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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하나가 되기보다는 새로운 반쪽이 낫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14]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공동대표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4월9일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인 153석을 차지하면서 18대 국회는 보수 세력 중심의 여대 야소로 짜여졌습니다. 보수세력의 압승이란 분석과 함께 민주개혁 세력과 진보진영이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보수색이 한창 짙어진 18대 국회에서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진보진영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과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공동대표를 초대해 이번 총선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은 무엇이며 또, 앞으로 진보진영의 과제는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입니다. 노회찬 대표는 1956년 부산 출생으로 83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고교시절인 1973년 유신독재반대 박정희 타도 유인물 제작 살포로 반독재민주화 운동을 시작했고 19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을 창립했으며,매일노동뉴스의 발행인과 진보정당추진위원회 및 진보정치연합의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또, 국민승리21 기획위원장, 민주노동당 사무총장과 중앙선거대책본부장을 거쳐 제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여러 가지로 힘드시고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우선 위로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고요, 많이 좀 아쉽죠?

노회찬 : 네. 제가 낙선한 당사자로서의 아쉬움도 있습니다만 뜨겁게 지지해준 분들의 희망이 꺾인 것 같아 더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박인규 :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와 대결하셨는데, 선거 전까지는 이른바 13전 13승. 여론조사에서 모두 이기셨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한 천여 표 차이로 지셨는데 패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노회찬 : 막판에 여론조사도 앞섰습니다만 박빙우세였고. 아무래도 투표율이 매우 낮다 보니 조직력이 강한 한나라당 세력의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에 더 참가를 많이 했던 것 같고. 그리고 함께 겨뤘던 민주당 후보가 16.5%를 얻었습니다. 막판에 민주당 결집도가 높았던 부분, 이런 부분들이 들이 제가 간발의 차이로 1,2위 순위가 바뀌는 요인이 됐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일각에선 심상정 후보가 나왔던 덕양갑에서도 후보 단일화 움직임 같은 게 있었는데, 같은 진보개혁진영이라면 예를 들면 민주당에서 후보를 안 냈으면 유리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그런 움직임은 없었습니까?

노회찬 :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당연히 매우 유리했겠죠. 그러나 일반인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그런 요구를 한 경우들은 있어도, 제가 있는 지역에서 단일화 협상도 없었고 저희가 단일화 제안도 하지 않았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이번 수도권을 보면 거의 한나라당 싹쓸이라고 할 정도로 한나라당 후보 강세였는데 그건 예를 들면 뉴타운이라든가 개발붐의 영향을 미친 거다. 특히 수도권에서 보수여당이 우세한 건 처음이었는데 수도권 민심이 큰 변화가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는 것 같아요.

노회찬 : 석 달 전 대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놓고 본다면, 그 민심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저는 보고 싶고요. 지역에 따라 뉴타운 문제나 또는 부동산 가격 문제 이런 것들이 표심에 반영된 바는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는 이른바 민생경제의 위기를 새로운 대안세력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데 대안세력을 여전히 범한나라당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특히 민주당 같은 경우는 노무현 정부 실패에 대한 응징론 심판론이 이번 선거까지 이어지는 것 같고. 진보세력 같은 경우에도 지난 수년 간의 진보세력에 대한 실망이 여전히 극복되지 않은 채 이번 선거에도 반영되다 보니까, 야권들은 다 수도권에서 특히 참패하는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민주당이든 민노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아직 유권자들 눈에는 대안세력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노회찬 : 그렇죠. 민주당 같은 경우는 과거에 대해서 계속 책임을 묻는 형국이 됐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거의 17대 총선과 달리 참패한 결과로 나타났고, 진보신당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였다고 보고. 민주노동당은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실망스럽고 무능한 낡은 진보로서 심판을 받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인규 :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 플러스 자유선진당이라든가 친박연대까지 합치면 대략 한 200석 정도가 보수, 진보는 100석이 안 된다. 완전히 보수화 됐다는 진단이 있는가 하면 국민들이 보수화됐다기보다는 중도가 예전엔 진보를 밀어줬다가 이번에 보수 쪽으로 옮겨간 거라는 진단도 하시는데요 우리 사회의 보수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노회찬 : 정치권이 보수화된 건 사실입니다. 지금 국회의석만 놓고 보면 70% 이상을 이른바 좀 완고한 보수정치세력들이 차지했기 때문에 정치세력의 판도는 보수화가 많이 진행됐다고 보는데, 과연 국민들이 보수화됐느냐. 국민들이 보수세력을 투표로서 지지한 건 사실인데 국민들이 지금 바라는 바나 정치성향이 보수화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결국은 모순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거죠.

