타고난 거다, 그런 게 많은데 여러 가지 연구들을 좀 말씀드리면 일단 감정적인 말들이나 불쾌한 사진들을 사이코패스에게 보여줬을 때 그들의 뇌에선 보통사람들이 일으키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즉 사이코패스들은 감정적인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이 보통사람과 완전히 다르다는 거죠. 그러니까 연쇄살인범의 경우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도 별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게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이렇게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 우리 뇌에는 전두엽이라는 구조가 있는데 앞에 있는 뇌. 여기가 충동을 제어하는 뇌의 구조인데 이 전두엽이 보통사람에 비교해서 작다는 연구결과도 있죠. 이렇게 보면 뇌가 다르다는 건데, 사이코패스들이 이런 뇌를 타고난다는 뜻이 돼서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사이코패스가 결정된다는 연구결과가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전자를 타고난다고 해서 누구나 사이코패스가 되는 건 아니죠. 환경적 요인이 상당히 중요할 텐데요, 어린 시절의 양육환경이 사이코패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두 살쯤 되면 아버지, 특히 아버지의 어떤 권위적이지만 따듯한 금지가 아이들 마음속에 내면화되면서 아이들이 적절한 도덕, 양심을 갖추게 되는데

박인규 : 금지라는 건, 이건 안 돼, 저건 안 돼. 이런 거죠?

이충헌 : 그렇죠. 따뜻한 금지입니다. 무조건 소리지르는 게 아니고요. 그렇게 되면 양심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게 없게 될 경우 초자아나 양심이라는 것들이 자라나지 않게 되고요. 또 적절한 좌절 없이 막무가내로 과보호를 한다든지 또 기본적인 애정 없이 혼내기만 하는 경우엔 도덕성을 아이가 내면화하기 힘들겠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부족해지고 그렇게 되면 결국 양심에 구멍이 난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 환경이 사이코패스를 만들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거죠.

박인규 :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다 성격에 일정한 정도의 결함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어떻게 보십니까. 일반인들의 성격의 유형을 크게 나눌 수 있습니까?

이충헌 : 그런 성격의 유형들, 특성들은 누구나 다 갖고 있습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것이 창조적으로 승화돼서 에너지가 되느냐, 아니면 대인관계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또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주고 자기 자신도 힘들게 하느냐, 그 차이일 뿐이죠. 따라서 스펙트럼의 정도가 어느 정도냐라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예를 들면 말이죠.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를 보면 메릴 스트립이 아주 변덕쟁이상사로 나오고 굉장히 부하를 괴롭히는 상사로 나오는데, 실제로 직장 다니시는 분들도 이런 상사 때문에 고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기애성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요.

이충헌 : 그렇죠. 나르시시스틱하다. 이렇게 전문적으로 얘기하죠.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프라다를입는다를 보면 나르시시스트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는데요, 미란다라는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유명한 잡지의 편집장인데 과시욕이 강하죠, 또 자기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데다 까다롭고 괴팍하기까지 한 성격 탓에 아랫사람들이 항상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데요. 제목 그대로 악마같은 편집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이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권 있고,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항상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업적에 대해선 아주 과소평가하고. 또 빈말이라도 다른 사람을 칭찬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더욱이 착취적이기까지 해서 아랫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 상태까지 되는데, 자기애성 성격의 경우를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죠. 문제는 칼로 베이는 것보다 더 아픈 게 말로 베이는 거라고 하죠. 이런 상처가 더 오래 남는 게 사실이고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거부당하는 느낌은 정말 참기가 힘듭니다. 더욱이 상사가 어느 정도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성격을 갖고 있으면 정말 아랫사람들은 캄캄한 암흑 속을 헤매는 상황이 되는데 이런 공을 독차지하고 힘든 일은 부하에게 떠넘기는 직장상사. 또 상대방의 감정엔 전혀 관심이 없고 무조건 자신만을 챙기는 직장동료 등 우리 주위엔 의외로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자기도 모르게 이런 자기애성 성격에 이용당하는 성향이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착한 분들인데요 그런 분들은 일단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일단 확실히 세워야 합니다. 무엇보다 분명히 선을 그어서 내 일과 다른 사람의 일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는 거죠.

