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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의 본질은 '사랑', 그냥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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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마술의 본질은 '사랑', 그냥 믿으세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3/28] 한국마술협회 정은선 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연미복 정장에.. 동전이나 비둘기가 사라졌다 나타났다. 바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신기한 마술인데요 국내 마술계에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마술사이자 한국마술협회 회장인 정은선 회장이 마술계의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마술사연맹 대회의 첫 아시아대회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마술 문화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이 대회를 유치한 건 마술을 부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마술협회 정은선 회장과 함께 세계마술사연맹 아시아대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 들어보고 마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마술협회 정은선 회장입니다. 정은선 회장은 한국 최초의 여사 마술사이자 현재 세계마술사 연맹(FISM) 세계 마술대회 심사위원이며, 아시아 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사단법인 한국 마술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늦었지만 축하드리겠습니다. 세계마술사연맹, FISM 아시아협회 회장이 되시면서 올해 11월에 열리는 세계마술사연맹 아시아대회를 한국에서 하도록 유치하셨어요. 마술 잘 모르시는 분들은 세계마술사연맹이 뭐고 아시아대회가 또 뭔지 잘 모를 것 같아서, 세계마술사 아시아대회를 우리나라에 유치했다는 게 어느 정도 중요한 것인지 차분하게 설명을 좀 해주시죠.

▲ ⓒ프레시안

정은선 :
모든 장르에는 그 장르의 최고봉이라는 데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영화는 깐느 영화제를 최고로 쳐주죠. 그것보다 우리 마술 쪽에선 그렇게 최고봉이라는 게 많지 않아요. 영화들처럼 여기저기 막 있는 게 아니라 FISM이라는 인터내셔널 월드연맹이죠. 전 세계의 협회를 다 관장하는 곳이에요. 거기서 3년에 한 번씩 대회를 열어요. 그 이유는 마술은 다른 것과 달라서 계속 창의적인 작업이 동반돼야 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은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3년에 한 번씩 열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1980년대부터 FISM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갈 때마다 전 감탄했거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마술을 즐기고 있는데 우리 한국은 언제쯤 이렇게 되나. 그 꿈의 날이 오늘에 돌아왔거든요. 제가 다니면서 2003년도에 제가 세계마술연맹의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이은결씨가 입상하게 됐죠. 입상하게 되면서 코리아라는 이름을 유럽에 알리게 됐고, 마술을 통한 애국가를 유럽에 들려주게 됐어요. 그러면서 생각하니까 한국에 마술붐이 너무 많이 이는 거예요. 초중고등학생들의 CA특기적성부터 시작해서 마술을 많이 하게 됐어요. 아, 이렇게 되면 우리 젊은이들에게 길이 더 있어야겠다. 그럼 이게 3년에 한 번은 너무 멀다. 제가 1991년에 그 세계마술대회에 나갔는데 그로부터 3년을 기다렸는데 3년 기다린 1994년에 제가 못 갔어요. 그러고 나니까 1997년이 됐어요. 6년이 흘러버린 거죠.

박인규 : 대회가 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정은선 : 네. 그래서 제가 2003년도에 심사위원 하면서 그 연맹 임원들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게 됐어요. 대륙별 대회를 하자. 아시아에서 멋들어지게 하나 뽑아내고 유럽에서 뽑아내고, 그리고 5박6일 동안 150명이 경쟁하는데 전 세계에서 150명 갖고 어떻게 하겠냐, 그러니 줄이자. 이렇게 제안서를 냈어요. 그게 채택됐고 작년 11월에 홍콩에서 회의가 있었어요. 투표가 있었어요. 그때 아주 간 떨어지는 줄 알았거든요

박인규 : 3년마다 원래는 마술월드컵이 있는데 그에 앞서서 아시아대회, 유럽대회, 이런 식으로 대륙마다 따로 하자. 첫 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데 한국에서 한다.

정은선 : 네. 원래는 첫 대회를 유럽에서 하기로 돼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날짜를 앞으로 당겨버렸어요.

박인규 : 유럽은 따로 대회가 열립니까?

