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문화일보>에 지령 5000호 발간을 축하하는 글을 냈다. 노무현 정부가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음란성 등을 들어 청와대 구독을 거부하는 등 <문화일보>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맺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권교체를 실감케한다.
이 대통령은 이 글에서 "저도 매일 오후마다 문화일보를 꼼꼼히 챙겨보고 있다"고 이 신문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언론관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선진화로 가는 길에는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언론은) 건전한 비판과 견제와 함께 균형 잡힌 시각과 공정한 보도를 통해 정부의 정책을 올바로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특히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법과 원칙, 사회적 신뢰를 바로 세우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문화일보>의) 다양한 기사를 보면서 민심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얻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면서 "'위기는 기회다', '규제 전봇대, 이번엔 뿌리 뽑자' 같은 기획기사는 새 정부 정책 수립에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언론의 모범 사례'를 제시한 셈.
<문화일보>의 '위기는 기회다' 기획은 '이명박 정부의 도전과 응전'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옹호하고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법질서 강화, 시위 엄단, 규제 혁파 등을 적극 '홍보'한 기획시리즈다.
이 기획은 "'747 공약 불가능한 목표 아니다' 57%"(2월 26일자), "'과거 정치'가 '미래 성장동력' 발목잡나"(3월 7일자) "불법파업·폭력사태…'떼법' 이젠 'NO'"(3월 14일자), "이명박 대통령 '법과 원칙' 준수 확립 의지 확고"(3월 14일자) 등 제목만 봐도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2월 26일자 "'747 공약 불가능한 목표 아니다' 57%" 기사는 각 대기업 부사장 및 상무 등 기업·금융인 90명과 학계·연구소 10명 등 총 100명을 '경제 전문가'로 뽑아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 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57%에 달하는가 하면 대운하 사업에 찬성하는 비율도 38%에 달했다.
또 <문화일보>의 '규제 전봇대, 이번엔 뿌리 뽑자' 기획은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산분리, 수도권 신·증설 제한 등 대기업 규제를 혁파하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신문은 기획 의도에서 "조만간 'MB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지만, 새 정부의 규제 혁파 의지가 실행단계에서 간단치 않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이명박 정부에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췄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투명하고 진실한 자세로 '선진 언론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에 함께 힘을 모으자"고 했지만,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선진 언론 관계'는 언론이 친 대기업, 시장 지상주의 기조 하에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언론관계를 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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