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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세력, 근본적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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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진보세력, 근본적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15] 서울대 법학과 조 국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진보진영의 자각과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동안 언론 매체를 통해 진보적인 발언을 해 온 서울대 조국 교수가 진보 진영을 향해 '성찰'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조국 교수는 바로 지금, 사회구조를 바꾸고 대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진보는 과감히 자신의 비전, 정책, 한계 등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서울대 법학과 조 국 교수를 초대해 진보진영에 대해 성찰이란 화두를 던진 이유는 뭔지 우리 사회가 지켜내야 할 진보의 가치는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 법학과 조 국 교숩니다.

조국 교수는 1965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 법과대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로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울산대와 동국대 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0년 이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과 소장을 역임하면서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2007년 12월부터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저서로는『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형사법의 성편향』등이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성찰하는 진보'라는 책을 내셨어요. 계기가 있으십니까?

조국 : 과거에 제가 썼던 각종 평론을 묶었습니다. 이번에 묶게 된 것들은 과거에는 진보란 얘기를 하던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고 진보라는 깃발을 내세운 그것만으로 주목받고 평가받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런 시대가 지났다고 생각이 들고 특히 선거에 의해서 보수정부가 출범한 이 시점, 특히 그 말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보수정부가 들어서고 있다는 거죠. 이런 시점에서 단지 보수는 나쁘다, 진보는 옳은 것이다, 이런 건 의미없다고 생각이 들고. 앞으로 진보진영이 나는 진보다라는 말을 강조함으로써 대중으로부터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대안을 제시하고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진보만이 앞으로 미래를 열 수 있을 거라는 관점에서 지금 우리 사회의 진보세력이 자기성찰을 먼저 해야 될 것이 아닌가. 보수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비전과 시각과 활동방식 등을 고쳐봐야 되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그런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예전엔 진보라는 간판만 내세우면 정당하다는 인식이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라, 그런 말씀도 하셨어요. 이번 책에서. 작년 대선과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지형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특히 총선 같은 경우는 이른바 보수성향 의원들이 200명을 넘는, 3분의 2가 넘는 완전히 보수 일색이 됐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작년 대선, 이번 총선 보시면서 어떤 느낌을 가지셨습니까?

조국 :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보수진영의 승리가 점점 확고해지고 있단 생각이 드는데요. 그 점에서 보수진영에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 전 부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진보진영이 과거 10년간 무엇을 했던가에 대한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대선 때 같은 경우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왜 이명박 후보를 밀어줬는지. 또 이번 총선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각종 인선에서의 난맥상 등에도 불구하고 왜 또 보수진영 전체가 총 200석을 넘었는지에 대해선 진보진영이 대안이 되지 못했다는 거죠. 보수진영이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정권 전체를 진보진영에 줄 것인가에 대해선 대중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 경우 자연스럽게 보수진영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거 아니냐. 즉 진보진영이 과거 10년을 넘어서서 지금 시점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대중이 이해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는 것들을 제시했던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제 노회찬 의원도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보수진영이 어떻든 진보진영이 대안세력으로 유권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지난 10년 동안 어쨌든 나름대로 개혁을 하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대다수 국민들이 진보진영 또는 민주개혁세력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

조국 : 과거 10년간 범진보진영이 여러 가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과제들을 많이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그 점을 부인할 생각은 전혀 없고 높이 평가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론 부족한 시대가 됐다. 즉 민주 대 반민주 문제에서 민주주의 과제를 충실히 수행했던가. 특히 정치적 민주주의가 완숙돼 가도록 노력했던 건 진보진영의 거대한 성과라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IMF 이후 현재 우리 경제상태, 대중의 삶의 상태가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론 정치적 민주주의가 완숙되고 만개함과 동시에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계속 악화돼 갔다는 게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라고 생각이 들고. 그런데 진보진영은 정치적 민주주의 문제를 계속 집착하게 되고 그 대신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해결하는 데는 특별한 대안이 없었던 겁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부익부 빈익빈,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이런 문제에 대해 실제로 비전을 주지 못한 상태가 되니까 대중들은 그냥 일단 잘 살아보자는 식의 대안. 경제 살리기의 내용은 뭔지 모르지만 일단 크게 경제를 살리고 재벌을 도와주는 것이 결국 우리도 좋을 것이다, 이런생각으로 가게 된다는 거죠.

