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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의원들, 당선 때의 초심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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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8대 의원들, 당선 때의 초심 잊지 말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10]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공천파동 등 여러 논란 속에서 치러진 제18대 총선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해 국회는 여대야소 구도로 재편됐으며 여기에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 등 비한나라당 보수진영도 약진하면서 10년만의 완전한 정권교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이런 보수 대세론 속에서 노선과 정체성 논란 등 내부 갈등에 휩싸인 진보진영이 과연 어떻게 재기할지가 18대 국회의 새로운 과제가 됐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동국대 정치학과 박명호 교수를 초대해 제18대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수입니다. 박명호 교수는 1964년 서울 출생으로 88년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2002년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부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선거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한국정치학회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입니다.

박인규 : 무척 바쁘실 텐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저희가 대선 결과를 같이 분석했고 이번에 총선 결과를 분석하게 됐는데요. 어제 드디어 총선이 끝났는데 당초 출구조사보다는 적지만 어쨌든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절묘한 균형이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박명호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박명호 : 사실 민주주의라는 체제는 다수의 판단의 신뢰를 전제로 하고 있거든요. 다수의 판단이 옳다. 한 사람 개인의 판단보다는. 그런 의미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절묘한 선택이었고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경우에는 기회와 경고를 동시에 준 것 아닌가. 아직도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단 지난 100여일이랄까요, 인수위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보여줬던 행태에 대한 일부 경고의 의미도 갖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따라서 양날의 칼이 된 셈이죠 한나라당에는. 민주당의 경우는 이번 총선을 보면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층이 이탈했지만 이것이 갈 곳 모르고 사실 민주당으로도 가지 않고 부동층으로 떠도는 현상이 나타났거든요. 그것은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메시지가 민주당을 아직 대안세력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민주당이 좀 더 분발해야 되고 나름대로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는 그런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이 준 것 아닌가. 따라서 민주당 입장에서도 역시 칼날 위에 서있는, 즉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온, 그런 메시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인규 : 어떤 분이 이번 총선은 국민이 모든 정치세력에 대해서 회초리를 든 거다. 그런 말씀도 하셨는데 유사한 분석이신 것 같네요. 지난 총선과 비교해서 이번 선거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명호 :
지난 총선은 2004년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 경우 보면 보수우위가 이번에 확실하게 바뀌어버린 셈이죠. 지난번에는 전체적으로 진보우위의 국회였다면 이번에는 한나라당, 비한나라당류의 보수세력이 전반적인 의회를 장악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고. 두 번째로는 여성 의원이 최다로 이번에 등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역대 사상 최대가 아닐까 싶고. 그 다음에는 2004년 총선의 경우는 사실 초선이 역대 최다였는데 이번에는 평균연령이 잠정적이지만 지난번보다 올라갔어요. 그건 뭐냐면 중진들이 부활을 많이 했다고 볼 수 있고 특히 몇몇 선거구에서는 잊혀졌던 인물들이 다시 재기해서 여의도로 돌아오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들이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 아닐까 생각됩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국회가 보수우위로 바뀌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고,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거의 모든 지자체를 한나라당이 가져갔고. 그러다 보니. 게다가 앞으로 2년 동안은 선거가 없다. 이 정치체제가 계속 간다. 행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를 보수가 갖게 됐으니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제 이런 것들이 굉장히 탄력을 받을 거라는 전망들이 나오는데요

박명호 : 그렇죠. 아무래도 보수세력 위주로 짜여져 있고 이명박 정부의 아이콘이랄까 경향성 자체가 탈규제, 성장, 효율 위주라고 한다면 저런 것들에 대해서 정책적인 합의까지는 아니지만 방향성이 비슷한 세력이 주류를 이뤘다고 봐야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했던 정책적 방향에 대한 뒷받침이 국회에서 가능하리라 생각되고. 동시에 진보세력이 사실 거의 지리멸렬 단계로 축소돼버렸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보수만능주의는 우리가 결국 피해야 될 상황이고. 또 사회적인 약자라든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또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보수세력으로선 이번 총선에 대해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각에서는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최악의 총선이었다는 말씀도 나와요. 그 이유 중 하나가 46%의 투표율. 역대 사상 최저다. 이건 표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심지어 전체 주민의 한 10% 정도의 지지로도 당선된 분도 있으니까, 민주주의의 위기다. 투표율 저하 어떻게 봐야 될까요?

