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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여의도 정치'가 '정치 무시'가 돼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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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여의도 정치'가 '정치 무시'가 돼서는 안 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3/25] 명지대 김형준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오늘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 한 달을 맞았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한 달에 대해서 창조적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명박식 개혁이 뿌리 내리는 시기였다고 내렸다고 자평했는데요 하지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가 "취임한 지 6개월 쯤 지난 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안으로는 인선 파동과 공천 갈등.. 그리고 밖으로는 해외발 경제 위기 등으로 새 정부의 취임 한 달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한 달이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이명박 정부의 출범 한 달을 평가해보는데요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정치학자인 명지대 김형준 교수를 초대해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을 평가해보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명지대 김형준 교숩니다. 김형준 교수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94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원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명지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현재 한국정치학회 이사와 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매니페스토운동 실천본부 자문교수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TV에서 논객으로 자주 뵈었는데 직접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지 한 달이 됐는데요, 본인 스스로도 취임한 지 6개월 지난 것 같다고 말씀하신 걸 보면 상당히 힘들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지난 한 달 동안을 총평을 해보자면 어떻습니까?

김형준 : 일단 국민들이 변화와 새로움을 선택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창조적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발상의 전환, 격식파괴, 공직자 머슴론, 액션플랜, 이런 것을 내세우면서 모든 것을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실제적으로 공직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지금 유도하고 있는 시기라고 보고요. 다만 한 달밖에 안 됐고, 또 좀 더 명확하게 평가하면 아시다시피 정부조직개편 문제 때문에 어수선한 출발을 했거든요. 깔끔하게 출발을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도 아직까지 이명박 정부가 착근하는 그런 것을 갖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아직은 좀 총평을 하기는 이르다. 그런 말씀이시죠?
어떻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5백만 표 이상의 굉장히 큰 표차이로 당선되셨고, 그만큼 국민들의 기대가 많았는데 지난 한 달 동안 사실 지지율은 많이 빠졌거든요. 그러다 보니 열망이 절망까진 아니지만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한 달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 ⓒ프레시안

