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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프리카 미술엔 '인간'이 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11] 아프리카미술관 정해광 관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개성 있는 주제의 작품을 선보이거나 지역단위로 특화된 미술관이 문을 여는 등 미술관도 점점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데요. 그동안 국내에 덜 알려진 아프리카 미술에 초점을 맞춘 아프리카 미술관이 최근 문을 열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처음으로 '아프리카관'이 개설되고 뉴욕 화랑 가에서 아프리카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는 등 세계 미술계가 아프리카 미술에 주목하면서 그동안 공예품으로만 여겨왔던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관심들이 커져가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아프리카 미술관 정해광 관장을 초대해 우리가 잘 몰랐던 아프리카 미술, 그 검은 대륙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아프리카 미술관 정해광 관장입니다. 정해광 관장은 1962년 경기 여주 출생으로 1986년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했고 2007년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Univ. Complutense)에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8년부터 성균관대와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단국대에서 강의를 했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도 꾸준히 아프리카를 찾아 미술품을 수집해 왔습니다. 또, 이 가운데 희귀하면서도 조형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기획 전시해왔으며 지난 달 서울 사관동에 아프리카 미술관을 개관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아프리카미술: 미완의 미학>, <아프리카미술의 현장> 등이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정해광 : 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반갑습니다. 아프리카 미술관하면은 일반인들은 좀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아프리카 미술에 관한 모든 게 전시되는 겁니까?

정해광 : 모든 것이라기엔 좀 그렇고요. 회화와 조각 위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박인규 : 위치가 사간동이라고 하던데 거기가 요쯤 뜨는 화랑가라고 하던데요.

정해광 : 예 지금 광화문 광장이라든가 광화문 복원 문재와 맞물려서 많은 분들이 찾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정확히 언제 개관 하신 겁니까?

정해광 : 예, 지난 달 3월 11일 날 개관했습니다.

박인규 : 이제 그럼 딱 한 달 된 거로군요.

정해광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우선 좀 궁금한 것은 말이죠. 많은 분들이 아프리카 미술을 잘 모르신단 말이죠. 물론 피카소라든가 마티스라든가 서양의 20세기의 유명한 작가들이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런 얘기들은 조금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데 실제로 아프리카 미술이 뭐냐라는 것도 있고, 또 하나는 관장님 전공을 보니까 정치 철학을 하신분이에요. 정치 철학을 하신분이 아프리카 미술관을 열었다. 무슨 인연이 있어선지 궁금합니다.

▲ ⓒ프레시안

정해광 :
저 같은 경우는 정치 철학 파트에서 휴머니티가 전공입니다. 그런데 책으로 보던 글들의 내용이 어느 날 제가 스페인에서 공부할 때 마드리드 벼룩시장을 갔는데 조각에서 그 휴머니티의 실체가 보인 거예요. 뭐 예를 들면, 등이 구부정한 조각이 있는데 그래서 맨 처음에 저는 이게 무슨 그리움을 표현 하는가 했어요. 그랬더니 그게 아니라고 해서 그럼 뭐냐고 물었더니 뭐 설명을 하는데 이제 불어를 하니까 근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그 쪽이 먹을 것이 별로 없고 가뭄이 심하고 그렇다 보니까 아이들이 태어날 때 허리가 굽은 장애아가 많이 태어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그럼 이건 No Normal 아니냐라고 그랬더니 이 친구가 정색하면서 Normal 이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어떻게 그게 Normal 이냐 그랬더니 허리는 구부정하고 몸이 좀 불편한데 생각은 당신하고 뭐가 다르냐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제가 야, 이 조각 자체에도 사람이 다 똑같다는 어떤 휴머니티 정신이 담겨있구나 해서 거기에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럼 그 뒤로 계속 그것을 계기로 아프리카 미술이 지금 휴머니티라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말로 표현하면 인간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인문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정해광 : 네. 뭐 다 같은 얘긴데요.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조각을 종교성과 연관시켜서 어떤 신성을 추구한다고 많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제가 본 아프리카는 심성 마음 심 자를 써서 인간이라는 어떤 철학적 이데아를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인간의 어떤 됨됨이랄까 제대로 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정해광 : 뭐 우리식으로 얘기한다면 삼강오륜이 그 조각에 다 담겨있죠.