정은선 : 유럽은 유럽대회

박인규 : 제가 마술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최근에 TV같은 데 보면 일본인 마술사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마술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이나 중국이 더 잘 하는 것 같다는 선입관이 있는데 맞는지 잘 모르겠고, 한국에서 열리는 걸 보면 또 간단치가 않아요. 어떻게 해서 한국에서 할 수 있게 된 걸까요

정은선 : 우선 일본에서 매지션들이 자주 들어오는 이유는 우선 교통비가 저렴하고, 한국사람이 이상하게도 외국인이라고 하면 더 좋아하잖아요. 우리 한국 매지션들 아껴주시고

박인규 : 뭔가 신비한 느낌이 있는 모양이죠? 입너에 어떤 나라와 경쟁이 치열했나보죠? 중국이었습니까 그게?

정은선 : 중국과 태국, 홍콩, 일본하고 우리 한국이요. 근데 투표를 하는데 표가, 제일 처음에 회장... 인터내셔널 프레지던트가 투표용지를 딱 열어서 오른쪽에 놓는 거예요. 그 다음에 또 열더니 왼쪽에 놓고, 그 다음부터 계속 왼쪽으로 가는 거예요. 전 아찔하죠. 아, 저거 한 장만 내꺼구나 싶어서요. 그런데 그 반대였어요.

박인규 : 압도적으로 되신 거군요. 아시아의 모든 마술사들이 올해 11월에 한국에 모일 텐데 굉장한 마술대회가 될 것 같아요. 일반인들도 물론 볼 수 있겠죠?

정은선 : 물론이죠. 아시아의 모든 마술사들보다도 아시아에서 많이 걸러진 마술사들이. 지금 총연맹에서 지시가 내려온 것이, 아시아 전역의 모든 컨벤션에서 입상한 사람을 FISM아시아로 보내라, 이렇게 주문이 내려왔거든요.

박인규 : 국제대회를 조직하시려면 지금부터 상당히 바쁘실 것 같은데 대략 몇 명이나 되는 마술사가 모일 것 같습니까?

정은선 : 일단 경쟁자는 100명 정도 될 것 같고요. 그래도 우리 한국사람, 물론 형평성에는 어긋나겠지만 한국사람이 좀 더 많이 나가서

박인규 :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요.

정은선 : 네. 많이 나가서 좀 더 많이 입상했으면 좋겠고요. 전 세계에서, 제가 이번에 프랑스를 어제 다녀왔어요. 유럽에서도 FISM아시아에 관심이 많다, 구경 오겠다는 사람들 많이 있었고요. 3박 4일 할 거예요. 10월 30, 31일, 11월 1, 2일, 4일간 할 거고요. 4일 동안 일반인들이 관람하시려면 한 20만원 정도? 4일 동안 계속 보는 건데요 뭐.

박인규 : 그동안 우리나라에도 마술인구가 많으니까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정은선씨께서는 한국 마술협회 회장을 맡고 계신데요, 91년부터 맡으셨어요. 상당히 오래 하시는 것 같네요?

정은선 : 처음에 1982년에 마술협회가 조직을 했어요. 임의단체로 조직했는데 그댄 대부분 원로 마술하시는 분들이시겠죠. 처음엔 13명이 조직해서 쭉 오다 보니 연세들 많이 드셔서요. 제가그땐 꼬맹이가 돼서 연필로 쓰고 이랬거든요.

박인규 : 총무 일을 하셨군요/

정은선 : 그랬다가 91년도 되면서, 한 분 두 분 돌아가시면서 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럼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겠잖아요. 제가 회장을 하고 싶어 한 것보다도 없어지면 안 되겠으니까 우선 맡았거든요. 맡고 나니 생각이 달라진 거예요. 외국에 나가서 활동을 하려고 보니까 우리는 뭐 소사이어티 어쩌고저쩌고 말하는데 저희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서, 그래서 만들어야겠다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살펴보니까 곡예협회도 있고 서예협회도 있고 이래요. 문화관광부에서는 저희들한테 곡예협회에 들어가서 마술분과를 하라는데 전 도저히 그럴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12년 만에 2003년도에 사단법인을 만든 거예요.

박인규 : 91년부터 사단법인 한국마술협회를 만들고 싶었는데 12여 년이 걸린 거군요. 지금 마술협회가 사단법인이 된 지가 5년 됐어요. 지금은 회원이 몇 분이나 되십니까?

정은선 : 회원은 온라인회원까지 쳐서 20만 명이 넘고요.

박인규 : 굉장히 많네요.