박인규 : 최근에 '지못미'라는 현상,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는 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이게 뭐냐면 노회찬 후보, 심상정 후보, 또는 민주당의 김근태 후보 등 민주화운동을 주도하시던 후보들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이번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홈페이지를 비롯해서 많은 지지와 성원의 글이 온다던데요.

노회찬 : 저도 겪고 있습니다만 선거가 끝나고, 개표가 끝나고 한 사흘 나흘 사이에 직접 글을 써서 올린 분들이 한 2천 명이 넘고요. 또 선거 후에 오히려 지역 주민 등 해서 방문한다거나 후원금을 들고 찾아오신다거나 그런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상당히 한편으론 격려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지못미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는 뜻이라는데 저는 그 얘기 들을 때마다 제가 오히려 국회에서 진보정치의 의석을 지키지 못해서 유권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오히려 제가 드려야 될 말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이번에 진보신당은 지역구에서 낙선하시고 특히 비례에서도 2.94%로 0.06%가 모자라서 국회진입에 실패했는데, 그렇긴 하지만 이런 지못미 현상이라든가 이런 걸 봐서는 앞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하실 에너지를 갖게 되셨다고 보이는데요.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앞으로 진보신당의 진로는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노회찬 : 한 석도 얻지 못해서 앞으로의 활동에 일정한 타격이 예상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진보신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지역에서 좀 선전한 것, 그리고 당이 알려지지 않아서 저평가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선거가 끝나면서 입당하는 분들도 하루 200명씩 늘어나고. 개표방송을 통해서 진보신당의 존재가 드디어 뒤늦게 알려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저희들은 이번 총선 하나만을 위해서 당을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또 진보신당을 총선 열흘 전 창당하면서 총선 이후 제2의 창당을 통해서 외연을 확대하고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이미 저희들의 계획을 확정한 바 있기 때문에 저희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지난 수년간의 진보정당의 실패를 거름 삼아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박인규 : 이번 총선 과정에서 노회찬 심상정 두 후보는 사실 민노당의 스타 의원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분들이 아직도 민노당 후보인 줄 알았다. 그것과 관련해, 총선 한 달도 안 돼서 창당하셨잖아요. 민노당으로부터의 분당이 너무 성급한 게 아니었느냐,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노회찬 : 총선에서 유불리만 놓고 본다면 법정선거운동 시작되기 열흘 전 창당한다는 건 상당히 계산을 잘 못한 거죠. 그러나 저희들은 당시 총선에서 유불리를 떠나서 이번 총선을 넘어서서도 중장기적 진보정당의 재건을 위해서는 그 시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번 예상되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진보정당을 새롭게 만드는 초석을 놓고자 진보신당을 3월 16일 창당했거든요. 총선에서의 예견된 패배랄까 후퇴는 저희들이 이미 감수하기로 작정한 바 있기 때문에 험난하지만 앞으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박인규 : 4년 전 17대 총선에서는 민노당이 13% 득표에 10석을 확보했어요. 이번에는 민노당도 반토막, 비례 3석 지역구 2석인데, 많은 분들이 꼭 그렇게 갈라서야만 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노회찬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4년 전에는 13%였고, 또 선거가 끝난 후에는 10석의 의석을 가짐으로써 20%까지도 지지율이 치솟았는데 지난 12월 대선에서 보면 3%의 지지율로 낮아졌단 말이죠. 그럼 등을 돌리고 떠나버린 17%를 어떻게 복원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데,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혁신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민노당이 제대로 환골탈태하고 혁신안을 받아들였다면 이번 총선에서 그야 말로 민주당 쪽이 부진한 가운데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충분히 나설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환골탈태와 혁신이 민노당 안에서 거부당했기 때문에 17%를 복원하는 일은 민노당으로선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번 총선 결과가 보여주듯이 4년 전에 비해서 거의 절반 수준으로 후퇴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 후퇴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의 활동에 대한 평가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긴 안목으로 다시금 20% 이상의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형성해내려면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된다. 그래서 여전히 낡은 여러 진보정당의 낡은 유산들을 움켜안고 있는 태도로는 당장 선거에서 몇 석은 건질지 몰라도 제대로 진보정당의 구실을 하기는 힘들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환골탈태와 혁신을 말씀하셨는데, 그동안 민노당 지지자들이 많이 떠나간 건 혁신과 환골탈태를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갈라서게 된 과정에서는 민노당의 일부 세력에 대해서 종북주의라는 지적을 하시면서 갈라서게 됐어요. 환골탈태의 가장 중요한 게 종북문제냐, 환골탈태의 주요한 내용은 뭐냐...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노회찬 : 환골탈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종북주의 때문에 갈라섰다고 저는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북측에 당의 주요 기밀을 넘긴 것을 끝내 제명처리하지 못하고 감싸안는 이런 행위는, 소속된 진보정당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그런 태도로 보여지고 북한에 대한 지나친 일방적인 감싸안기로 보여지거든요. 이건 우리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민주노총도 중요한 존재지만 대기업 노조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식으로 갔을 때 오히려 비정규직노동자 등 해서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서민계층의 지지를 잃을 수 있고 또 실제로 그걸 얻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 운동권정당으로서의 모습, 민주노총당이나 친북정당, 그런 이미지와 결별해야 되는데, 그와 결별하는데 대단히 소극적인 모습을 민주노동당이 보여왔기 때문에 그런 모습으로는 당장 손에 쥔 지지층은 계속 움켜쥐고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지지층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분당은 불가피했다고 보고. 오히려 이후에도 마찬가집니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뿌리내리려면 그런 낡은 전제들인 극복돼야 한다고 보는 거죠

