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언론은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 회견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이날 언론 대부분은 이 대통령이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펴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박근혜 전 대표 측을 인정하지 않고 '이명박식 밀어붙이기'를 예고하는 등 내용상 모순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단, <동아일보>는 1면 머릿기사("이젠 좌고우면 말고 경제 살려라 / 국민들, 총선 통해 준엄한 명령")와 4, 5면 전체 기사("'곳곳에 쌓인 먼지-때 씻어낼 것' 공직 기강 다집기" / "남북관계 조정기간…지난 10년간의 틀 새롭게 정립")를 통해 이날의 기자 회견을 '지상 중계'하면서 비판 한 마디 없어 대조적이었다.
<동아일보> "이명박 '박근혜 모르쇠'는 국가경쟁력 강화 의지"
이날 <동아일보>는 거의 모든 관련 기사 제목을 이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따 처리하면서, 이날 기자 회견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이날 기자 회견을 총평한 기사도 우호적인 논조로 일관했다. 이 신문은 이 대통령이 5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것을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바탕으로 정치권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라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안팎의 '친이-친박' 논란을 일축한 것도 "특정 계파의 수장이라는 제한된 자리가 아니라 치열한 국제 경쟁의 중심에 나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이 대통령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이 언론은 더 나아가 기자 회견 이모저모를 다룬 "'5년 안에 선진국가 기틀' 회견 전 직접 넣어'라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13일 취임 후 첫 기자 회견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며 "회견 때마다 늘 신경 쓰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심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된 뒤 첫 회견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했기 때문이다"라고 대통령 '홍보'에 직접 나섰다.
<경향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등은 '비판' 대조적
<경향신문>를 비롯한 다른 신문은 <동아일보>의 이러한 '용비어천가'식 해석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안팎의 정치적 논란을 외면한 것을 놓고 <동아일보>가 "국가경쟁력 강화 의지"로 해석한 것과 달리 <경향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등은 '정치적 모르쇠'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이 대통령 타협 정치는 박 전 대표와의 대화부터'라는 사설에서 "당장 눈앞의 '친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타협 정치는 공염불이 되고 말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 먼저 타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 스스로 정치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도 '진정 통합과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면'이라는 사설에서 "이 대통령이 통합과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면서도 엄존하는 정치적 현실을 애써 무시하거나 회피하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진정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면 우선 당내외의 비판세력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로 했다.
<한겨레>도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이 대통령의 태도는 더 걱정스럽다"며 "정치적 현실은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동아일보>가 우호적으로 해석한 '5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놓고도 "임시국회를 열라거나 하는 태도는 과거 보았던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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