박인규 : 저희들은 사실 아프리카 미술하면 어떤 편견일지 몰라도 좀 주술적이다. 이런 생각들 많이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가 보죠?

정해광 : 그러니까 그게 아프리카 철학과 종교라는 책을 보면 첫 마디가 그겁니다. 아프리카는 종교적이다. 근데 서구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학자이기 때문에 결국은 종교라는 테두리에서 보면 그게 종교적일 수 있는데 주술적이고. 그런데 저희같이 동양철학을 한 경우는 동양철학의 내용도 마찬가지지만 인간적이라는 것. 아까 얘기한 것처럼 인간의 어떤 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리고 일상의 신이 깃들어 있는 것. 그런 면에 있어서 주술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심성을 소중히 다루는 그런 내용들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 할 수가 있죠.

박인규 : 아, 오히려 우리보다도 어떻게 보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이런 걸 담고 있다. 처음에 말하자면 No Normal이다. 등이 굽은 조각. 발견하신 게 언젭니까?

정해광 : 그게 거의 한 1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럼 10년 전부터 아프리카 미술에 빠져서....

정해광 : 아니, 20년이 됐습니다. 1989년도부터 모았고요. 그러니까 모으는 과정 중에서 처음에는 어떤 호기심 같은 것. 그리고 또 모은다는 것에 대한 취미 때문에 모으다가 한 10년 정도 되니까 아프리카 조각에 담겨진 메세지적 성격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박인규 : 89년부터 일단 아프리카 미술품을 수집해보자하다가 10년이 지나서 아프리카 미술품의 가치는 진정 이런 것이구나. 그래서 지금까지 모으신 게 얼마나 됩니까?

정해광 : 조각이 한 800점 정도 되고요. 회화가 한 150점 정도 있습니다.

박인규 : 미술품하면 저희는 일단 비싸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각 800점에다가 회화 150점 모으시려면 돈깨나 쓰셨겠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정해광 :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저희 부모님 건물에서 살고 아기가 없다 보니까 제가 버는 것은 전부 작품을 사는데 다 투자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돈 벌어서 전부 아프리카 작품 수집하는 데 쓰시는군요.

정해광 : 네, 거의 그렇죠.

박인규 : 3월 11일 날 개관전은 뭐였죠?

정해광 : 세네갈의 두츠라는 작가인데요. 2006년도 다카르 비엔날레에서 유럽 예술인연합회가 주는 대상을 받으면서 지금은 월드스타로 성장한 작가를 제가 어떻게 우연히 알게 돼서 그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전시회를 했었습니다.

박인규 : 그 두츠의 개인전은 끝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해광 : 예, 끝나고 이번 4월 달은 저희가 4월 달이 아무래도 4.19도 있었고 사상의 혼란이라든가 그런 어려움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지금 수단의 다르푸르라는 지역이 굉장히....

박인규 : 인종청소로 유명한 지역이죠.

정해광 : 예, 그렇죠. 지금 한 2003년부터 20만 명이 죽었는데 그 아브샤리아란 작가는 다르푸르의 분쟁을 진짜 색으로써 표현한, 가슴 아픈 색입니다. 그런 것을 기리는 의미에서 다르푸르의 봄날을 위하여라는 그런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하고 있습니까?

정해광 : 네,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첫 번째 열린 두츠 개인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어떻게 보면 최초의 본격적인 아프리카 미술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내에서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정해광 : 지금 제가 알고 있는 동양학과 교수들을 제가 좀 와서 보라고 했는데 한 번 와서 보더니 그 대학원생 학생들을 다 데리고 와서 보여주고 놀랍니다. 그 이유는 뭐냐면 수묵화 같은 그림에 파스텔을 써서 어린아이들이 그리는 장난감 자동차라든가 또 사람들을 그려 놓으면서 아주 자유롭게 수묵화 비슷한 분위긴데 아주 자유롭게 터치했다는 거죠. 결국은 주제나 내용에 있어서 어쩌면 우리 한국화가 가야할 길을 미리 보여주고 있지 않나.... 그것도 아프리카 작가를 통해서요. 그래서 한국화 전공하는 교수들이 좀 놀랐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어떻게 보면 한국화와 좀 통하는 부분이 있다. 서양과는 다른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런 말씀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정해광 : 그런데 지금 사실 우리가 한국화다 한국미술이다. 중국미술이다 이제는 그런 구분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 왜냐면 아프리카 같은 경우도 시골에 인터넷이 다 들어가니까
그런 정보를 토대로 해서 이제는 아프리카 작가라고해서 아프리카적인 그림만 그리는 그런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박인규 : 글로벌 시대다.