박인규 :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두둔, 또는 대기업... 민노총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노조에 대한 일방적 의존이 문제였다고 한다면 그것 외에 말하자면 앞으로 진보신당의 방향은, 북한에 대해서 할 말은 하고 대기업노조에 대한 일방적 의존보다는 비정규직이라든가 진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랄까, 그쪽으로 나간다고 보면 되는 겁니까?

노회찬 : 네. 그리고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진보정당도 역시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겁니다.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고. 자신이 대변하고자 하는 서민계층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되는데 주로 서민계층을 향해서 주의주장을 펼치는 식으로 보여졌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오늘 당장 힘들고 내일이 걱정되는 분들에게 오늘과 내일의 문제를 해결하는 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감동으로 와 닿는 그런 정책적 접근, 그리고 정치활동의 쇄신, 이런 것들이 끊임없이 계발돼야 되는데 지나간 과거에 그런 것들이 상당히 부족했다고 반성하고 있는 거죠.

박인규 : 지난 연말 연초에 걸쳐서 분당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컸기 때문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다시 합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일반적이긴 한데, 그래서 많은 분들은 다시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민노당과 그런 부분에 관한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 게 있습니까?

▲ ⓒ프레시안

노회찬 :
진행되고 있는 건 없습니다. 저는 가급적이면 당이 두 개가 되는 상황은 막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노력해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당연히 진보정당은 가뜩이나 우리 사회에서 약한 부분인데 하나가 돼야 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하나가 되는 것이 감정상의 문제만 처리하면 하나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낡은 하나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반쪽이 더 낫다고 보고요.