박인규 : 개혁진보진영의 한 분께서는 성공의 역설이란 말씀을 하시던데. 정치적 민주주의나 인권향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들은 거기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민주개혁진영은 계속 민주주의, 인권... 그 말씀을 조국 교수께선 낡은 축음기를 틀듯이 반복했다고 하셨는데요. 한편에서 보자면 같은 진보진영이라고 말씀은 하지만, 예를 들면 민노당은 지난번 집권세력이었던 열린우리당과는 다르다, 우리야 말로 진정한 진보다,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이번에 성적이 별로 안 좋았어요.

조국 : 네. 지역구에서 두 분이 당선된 건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축하를 드립니다만,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현재 통합민주당에 대해서 너희들은 짝퉁 진보다. 우리는 진정한 진보다, 진퉁이라고 얘기했는데 그것도 딱지를 붙인 거고 실제 그 분들이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구호를 분명히 외쳤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체적 정강정책으로 가게 되면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나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을 내놨는지. 또 실제 정치영역에서 혼자만의 독자적 목소리를 내세우고 어떤 정치적 순결성을 강조하는 것 외에 실제 여의도 정치구조 내에서 타협과 여러 가지 정치적 방법을 통해서 구체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는지, 이런 문제는 따져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구호는 있었지만 현실적 방법론이나 실천적 부분은 부족했다. 조국 교수는 386세대의 한 분이시죠. 이번 총선을 통해서 386정치인들 중 많은 분들이 낙선했어요. 실제로 책에서도 386세대라는 말이 참여정부 초기에는 상당히 호의적이었다가 지금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386세대의 부침이랄까, 어떻게 보십니까?

조국 : 386세대가 특히 386정치인들 중심으로 사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 내에선 386정치인이 당선될 때는 새 피를 수혈한다고 했다가 386정치인이 권력을 잡으니까 홍위병이라고 비판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386정치인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새로운 정치를 열겠다고 갔지만 실제 기존의 정치판의 논리나 문화를 답습하거나 거기 매몰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은 비판돼야 될 것 같고. 그런데 386세대라는 건 단순히 정치인으로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에 들어있지 않은 학계든 언론계든 경제계든 어디든간에 386세대라고 하는 세대로서의, 세다 같은 경우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386세대로서의 386이 해야 될 과제는 여전히 있다. 지금 대부분 사회영역에서 한 40대 중반들이 자기 몫을 하고 있는데, 이 분들이 해야 될 여전히 세대로서의 역할은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이 문제는 저는 정치적 민주주의는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이뤘던 세대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치적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제가 말씀드렸듯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각각의 영역에서 어떻게 자기 영역에서 실현하도록 노력할 것인가, 이런 걸 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젠 오히려 정치 일선에 계신 분 말고, 기업이 됐던 학계, 문화계가 됐건. 그쪽에서 386의 역할을 주목해봐야겠네요. 이번 성찰하는 진보라는 책을 통해서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성찰의 내용이랄지 개혁의 방향 같은 걸 말씀해 주셨는데요.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세력, 그것이 민주당이 됐건 진보신당, 민노당이 됐건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반성해야 될 부분 뭐라고 보십니까?

조국 : 저는 정치학자는 아닙니다만 한국 정치의 가장 근본적 병폐는 정당정치의 부재라고 봅니다. 매번 총선, 대선 때마다 자신의 당선을 위해서 수도 없이 탈당하고 새 당이 만들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거죠. 과거 같은 경우는 한나라당에서 일부가 탈당할 것이고, 또 한나라당에서 일부가 탈당해서 새로운 보수당을 만들든지 민주당에 합류하든지 이런 식으로. 이런 정당정치의 불안구조가 우리 정당정치의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게 보수든 진보든 중도든 간에 정강정책에 기초한 정당정치로 나아가야 되지 않느냐. 이런 것들이 대중으로 봐선 정치적 안정성, 예측가능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 중심, 사당정치가 아니라 정강정책 중심의 정당정치로 나아가야 되지 않는가. 이것이 최고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당정치의 활성화 또는 부활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데 실제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어떤 분들은 우리 정치계에 구심력이 아니라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진보적 정당을 보더라도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갈리고. 이런 식으로 갈라지고 있는데 이건 사실 좀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진보의 통합? 이런 부분들은 가능할까요?