박명호 : 궁극적으론 민주주의의 위기가 맞죠. 어쨌든 대의민주제라는 건 우리가 대표를 선출해 놓고 그 대표로 하여금 우리 역할을 대행하게 하는 건데, 그 대표 선출과정에서 선출해야 될 사람들 대다수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대표의 정당성 대표성 문제가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두 가지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한쪽에서 보게 되면 50% 이하로 떨어지게 된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투표율이라는 게 꼭 높아야만 되는 것이냐. 꼭 어느 정도 이상 돼야 되는 것이냐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되지 않나 생각되는데, 대체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태까지 투표율이 높았기 때문에, 또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전국규모선거 사상 가장 최저고, 역대 통상적으로 보면 지방선거보다는 총선이 그래도 높아왔는데, 이건 지난 2002년 지방선거의 투표율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것 때문에 우리 민주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특히 이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서지 않고는 여러 가지 해결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박인규 :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면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과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인데, 그렇지는 않더라도 이번에 보면 무슨 쿠폰입니까? 주차비를 깎아준다거나 그런 게 나왔는데 그런 식의 인센티브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요?

박명호 : 물론 활용 가능하죠. 또 일부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단기적인 처방에 머물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요구되는데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게 되면 공천이 이번 선거 같은 경우 너무 늦게 이뤄져서 그런 부분에서 국민들의 무관심을 상당히 유발한 측면이 있고, 따라서 공천을 일정 시기까지는 완료하도록 제도화 또는 강제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고. 보다 근본적으로 정치권 전체에 낮은 투표율은 책임을 물은 거라고 봐야 되거든요. 따라서 정치권 전체가 신뢰회복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박인규 : 각 당 상황을 좀 보죠. 한나라당이 이번에 153석을 얻었고 여기다가 같은 보수라고 할 수 있는 친박연대, 자유선진당을 합치면 185석, 또 무소속까지 합치면 200석이 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가 굉장히 힘을 가질 거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한나라당 내에 이른바 친박 의원들을 빼고 나면 이른바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의원들은 120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추진력은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다른 해석들이 있던데요. 어느 쪽이 맞다고 보십니까?

박명호 : 아직까지는 조금 더 상황을 두고 봐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결론적으로 보게 되면 어쨌든 이명박 정부의 정무기능의 강화가 불가피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당내에는 박근혜계라는 실체가 있는 정치세력을 이번 총선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당내 의사를 결집해가는 과정에서 어찌됐든 동의와 협조가 불가피하게 필요할 것이고, 그 고비를 넘기게 된다면 보수층, 보수적인 정당이나 인사들에 대한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설득력, 협상력, 이런 것들이 보다 이전보다는 요구되지 않겠나 생각이 드는데.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일부 주도적인 역할을 해줘야 될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상당히 낙선하지 않았습니까? 이재오 의원, 이방호 사무총장 이런 경우는 예측을 못했을 텐데. 이재오 의원 같은 경우는 낙선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정말 결과가 그랬겠느냐. 그리고 이방호 사무총장이나 박형준 의원의 경우는 사실 상당히 의외라고 봐야 되거든요. 여권 핵심에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 아니겠는가,

박인규 : 말하자면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는 아마 힘들 것이다.

박명호 : 그렇죠. 특히 정치라는 영역 자체가 효율성의 잣대로만 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생각되거든요. 좀 느리고 복잡하고 좀 고통스럽더라도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이 공동체를 위한 영역에서 행 되는 부분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그걸 가장 솔선수범해줘야 되는 건 역시 힘있는 권력을 가진 층이고 권력을 가진 쪽에서 먼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박인규 :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 대해서 박근혜의 총선이란 말도 나와요.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친박계 의원이 당 내외를 합치면 5,60명이라고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앞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 어떻게 봐야 될까요?

박명호 : 이번 총선의 최대수혜자 중 한 명이 역시 박근혜 의원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선거의 여인? 그녀가 나서면 선거는 거의 결정된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고요. 예전에는 어떻게 보면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만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영남 전역으로 퍼진 셈이 됐고 남쪽 끝까지 영향력의 범위를 확대한 셈이 됐습니다. 따라서 실체가 분명해졌다고 보여지는데, 그런 면에서는 동시에 책임도 공유하게 되는 그런 묘한 위치에 처해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박인규 : 나름대로 상당한 권력을 가졌으므로 거기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된다.