그래서 새롭게 하나가 되는 건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민주노동당이 그런 낡은 잔재와의 과감한 결별을 보여줘야 됩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오히려 진보신당마저도 더 후퇴해서 낡은 하나의 틀 속에 갇히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런 점 때문에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혁신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바라는 것이지 무조건적인 하나를 원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박인규 : 당분간은 각자 쇄신의 길을 걸어가자.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노회찬 : 그렇죠. 그게 다시 만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반면에 진보신당을 걱정하시는 분들은, 정치라는 게 사람과 돈이 굉장히 중요한데 예를 들면 민노당의 중요한 기반 중 하나가 노조조직인데 실제로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말하자면 기존 노조가 없다 보니까, 한 가지 예긴 합니다만 그런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정치 해나가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노회찬 : 당장에 그런 어려움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 자체가 10% 수준이라는 걸 감안할 때 오히려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90% 속에서 노동운동의 지평도 넓혀내고 또 진보정당의 대중적 뿌리를 그 속에서 구축하는 건 오히려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거 아닌가. 그래서 이미 조직화돼 있는 10%틀 속에 안주하려고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진보정당이 국민 속에 뿌리내리지 못했던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희들은 당장에, 풍찬노숙이라고도 얘기하는데 당장은 춥고 배고프고 어렵겠지만 이걸 흔쾌히 감수하려고요. 더 중요한 것은 더 넓은 어려운 분들 속에서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니까 일단 당면한 과제로 진보신당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말씀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외연을 확대한다면 어떤 세력, 어떤 사람들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노회찬 : 우선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건 21세기 진보정당이 갖춰야 될 진보의 재구성을 정치적 조직적으로 해내겠다는 뜻입니다. 1차적으로는 조직화된 세력으로서 한국사회당이라거나 녹색정치를 해오신 분들, 또는 생태운동을 해오신, 또 평화운동을 해오신 분들, 이런 분들이 포함되겠고. 개별적으로는 여러 사회영역에서, 시민사회영역, 문화예술영역에서 진보적인 태도를 취해오신 분들을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함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만이 아니라, 제가 진보의 재구성을 조직적으로 해내는 면이 있다고 했는데 그간 진보정당이 진보를 외치면서도 서민대중과는 일정한 괴리감을 가져왔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비정규직노동자 이런 부분. 이런 부분들과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박인규 : 일각에선 앞으로 장기적으로 진보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그것과 관련해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는 지난 대선이나... 사람중심경제라든가 중소기업회생방안이라든가, 상당히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으셨거든요. 그런 분들과도 연대할 가능성이 있나요?

노회찬 : 창조한국당 같은 경우 국민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준 건 사실이고, 또 창조한국당 지지자들이 진보신당에 대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걸로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창조한국당의 현재가 지난 대선과도 변천이 있는 것 같고 정체성이라거나 정책노선 이런 것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좀 더 확인해야 되지 않겠는가. 현재로선 제가 그런 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선 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박인규 : 이제 총선이 끝났고 이명박 정부가 과반의석, 또는 친박연대나 선진당까지 합치면 200석 가까이 얻었단 말이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행로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노회찬 : 이명박 정부, 특히 소속된 한나라당 같은 경우는 간신히 과반을 넘긴 상태기 때문에 범여권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 그런 과정이 단순히 당내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우경화, 보수화, 혹은 수구화가 그 과정에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러게 될 때 보다 더 수구화된 한나라당이 이제 200석 가까운 의석을 사실상 원내에서 확보하게 되는 상황이 될 경우에는 이제까지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주저했던 그런 일들... 한반도 대운하 추진이나 영어몰입교육 문제라거나, 또는 여러 가지 사회보험제도의 후퇴, 또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가속화한다거나. 이런 부분들을 훨씬 더 국민들 뜻과 좀 다르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고, 한미 FTA까지 포함해서. 그렇게 된다면 상당히 저는 한국사회가 위험사회로 전환하는 게 아닌가. 결국 이명박 정부가 초반부터 국민과 정부노선이 강하게 충돌하는 그런 현상들이 많이 벌어질 것 같고. 따라서 충돌의 전선이 의회 내에서만이 아니라 의회 밖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시민사회와 정부 여당과의 충돌, 이런 것까지도 사실 예상되기 때문에 이 사회의 불안정성도 따라서 높아질 것 같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이명박 정부를 압도적인 높은 표차로 국민들이 뽑아준 건 경제살리기를 해달라고 뽑아준 것이고, 이명박 정부 스스로도 경제 살리기가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 규제완화 같은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게는 보지 않으십니까?

