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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국민과의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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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 대선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국민과의 교감'"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09]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안병진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투표하셨습니까? 지금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요 지금 이 순간 미국에서도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혹은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미국학 전문가인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안병진 교수를 초대해 미국 대선의 현황과 민주주의 교육장으로서 선거의 의미에 대해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안병진 교수입니다. 안병진 교수는 1967년 대구 출생으로 91년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2003년 미국 뉴 스쿨 포 소셜 리서치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경희 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클린턴과 노무현의 탄핵 정치학>이 있습니다.

박인규 : 선거일이 공휴일인데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병진 : 아닙니다.

박인규 : 투표는 하고 오셨어요?

안병진 : 네. 아침 일찍 하고 왔습니다.

박인규 : 이번 투표율이 50%가 안 될 거라는 우려가 많던데요, 우리나라는 작년 12월에 대선을 치렀고 4개월도 안 돼서 총선을 치르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번 총선을 어떤 생각으로 맞이하셨습니까?

▲ ⓒ프레시안

안병진 :
저는 이번 총선이 그간 예측돼온 한국 사회의 대전환이랄까요. 이런 대전환의 본격적인 기폭제, 신호탄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죽 해왔습니다. 작년 초에 제가 한 글에서 대한민국의 체제의 전환이 시작될 것이다.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저희 학자들 용어로 레짐 체인지라고 부르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그 신호탄이었고 이번 총선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정신... 보수, 시장 중심, 혹은 시장이 신이 되는 세상, 이런 체제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 아닌가. 반면에 개혁 혹은 좀 더 진보적인 진영들은 그런 새로운 시대 속에서 새로운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새로운 적응기, 새로운 정체성 구성의 시기, 그런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시장중심사회로의 체제전환,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또 일각에서는 87년에 시작된 민주화시대가 20년 만에 끝났고 선진화시대로 진입한다는 말씀도 하시는데, 체제전환이 좋은 방향으로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씀하시고 선거 때야말로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밝힘으로써 사회의 방향을 저어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미국 같은 경우는 작년부터 대통령선거를 위한 경선이 진행되고 있고 공화당은 마무리가 됐죠. 민주당은 아직도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버락 오바마, 또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막상막하의 대결을 하고 있어요. 현재 민주당 경선 어떻게 보십니까?

안병진 : 한국 사람으로서 민주당 경선을 볼 때마다 좀 부러움 같은 게 느껴집니다. 미국도 우리만큼 현재 문제가 많은 나랍니다. 현재 미국도 새로운 대전환의 시기, 그간 경제의 침체라든지 미국의 경제의 거의 패권의 쇠퇴 이런 상황 속에서 대전환인데 그런 상황 속에서 그래도 단순하게 퇴조하기보다는 새로운 제2의 존F 케네디. 그런 변화를 꿈꾸는 후보, 혹은 미국에서 가장 잘 준비된 정책적 후보라고도 얘기하는 힐러리. 뭐랄까요, 한 명 갖는 것도 참 행운인데 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책적으로 준비된 사람과 제2의 케네디와 같은 비전. 이 두 후보가 경쟁한다는 것, 그런 게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여전히 갖고 있는 미국의 잠재성을 보여주는 선거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박인규 : 무엇보다도 버락 오바마 후보 같은 경우는 연방 상원의원 된 지가 3년밖에 안 됐고 흑인이라는 핸디캡도 있는데 미국의 대통령후보에 아주 근접해 있어요. 아, 정말 이게 가능한 것인가. 그런 다크호스로서의 후보가.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것인지, 좋게 말해서 미국 정치의 저력이냐, 이런 말씀도 하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병진 : 사실 오바마 후보 같은 경우는 안 좋은 점을 거의 다 갖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흑인에다가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존F 케네디 같은 예외는 있지만 굉장히 어렵고. 그것도 초년 상원의원이라는 것은 정말 미국에서, 정말 아래로부터 천천히 대통령까지 밟아가는 상황에서 겨우 초년 상원의원이라는 건 치명적 결격사유죠. 그런 모든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제2의 존F 케네디, 폭발적 혜성이 될 수 있는 건 미디어효과라는 얘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오바마를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요

박인규 : 그런 정치경력 상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지금 유력한 대선후보가 된 비결이랄까 어디 있습니까?

안병진 : 비결을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추상적으로 얘기드리면 진정성이라고 할까요? 흔히 정치인들이 하는 말들. 우리도 선거 때마다 국민통합, 당을 넘어서겠다, 이런 얘기는 하도 들어서 지겹잖아요.

박인규 : 말씀은 좋은데 어떻게 할 것 같지가 않다. 진짜가 아닌 것 같다.