정은선 : 네. 그리고 자격증, 저희 협회에서 라이센스를 발급해요. 1년에 네 번 정시를 치르거든요. 네 번 치러서 자격증 발급을 하는데 그것이 3천 명 정도

박인규 : 시험을 봐야 됩니까?

정은선 : 네.

박인규 : 얼마나 어렵습니까?

정은선 : 마술의 특징이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는 데 있거든요. 일반 사람들은 사소하게 넘어가는 걸 우리 매지션들은 특별하게 보는 거죠. 거기서 깜짝 놀라게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사소한 데서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쉽기도 어렵기도 하고요.

박인규 : 저희가 FISM 대회에서 이은결씨, 2006년인가 1등하면서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무렵부터 굉장히 마술붐이 일고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정은선 : 2000년부터에요.

박인규 : 2000년부터. 그럼 마술사시험을 보는 분들도 매년 늘고 있나요? 대략 한 해에 마술사가 어느 정도씩 늘고 있습니까?

정은선 : 대략적으로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삼사백 명 정도씩

박인규 : 매년. 삼사백 명 응시하면 몇 명이나 통과하나요?

정은선 : 한 30%가 떨어져요

박인규 : 우리나라에선 마술이 2000부터 붐이 일었다고 하셨는데, 이건 우리의 편견일 수도 있긴 한데 예를 들면 중국 같은 나라는 서커스나 곡예가 대단하잖아요. 그래서 중국 마술사가 더 잘할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하시는데 중국 마술은 어떻습니까 우리하고...

정은선 : 그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요. 하나는 테크니컬, 하나는 비즈니스. 일단 비즈니스에서는 대한민국이 우위죠. 제가 아시아 회장을 했으니까. 그런데 테크니컬에서는 동등하다

박인규 : 기술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걸 대중화하고 산업화하는 데는 우리가 앞서있다

정은선 : 우리가 앞서있는 것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우리는 화려하게 포장할 줄도 알고, 중국이나 이런 데는 포장술이 떨어지는 것 같고. 또 하나는 아직 중국이 공산권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모든 활동에 제약도 많고, 우리는 자유로우니까.

박인규 : 지금 정은선 회장께서는 개인적으로 제자도 양성하고 계시죠? 문하에 있는 제자가 현재 몇 분이나 되십니까?

정은선 : 네. 한 20명 정도 되고요. 이번에 프랑스 마술대회에 제자 하나가 가서 프랑스 마술협회장상을 받아왔어요

박인규 : 정은선 회장님은 마술 시작하신 게 1970년대, 우리나라에선 우리나라 최초의 마녀라고 한다던데, 78년부터 활동하셨어요. 그 당시엔 마술이 그렇게 흔치 않았을 텐데 마술사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 ⓒ프레시안

정은선 :
사실은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땐 그게 마술사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워낙 호기심이 많아요. 뭐든지 지금도 그렇게 궁금하거든요. 제 적성에 딱 맞는 것 같아요. 너무 궁금한 게 많고, 그 궁금한 걸 다 풀어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 마술이 계속 궁금한 게 나와요.

박인규 : 마술인지도 모르고 하셨다고 하셨는데, 처음 정은선 회장님의 관심을 끈 게 뭐였습니까?

정은선 : 투명인간이요. 옛날 만화책에 붕대 감으면 보이고 풀면 안 보이는 거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박인규 : 그게 몇 살 때였어요?

정은선 : 어렸을 때요. 초등학생 정도였을 것 같은데요

박인규 : 그때부터 투명인간을 시작으로 해서 뭔가 이런 쪽의 일을 해보고 싶다, 하신 거에요?

정은선 : 해보고 싶은 게 아니고요, 야, 나도 이거 붕대 풀면 안 보였으면 좋겠다. 이런 거죠

박인규 : 실제로 마술을 배웠을 거 아닙니까

정은선 : 붕대를 풀면 안 보이는 사람이 저도 되고 싶었고. 그러다가 학교를 다니면서 여고때 국어선생님이 되게 멋있었는데 보통 저를 심부름을 많이 시켰어요. 그런데 어느날 보니 저도 시키고 딴 애도 시키는 거예요. 저는 선생님 마음을 알고 싶은 거예요. 독심술 책을 봤어요. 저는 아, 이게 딱히 나를 마술사의 길로 가게 한 거라고 규정짓기가 힘들고요. 그저 운명적으로 온 것 같아요.