조국 : 지금 당장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범진보라고 했을 땐 민주당까지 포함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각각의 영역... 예컨대 평화문제라거나 생각하게 되면 민주당도 진보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지금 저의 생각으론 갈라질 때까지 한 번 갈라져야 하지 않는가. 갈 데까지 가보고 그 다음 추스르고 통합해야 할 것 같고. 지금 당장 민주당도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서 서로 또 내부적으로 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나라당 등을 포함한 보수정당도 갈라졌습니다만 이제 한 번 정확히 갈라서고 난 뒤에, 그 다음에 통합을 하든 연합을 하든 연대를 하건 여러 가지 방식이 모색돼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금 시점엔 오히려 저는 정당정책 중심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현 시점에서는 이미 갈라져 버렸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냥 봉합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가 뭔지를 분명히 하고 그 다음에 연대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진보진영 정치세력의 가장 큰 약점으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해서 무관심 내지는 등한시 했다. 실제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이 부족했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로 진보진영에 계신 분들은 과연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면서 대중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대안이 과연 있겠느냐. 그런 고민들이 많거든요.

조국 :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적 흐름인데 신자유주의를 찬성하냐 반대하냐 추상적 논의를 하게 되면 서로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예를 들어 제 책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2007년이었던 것 같은데 전국보건의료노조에서, 조직노동자죠. 거기서 임금인상을 하는데 조직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인상분의 3분의 1을 잘라서 보건의료에 속하고 있는 비정규직에게 다 줬습니다. 이런 결단. 큰 상위 슬로건으로서 신자유주의를 찬성하자 반대한다, 이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각 단위별로 신자유주의의 흐름이 우리 사회를 덮쳤는데 이 상황에서 정당이든 노조든 어디든 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거죠. 그러면 전체적인,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총체적 비전은 지금 당장 못 나온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각 단위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자기가 할 수 있고 자기 영역에서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 아까 말씀드렸듯이 정규직 노조가 임금인상의 3분의 1을 비정규직을 위해서 쓴다는 것, 이런 결단들을 지금까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보건의료노조의 그런 결단, 그런 실천이 각 단위별로 쌓여나갈 때 가능할 것이고 대학도 대학내 시간강사 분들이 수도 없이 계십니다. 시간강사 분들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럼 정규직 교수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 거냐. 그런 문제와 직결되는 거겠죠.

박인규 : 지금 예로 드신 보건의료노조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작지만 구체적인 행동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민노당 같은 데서 사회연대라고 해서 정규직노조에서 연금의 일부를 비정규직에게 양보를 하자. 추진했다가 잘 안 됐단 말이죠. 그러다 보니 실제로 노무현 정부 같은 데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문제다. 기득권세력이다, 양보를 해라, 이런 요구도 나왔고. 이른바 지금 노동운동의 주력이 대기업 정규직 노조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약간 이기주의도 있다. 이런 비판도 나오는데 노조운동세력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조국 : 전 노동운동가는 아닙니다만 대기업 정규직노조에 대해서 너희들은 강자다, 노동귀족이라고 비판하는 건 너무 과장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여전히 우리 사회 내에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보면 대기업 정규직노조 같은 경우도 여러 가지로 많이 부족하고 약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임금을 많이 받지만 임금을 많이 받는 이유가 야근에 특근을 계속 해야 되는 상태에서 받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들 모두를 노동귀족이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고 보고요. 그렇지만 그런 걸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노조 같은 경우는 비정규직노조에 비하면 훨씬 더 강자다, 상대적으로. 그 점을 인정해야 된다. 대기업 정규직노조가 왜 우릴 보고 강자라고 하느냐를 말하기 전에 상대적인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재벌과 관련해선 약자일 수 있지만 같은 직장 안에 있는 비정규직 노조에 비하면 똑같은 일을 하고 3배 이상을 받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또한 인정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예컨대 사용자측에서 양보를 하면 그걸 받아서 비정규직을 준다가 아니라,

박인규 : 스스로 양보한다...

조국 : 그렇습니다. 사용자와 노사교섭을 통해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 받는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에 대해서 조치를 취해야 된다는 겁니다.

