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일 핵심 측근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를 방문한 것을 두고 '관권 선거'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국정활동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총선을 코앞에 두고 '측근'이 고전 중인 은평구 뉴타운 건설 현장을 방문한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서 '관권선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없이 야당의 반발로만 정리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선관위가 제자리 찾아야"
<한겨레>는 '대통령이 부추기는 관권 선거 논란'이라는 사설에서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이 지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면서 "대통령부터 선거법 조항뿐 아니라 정신까지 엄격하고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지난 5일 은평뉴타운 방문 일정은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전날 저녁에 잡혔다고 한다"며 "은평뉴타운 방문을 두고 청와대 안에서도 이 일정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대통령의 뜻'인 까닭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정황을 전하기도 했다.
<경향신문>도 '대통령에서 행정관까지 나서는 총체적 관권 선거'라는 사설에서 "이쯤되면 총체적 관권 선거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발언' 만으로도 탄핵을 당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이 대통령이 이번 총선과 관련해 발언한 것과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몇 번을 탄핵해야 하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즉각 선거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 대통령의 현장 사찰에 바로 '면죄부'를 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비판했다. <한겨레>는 "고질적인 관권 선거 논란을 차단하려면 선관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때그때 강력한 조처를 취해야지 권력의 눈치나 살펴서야 되겠는가"라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질타했다. <경향신문>도 "이 대통령의 명백한 관권 선거에 '지지를 호소하지도 않았고 선거 관계자를 만나지도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발부한다면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선거관리위원회를 맹비난했다.
비판 없는 <조선>·<동아>, 이명박 현장 발언에 집중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말기 직접 추진한 정책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청와대와 야당의 공방 정도로 간단히 처리했다. 지난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관권 선거 논란을 주도해 탄핵까지 이끌어냈던 것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동아일보>는 "李대통령 '은평 방문' 시끌"이라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 최측근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라는 설명 대신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말기 직접 기획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 대통령의 현장 발언을 자세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MB 은평뉴타운 방문'에 야 반발"이라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은평뉴타운을 방문해 한 발언 등을 중점적으로 보도한 뒤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전달하는 정도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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