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언론은 일제히 경찰 조직의 안이함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경찰, 무능한 건가 넋이 나간 건가. 정말 구제불능 경찰이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경찰은 대형 사건이 터져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질 때마다 예산 타령을 하면서 막대한 돈과 인력을 끌어다 쓰는 데 이력이 나있다"며 "그러나 실질적으로 치안 서비스의 질이 개선됐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경찰청 수뇌부의) 철저한 자기 반성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보이질 않으니 일선 경찰관들 역시 안이할 수 없다"며 "말단까지는 신경이 통하지 않는 거대한 조직이 경찰조직인 것 같다"고 비난했다.
'떼법 처단'에 밀린 '민생 치안'
그러나 경찰이 민생 치안의 본분을 망각하고 무엇에 '넋이 빠져 있었는지'를 따져보면 그간 '시위 엄단'만 강조해온 이 대통령도 경찰 부실 대처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겨레>는 이 부분을 꼬집었다.
<한겨레>는 "아이들 생명 위협받는데 '시국치안' 골몰"이라는 1면 기사에서 경찰이 공안 대책을 쏟아내는 동안 민생치안에 구멍이 났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 이후에도 경찰 일선에서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겉으로만 민생 치안을 강조하고, 실제로는 조직 전체가 법과 질서를 앞세우는 이명박 정권의 방향에 따라 '시국 치안'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기 때문"이라는 진단했다.
이 신문의 "범인 달아난 시각, 경찰청장은 '경제살리기' 세미나 중"이라는 기사를 통해,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 사건이 일어난 지난 달 26일 어청수 경찰청장은 '경제 살리기와 법질서 확립'이라는 경찰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면 국민총생산이 1% 올라간다"며 폭력집회 엄단을 강조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민생 치안에 구멍이 나 있지만 '떼법 처단'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에 따라 경찰의 관심이 어디로 쏠려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떼법 처단'을 강조할 때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한겨레> "경찰 이렇게 만든 게 누구인데…"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일선 경찰만 탓할 일도 아니다"라며 "뒤늦게 부산을 떤 이번 사건과 달리 비슷한 때 열린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에는 미리부터 경찰의 온갖 간섭이 있었고 당일엔 집회 참가자의 갑절 가까운 경찰력이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지휘부의 관심이 온통 시국 치안에 쏠렸으니, 민생 치안이 안중에 있을 리 없다. 따지자면 경찰을 그런 방향으로 이끈 이가 '법질서'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이다"라며 "그런 그가 이제 와 경찰을 꾸짖고 있으니 어색하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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