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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아니라 '생태'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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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환경'이 아니라 '생태'이어야 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04] 숲연구소 남효창 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내일 식목일을 맞아 산이나 숲으로 나들이 계획 세우신 분들 많을 텐데요 우리가 그림을 보는 법, 음악을 제대로 듣는 법을 배우듯이 나무와 숲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숲해설가들과 함께 숲을 찾는 분들도 많아졌는데요, 특히 숲전문가인 남효창 숲연구소 소장은 나무와 숲의 변화와 적응을 통해.. 자연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숲만큼 아이들을 위한 좋은 놀이터도 없다는 얘긴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숲연구소 남효창 소장과 함께 숲을 제대로 배우고 즐기는 방법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숲연구소 남효창 소장입니다. 남효창 소장은 1960년 대구 출생으로 86년 독일 유학을 떠나 94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삼림생태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99년 같은 대학에서 삼림환경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99년 귀국 후.. 서울대 임업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일하다 2000년 숲연구소를 설립해 숲 생태체험놀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놀이를 개발하고 교육해 왔으며 숲해설가 양성 등 숲의 대중화를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부 환경교육 자문위원과 한국산림휴양학회 부회장, 세계 생명과 평화의 길 추진위원을 비롯해 숲생태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실 텐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이 식목일이어서, 식목일은 나무 심는 날이죠. 숲에 대해 공부해 보자, 그래서 모시게 됐습니다. 우선 이 숲연구소, 이런 이름의 연구소가 있는가, 그런 분들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일을 하는 뎁니까?

남효창 : 숲연구소는 말 그대로 숲과 나무를 통해서 사람들이 좀 더 친근하게 경험하고 체험하고 숲이 갖고 있는 고유한 생태적 속성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는 각박하고 도시생활에서 느끼던... 잃어버린 심성을 되찾아주고 또 한편으로 인간성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인규 : 그럼 그냥 숲, 하면 나무가 모였으면 숲이지... 그러는데 숲을 연구한다는 건 숲마다 특징도 있고 좋은 숲 나쁜 숲이랄까, 별로 좋지 않은 숲, 이런 차이도 있는 겁니까?

▲ ⓒ프레시안

남효창 :
숲을 좋다 나쁘다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인간적 관점이고, 숲이 얼마나 살아 있느냐 또는 얼마나 단순화돼 있고 죽어가느냐, 병들어 있느냐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숲을 차등화시켜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살아있고 좋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숲이라면 한 마디로 다양한 나무들과 다양한 크기의 나무들이 존재하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 예를 들어 소나무만 심겨져 있는 숲일 때는 굉장히 위태롭고 위험하고, 산불이나 병충해라든지, 단순화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거죠. 일반 대중들이 숲을 바라볼 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어떤 나무가 어떻게 놓여 있느냐, 이걸 보면서 숲을 찾으면 즐거움이 시작된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나무와 숲이란 책을 내셨어요. 앞에 보니까 나무에 감사하고 숲에게 바친다. 이렇게 쓰셨던데 물론 많은 분들이, 숲을 거닐면 좋다고 해서 삼림욕도 하시는데 구체적으로 숲이 우리에게 왜 좋은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남효창 : 숲이 우리에게 좋다라고 봤을 때는 굉장히 주관적으로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숲에 매력을 느끼고 숲에 빠져서 숲을 수십 년간 함께 더불어 살아오면서 늘 느끼는 건 고요함을 준다는 겁니다. 쫓기고 각박한 세상에서 넉넉한 이런 부분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큰 틀에서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우리가 흔히들 일반 관심있는 분들이 숲을 찾았을 때 나무를 모른다, 이름을 모른다, 뭘 모른다 아이들과 같이 가기도 두렵다.