박인규 : 그렇지만 이렇게 변덕스러운 상사가 뭔가를 시키면 거부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충헌 : 일단 해야 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직장상사가 나르시시스트일 경우인데, 변덕이 죽 끓듯 하면서 희생양을 만드는 성향 때문에 아랫사람들은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죠. 먼저 이 사람들에게 착취당하고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굉장히 화가 나겠죠. 그런데 우선 분노를 조절하는 전략부터 계발해야 됩니다. 무턱대고 대들거나 화를 내게 되면 철저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나르시시스트를 직접 공격하는 건 삼가고요, 본인의 감정을 주위 동료들과 공유하고 털어버리는 게 오히려 낫습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르시시스트 상사 앞에서는 일정 정도 가면을 쓰는 거죠. 마음속에는 작고 연약한 아이를 다루듯 하면서 겉으로는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배로 더하는 척하게 되면 오히려 더 나은 상태가 될 수 있고, 그러면서 또 더 이상 착취당하는 건 피하기 위해서 경계는 명확하게 해야 되고요.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씀드려야 되고. 일단 경계를 확실히 정했다면 확고하고 일관되고 차분하게 관철시키는 게 중요하고. 그러니까 가급적 말은 삼가고 감정도 적게 개입시키면서 확실한 메시지를 주는 게 나르시시스트 상사를 다루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보면 우리나라에 가정폭력이 심해지고 있는데 가정폭력의 원인 중 하나가 의처증, 의부증이다. 남을 지나치게 의심하거나 또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편집성 성격도 꽤 많다는데요

▲ ⓒ프레시안

이충헌 :
그렇죠. 편집성 하면 의심과 불신이 성격에 배어 있는 분들이죠.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건데, 이 분들은 항상 속임을 당하거나 이용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잘 맺지 못합니다. 이 분들한테는 친해진다는 게 의심과 고통의 시작일 뿐인데 그만큼 대인관계에서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겉으론 사실 과시하기도 하고 거드름을 피우기도 하지만 내면에는 사실 상처받기 쉬운 초라한 자아가 자리잡고 있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인데 그 편집성 성격장애를 갖고 있는 분이 또 직장상사로 있으면 굉장히 괴롭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거나 애정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권력이나 힘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고 들거든요. 인간관계를 감정적 관계가 아니고 상하관계나 힘의 관계로 이해하는 측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때문에 이 분들은 권력과 지위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고, 어떤 분들은 권모술수에 능하기도 하고 주도면밀해서

박인규 : 한 마디로 밑에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군요.

이충헌 : 그렇습니다. 밑에 사람들이 무슨 얘길 하면 저 친구가 나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의도가 뭐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출세가도를 밟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똘똘 뭉친 적개심으로 정적, 라이벌을 제거하는 데 천부적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스탈린, 히틀러가 그 전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박인규 : 그런 분들은 어떻게 대해야 됩니까? 밑에 사람 입장에서는

이충헌 : 동료나 직장상사가 편집성 성격을 가졌다면 굉장히 괴로울 텐데, 일단은 이 분들과 파워게임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파워게임을 하게 되면 이런 편집성 성격을 가진 사람들한테 더욱더 연료를 제공해주는 겁니다.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박인규 : 다른 방식으로 대하라.

이충헌 : 그렇죠. 특히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들의 체면을 공개적 자리에서 깎는 언어,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고, 지는 걸 무척 싫어합니다. 그냥 물러서는 법이 없죠.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게 소송입니다. 보통사람들은 소송은 매우 피곤한 일이죠. 그런데 편집성 성격의 소유자들에게 소송은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박인규 : 이겨야 된다

이충헌 : 그렇죠. 무턱대고 이들과 맞서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고, 자신에게 큰 피해가 없는 한 설사 틀린 일이 있더라도 직접 지적하거나 맞서는 건 그렇게 현명한 일은 못됩니다. 반대자가 저항세력이 있으면 편집적 에너지가 높아지기 때문인데, 일단은 편집성 성격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자신을 먼저 보호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너무 가까이 다가서게 되면 편집성 성격의 소유자들은 불안해하고 의심이 더욱 심해지죠. 그래서 이들과는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겠고. 조용하고 정중하고 솔직한 태도가 이들의 의심과 질투심을 줄일 수 있습니다. 존중을 통해서 그들이 자신의 불안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도 업신여김이나 냉대가 일어나지 않음을 인식하도록 하면서 천천히 믿음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죠.

박인규 : 저희가 지금까지 자기애성, 편집성,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최근에는 경쟁사회다 보니까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완벽한가. 남들한테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초조해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그런 분들은 강박성 성격이라고 합니까?

이충헌 : 그렇습니다. 강박적인 거죠. 사소한 것에 굉장히 강박적으로 집착하기 때문인데 지나치게 되면 그것도 병입니다. 우선 긴장을 늦추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겠죠. 그러다 보니 심장병, 고혈압,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병에 걸릴 수도 있고요.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 상당히 엉망이 될 수 있는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완벽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완벽 그 자체가 목표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 하나하나에 너무 치중하는 탓입니다. 완벽주의성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왜냐면 말초적이고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건 놓치기 일쑤기 때문이죠. 또 대인관계의 폭도 넓지 못하고요. 모든 성격문제가 그렇듯이 강박성 성격,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분들도 당사자인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합니다. 가족과의 불화나 직장생활에서의 문제, 또 우울증이 생겨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고 치료를 받으러 오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 되겠죠. 주변사람들이 사물을 보는 관점이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데, 선택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고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는 메시지도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분들과 맞서서는 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가 많이 생기는데 이 분들도 통제, 컨트롤하는 게 상당히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이 분들도 역시 다른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기 방식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그래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모델이 되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일에 목을 매지 않고도 적당히 휴식을 취하면서도 행복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겠지요. 게다가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서 업무에 상당히 성공을 거둔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는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른바 댓글, 악플이라고 하죠. 악플에 상처받아서 자살한 연예인도 꽤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것도 성격적 결함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까? 특징입니까?