박인규 : 저희가 정규직 노조에 대해서 사회적 강자다 아니다 이런 논란이 있지만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씀도 하셨고. 말하자면 재벌개혁이 중요하다, 재벌의 가장 상층부에 삼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작년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 조성, 로비의혹을 제기한 다음에 삼성특검수사를 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봐주기 수사 아니냐 여러 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결과가 나올 텐데 특검수사 어떻게 보셨습니까?

▲ ⓒ프레시안

조국 :
저는 삼성특검수사에서 삼성특검이 삼성을 봐주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문제가 있나 하면 삼성 문제가 폭로되고 난 뒤 특검수사 들어가기까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 기간 동안 삼성에선 모든 준비를 다 했다고 봅니다. 삼성은 관리의 삼성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모든 측면에 철저한 관리를 했을 거라고 보고, 그런 상태에서 이미 수사대상이 수사준비를 다 한 시점이기 때문에 특검으로선 근본적 한계에 부닥쳤단 생각이 들고요. 현재의 삼성특검이 여러 가지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노력해야 될 것 같고. 제도적으로 보면 지금 같이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 한참 있다가 특검이 되는 게 아니라 상설특검제 같은 방식을 통해서 특정사안이 발생하게 되면 즉각 특검이 발동되는 이런 식으로 되면 특검수사가 훨씬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박인규 : 특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에 대한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조국 : 그렇게 봅니다. 물론 특검 자체내에서 평가를 해봐야겠습니다만 삼성특검제도 자체를 조기에 발동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박인규 : 상설특검 같은 게 필요하다. 혹시 참여연대에서 활동하시니까 시민단체에서 그런 부분에서 발의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조국 : 여러 번 발의를 했지만 다 받아들이지 않았고요

박인규 :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조국 : 한편으론 검찰에서 반대한 것 같기도 하고 정치권에서는 그 자체를 부담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특검의 수사대상은 권력형 비리거든요. 권력형 비리가 있을 때는 자동적으로 특검을 발의하도록 하는 법안을 낸 적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안 됐군요. 이번 삼성특검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그 문제가 제기됐으면 좋겠네요

조국 : 저도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

박인규 : 조교수는 이번 글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는 진보의 과잉이 아니고 진보의 과소가 문제다. 예를 들면 정치적 민주주의나 인권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아니라는 지적을 하셨는데 어떤 측면에서 그렇습니까?

조국 : 지금 보수진영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고 진보진영이 집권했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만, 부분적으로 타당한 점이 있겠지만 저는 진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면 인권, 민주, 민생의 문제, 사회적 연대, 약자에 대한 배려 이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민주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얘기한다면 이 점을 하나하나 따져보게 되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라는 가치가 이렇게 부족하다. 진보진영의 집권이냐 보수진영의 집권이냐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진보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온전히 실현됐고 우리가 충분히, 너무 많아서 부족한 상태냐. 아니라는 겁니다. 진보의 가치는 온전히 실현되지 못했고 진보가 과소상태인데 진보적 정치세력의 실책, 부족함 때문에 정치권력이 보수진영으로 넘어간 상태가 됐다고 보는 거죠.

박인규 : 결국 진보를 자칭하는 지도자 세력들에 문제가 있다.
지난 10년에 대해서 여러 가지 평가가 있습니다만, 특히 남북관계에선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로 알고 있는데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구하고 여러 대외정책에서도 그렇고.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대북정책의 앞날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조국 : 저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기 전에 정형근 의원이 만들었던 한반도 관련 비전이 있었습니다. 그 비전에 충실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같은 경우는 정형근 의원이 만들었던 한반도 평화비전으로부터 일탈에서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북문제는 좌우, 진보 보수의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게 아니라 중심을 잡으면서 약간씩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정권의 성격이 다르니까요. 그런데 너무 많이 이탈하는 것 같고, 그럴 경우 오히려 남북문제가 불안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쪽의 경제, 남쪽의 사회도 불안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심해야 될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희가 교수님들의 정치참여를 꼭 말릴 필요는 없지만 여러 가지 정치참여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어요. 최근에 조국교수께서 앞장서서 폴리페서에 대한 학교 내규를 강화하자. 그런 주장을 하신 걸로 아는데 잘 처리되고 있습니까?