박인규 : 그렇죠. 소나무와 참나무 정도 알고 있으니까요

남효창 : 특별한 나무 외에는 모르죠. 우리나라에는 한 천여 종의 나무가 있습니다. 그 천여 종의 나무를 다 알게 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 노력이 필요한데 그러다 보면 결국 숲이라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전에, 소위 이름이라는 건 나무의 본질이 아니고, 소나무는 자신이 소나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거죠. 우리는 소나무라는 이름을 알고 참 종류 중에서 떡갈이나 이런 이름을 아는 데 너무 만족해버리는 경향이 많은데 그건 결국 껍질만 이해하고 나무의 본질, 숲의 본질에 들어가기 전에 잘못된 걸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은 이해하는 데 있어서 고유하게 생명체가 갖고 있는, 그런 접근방법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름보다는.

박인규 : 나무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이번 책을 보니까 식물이 지구상에 나타난 게 3억5천만 년이 됐고, 그리고 숲은 자연의 모태, 생명의 모태다, 모든 산소호흡을 하는 동물들은 숲에 신세를 지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생태적 측면에서 숲이 없으면 지구상의 동물들이 살 수 없다. 그렇게 받아들여야 되는 겁니까?

남효창 : 네. 정확한 얘깁니다.

박인규 : 이 책에서는 생태와 환경이 서로 다른 것이라고 설명하셨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남효창 : 지금 시점에서 생태와 환경이라는 단어적 차이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돼야 한다고 보는데 아직까지도 학계에서나 개념의 정리가 잘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고

박인규 : 저희는 대개, 그게 그거다라고 알고 있는데요

남효창 : 환경이라고 하면 결국은, 지극히 나를 둘러싼 주변, 또는 인간을 둘러싼 주변. 그러다 보면 거기엔 항상 중요한 핵심주체가 있습니다. 인간이라고 했을 때 인간이 가장 중요한...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은 이용대상이 되죠. 주변물이니까 내가 필요할 때 이용하고 필요 없을 때는 나쁘게 정의를 내린다고요. 이런 환경적이란 단어 자체가 개념이 그랬고 지금 이 시대가 가장 아파하고 지금 환경의 역습을 맞는, 대기오염이나 온난화, 산성비라든지, 또 유해물질이 묻어서 오는 황사현상, 이런 숱하게 많은 일들이 지극히 인간중심적 사고에서만 바라봤기 때문에 지금 역습을 맞고 있다고 보고요. 그런 데서 얼마나 우리가 빨리 탈피할 수 있고 우리 삶을 바꿔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인류의 수명이 좌지우지된다고 봅니다. 반면에 생태라고 했을 때는 거기에는 주체세력이 없는 개념이죠. 모두가 자연의 일부로서, 지상에 살아있는 3백만 종의 생물들이 다 같은 존재의 가치를 갖고, 인간도 그 300만 분의 1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개념적 접근으로 보면서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야 된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개념이 굉장히 중요하고 쉽진 않지만 작게 실천해나가야 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는 것이 지금 21세기, 우리가 현존하는 이 시간에 아주 중요한 관점으로 주목해야 되는

박인규 : 그렇다면 숲을 통해서 숲을 연구하고 숲을 즐기면서 환경적 관점이 아니고 생태적 관점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보시는 겁니까?

남효창 : 그렇죠.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시면서 우리나라에 나무가 한 천 종 되는데 나무의 이름을 알기보다는 나무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지만 나무의 이름을 또 제대로 알아야 우리가 구별도 하고 할 텐데. 어떻습니까, 나무의 이름들을 보면 소나무, 전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정도는 아는데 천 종이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 나온 나무와 숲에서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셨는데, 예를 들어 설명이 가능한가요?