박명호 : 그렇죠. 책임도 결과적으론 언젠가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거고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총선에서 어쨌든 최대 수혜자면서 동시에 최대 고민을 본인의 행보와 관련해서 어찌됐든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면에선 주목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박인규 : 당초 한나라당에서는 이른바 절대안정과반이라고 하는 168석을 희망하고 기대했는데 실제는 153석이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당을 뛰쳐나간 친박연대 또는 친박무소속연대 의원들과의 결합이 필요한 거 아니냐 설왕설래가 있는데. 예를 들면 박근혜계의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당선자 같은 경우는 조건 없이 한나라당에 복귀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고 한나라당도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 친박연대나 무소속 친박의원들의 복귀, 결합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 ⓒ프레시안

박명호 :
이건 참 두 가지 측면에서 서로 고민될 것 같아요. 특히 한나라당 입장이 참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일단 원칙적 입장에서 보면 당헌당규상 불가하게 되거든요. 해당행위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또 선거 과정에서 당 지도부에서 몇 차례 언급했습니다. 당선되더라도 받지 않겠다는 원칙적인 입장.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현실적인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약간 넘긴 과반수기 때문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과반수라는 거거든요. 따라서 안정과반수, 정책적인 필요성 등등 때문에 친박연대라든가 무소속친박연대에 대한 나름대로의 영입작업이 불가피하게 되는데 복당을 허용할 것이냐 허용하지 않을 것이냐 하는 부분이 이제 아무래도 한나라당의 공천책임론과 더불어서 앞으로 논란의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고. 이 부분은 역시 박근혜 의원측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 그리고 그런 필요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한나라당 주류 측에서 어느 정도 감싸안을 수 있고 어느 정도 거래를 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그 문제 관련된 교섭이나 협상은 예상된다.

박명호 : 그렇죠. 시간이 문제지 결과적으론 불가피하지 않나 생각되고요. 친박연대나 무소속 의원들 입장에서 볼 때 향후 의정활동의 입장에서 보면 무소속이나 소수정당 입장에 남아있는 것보다는 원래 있었던 정당이긴 하지만 거대 주요정당의 당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기 때문에 서로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선에서는 맞춰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박인규 :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과는 성향이 다르긴 합니다만, 예상 외로 선전했어요. 충청권...충남권은 거의 석권하다시피 했고 목표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었는데 딱 2석 모자라게 됐습니다. 벌써부터 무소속을 영입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데, 자유선진당의 앞으로의 행보. 특히 이명박 정부와의 협력 경쟁관계 어떻게 보십니까?

박명호 : 이번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급조정당이 많았다는 거거든요.

박인규 : 그렇죠. 친박연대는 열흘인가밖에 안 됐고

박명호 : 그렇죠. 그게 참 기네스북에 오를 일일 겁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정당과 같은 조직체를 만들어서 총선에 참여하고 의미있는 의석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은 한국적인 상황 아니고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박인규 : 역동성의 산물

박명호 : 좋게 보면 역동성이고 나쁘게 보면 상당한 불안정성을 갖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자유선진당의 경우는 이회창 대표라는 정치적 카리스마가 있는 나름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만 역시 지역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 된 거죠. 결과적으로는. 그리고 원내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했습니다만 상당 기간 동안은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정치적 명분을 차지할 수 있는 역할을 일정 기간 동안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박인규 : 이번에는 눈을 좀 야권 쪽으로 돌려보죠. 민주당 같은 경우는 당초 목표는 개헌저지선 100석이었지만 사실 내심으론 80석만 돼도 좋겠다고 얘길 했어요. 어쨌든 81석이 되긴 했는데 당내 이른바 지도자급...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후보, 이런 분들이 줄줄이 낙선을 하셔서 과연 지도력의 공백, 지도부의 위기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들이 나오는데 앞으로 향로 어떻게 보십니까?

박명호 : 민주당이 상당히 어려운 입장에 빠졌죠. 어찌됐든 당의 간판급 인사들이 줄줄이 낙선한 셈이 됐거든요. 특히 수도권에서 완패한 게 아주 뼈아프지 않나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지역 위주의 정치였고 각각의 텃밭을 놓고 공동으로 경쟁하는 지역이 수도권이었는데 야당 입장에서 수도권에서 전멸 또는 완패한다는 것은 거의 전국적인 승부에서는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일 수밖에 없는데, 간판급들이 나섰는데 지금 다 낙선을 했단 말이에요. 따라서 상당한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무엇보다 통합민주당이라는 당을 만들어서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심어주지 못했어요. 대안세력이라고 하는 가치를 심어주지 못했다는 거죠. 따라서 부동층이 늘었는데도 결국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거거든요. 따라서 리더십의 공백을 메꿔가면서 동시에 한나라당이나 보수세력이 담당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가치와 비전, 대안을 적절히 제시해야 될 과제를 민주당이 안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박인규 : 앞으로의 대안 제시가 중요하다.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말이죠. 충청도라든가 특히 경남, 말하자면 예전에는 민주당이 어려운 부분에서 선전을 했다. 어떻게 보면 전국정당으로서의 조건이 가장 잘 돼 있다, 이런 부분은 긍정적이지 않느냐는 말씀도 하시던데요