정해광 . 그렇죠. 세계사적인 어떤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가늠하고 그것에 발 맞춰가는 그런 작품들을 아프리카 시골에서도 그려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전시하고 있는 아브샤리아의 다르푸르의 봄날을 위하여. 일단 언뜻 생각하기에는 인종 청소에다가 20만 명이 희생했다고 하니까 굉장히 처참할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떤 작품들이 나와 있습니까?

정해광 : 보면 굉장히 강렬한 원색을 표현하고 있는데. 제가 사하라 사막을 두 번 들어가 봤습니다. 근데 거기에 아주 그냥 갈색의 모래에 파아란 하늘. 거기서 누군가가 염소의 목을 쳤을 때 그 붉은 피. 그런 것처럼 어쩌면 그 친구는 다르푸르에서 죽어 간 자신의 친구들, 자기 친척들에 대한 어떤 슬픔을 견디지 못한 것을 그 원색으로써 그렇게 표현을 했는데 보면 진짜 가슴이 시릴 겁니다.

박인규 : 아프리카 작품들을 한 20년간 수집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아프리카 현지에 가야할 거 아닙니까? 몇 번이나 다녀오셨습니까?

정해광 : 제가 89년도부터 아프리카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방학만하면 여름방학 겨울방학해서 평균 한 일 년에 서너 달 정도는 아프리카에서 살다 온 것 같습니다. 횟수로 따지면 두 손 두 발 다 모자를 것 같은데요.

박인규 : 아프리카는 저의 편견일지 모르지만 저희처럼 미술시장이나 이런 게 과연 있을까 싶은데 어떻게 어디에 가서 사 모으신 겁니까?

정해광 : 지금 사실 그 시스템은 우리 한국 미술보다 더 낫다고 할 수가 있어요. 왜냐면 국가가 전략적으로 집단 창작촌. 예를 들어서 수 십 명 들어가는 작가들 작업실과 그 작가 작업실 있는데 2,300평짜리 갤러리를 지어 놓고 그래서 외국인 작가를 불러들이기도 하고 또 그 집단 창작촌에 있는 작가들은 또 유럽에 나가서 전시를 하고. 우리하고는 다른 시스템, 즉 유로 시스템을 갖고 있는 거죠.

박인규 : 국가에서 조직적으로 예술가들을 지원해 주는군요.

정해광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럼 그런데 가서 보시고 작품을 사시고 하는 겁니까?

정해광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20년 동안 800점의 조각, 150점의 회화를 모으셨다니까. 그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 어떤 겁니까?

▲ ⓒ프레시안

정해광 :
아까 얘기한 것처럼 그런 어떤 휴머니티의 실체가 보였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아프리카에 약 3000여 종족이 있어요. 그런데 사하라 사막 이남으로 자기네 문자를 갖고 있는 종족이 불과 두 세 종족 밖에 안 됩니다. 그럼 결국은 문자가 없다는 것이 자기네 역사나 또는 통치자의 이데아를 전달할 때 그것을 포기했을까요? 그건 아니거든요. 결국은 아프리카 조각이나 그림에는 그들의 어떤, 예를 들어서 족보, 역사, 그리고 통치자의 아이디어. 이데올로기 같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이죠.

박인규 : 그렇다면 관장님 말씀은 원래 문자가 있었는데 없어진 게 아니라 원래부터 문자를 가진 종족이 두 세 종족 밖에 없다?

정해광 : 그렇습니다. 지금은 물론 영국이나 프랑스가 지배한 이후로는 영어와 불어를 다 쓰고 있지만 불과 한 3-400년 전 이전에는 자기 종족의 문자를 가진 종족이 드물었기 때문에 결국은 조각이나 회화가 우리 백성들을 교화시키고 생각을 확대시키는 문자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박인규 : 말하자면 미술 플러스 문학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로군요.