남효창 : 우선적으로 나무의 이름을 우선 접근하다 보면, 우리가 심지어 나무 이름을 익히게 되고 이름을 익히게 되면 그것으로써 우리는 틀에 갇혀버려서 본질을 보기가 상당히 힘들어집니다. 반면에 나무 이름을 알기 전에 우선 나무가 갖고 있는, 천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은 천 가지의 서로 다름이 있다는 거고, 서로 다름에 대한 느낌.... 보고 느끼고 만지고 고유한 향기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아, 그래서 이 나무가 이런 이름이 붙었구나라는 걸 역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것, 두 가지 다 취할 수 있다. 하나는 지식적인 면, 하나는 감성적인 면을 동시에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본질을 가깝게 이해할 수 있고 그러면서 더 친근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박인규 : 나무의 이름을 안다는 건 숲을 알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물고기라든가 그런 데 보면 바쓰니 해서 외래어종이 들어와서, 황소개구리가 들어와서 생태계를 교란한다, 그런 말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숲에도 그런 외래종이 들어와서 생태계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습니까?

남효창 : 예. 과거 우리가 잘 아는 아카시아 나무라든지, 이게 대표적으로 외래수종이라고 얘기하죠. 이런 생물들이 들어왔을 땐 당연히 일시적인 혼돈과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짧은 시간 내에 그런 거고, 좀 더 긴 안목으로 바라보면 외래수종이라든지 이러한 수종들이 자연적으로 같이 순화되면서 더불어가는 측면에서 봤을 때, 반드시 우리가 갖고 있는 부정적 관점으로만 접근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또 좋은 점으로 보면 외래수종이 들어왔을 대 자국 내 자생식물들이 살아가는데에 굉장히 초기에는 충격을 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자생... 이 땅에 살아가는 자생했던 식물들이 스스로 살아남으려고 하는 새로운 강한 유전자를 만들기 때문에 때로는 의도적으로 자극을 주기 위해서 강한 유전자를 갖고 건강한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럴 필요성이 있다고, 이렇게 큰, 거시적으로 볼 땐 그걸 우리가 반드시 부정적일 필요성은 없다는 겁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다. 사실 산이 다 숲 아닙니까? 그렇게 봤을 때 숲이 굉장히 많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숲의 현황 관리 상태나... 독일에서 공부하셨으니까, 비교해 보시면 어떻습니까?

▲ ⓒ프레시안

남효창 :
지금까지는 나무를 열심히 심어왔고, 과거 4,50년 동안 나무를 심는 정책을 펴왔고,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푸르게 한, 녹화를 이뤄낸 성공적 결과를 가져왔습니다만 지금 와서는 심는 것보다는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심도있게 고민해야 될 때가 왔습니다. 4,50년 됐다고 하면 나무가 4,50년 전에 심은 나무를 보면 지금은 굉장히 큰 거목 형태로 자라는데 면적은 일정하되 나무의 부피가 증가하니 서로 나무들끼리 경쟁을 하면서 일어나는 문제점들이 많습니다. 숲을 가꾸지 않은... 숲가꾸기 사업도 진행되고 있고 이런 부분에서는 잘 이뤄지고 진행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숲들이, 일반인들이, 일반 측면에서 숲을 원할 때 그것이 좀 서로 맞지 않은, 보편적으로 접근해 주는 노력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건 제가 주워들은 얘긴데, 우리나라 산림녹화가 박정희 대통령 시대 때 너무 빨리 녹화하다 보니까 이른바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나무가 별로 없고 쓸데없는 나무가 좀 많다, 이런 지적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맞는 얘깁니까?