박인규 : 투명인간에 대한 관심, 또 고등학교 때 독심술,

정은선 : 최면술

박인규 : 그러다가 78년도에 여자 마술사가 되셨는데

정은선 : 여자 마술사도 제가 최초인지도 몰랐고, 제가 여자 마술사인지도 몰랐고요. 기자 분들이 저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당돌하다고 하면서 인터뷰를 했거든요. 그때 당시에

박인규 : 말하자면 78년도에 어디선가 데뷔를 하셨을 거 아닙니까?

정은선 : 밤무대에서요

박인규 : 그땐 뭘 하신 거예요?

정은선 : 돈 만들고,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니까 돈을 막 만들어내면 너무 좋아서 박수치는 거죠.

박인규 : 모자에서 돈이 막 나오고

정은선 : 아, 빈손에서 나오죠.

박인규 : 어떤 분한데 배우셨어요? 스승님이 있을 거 아니에요

정은선 : 저는 독일에서 배웠어요. 처음엔 책보고 공부했고요.

박인규 : 78년도 이전에 독일 갔다오신 거예요.

정은선 : 아니오. 못 갔죠. 그땐 독학했어요

박인규 : 대개 스승이 있지 않습니까 마술하면?

정은선 : 독일분이세요

박인규 : 유럽에 가신 건 언제세요

정은선 : 80년대 중반? 우리 올림픽 하고 이럴 때

박인규 : 국내에서 배울 건 다 배우고 말하자면 마술의 본고장을 가자 해서 독일에 가신 건가요?

정은선 : 사실 국내에서 마술 하시는 선배님들, 선생님들이죠. 그 분들이 저를 가르쳐 주지도 않고요. 그냥 몰래 배워야 됐었고요. 우리나라 분들 그렇잖아요.

박인규 : 그럼 직접 가서 예를 들면 그 당시에 유명한 마술사가 있을 거 아닙니까? 가서 저한테 기술을 가르쳐주십시오, 하면 안 가르쳐줬습니까?

정은선 : 네. 그리고 가르쳐달라고 말도 못하고요

박인규 : 그럼 78년도에 마술 하신 건 혼자 스스로 깨우치신 건가요?

정은선 : 책 보고 심부름 하고요

박인규 : 그럼 국내엔 스승이 없으신 거네요

정은선 : 아무래도요

박인규 : 국내에서 배울 게 없어서 유럽에 가셨고. 91년도 스위스에서 아까 말씀하신 마술월드컵이 열렸는데 참가자 150명 가운데 정은선 회장이 유일한 동양인이었다고 해요

정은선 : 네. 유일한 동양인이었어요.

박인규 : 그 당시 중국이든 일본이든 다른 나라는

정은선 : 보지 못했어요. 제가 그 후에, 그때 있었는지 없었는지 따져보진 않았는데 여하튼 스위스에 검은 머리가 저 하나밖에 없었어요.

박인규 : 그 당시 성적은 어땠습니까?

정은선 : 별로 안 좋았죠. 왜냐면 아무 경험도 없고 누가 서포트하는 사람도 없고 홀홀단신 갔는데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것도 신의 뜻이겠죠. 그런데 점수상으로 제가 5등이었다고 해요.

박인규 : 말하자면 메달권은 안 드신 거군요

정은선 : 네. 그래서 그 날 저녁에 파티가 있을 때 제가 공연했어요.

박인규 : 94년 97년 대회도 가고 싶었는데 못 갔다고 하셨어요.

정은선 : 94년에 못 갔고 97년에 갔어요.

박인규 : 94년도엔 왜 못 가신 거예요?

정은선 : 충격적인 일이 있었어요. 하여튼 제가 제자를 가르치다가 제자한테 상처를 입어서. 저는 세계 최초의 마술듀엣을 하고 싶었거든요. 여자 마술듀엣

박인규 : 그런데 뭔가 좀 잘 안 됐군요.

정은선 : 네. 실패했어요.