조국 : 지금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수가 정치권에 나가면 안 된다는 건 아니고 나간다 하더라도 지켜야 될 기본적 금도와 예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보게 되면 공천신청을 하게 되면 바로 예비후보로 뛰게 되는데 그때부턴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현행법을 보면 당선될 경우에만 휴직한다는 규정만 있습니다. 당선 전에 공천을 신청하고 공천을 받아서 운동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가 교수님들이 출마를 하게 되면 학교 자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선되고 난 뒤에도 계속 휴직을 할 수 있다 보니 학교도 그 교수님이 안 계신 상태에서 학생들 수업권 문제, 새로운 전공을 뽑지 못하는 문제 등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희 서울대학교 81명의 소장교수들은 이 문제를 이번에 해결해야 된다. 설사 정치권으로 가는 걸 허용한다 하더라도 그 경우 물론 가장 좋은 건 깨끗이 사직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허용되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전에 지켜야 할 기본적 절차와 예의가 있다고 본 겁니다.

박인규 : 그러면 조국교수님을 비롯한 교수님들이 요구하시는 건 예를 들면 공천과정부터 휴직하라든가 그런 겁니까?

▲ ⓒ프레시안

조국 :
저희가 요구하는 건 공천 신청시, 공천 확정이 아니라 신청을 하면 바로 휴직하게 만들고 휴직을 했다가 낙천되거나 낙선되거나 세 번째로는 당선돼서 돌아올 때 복직을 지금 같은 자동복직이 아니라 복직심사를 엄격히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당선돼서 나가셨을 경우 4년간 휴직기간이 되는데 그 기간 동안 다른 교수님들은 안식년을 가지 못합니다. 그럼 그 분들은 돌아오셨을 때 안식년을 못 가는 제재를 가해야 된다는 거죠. 이런 것들이 현행법 시스템을 존중하는 상태에서 제안하는 거고요. 법 자체를 바꾼다면 예를 들어서 반드시 휴직을 언제 해야 된다거나 사직을 해야 된다,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해결해야 될 몫이라고 봅니다.

박인규 : 현행법상으로는 정치참여를 막지 않고 있죠. 그러니까 교수 분들이 청치참여를 하시긴 하시되 거기에 대한 대가라든가 이런 건 분명히 치르고 하시라는 말씀이시군요. 제가 듣기로는 특히 사립대 같은 데서는 학교 소속 교수 분들이 국회에 나가는 걸 은근히 좋아하신다던데요

조국 : 확인할 순 없습니다만 학교로서는 그 학교 소속 교수님들이 국회의원이 될 경우 일종의 로비창구가 될 수 있을 거고, 여러 가지 해결사로 생각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분이 휴직 또는 사직을 하겠다 하더라도 사직 하지 말라고 강권하는 학교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서울대에서 교수들의 정치참여에 따른 학교 내규규정. 언제쯤 마무리됩니까?

조국 : 지금 저희가 본부에 건의를 했고 본부에서는 이걸 받아서 예규를 제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번 상반기 내로 될 것 같고 이것들이 다른 학교로 퍼질 수 있을 것 같고. 국회에서 논의해서 이번에 새로운 국회가 열리게 되면 새로운 국회에서 교육공무원법 44조 이 문제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서울대의 이번 움직임이 교수들의 정치참여에 따른 여러 가지 논란을 잘 좀 정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조국 : 네. 그러길 바랍니다.

박인규 : 지금 어쨌든 보수의 시대가 열렸고, 보수 쪽에선 선진화의 시대라고 말씀하시는데, 앞으로 진보는 어떤 일을 해야 될 것인지... 혹시 못다 한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 마무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조국 : 선진화의 시대라고 했을 때 선진화가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고요. 진보의 가치, 민주와 인권과 약자에 대한 배려, 구런 수준이 선진화되는 것이 진정한 선진화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부가 커지는 것뿐만 아니라 진보의 가치를 선진수준으로 높이도록 해야 될 거고. 진보진영은 그런 노력과 동시에 그걸 단순히 구호만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삶에 들어와서 각각의 영역에서 그 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바로 이 시점에서 해결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쨌든 국정의 고삐를 보수진영이 잡았기 때문에, 잘 지켜보면서 진보진영도 쇄신을 위해서 여러 가지 모색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조국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서울대 법학과 조 국 교수를 초대해 진보진영에 성찰이란 화두를 던진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지켜내야 할 진보의 가치는 무엇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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