남효창 : 부분적으로 맞는 얘깁니다. 한때 빨리... 속성수라고 해서, 빨리 자라는 은사시나무라든지 아카시아나무라든지, 옛날엔 숲이 워낙 황폐했기 때문에 산사태를 막기 위해서 제방공사용으로 아카시아나무라든지 기리다소나무 등등 이런 나무를 심었는데, 사실은 그런 나무들이 목재로 쓰려고 하니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과거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고,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근본적으로 어떤 나무가 어느 곳에 심겨져 자라느냐가 가장 중요한 키라고 봅니다. 그렇게 볼 때는 많은 부분, 나무마다 다 고유한 자기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그런 나무들이 성격에 맞지 않게끔 대량으로 심겨지다 보니 문제가 발생된 거죠. 나무 자체도 불행해지고 나무를 통해서 의존하는 모든 생명체가 그대로 나쁜 영향을 받게 되면서, 다 같이 불행해지는 거죠. 적지적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합한 땅에 적합한 나무가 살아야만 그 나무도 행복하고 그 나무를 둘러싼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사람들을 위해서 소나무만 심겨진 숲, 소나무만 단순하게 심은 숲은 지금 와서 산불위험성이 굉장히 높고, 한편으로는 소위 얘기하는 해충, 곤충에 의한 피해가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지금 최근에는 재선충이라는 병충해가 나타났고 그 전에는 솔잎흑파리가 나타났고 그 전에는 송충이... 이런 것들이 단순화된 데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피해현상입니다. 이런 것은 막아줘야 되는 거죠. 그래서 가능하면 다양한 나무들, 다양한 크기의 나무들이 존재하면 대량으로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막아내는 데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 산림을 가꾸는 기관이나 산림을 진행하는 이런 측에서는 생각의 전환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것이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환경과 생태라는 큰 차이를 실천으로 옮겨야 되는데, 단순화된 것은 환경이란 개념이라면 다양화된 것, 다양한 크기,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살아가는 것은 그야 말로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적 관점, 그 관점으로 우리가 자연을 바라봐야 하고 사람 사회에서도 생태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좀 더 넉넉한 사회가 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박인규 : 남효창 박사께서는 독일유학을 가실 때부터 계속 삼림 쪽을 공부하셨는데 숲에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남효창 : 천성적으로 제가 경쟁이나 이런 부분을 싫어하고 그런데, 어느 때 숲이 주는 매력... 마력이라 합니까? 이런 것들을 느끼게 된 순간부터 정적인 것 안에 동적인 것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푹 빠지게 됐고, 지금까지도 그런 부분에서는 제 삶에 되게 만족합니다. 그래서 만족하고 기쁜 삶을 준 바로 그것이 바로 나무고 숲이다. 그래서 책머리에

박인규 : 나무에게 감사하고 숲에 바친다.
그래도 독일에서 그렇게 오래 공부하고 오시면 대개는 교수님 되는 길을 가시는데, 숲연구소라는 걸 만드셨어요. 외국에도 그런 곳이 있습니까?

남효창 : 숲연구소라는 똑같은 명칭은 없지만 흡사한 연구소가 많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숲연구소는 말하자면 소장님이 느끼시는 숲의 아름다움이나 효용성을 여러 분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생각되는데요, 숲연구소에서 숲해설가를 양성하시고 생태아카데미를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숲해설가라는 건 어떤 역할을 하는 겁니까?

남효창 : 숲해설가는 일정한 교육을 마친 분이 나와서 일반인들에게, 휴양림을 찾는다든지 국립공원 또는 수목원, 기타 등등 이런 데를 찾는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 나무나 숲이 이게 어떤 나무고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이런 부분을 충분히 재밌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전문 소양을 갖춘 사람을 얘기합니다. 작년 2007년 4월 27일부로 국가가 공인하는 숲해설가가 나오고요. 1호... 최초로 숲연구소가 공인교육과정으로 인정받고 공인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숲해설을 하시는 분은 몇 분이나 되십니까?

남효창 :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만여 명이 넘죠. 그런데 지금, 작년 2007년 4월부터는 공인화돼야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배출되고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들쑥날쑥한 게 참 많습니다. 산림청 차원에서는 좀 더 질을 높이고 많은 시간과 서비스 차원을 높이겠다는 측면에서 숲해설가를 인정하고 공인을 해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 500여 명이 숲연구소를 거쳐서 연구를 하고 실제 그 중에서 5분의 1은 현장에서 숲해설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숲해설가를 원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텐데 주로 학생들을 가르치시나요? 숲해설 하시는 분들이?