이충헌 : 그렇죠. 분노가 많은 분들인데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분들인데 이렇게 대인관계에서 비뚤어진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거나 화나게 만드는 사람들을 수동공격성 성격이라고 합니다. 직접 얘기하고 화를 터뜨리는 게 아니고 숨어서 일을 안 하거나, 특히 직장에 계시는 분들 중에 태업을 하거나,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성격 굉장히 많죠. 그게 수동공격적 성격입니다. 이 성격이 만성화되면 본인한테도 매우 좋지 않죠. 세상만사가 삐딱하게 보이고 불만족스럽고. 또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인정하기도 좋아하기도 힘들죠. 본인한테 손해기 때문에 이런 성격도 좀 고쳐주는 게 좋습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 말한 자기애성, 편집성, 강박성, 수동공격성은 대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성격인데, 스스로 피해를 입는. 의존성이라고 합니까? 착한 사람... 다른 사람이 뭘 부탁하면 거절 못해서 혼자 끙끙 앓고, 그런 스타일도 많이 있다면서요?

이충헌 : 일명 관계중독이라고 하죠.

박인규 :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고

이충헌 : 그렇습니다. 착한 사람 컴플렉스라고 하는데, 우선 이 분들이 굉장히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솔직하고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해야 되는데, 우선, 싫어. 난 바빠. 이런 말들을 연습할 필요가 있죠. 거절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면서 더 성숙한 관계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부탁을 거절한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거나 거칠게 대해야만 하는 건 아니죠.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안하지만 지금은 좀 곤란한데요. 하면서 정중하게 거절하면 되거든요. 친밀함이란 게 사실 딱 붙어있어야만 친밀한 게 아니죠. 서로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거리낌없이 서로의 영역을 언젠가는 침범하면서도 다시 자신만의 공간과 영역을 유지하는 것이 진짜 친밀한 관계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관계중독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아니오. 라고 말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져라.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성격장애, 성격적 특징에 관해 말씀하셨는데 자기가 이런 여러 유형 중 어떤 성격에 해당된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또 어떻게 대응해야 됩니까? 쉽지 않은 질문이긴 합니다만

이충헌 : 성격유형의 특성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특히 정신과에서는 진단기준이라는 게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설문지 같은 게 있는 거군요.

이충헌 : 네. 제가 여러 가지 챕터가 끝날 때마다 자기가 어떤 성격에 속할 수 있는지를 한 7,8개 문항으로 만들어 놨거든요. 정신과에서도 그렇게 진단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성격의 유형이 하나둘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고, 누구나 그런 걸 갖고 있는 거지만 혹시 자기 마음에 좀 불편한 점이 있다면... 내가 이런 성격 때문에 불편하다. 이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면 일단 마음이 편해지면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에 좀 자신의 성격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요즘에 정신질환은 마음의 감기다. 심지어 우울증 같은 경우는 마음의 암이다. 그런 말도 하는데, 한국 분들이 사실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병원에 안 가시려고 하잖아요. 그런 것과 관련해서, 갈수록 몸과 마음이 편해야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인데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 것들은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한두 가지 조언을 마지막 마무리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충헌 : 일단 마음과 신체는 일체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굉장히 심장이 뛰죠. 놀라게 되면 눈이 커지고 땀이 나고요. 마찬가지로 신체가 안 좋게 되면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통받고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그런데 우리나라 특성이 어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우울증이 있으면 일단 편견이 상당히 심하죠. 저 사람이 약해서, 의지가 박약해서 그런 우울증에 걸리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 시실은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거기 때문에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죠. 그런데 우울증이라는 게 일단 스트레스도 중요하겠지만 여러 가지 스트레스 때문에 뇌에 일정 정도 변화가 생기는 거기 때문에 하나의 질환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통해서 고치긴 어렵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실제로 나을 수가 있기 때문에 일단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좀 극복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사람들이 표현을 하죠. 근데 스트레스는 사실 우리 생활에 일정 정도 활력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극이 될 수 있죠. 자극이 전혀 없는 생활은 무미건조한 생활이 돼서 더욱더 우울증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스트레스는 마음가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외부의 자극이 자신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스트레스가 되느냐 아니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일단 편한 마음, 여유있는 마음을 갖는 생활태도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네. 갈수록 정신건강이 중요해지는 것 같은데요, 이충헌 기자 말씀 들어보니까 자신의 성격을 제대로만 알아도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충헌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성격의 비밀'이란 책을 통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성격장애를 분석한 이충헌 KBS 의학전문기자와 함께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성격과 정신건강에 대한 다양한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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