정해광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우리가 보통 아프리카라고 하면 말이죠. 블랙 아프리카 또 아랍 아프리카라고해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북의 아프리카는 이집트라든가 모로코라든가 구분을 하는데 양쪽을 다 모으시는 겁니까?

정해광 :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지정학으로 아프리카 얘기를 하는데. 사실 문명 자체는 사하라 사막 이북과 이남은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사하라 이북 같은 경우는 절대 권력이든 절대 신이든 해서 인간의 자리가 조금 부족한 것 같고요. 물론 신성이란 것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사하라 사막 이남 같은 경우에는 절대신을 섬기는 거대한 성전이나 어떤 불경이나 성경처럼 인간을 규율 속에 가두는 그런 성전이 없다는 게 많이 구별이 되는 거죠.

박인규 : 그렇다면 정 관장님이 관심을 가지고 계신 아프리카는 사하라 이남의 이른바 블랙 아프리카군요.

정해광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많이 가보신다고 하니까 가서 아프리카 작가들도 많이 만나셨겠네요.

정해광 : 예, 그렇습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작가들과 비교한다면?

정해광 : 뭐 다 똑같습니다. 열심히 하는 작가들은 우리나라 작가도 열심히 하고 같은데.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그런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조각의 조형성. 그 조형성을 어떻게 회화적인 요소로 풀어내느냐. 그게 뭐 색채라든가 형태라든가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상당히 진지한 것 같습니다. 우리도 물론 뭐 우리 옛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데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런 면에 있어선 제 눈에는 아주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박인규 : 조형성을 회화로 풀어낸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수집하신 것도 보면 조각이 훨씬 많아요. 그럼 아프리카는 회화보다는 조각이 훨씬 강한 겁니까?

정해광 : 저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조각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건 뭐냐면. 예전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채집이라든가 이동생활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이제 벽에 그림을 그렸을 때는 그 그림을 못 가져가잖아요. 근데 조각 같은 경우는 이동이 수월하고 또 조각이라는 어떤 선천적인 특성 때문에 회화의 평면적인 이차원적인 것보다도 일반 백성들에게 의미를 전달하는데 더 효율적이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 조각이 회화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달을 했다는 것입니다.

박인규 : 여러 가지 여건상?

정해광 : 예, 그렇죠.

박인규 : 제가 아는 화가 한 분이 십 몇 년 전에 아프리카를 가서 아프리카 미술을 보고 오시더니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피카소니 마티즈니 델리니, 이 사람들이 다,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사기꾼이다, 아프리카 미술 다 그대로 베꼈다, 그런 말씀들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20세기 초의 미술은 아프리카의 미술이나 음악에 영감을 받았다, 이런 얘기들을 하던데, 실제로 관련이 있습니까?

정해광 : 그건 시각차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예를 들어서 황금을 줘도 이것이 황금인지 모르고 그냥 쇳덩이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은을 받았지만 그것을 금덩이로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실 피카소는 아프리카라는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름대로 이슈화, 상품화하는 데는 천재적인 기질을 가졌죠. 그것도 역시 작가의 능력이니까 피카소가 무조건 모방했다 이런 거는 조금 지나친 해석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좋게 말해서 아프리카 미술의 가치를 재발견 했다,이렇게 말할 수 있겠군요.
제가 모두에 말씀드렸습니다만, 작년에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아프리카관을 개관했고, 또 최근에는 미국 뉴욕 화랑 가에서 아프리카 작가들의 전시가 많이 열린다고 해요. 하나의 세계적인 추센가요?

정해광 : 네, 지금 세계 미술계가 팝아트의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아요. 저는 미술사의 구체적인 것들을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결국 팝아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미술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아프리카관을 만든 게 아닌가, 물론 아프리카 미술도 그만큼 세계에 견줄 수 있는 형식이나 내용을 갖춘 것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고요.

박인규 : 제가 미술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팝 아트란 게 앤디 워홀이 시작했다, 이렇게 알고 있는데요, 팝아트가 왜 한계가 온 건지 설명이 가능 할까요?