남효창 : 유치원 아이들부터 시작해서 일반 시민들까지, 대부분은 유치원 아이와 초등학생들에게 굉장히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가족... 어떤 특별한 대상에 국한돼 있지 않고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서 정년퇴임을 하시고, 또는 노약자들이나 장애우들, 이런 사람들에게도 절대적으로 더욱 더 필요한 게 숲이 주는 여러 가지 우리가 소위 혜택이라고 하는데 그 혜택을 누리면 누릴수록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해진다는 측면들이 부분적으로 증명돼 있고 연구결과들이 나오는 이런 부분이 있죠. 그래서 가급적 그런 분들을 숲으로 인도하는, 안내하는, 데리고 와서 숲에서 같이 활동하는 시간들을 많이 줘야 한다. 그러면 결국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고 저는 봅니다.

박인규 : 혹시 가족단위로 숲해설을 요청하시는 분도 있습니까?

남효창 : 그럼요, 많습니다. 가까운 가족들, 네다섯 가족들이 모여서 친목도모를 하다가 이제는 완전히, 숲에서 매년 프로그램을 짭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전국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숲을 찾아서 가족 한 20명 단위가 됩니다. 의뢰를 하죠. 그럼 우리 전문 숲해설가 분들이 그 분들을 데리고 숲에서... 때론 남쪽에서부터 북쪽까지 다 한 바퀴를 1년 열두 번을 도는 거죠.

박인규 : 그런 숲체험을 하고 해설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들을 보이시나요?

남효창 : 반응들은 아주 다양하지만 특별하게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이 땅에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숲해설 입문과정 정도는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까지 얘기할 정도로 매력에 푹 빠져서

박인규 : 우리 숲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남효창 : 네. 숲을 안다기보다 나를 안다는 것이겠죠. 내가 피상적으로 살아왔고, 나라는 존재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아닌 사회적 존재로 살아왔다고요. 사회가 요구하는 삶을 살아왔지 나를 찾아보는 시간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숲해설가라고 하면 그야 말로 단순하게 나무와 숲을 해설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인간의 관계를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철학적인 관점을 보시면 됩니다. 생태철학을 논한다. 이렇게 보시면 정확한 해석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분들이 산을 굉장히 좋아하지 않습니까? 굉장히 많이 등산을 하시는데 일부에선 산에 가서 숲을 즐기기보다는 마치 무슨 기록경기 하듯이 오늘은 두 시간, 세 시간에 끊었다... 그런 분들이 사실 많아요. 가족끼리 혹은 혼자서, 친구끼리 산이나 숲에 갔을 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즐기는 겁니까?

남효창 : 단순히 기록경기 하듯이 숲을... 정상을 오른다. 그런 분들에게는 숲이 아니고 산입니다.

박인규 : 아무것도 안 보이죠

남효창 : 어떤 사물을 놓고도 그 분에게 보이는 건 숲이 아니고 산을 본 거죠. 산이라는 건 정상을 올라야 되는 것이고, 숲이라는 건 산이 아니고 그 안의 숲에 있는 모든 생물과 사물들을 내가 그 안에 빠져서 같이 함께 이해되는 부분에서 봐야 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거죠. 심지어 25년 동안 매 주말마다 오르시는 분이 갑자기 연구소를 찾아와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왜 찾아왔냐고 여쭤보니 갑자기 누군가가, 동행자가 물었답니다. 이 나무가 무슨 나무냐, 그래서 본인이 충격을 받고 공부하러 온 것이죠. 왜냐면 묻는 분은 25년 동안 산을 올랐으니 이 나무를 모를 리가 있겠냐... 그런데 자기는 너무 충격적으로 그걸 느껴서 공부를 하면서 그 분은 결국 산만 본 게 아니고 숲도 봤다는

박인규 : 그 분은 25년 동안 산길만 다니다가 산과 숲을 알게 된 거군요.