노회찬 : 지금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지지한 건 일종의 조건부 지지. 경제를 살리되 민생경제도 살려달라는 조건부 지지이고. 또 달리 경제를 제대로 살릴 마한 대안세력을 찾지 못한 상태의 반사적 지지의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물가가 인상된다고 해서 생필품 가격을 제한한다고 해서 자장면 값을 묶는다거나 국립대 등록금이 지난 4,5년 동안 25% 이상 인상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4,5년 동안 자장면 값은 8% 인상됐거든요. 그런데 대학 등록금 같은 건 규제하지 않고, 또 정유사의 폭리구조는 내버려둔 채 그야 말로 최종소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이윤을 줄이는 일에 먼저 칼을 들이댄다거나 하는. 이런 방식의 접근은 이미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많은, 어찌 보면 민심이반 형식으로 이명박 정부를 지지했던 분들 속에서 서민계층에서부터 지지가 철회되고 오히려 저항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사실 우려되고 또 예견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일단 이명박 정부는 한나라당 의석만 해도 150석이 넘고, 같은 성향의 세력들이 200석이기 때문에 거침없이 나아갈 텐데 진보신당 입장에선 원외정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국회에서 활동하시긴 어려울 테도, 일단 여러 가지 정치적인 행보에 관해서 행동을 하셔야 할 텐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노회찬 : 원래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의 차이가... 대개 보수정당은 원외활동에만 국한돼 있습니다. 그래서 의석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는 게 일반적 보수정당의 상황이라면, 진보정당은 특유의 대중 속에서 활동력 같은 걸 갖고 있기 때문에 원외에서, 의석이 없는 것은 타격이 될 거고 활동에서도 취약점이 될 겁니다. 그렇다고 활동이 없느냐, 그건 아닐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원외에서 여러 가지 국민들과의 직접 접촉 속에서 국민들의 요구를 대변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일을 저희들은 더 왕성하게 벌일 생각입니다.

박인규 : 지난번 대선이나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아직도 민주당은 물론이고 민노당까지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진보세력들이 국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서 각인하는 게 가장 큰 일일 것 같아요. 그런 문제 관련해서 진보신당의 나아갈 길, 혹은 진보세력 전체, 진보개혁진영은 어떤 길로 나아가야 되는지, 거창한 질문이지만, 마무리를 해주시죠.

노회찬 :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증폭된다고 할 때 결국 그런 계층에 대해서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과 또는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진보신당 간의 경쟁, 누가 대안세력이 될 것인가에 대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고. 저희들은 실질적으로 모든 주요정책에서 누가 서민계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가를 우리 국민들이 잘 알 수 있도록. 또 국민들이 당장 요구하고 있는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는 데 아주 힘을 집중시킬 생각입니다. 저희들은 그렇게 된다면 진보라는 게 좀 특수한 정치집단, 또 특이한 정치집단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는. 또 가장 우리 서민과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남은 기간동안, 다음 선거때까지 유감없이 보여줄 생각입니다.

박인규 : 창조적 파괴라는 말도 있다고 하는데요. 민노당의 분당이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새로운 중대한 계기가 되길 빌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노회찬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공동대표를 초대해 이번 총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은 무엇이며 앞으로 진보진영의 과제는 무엇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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