정해광 : 지금 서구 미술계가 자연주의에 빠져있고, 또 자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피카소가 아프리카 미술 중에 큐비즘적인 요소를 받아들여서 자연주의를 극복을 했듯이 세계 미술계가 개념성에 많이 빠져 있는 것 같고, 그런 것들을 극복하는데 있어서는 역시 내용이라는 것이죠. 그런 아프리카 미술에는 예를 들어 인간의 이데아를 지향 한다던가 아이덴티티 문제라던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똘레랑스, 그런 내용들이 그림에 굉장히 많이 녹아 있다는 거죠. 그런 면에 있어서 세계 미술계에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아직까지는 시작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유행하는 말로 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군요.

정해광 : 네, 가능성에 대한 얘기죠.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 오늘은 아프리카 미술관 정해광 관장을 초대해 우리가 잘 몰랐던 아프리카 미술, 그 검은 대륙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지금 아프리카 미술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최근 들어서 중국이 뜨면서 중국미술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정해광 : 저도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프리카 문화 지형도를 쓴 코비치의 말에 의하면 중국 미술이 뜨게 된 거는 미국 화상들의 입김이 있었다, 그런 것처럼 이번에 베니스 비엔날레에 아프리카관이 만들어진 것도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정보가 있거든요. 그런 면에 있어서 현대 미술의 흐름이 미국의 그런 걸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중국 미술은 이미 포화상태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박인규 : 벌써 그 정도까지 가 있습니까?

정해광 : 네, 그렇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세계적인 미술 기업가라고 할까요. 갤러리 하시는 분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중국을 거쳐서 아프리카까지 간다는 말씀이군요.

정해광 : 인도를 거치고 이제 아프리카로 진입하고 있는 단계죠.

박인규 : 우리도 한 번 가능성을 볼 수 있겠네요. 정해광 관장께서는 주도적인 문화생성이 중요하다, 그런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정해광 : 대등함에 대한 얘긴데요, 우리 같은 경우에는 서구미술의 흐름에 쫓아가는 그런 건데, 사실 우리가 세계 미술 주도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 미술에 대해서 유럽 화상은 예전부터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 미국 쪽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앞서서 관심 갖고 작가를 발굴해서 그런 작가들을 미국 첼시 가에 소개 할 수 도 있고, 물론 미국 화상들도 그런 일을 하지만, 그거하고 대등하게 우리가 세계 미술사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우리는 아직까지 미술하면 유럽 그중에서도 파리, 뉴욕, 예를 들면 예전에 이응로 선생 같은 분들을 세계무대에 진출하신 분들이다 생각하고, 미술의 잣대랄까, 서유럽에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 화상이 됐건 평론가가 됐건, 그런 수준들이 아프리카나 중남미나 혹은 동남아나 그런 제 3세계에서 주체적으로 문화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역량이 되겠느냐, 이런 회의론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정해광 : 물론 다문화 차원으로 접근을 할 수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세계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거 뭐냐 하면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 중심으로 문화를 이해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아프리카나 동남아, 혹은 중남미에 대해서 자체적인 독자적인 해석을 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결국 그런 것들을 소개하고 세계 미술 시장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에는 역량이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서구의 미술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문화를 보면서 거기서 새로운 문화의 가치를 만들어서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가 있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 걸 해 보자, 그런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정관장께서 아프리카관을 개관하신 것도 우리 주체적으로 제 3세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보자, 그런 것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겁니까?

정해광 : 제가 전에 얘기한 것처럼 아프리카를 보는 시각이 서구에 있어서는 기독교의 테두리 안에서 보기 때문에 종교적이라고 명제를 내리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시각을 가지고 아프리카를 볼 때, 그것이 결코 틀린 시각이 아니라는 거죠. 왜냐하면 이미 다양함을 가지고 있는데 그 다양함에 대해서 우리가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세계 미술 시장에 새로운 해석을 가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서유럽에서는 자기의 잣대에서 아프리카 미술을 전위적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동양적 인문학과 통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다음 달에 세네갈에서 열리는 다카르 비엔날레에 한국관 커미셔너로 활동하신다고요? 커미셔너라는 게 어떤 역할을 하는 겁니까?

정해광 : 다카르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가 중앙대 김선도 교수, 사석원, 이목을, 박방영, 김종오, 임만혁, 정혜윤, 그리고 사진에 민병환 선생하고 김광수 선생이 있는데, 그 작가들을 핸들링해서 조직을 하는 거죠. 화랑가나 평론가의 도움을 받아서 작가를 선정해서 그 작가를 다카르 비엔날레에 가서 소개를 하는 일을 하는 거죠.