박인규 : 사실 마술 하면 많은 분들이 이은결씨가 2003년도에 2등인가 했을 때부터 굉장히 관심있었고, 또 2006년도에 1등 하면서 많은 분들이 마술 하면 이은결씨를 생각하는데, 쭉 얘기를 듣다 보니까 음지에서 어떻게 보면 마술을 키워오신 분이 정은선 회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정은선 : 제가 음지에서 한 게 아니라, 제가 한국 최초의 여자 마술사로 나오면서 한국 마술사 중에서 아마도 매스컴에 가장 많이 노출됐을 거고요. 그리고 그 다음 FISM연맹이라는 걸 전혀 한국사람들이 알지 못했고요. 그런데 제가 제일 처음 그렇게 다녔었죠. 저도 FISM이 위대한 건지도 몰랐고요. 그랬고 한국 최초로 인터넷에 홈페이지, 마술 검색어를 치면 우리 홈페이지 하나밖에 안 나왔어요. 그랬고 세계 최초로, 마술콘텐츠, 마술을 인터넷... 컴퓨터언어를 바꿔서 판매하는 거예요. 인터넷에서. 그것이 제가 세계 최초로 한 거고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마술을 비즈니스하는 데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하셨군요. 거기다가 FISM의 아시아협회장이 되셨고 FISM의 첫 대륙대회를 아시아로 유치해서 한국에서 열리게 하셨군요.
30년 이상 마술을 해오셨으니까 많은 분들이 마술은 트릭이다, 눈속임이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거다, 이렇게들 알고 있는데요. 마술의 기본적인 원리 같은 게 있습니까?

정은선 : 저는 마술은 사랑이다. 이렇게 정의해요. 왜냐면 마술은 남녀노소, 언어, 아무 것도 상관없어요. 보면 끝나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마술을 아무리 잘하면 뭐해요. 누군가 보고 박수쳐줘야 이것이 기분이 좋죠.

박인규 : 인정하고 평가해줘야지요

정은선 : 네. 그리고 본 사람도 궁금해서 호기심이 나지만 신경질은 안 나잖아요. 마술 보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래서 마술은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빠르게 친하게 해주는, 마술은 사랑이에요.

박인규 : 마술은 사랑이다. 그렇긴 합니다만, 데이비드 카퍼필드라고 굉장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술사 있지 않습니까. 이 분이 만리장성을 들어갔다 나오고 사람을 절단하기도 하고. 분명히 실제론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저거 어떻게 하는 거냐, 이런 궁금증이 많은 것 같아요. 그걸 물론 회장님이 아실 순 없겠죠. 비결은 어떤 겁니까? 그런 것들은

정은선 : 믿어 주셔야지요. 그래야 행복하세요. 통과하면 아, 진짜 신기하다, 통과했네! 이렇게 믿어주시면 보시면서 아주 행복하죠. 그거 막 캐고 머리 아픈 사람은 저 같은 사람이나 하게 두시고 그냥 즐기세요.

박인규 : 마술월드컵이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건 그런 창의적인 걸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지금도 정은선 회장께서는 나름대로 마술을 만드실 거 아닙니까. 어떻게, 어떤 식으로 만드는 겁니까? 아까 말씀하신 독심술, 이런 것도 필요한 겁니까?

정은선 : 제가 지금 이만큼 마술을 오래 해오다 보니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 모든 학문이든 어떤 예술이든 무엇이 됐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상으로 올라가면 모두 한 길로 통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심리학이 됐든 경제학이 됐든, 정상에 서면 모든 게 다 하나로 돼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새로운 마술을 개발해내는 데에는, 요즘 젊은 어린 학생들, 중고등학생들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또 부모님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서포트 엄청나게 해주세요. 이래서 지금은 제가 사실은, 저는 퍼포먼스이고 싶어요. 저는 마술을 하는 아티스트이고 싶은데 지금 제게 주어진 일은 비즈니스에요.

박인규 : 행정가가 되신 거죠

정은선 : 네. 근데 저는 그게 저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는 생각하는데, 그래서 제가 데리고 있는 제자들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같이 개발하고, 그들이 개발하게, 새로운 아이이더를 창조하게 하고 제가 옆에서 도와주고. 그리고 그들이 아름답게 걸어갈 수 있는 레드카펫을 저는 깔고, 지금 이렇게 하고 있어요.

박인규 : 말하자면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아까 말씀하시면서, 제가 마술은 눈속임 아니냐, 했더니 마술은 사랑이라고 하셨는데. 예전에 이은결씨하고 인터뷰할 때도 사람들의 인성개발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그런 말씀을 하세요. 어떤 측면에서 마술이 인성개발에 도움이 되는 겁니까?