안병진 : 네. 그런데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유권자들은 굉장히 섬세하고 현명합니다. 일부 미디어정치의 광고 몇 번에 현혹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가슴 속에서 정말 당을 넘어서서 미국의 큰 문제를 해결할 만한 진정성, 포부를 갖고 있는가를 감별할 수 있죠. 오바마의 연설을 듣고 비판적인 사람은 부흥성회 같다고도 얘기하는데, 거기엔 정말 당을 넘어서서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정, 진정성, 희망 이런 것들을 유권자들이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그리고 그것은 어떤 징후로도 드러나는데, 클라인이라고 굉장히 미국 정치에서 탁월한 정치평론가가 있습니다. 프라이머리컬러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영화의 원작소설가이기도 한 그 사람이 잘 지적하던데요. 오바마의 연설을 들어보면 I. 영어로 I니까, '나'라는 이야기를 별로 쓰지 않는다. WE라는 얘기. 본능적으로 이 사람의 뇌구조에는 우리 미국, 미국이 함께 새로운 희망을 건설해나가고자 하는 데 대한 강고한 믿음이 있는 거죠. 우리나라 역대 정치인들 연설을 잘 보시면 제가 여기서 누구라고 말씀드리진 않겠지만 퇴임대통령 중에서 '나'라는 말을 엄청나게 쓰신 분이 계셨거든요. 그 분의 국정운영은 최악이었죠. 어떤 오바마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자기 자신, 자기 당파보다는 미국의 새로운 비전에 대한 진정성, 믿음, 이런 걸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미국과 미국 국민을 제대로 이끌겠다는 진정성이 국민을 설득시켰군요. 힐러리 클린턴 같은 경우는 이미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할 때도 남편보다 낫다는 말도 듣고. 말씀하시면서도 정책적으로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고 하셨는데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강점이라면 어떤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안병진 : 힐러리 후보의 강점은 방금 말씀드렸단 가장 중요한 정책에 있어서 모든 큰 틀과 세부의 틀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준비라고나 할까요. 사실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퍼스트레이디로서 의료보험의 수장이 되었을 때. 막 클린턴 행정부가 희망에 차 있었을 때 부인을 임명했지 않았습니까. 그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했죠. 특히 공화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의 모든 것들을 싫어하는, 하다못해 힐러리의 옷 스타일까지도, 정말 문화적으로 코드가 안 맞으니까요. 그랬던 의원들이 의료보험 청문회에서 공화당 모든 의원들이 힐러리의 팬이 돼서 나왔습니다. 왜냐면 그 정책적인 설명에 있어서 그 정책을 설령 반대하는 사람들도 매료시킬 수 있을 만한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에요. 한 공화당 의원은 끝나고 나서, 옆에 있는 기자한테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차라리 힐러리가 대통령이 됐으면 훨씬 더 잘했을 것 같다. 그 정도였죠. 물론 그 이후 공화당은 힐러리 죽이기. 의료보험개혁실패로 몰아가기 위해서 노력도 했지만 어쨌든 엄청난 인상을 받았던 건 사실입니다.

박인규 : 노련한 정치가 힐러리 클린턴 대 진정성을 가진 정치신인 버락 오바마의 대결인데, 지금 흐름은 버락 오바마 쪽이 이기는 것 같다고 많이들 언론보도가 되고 있어요. 어떻게 보십니까 앞으로 전망을?

안병진 : 확실하게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요, 선거라는 건 특히 미국은 역동적이니까요. 그러나 현재로 봐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힐러리의 패색이 다소 짙어진 것이 사실 아니냐. 왜냐 하면 지금 앞으로 남은 예비경선이 몇 개 남지 않았는데, 만약 앞으로 남은 예비경선이 위너테이크올. 예를 들어 150 개의 선거인단을 이기는 사람이 과반수로 이긴 사람이 무조건 다 가져갈 수 있는 승자독식 방식이라면 힐러리에게 희망이 있을 수 있지만 나머지 선거들이 다 비례입니다. 미국에서 예비경선에서는

박인규 : 득표율 만큼 갈라 가지는

안병진 :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바마가 아직 전체적인 인기에서 힐러리를 5~10% 앞서는 상황에서 남은 선거인단들을 비례로 서로 나눠먹는 상황에서 지금 1629 대 한 1486.

박인규 : 한 150표 가까이 차이나는군요.

안병진 : 그 차이를 과연 얼마나 확실히 좁힐 수 있을까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는 거죠.

박인규 : 민주당 대선후보는 8월 덴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것 같다. 거기서 각 주에서 선발되지 않은 슈퍼대의원들이 결정할 것 같다는 전망들이 많은데요, 슈퍼대의원이라는 게 어떤 겁니까?