박명호 : 그렇죠. 골고루, 적어도 상징적인 숫자 이상으로 당선자를 낸 건 분명한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도권에서의 완패가 뼈아프지 않나 생각됩니다. 수도권이 가장 많은 의석을 갖고 있고 수도권이 결과적으로는 총선의 승부를 가르는 곳인데 적어도 절반은 갔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죠

박인규 : 8,90년대까지만 해도 여촌야도. 서울은 거의 주로 야당이 강세인 지역이었는데 이게 확 바뀌어 버렸어요. 그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세요?

박명호 : 그렇습니다. 대선에서부터 나타난 현상인데,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수도권에서 압승을 했고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거든요. 왜 이런 일이 나타나느냐, 여러 가지 데이터를 분석해봐야겠습니다만,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변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번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곳이고.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들이라고 봐야겠죠. 그것은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고 보여지지만 이번의 경우는 투표에 불참한 경우가 많지 않았는가. 민주당의 지지층 결집효과가 결과적으로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 아니겠는가, 이렇게 보여지는 거죠.

박인규 :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만한 정치적 매력, 대안이 없었다.

박명호 : 그렇습니다. 거기 걸맞는 가치와 비전, 나름대로 유권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그냥 견제론에만 안주했다는 거죠.

박인규 : 스스로 진정한 진보정당이라고 자처해왔던 민주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는 둘로 갈라지면서 기존의 민주노동당은 5석으로 나름대로 선전을 했고 진보신당은 한 석도 못 얻었어요. 우선 강기갑 후보의 승리는 상당히 화제가 됐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일부에서는 강기갑 후보의 능력도 있지만 공천파동에 대한 친박인사 쪽의 지원도 힘이 있었다고 말씀하시던데요

박명호 : 제가 오늘 아침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한테 이번 총선 최고의 스타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강기갑 의원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역시 최고의 스타 아닌가 생각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방호 의원을 꺾었기 때문이거든요. 이방호 의원의 낙선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한나라당 공천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라고 봐야 됩니다. 거기 적절하게 편승한 것이 강기갑 의원이라고 봐야 되고, 그런 호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았으면 이와 같은 명승부는 좀 힘에 부치는 것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데, 강기갑 의원과 권영길 의원을 민노당에서 탄생을 시켰지만 어찌됐든 지난 2004년 총선에 비하면 절반으로 딱 떨어지고 말았거든요. 진보신당도 마찬가지고요,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막판까지 역투를 했지만 역시 쉽지 않은 게임이 됐거든요. 그걸 보면 진보신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진영 전체에 대해서 국민들이 심판한 거라고 봐야 돼요. 특히 분열하고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같은 성향의 표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밖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보면 2004년의 어떤 신선미가 2008년에는 많이 떨어진 거예요. 진보세력에 대한. 그건 거대담론에만 매몰돼 있었던 한계가 아닌가 생각되고. 이제는 그런 어떤 거대하고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뭔가 손에 잡히는 그 무언가를 유권자들은 원하고 있다.

박인규 : 실질적 성과를 보여달라.

박명호 :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상력은 풍부했는데 현실화할 수 있는 창의력 자체는 사실 빈곤함에 머물러 있었다고 봐야 되겠죠

박인규 : 이른바 종북논쟁을 통해서 누가 진보정당의 정통이냐를 이번에 겨룬 건데 결국은 민노당이 현실적으로 이겼어요. 이 두 당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박명호 : 사안별로 공조체제가 좀 나타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원내에 진출한 건 민노당밖에 없기 때문에 진보신당은 나름대로 당세를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고. 이번의 경우 사실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진보신당의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의 후보로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당세가, 홍보가 약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이번 총선의 전국적 스타라고 하면 민노당의 강기갑 후보가 계시고, 또 하나는 은평을에서 이재오 의원을 꺾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인데, 이 분은 지난 대선에서 사실 야권... 그 당시엔 여권이었지만 그쪽의 구심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많았고. 이번에 원내에 진입함으로써 문국현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진보개혁 진영의 정계개편이랄까, 성급하긴 합니다만 그런 얘기가 나오거든요.