▲ ⓒ프레시안

남효창 :
길만, 바닥만 보고 올라갔다는 거죠. 두 개 다 취하게 되는 것인데 초보, 숲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은 그럼 어떻게 즐겨야 되느냐. 가장 좋은 것을 나무를 알고 숲을 알리는 전문가를 대동하고 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인데, 그런 기회를 잡기는 그리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책을 의존할 수밖에 없고 자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우선 나무를 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간이 계곡이나 산길을 오를 때 나즈막히 앉아서 숲속에 앉아서 숲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듣는다든지 낙엽이 부닥치는 소리를 듣는다든지 흙의 내음을 맡는다든지 이런 여유로움을 주면 자연스럽게 나무와 숲이 자기에게 감성적으로 먼저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서 궁금하면 책을 뒤지면 그 책이 더 애정이 가고 더 집중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결국 감성과 지성이 동시에 생길 수 있고, 그런 사고에서 나오는 움직이게 되는 손은 정확한 손이 되고 아주 인자한 손이 된다고 봅니다. 지금 이 시대는 너무나 지성에, 지식에 의존됐던 이런 문제에서 그걸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갖는 가슴이라고 흔히 얘기하는 머리와 가슴을 통해서 손이 움직여 줘야 된다. 이런 측면에서 자연을 아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몇 군데 대표적인 데를 소개 가능할까요?

남효창 : 서울을 중심으로 했을 때, 보편적으로 가는 청계산이 좋겠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청계산 정도가 좋은데, 가실 때도 많은 분들이 등산로를 따라가는 길이 있고, 또 그 길이 아닌 작은 소로로 올라가다 보면 거기서는 정말 자연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박인규 : 가급적 사람이 많이 안 다니는 길을 가는 게 좋군요.

남효창 : 그럼요. 그러면 숲의 소리를 더 가까이 들을 수 있다는 거죠. 다들 등산로를 따라서 수없이 많은 행렬을 따라가다 보면 그건 숲의 소리를 듣는 게 아니고 사람의 소리를, 대도시에서 듣는 사람의 소리를 또 들으니까 숲이 숲으로 보이지 않고.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가족끼리, 길을 잃고 헤맬 일은 없으니까, 길은 다 연결돼 있으니까 가급적이면 소로로 조용한 숲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좋고, 어느 산이 좋다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쉽게 친근하게 갈 수 있는 그곳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내일이 식목일이기도 하고 곧 한식이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산에 가는데, 우리가 숲에 갈 때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랄까요? 아니면 해서는 안 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정리말씀 부탁드립니다.

남효창 : 해가 거듭될수록 숲을 찾는 분들이 굉장히 증가하고 관심을 갖는 분들도 증폭해가고 있는데 염려스러운 건 그렇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 숲을 들 때 정말 어떤 마음으로 드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게 문제가 아니고 찾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있다고 봅니다. 항상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나는 숲의 손님이다. 항상 손님의 마음으로, 그리고 가급적이면 주머니에 있는 동전 하나도 비우는, 몸을 가볍게 해서 늘 내가 주체세력이 아니고 주인이 아니고 잠시 귀중한 손님 집에 방문하는, 손님으로서 예를 지키면서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나무를 꺾지 말라, 꽃을 꺾지 하지 말라는 얘기보다는 얘기보다는 부모님부터 늘 예의를 갖춘 마음으로 숲에 든다면 수백만, 수천만 명이라도 숲은 우리에게 항상 존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비유를 들자면 환경적 관점이 아니라 생태적 관점으로 숲을 찾아라.

남효창 : 가장 중요합니다.

박인규 : 내일이 또 휴일이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손님의 마음으로 한 번 숲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남효창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숲연구소 남효창 소장과 함께 숲과 나무를 제대로 알고 즐기는 방법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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