안병진 : 슈퍼대의원이라는 건 당연직. 당간부들 중심으로 해서 당의 엘리트들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기가 예를 들어 오바마를 지지하겠다고 선서하거나 힐러리를 지지한다, 이런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선거일까지 언제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는, 말하자면 엘리트들의 재량권을 가진 선거인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은 힐러리를 지지했는데 가만 보니까 오바마가 나을 것 같다. 바꿀 수 있다는 거군요.

안병진 : 네. 내일 바꿨다가 또 다시 오바마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런 대의원이 몇 명이나 있죠?

안병진 : 한 796명 정도로 알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한 390명 정도가 아직도 입장을 표시 안 한 거죠.

박인규 : 혹시 중도에 힐러리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은 있습니까?

▲ ⓒ프레시안

안병진 :
사실 그건 4월 22일 펜실베니아에서 하는 예비경선을 봐야 압니다. 사실 힐러리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치 우리... 옛날에. 지금도 있나요? 펀치백 같은 것. 치면 다시 튕겨들어가는. 클린턴에 대해서 어느 공화당 의원이 비판하니까, 제가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참 당신은 왜 이렇게 생존력이 좋냐, 그 수많은 스캔들을. 그랬더니, 저기요 당신은 잘 모르시겠지만 나는 펀치백 같은 사람입니다.... 라고 하는데 힐러리는 클린턴보다 단수가 하나 더 높습니다. 이념적으로 보면 남편인 클린턴보다 힐러리는 약간은 더 진보적입니다. 하지만 리얼리스트. 현실에서의 생존에 대한 감각은 더 뛰어납니다. 그런 점에서 조기사퇴를 다른 후보 같았으면 이미 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지금까지 아주 강고하게 아주 전투적으로 임하고 있는데, 문제는 22일에 펜실베니아에서 만약, 만에 하나 현재는 10% 앞서고 있지만 패배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힐러리가 계속 경선을 유지하다가 아예 본선을,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그 비판이라는 건 평생 죽을 때까지 가져가는 비판 아닙니까?

박인규 : 그 말씀은 민주당 후보가 빨리 결정돼야 공화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거군요.

안병진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일단 4월 22일 펜실베니아 경선을 봐야 민주당 후보가 오바마가 될지 힐러리 클린턴이 될지 알 수 있겠군요. 반면에 공화당은 일찌감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후보로 선출했는데, 매케인 의원이 영어로 마베릭이라고 합니까, 우리 말로 왕따라고나 할까. 주류 정치인이 아닌데 됐어요. 이건 도대체 어떤 의미냐, 그런 데서 의아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안병진 : 사실 대단한 예외죠. 저는 한 1년 전인가요? 매케인 후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으로도 한 번 나온 적이 있었는데요, 그랬다가 저는 굉장히 망신을 당할까봐. 왜냐면 거의 경선에서 거의 99% 실패한 후보였거든요. 그러나 지금 거의 지명을 따냈지 않습니까? 기사회생에서 이런 기사회생이 없습니다. 정치에서. 그건 자세한 얘기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현재 공화당이 그간 부시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해서 심각한 위기에 몰려 있고 그런 위기 속에서 민심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화당원이 아닌 독립파, 매버릭이란 말이 보여주듯이, 무당파층. 심지어는 민주당층에까지 어필할 수 있는 그런 후보를 내세워야만 그래도 본선에서 한 번 승부를 해볼 만한, 그런 맥락이 매케인이라는 거의 왕따가 된 후보가 지명을 따내는 상황을 기적처럼 만들어낸 거죠.

박인규 : 기존의 주류와는 다른 정치인이 나와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작년의 우리나라 민주당 경선과 비교하면 약간 좀 많이 비교가 되네요

안병진 : 정 반대죠

박인규 : 매케인 후보가 기존 당내에선 주류가 아니지만 민심을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뭐라고 보십니까?

안병진 : 가장 큰 비결은 미국의 아주 병리적 현상. 보수든 진보든 누구나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병리적 현상, 그 중에 여러 개가 있는데 특히 금권선거. 선거자금이 결국 대통령과 의원의 결정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강경하게, 심지어는 대한민국 정치상황에선 사실 이해가 안 되는데, 심지어는 개혁적이라고 하는 미국 민주당 의원들을 야단을 쳐가면서 채찍을 들어가면서 그들을 이끌고 선거자금개혁을 이끌어낸 소위 그 유명한 매케인 파인골드법안. 물론 그 법안의 내용에 논란의 소지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끌어냈다는 건 미국의 보수가 갖고 있는 건강함. 금권선거의 문제는, 마치 한국의 재벌의 문제가 그렇듯이 그건 보수의 이슈가 아니고 진보의 이슈도 아닌 미국의 이슈죠.