박명호 : 그렇죠. 문국현 당선자의 경우는 나름대로 개인 브랜드는 확실하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 됐어요. 그걸 얼마나 정당이라는 조직으로 체화시키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고 지난번에도 대선 후에 상당한 삐걱거림이 있지 않았습니까? 현실정치의 벽을 이번에 원내에 진입해서 얼마나 허물어낼 수 있느냐, 얼마나 적응해낼 수 있느냐가 말씀하신 것 같은 진보진영 개편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연결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총선에 대해서 보수와 진보의 분화 속에서 보수가 약진했다는 평가를 많이 하는데, 어쨌든 이러한 정계구도가 2년간 계속된다면 이명박 정부로서는 상당한 행정에서의 추진력을 갖게 될 텐데, 앞으로 이명박 정부에서의 정책수행... 물론 규제철폐나 규제개혁 등을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명호 :
아무래도 성장, 효율, 탈규제의 방향으로 나갈 거란 생각이 들고요. 대운하 관련한 부분에서 아마 논란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전반적으로 경제살리기 관련된 정책적 방향에 대해서는 아마 국민들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일정 기간 두고 보자는 의견이 많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대운하는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대운하의 경우는 이재오 의원의 낙선으로 일단 개인적인 생각으론 정치적 심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따라서 대운하 부분에서는 국민의 의사를 공식적으로도 자신들이 확인한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런 절차를 밟아서라도 나중에 철회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국민의사에 부합하는 거 아니겠냐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도 추진하겠다는 측과 막겠다는 측의 의사가 너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보여집니다.

박인규 : 하긴 박근혜전 대표나 친박의원들은 대운하 반대를 하신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아서 당내에서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박명호 : 당내에서조차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건데, 제가 또 하나 주목하고 싶은 것은 총선 과정에서 지방을 다녀봤더니 영남지역과 수도권지역, 영남 이외 지역에 대운하에 대한 온도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영남지역 후보들은 대체로 대운하 관련한 긍정적인 정책제시를 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외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는 그걸 상대적으로 피하고 싶어하는, 그걸 굳이 언급하려고 하지 않는 입장이 강하지 않았나 싶어서 한나라당 내의 지역적인 차이, 이런 부분도 앞으로 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민주정치가 발전하려면 정당정치의 활성화, 정책선거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이번 총선을 통해서 오히려 정당정치가 많이 후퇴했다. 특히 친박연대라든가 이런 건 박근혜당, 선진당은 이회창당, 이런 식으로 인물 위주로 정치세력이 분화하는데 이런 부분을 도대체 우리가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건지

박명호 : 그건 참 이번에 상당히 퇴행적이라고 봐야겠죠. 특히 특정인을 상징하는 당명을 사용하기는 아마 역사상 처음 같고, 외국에서도 사실 흔하게 찾기 어려운 것 같은데 그만큼 우리 정치, 정당정치의 불안정성 아닌가 생각되는데,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천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너무 늦은 공천이었거든요. 제도화되지 않은 공천이었고.

박인규 : 또 하향식이었고

박명호 : 그렇죠. 무조건 갖다가 꽂는 식의 공천이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박인규 : 지난번 대선과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정해준 정치구도에 따라서 앞으로 2년간 정치를 해야 될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18대 국회가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18대 국회가 나아가야 될 방향, 당선자들에 대한 제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박명호 : 다른 것보다도 어제의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선자들이 그 마음을 끝까지 가져간다면 그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는 건 아마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거고. 존경받는 정치인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지면서 그걸 잊게 되는 거죠. 처음 그 마음, 초심을 끝까지 잊지 않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다음 또 하나는 우리 정치의 제도화 관련해서 의화, 국회라는 건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에 주가 있거든요. 따라서 여와 야라는 건 2차적인 문제고 1차적으로는 국회, 국회의원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는 바로 그런 동업자정신이 일단 무엇보다도 당선자들한테 가장 요구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부탁드린다면, 이번에 공천문제를 기화로 해서 정당정치가 상당히 퇴행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건 공천에서 문제가 시작됐거든요. 따라서 공천제도에 대한 어떤 검토와 대안제시노력이 지금부터 시작돼서 2012년 총선 때는 마무리될 수 있게끔 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박인규 : 어쨌든 지난번 대선과 이번 총선을 통해서 우리 정치에 대한 민의의 표출은 다 이뤄졌습니다. 앞으로는 그 민의를 받들어 정치지도자들이 잘 해나가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명호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동국대 정치학과 박명호 교수를 초대해 제18대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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