정은선 : 외골수인 사람이 있다고 치자구요. 그런 외골수인 사람이 마술을 배워서 누굴 보여줘요. 마술이 정말 정직해요. 상대방이 딱 보면서 깜짝 놀랐는데 안 놀란 척을 못하거든요. 눈이 벌써 말하거든요. 그럼 외골수인 사람도 상대방 눈빛이 변하는 걸 보잖아요. 그러면, 저 사람이 내게 관심이 있는데 내가 저 사람에게 관심이 없을 수가 없죠. 그러니까 인성을 부드럽게 해주겠죠. 또 어린아이들이 마술을 요즘은 아기를 한 명만 낳아서 키우잖아요. 그래서 개인주의, 이기주의, 이런데... 개인주의고 이기주의 해봤자에요. 마술이 나 혼자 잘 해도 소용없고 누구 보여줘야 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서로 협조하고, 같이,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인성에 도움이 되겠죠.

박인규 : 요즘 보니까 젊은이들이 마술에 관심이 많은 것 같고 TV에 방영도 많이 되던데, 마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젊은이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예를 들면 정회장님이 하는 학원에 다녀야 되는 건지, 인터넷이나 그런 걸 통해서 독학으로 배울 수 있는 건지... 관심있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시죠.

▲ ⓒ프레시안

정은선 :
그렇게 모두, 이런저런 방법으로 다 하실 수 있고. 우리 사단법인 한국마술협회에 전국 20개 지부가 있어요. 그 20개 지부에서 모두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 데에 등록하시면 보통 15만원에서 30만원 정도, 지역이나 이런 것에 따라서, 아니면 거기 이름난 매지션이 있느냐 이런 것에 따라서 수업료가 달라지는데, 그래서 한두 달만 배워도 생활에 윤활유가 되실 수 있고요.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동영상 보고 배우셔도 되고.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직업 매지션으로 가고 싶다 이랬을 경우에는 저 사람 문하에 들어오든지, 이런 방법을 택할 수 있어요.

박인규 : 마술을 한 달 정도만 배우면 시연할 수 있는 겁니까?

정은선 : 지금 바로도 하실 수 있어요. 방송 끝나고 가르쳐드릴까요?

박인규 : 저희는 마술은 오랜 수련을 겪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정은선 : 그렇기 때문에 마술이 일반인들과 많이 멀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1988년에 중앙일보사에 중앙문화센터에 마술아카데미를 한국 최초로 개설했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생활마술을 주창했고 지금 들고 계신 볼펜, 종이, 물컵 이런 거 가지고 다 마술 할 수 있게 해놨어요

박인규 : 마술의 범위는 굉장히 넓군요. 일상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이번 11월에 FISM아시아대회를 열면 어떤 기대, 우리나라 마술 발전이랄까요, 거기 관련해서 어떤 효과가 올 것이다, 기대하고 계세요?

정은선 : 첫째는 저는 무대에 서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젊은이들이 정말 많은 프로페셔널들의 무대를 보게 될 것이고 거기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될 것이고요. 그 다음에 두 번째는 그들이 갖고 있는 마술장비들이나 음향이나 조명이나 의상, 이런 것들이 한국 마술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고요. 외국에서 1000여 명 이상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한국에 또 돈을 내려놓고 갈 것이고요

박인규 : 관광효과도 있다.

정은선 : 네. 저는 긍정적인 많은 기대를 갖고 있어요.

박인규 : 78년에 한국 최초의 여자마술사로 데뷔하셔서 30년 동안 한국 마술발전을 위해서 여러 가지 활약을 하셨는데, 이제 막 꽃이 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앞으로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정은선 : 일단 마술올림픽 갖고 와야지요. 지금 월드컵을 하니까, 올림픽을 갖고 와야 되고. 그리고 우리 한국사람이 인터내셔널 프레지던트가 된다고 해서 나쁠 거 없잖아요. 가봐야지요.

박인규 : 세계마술연맹 회장. 알겠습니다.
우선 올해 11월에 열리는 세계마술연맹 아시아대회 잘 치르시고, 우리나라에서 마술월드컵도 열리고 회장까지도 되시고 해서 우리나라 마술 발전에 많이 기여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은선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내 최초의 여자 마술사이자, 한국마술협회 회장인 정은선 회장과 함께 세계마술사연맹 아시아대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마술에 대한 궁금증 풀어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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