박인규 : 미국 정치제도의 약점, 고질적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선거자금 문제를 개혁하는 데 앞장섰다. 그런 것들이 일반 유권자들에게 굉장히 어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이죠, 민주당 같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냐, 이런 식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면 그쪽에서 나온 후보가 아마 이길 것이다라는 게 아마 일반적인 생각인데. 오바마가 됐건 힐러리가 됐건 민주당 후보와 매케인 후보가 이번 11월에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 것이다. 지금 예상은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안병진 : 현재 예상은, 정치평론가들은 민주당 쪽이 아무래도 현 정권의 실정이 심각한 상황.

박인규 : 부시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이 있다.

안병진 : 네. 심지어는 제가 부시 대통령 취임식 때 어느 TV에서 그런 얘길 했는데 아마 미국 역대 최악에서 두 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미국 역사학자들이 한 1년 전인가 표를 했을 때 그렇게 나왔거든요. 그만큼 부시의 실정은 심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구조적으로 유리하죠. 하지만 이번 선거가 대단히 독특한 건 공화당 보수후보로 거의 지명될 수 없는 매케인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지금의 여론조사는 오바마든 힐러리든 거의 막상막하의 승부인 것처럼 나옵니다. 물론 본선에 가면 달라지겠지만. 그런 점에서. 심지어 매케인 후보는 민주당의 존 캐리 후보가 부통령 후보로 탐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층이 매케인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어서 당적도 버리고 공화당 예비경선에 등록을 하는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녔던. 지금은 그런 정도의 팬층은 줄어들었지만. 참 대단히 독특한 후보죠.

박인규 : 결국 민주당이건 공화당 후보건 어느 후보가 국민들의 마음을 가장 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겠군요. 약간 사소한 질문이긴 하지만 미국 최악의 대통령은 누굽니까?

안병진 : 역사학자들의 평이 좀 갈리는데요... 그랜트. 위대한 장군이라고 하는, 위대한 장군이 곧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부패하고 무능하고 경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요. 혹은 존슨이라는, 링컨의 부통령이었죠. 술 취한 채 취임식에 와서 구설수에 올랐던 그런 사람들이 주로 거의 최악의 반열에 듭니다.

박인규 : 그 사람보다 조금 낫지만 역대 2위가 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이 민주주의의 모범국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만. 안병진 교수께서는 미국에서 한 10년 가까이 공부도 하셨고 해서. 미국의 선거운동 문화를 봤을 때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이런 건 배울 만하다.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자 이런 말씀 하시던데 실제로 미국에서 생활해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안병진 : 선거에 자원봉사하는 풀뿌리 차원에서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배울 점들이 사실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많은 경우, 참 훌륭하신 분도 많지만 많은 분들이 무능함을 보이는 이유가 어릴 때부터 아래로부터 철저히 훈련되기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잘 보여서든 아니면 교수직 유지하고 있다가 갑자기 공천을 받는... 그러면서 그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미국의 경우는 예를 들어 고3 때 이미 선거운동에 아주 열렬히 참여해서 나중에 대학교 3,4학년만 돼도 선거에서 웬만한 지역선거의 사무장까지 합니다. 클린턴 같은 경우가 고2, 고3 때. 심지어 어떤 경우는, 이걸 한국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폴리티컬 정키라고 정치의 열광자... 이런 사람들은 중학교 때. 이르죠. 그런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자기 애가 고3 때 어디 선거캠프 가서 24시간 있겠다고 하면 거의 정신 나간 사람 아니고는...

박인규 : 어렸을 때부터 이 구성원의 지지를 끌어내는 여러 가지 훈련을 하는군요,

안병진 : 그렇죠. 그때부터 훈련을 받으니까 나중에 주 상원의원, 하원의원 정도 갔을 때의 실무력과 정책적 준비. 이건 거의 가공할 정도가 되는 거죠.

박인규 : 예전에, 이건 적당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DJ대통령 하실 때 젊은 피를 수혈해야 되겠다, 이래가지고 높으신 분이 유능한 사람을 뽑아가고, 그래서 정치인이 되고 그런 게 아니고 밑바닥부터 올라가는 그런 게 다르군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매니페스토다 뭐다 해서 정책선거가 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검증을 하자.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잘 안 된다는 지적들이 많아요. 미국은 어떻습니까?