박인규 : 지금까지는 아프리카의 미술품을 수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줬는데, 이번에 하시는 일은 우리나라의 아프리카에 알리는 거네요. 그 정도의 실력을 인정받게 된 데는 그동안의 수집활동에 따른 결과인가요?

정해광 : 운도 있겠고요, 일단은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열정이 주변 분들에게 많이 어필이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아프리카 사람들이 우리나라 작품을 직접은 아니고, 도판으로 봤겠지만, 보고 좋으니까, 한국관을 개설했겠죠. 한국 작품에 대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일반적인 평가는 어떻습니까?

정해광 : 일단은 아프리카 작가들은 흡수성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한국 작가의 그림을 보고 생소함 이전에 호기심이라든가, 작가들과 교류하고 싶고 지난 1월 초에 다카르 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만났을 때, 저보다도 오히려 광주 비엔날레에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세네갈의 다카르 비엔날레 참여가 한국과 세네갈의 문화예술 교류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시더라고요.

박인규 : 말하자면, 정관장 하시는 일이 이른 바 문화의 일방통행이 아니고 아프리카 미술이 우리나라에 오고, 또 한국 미술이 아프리카로 가고, 그런 역할을 하시는 것 같은데, 편견인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미술계 출신 인사가 아니시잖아요?
미술계에서는 정해광 관장이 하시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정해광 : 그런데 아프리카 미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드뭅니다. 상업적인 논리에 의해서 하는 분들은 많지만, 그런 면에 있어서 학문적이면서도 콜렉터에 입장으로 다가가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정관장님 하시는 일이 잘 돼서 한국과 아프리카 간의 문화 교류의 단초가 됐으면 좋겠네요. 요즘 보면, 젊은이들의 관심이 나이 드신 분들보다는 다양해져서 유럽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로 여행가시는 분들도 많고, 아프리카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20년 이상 아프리카 문화를 접해 오신 입장에서 아프리카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또 아프리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거 이런 거를 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조언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해광 : 제가 한 2년 전에 전시회를 했습니다. 그때 초등학교 3학년이 엄마랑 같이 와서 봤는데, 엄마가 아이한테 물었어요. 얘, 너 전시회 보고 뭘 느꼈니?. 초등학교 3학년이 하는 말이, 아프리카 하면 더럽고 가난하고 병도 많고 전쟁도 많은 줄 알았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이런 작품을 만드는 걸 보니까 얘네들 마음이 참 부자네. 저는 이 얘기를 듣고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요. 우리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한 것처럼 제가 지금 그 말에 힘을 받아서 미술관을 세웠는지도 몰라요.

그런 면에 있어서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꼬마애가 말했던 것처럼 그런 마음 때문에 아프리카에 대해서 많이 두려워하고 다니면서 겁도 많이 내고 하는데 사실 우리랑 사는 게 똑같습니다. 시골에 가더라도 인터넷 다 있고, 휴대전화 다 가지고 다니고, 다만, 조심해야 될 것은 대도시에서는 밤에 안 돌아다니면 그것 외에는 큰 문제점은 없는 것 같아요.

잠비아에 가면 서민들이 사용하는 지폐가 500콰차하고 100콰차짜리가 플라스틱 지폐입니다. 그게 왜 플라스틱 지폐인지, 그들의 삶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 알지 못해요. 왜냐하면 아프리카 노동자들은 일을 많이 하고 또, 손에서 땀이 많이 납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종이 지폐면 헤질 수 있는데 플라스틱은 젖지 않으니까, 그게 나중에는 닳아서 그림이나 숫자도 안 보이지만 색으로써 화폐가치, 얼마짜리인가를 아는데, 알 수가 없는 거죠. 결국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손을 포옹을 해 보지 않으면 왜 이들이 플라스틱 지폐를 쓰는지 모른다는 거죠. 결국은 차별 없이 대하고 스킨십하고 그러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박인규 : 정해광 관장 개관하신 아프리카 미술관을 계기로 한국과 아프리카 간의 상호 이해관계가 확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해광 : 감사합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아프리카 미술관 정해광 관장을 초대해 우리가 잘 몰랐던 아프리카 미술, 그 검은 대륙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박인규였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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