안병진 : 미국도 물론 상당히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나라긴 합니다. 우리에 비해서 완전히 모범적 모델이라고 평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면 특히 금권선거, 이런 점에서 우리가 오히려 낫죠. 그리고 지나친 이미지, 이런 부분에서 비판은 받지만 그러나 정책선거라는 점에서는 우리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오랜 검증기간을 거칩니다. 그래서 오바마 후보 같은 경우도 처음엔 쉽게 검증과정에서 한두 달 만에 내공이 부족함을 드러낼 것이다, 뭐 이런 얘기를 했지만 의료보험개혁에 대한 이슈에서, 의료보험에 미국최고의 전문가인 힐러리와 치열하게 논쟁하면서 상대 정책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그 중에서 그 후보의 정책적 준비상태를 만천하게 드러내고 하는, 그런 부분들이 상당히 우리로선 배울 만한 점이 있죠. 지난 대선에서 과연 정책적으로 우리가, 이번 총선에서... 그런 식의 치열한 검증의 이슈를 언뜻 떠올리자면 사실 잘 떠오르지가 않죠.

박인규 : 정책선거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언론이든 유권자든 검증이 제대로 돼야 한다는 말씀으로 볼 수 있겠군요. 그렇지만 미국이 물론 모든 부분에서 앞서간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 지금 우리나라 같은 경우 계속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어요. 선거를 할 때마다. 그러면서 어떤 분들은 우리가 선진국형이 돼 간다는 그런 말씀도 하시는데, 투표율 낮은 부분은 어떻게 봐야 될까요? 바람직한 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안병진 : 투표율이 저하되는 건 아무래도 전 세계적 현상이기는 한데 우리의 경우는 사실 더 추세가 빨라지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할 만하죠. 특히 여러 가지 그건 사실 학문적으로도 많은 논쟁이 필요한 사안인데, 그 중에서 한 가지만 예를 든다면 우리나라 정치가 갖고 있는 보수든 진보든 정치의 반응성... 정치의 반응성이라는 것이 대단히 떨어집니다. .

박인규 : 말하자면 유권자나 국민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으면 그걸 빨리 알아서 대응해야 되는데 잘 모른척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안병진 :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 삶의 세계와의 괴리 같은 게 대단히 큰 거죠.

박인규 : 과연 정치인들이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이나 문제점을 실감하고 있는가. 그런 부분도 지적해 주셨습니다만 미국 정치를 전공하신 입장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정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책선거가 돼야 되고 정당정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말씀도 하시는데, 그런 것과 관련해서 우리 정치가 좀 발전하기 위해서 이런 게 좀 필요하다. 한 가지 정도 있으시면 마지막 마무리말씀 부탁드립니다.

▲ ⓒ프레시안

안병진 :
제가 강조드리고 싶은 건, 정책이나 어떤 비전, 그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리고 정당의 발전도 중요합니다. 저희 정치학자들은 거의 정당 정당 정당... 이 얘기를 하는데요. 저는 글쎄요. 저는 그런 것보다 더 우리는 기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당이란 얘기도 어쩌면 사치스럽다. 정당 이전에, 그리고 정책 이전에. 가장 중요한 건 아까 말씀드린 반응성의 문제. 민심이 이야기하는 이슈들에 대해서 얼마나 치열하게 교감하고 그것을 어떤 정책적 이슈로 만들 것인가, 이런 데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 이것이 가장 저는 중요하다고 보고요.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한국의 천민성을 넘어서는 노력. 천민적 보수가 아닌. 매케인 같은 좋은 사례가 보여주듯이 보수라고 해서 무조건 부패를 좋아할 필요가 없거든요. 보수라고 해서 무조건 금권선거를 좋아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천민성을 넘어선 대중적이고 창조적 보수와 진보로 거듭나야 되지 않느냐. 그런 게 제가 가장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싶은 겁니다.

박인규 : 정치인의 진정성, 또 반응성, 천민적이지 않은 것. 어떻게 보면 유권자와 나가 한 몸이 될 수 있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안병진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 : 오늘 아직 투표하지 않으신 분들에게 한 가지 주의를 드릴까 합니다. 기표지를 접지 않은 채 들고 나오면 잘못하면 자신의 투표결과를 공개한 것으로 간주돼서 무효처리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표를 마치시면 인주가 다른 후보자 기표란에 묻지 않도록 투표용지를 먼저 세로로 길게 접은 뒤 가로로 한 번 더 접어서 기표소를 나오시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투표하지 않으신 분 지금이라도 가서 투표하십시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미국학 전문가인 경희 사이버대 미국학과 안병진 교수와 함께 미국 대선의 현황과 민주주의 교육장으로서 선거의 의미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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