김형준 :
일단 공통점은 두 사람 다 위기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는 카드대란 때문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고, 더 나아가 북핵문제, 이라크 파병, SK비자금 문제 이런 것 때문에 굉장히 어수선한 초임을 보였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 같아요. 지금 굉장히 세계경제가 어렵죠, 삼성특검 있죠, 또 4월 총선 있죠. 이러다 보니 어수선한 속에서, 위기 속에서 시작했는데 공통점은 권위를 파괴하고 아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공통점이 있어요. 다만 방법론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경제문제를 자율에 맡기는 것보다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경제정의에 비중을 뒀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정의보다 경제의 자율성을 굉장히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이 방식에서의 문제에서 조금 철학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노무현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이 압도적으로 변화와 개혁을 요구한 국민들의 기대에 맞춰서 출범했는데, 출범하자마자 선거 때 자기를 도와줬던 사람과 통치를 하면서 자꾸만 분리되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특검 문제 때문에 자신의 절대적 지지기반이었던 호남과 멀어지고 더 나아가 탈당까지 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한나라당 같은 경우 이명박 대통령도 비슷한 상화이 연출되는 것 같아요. 지난 일요일 박근혜 전 대표가 공천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실제로 속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이게 바로 선거연합과 통치연합의 불일치가 오면서 정치기반이 흔들리게 되고 이것이 바로 국민들한테 기대한 만큼의 통합적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든 이명박 대통령이든 취임일성이 뭐였냐면, 국민통합이었습니다. 이 통합이라는 것이 나름대로 국민들이 실감할 때 가장 큰 건 인사 문제 관련, 또는 정책 관련돼서 국민통합적 모습이 나왔어야 되는데 그런 면에서 조금 부족했지 않았는가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나 위기 속에 시작했고 변화를 추구한 건 같았지만 내용은 달랐다. 그런 데서 보면 말이죠, 아직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도 많고 우려도 많지만. 특히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인사 부분에 대해서 많은 지적이 있었어요. 물론 노무현 정부도 코드인사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각료인선과정에 대해선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형준 : 일단은 국민들이 굉장히 놀란 것으로 평가하는 것 같아요. 물론 본인의 코드와 철학이 맞는 분과 국정운영을 해야 된다는 데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죠. 그러나 정도에 대한 문제죠. 제가 개인적으로 김영삼 정부 초창기 때를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있는데, 본인은 윤관 대법원장이나 황인성 국무총리라든지 호남에 있는 분들을 많이 중용했다. 통합을 위해서. 단지 이유는 하나다. 통합을 위해서 했다는 얘기를 하시면서, 선거와 실제적인 통치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선거에서는 한 표라도 더 많이 얻기 위해서 간혹가다 어느 지역에 가서는 지역편중에 대한 얘기도 하지만 일단 이게 딱 통치가 됐을 경우엔 선거를 잊고 모두를 위한 것으로 가줘야 되는데 이것이 너무 지나치게 우리가 자꾸 반복돼서 나오지만, 고소영내각이라고 해서 특정한 인맥 중심으로 인선이 이뤄지다 보니까 국민들로 하여금 이게 통합과는 좀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생각이 좀 들고. 더 나아가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한테 아픈 부분은 뭐냐면 대통령선거 끝나고 나서 실은 안정론과 견제론이 부닥쳤을 때 견제론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랬던 것이 인수위 과정 속에서 정책혼선, 내각인선파동 이런 것을 거치면서 아, 이제 견제해야 되겠구나... 하는 견제론이 부각됐다는 겁니다. 이게 아마 제일 이명박 정부 또는 한나라당에선 아픈 부분일 텐데 그 근본적 원인은 이러한 내각인선일 텐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지역감정에 대한 연구를 해보니까 지역감정이라는 게 엄밀히 따지면 배타적 감정입니다. 다른 지역에 대해 갖고 있는 배타적 감정인데 이 지역감정이 어디서 생기나 봤더니 두 가지 요인에서 생기더라구요. 하나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느낄 때. 두 번째는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이 안 된다고 느낄 때. 이 두 가지가 결합됐을 때 사람들은 지역감정이 생기고 정부에 대해서 비난하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했었던 초기 내각이 바로 충청도나 호남에 계신 분들이 생각하기에 너무 지나치게 편중 인사였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한나라당이 지난 참여정부 때 코드인사라고 얼마나 많이 비판했느냐, 그런데 본인들도 결국 코드인사가 아니었느냐. 이런 지적을 많이 하는 데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고, 실제로 여론조사 해보더라도 내각 인선에 대해서도 잘했다보다는 잘못했다는 비율이 훨씬 많이 나오거든요.

박인규 : 한 마디로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인사가 되지 못한 것 같다는 말씀이신데, 또 일각에선 그런 부분과 함께 인사검증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 말하자면 제대로 된 체크가 이뤄지지 않았던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요.

김형준 : 대통령은 두 가질 얘기했는데요, 하나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는 것과 두 번째는 인사검증자료를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미국의 예를 들어보면, 미국에는 이 검증시스템이 굉장히 활발하게 돼 있는데 우리와 다른 점을 두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검증시스템은 검증 대상자죠, 내각의 장관 임명자 될 사람한테 스스로 자기를 검증하게 합니다. 한 230가지 항목에 대해 물어봐요. 예를 들어 부동산이 얼마냐, 이혼했으면 왜 이혼했느냐, 외국에 갔으면 누구를 만났느냐, 다 검증해 놓고 거기서 만약에 거짓말하면 바로 자동적으로 제거시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자기가 조금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예 거부를 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미국은 FBI와 국세청, 공직자윤리위원회 이 세 군데서 공직자를 검증하거든요. 그런 다음 대통령한테 직보를 합니다. 거치질 않는다는 거죠. 서로 상호경쟁을 하게 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엉뚱하게 검증이 안 된다는 것. 이게 검증시스템이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이고요. 두 번째 차이점은, 미국에서는 장관이라고 해도 해당 상임위에서 검증한 다음 바로 인준투표를 하게 돼 있습니다. 상임위투표도 하고 본회의투표도 하고 두 번의 투표를 한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투표제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아무나 임명하지를 못하는 거예요. 우리는 투표 안하죠. 우리는 적합하냐 부적합하냐, 그것도 만약에 보고서가 제출 안 되면 20일이 경과되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있거든요. 그 말은 그건 철저한 검증을 해야 된다고 하는 유인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점이 우리와 다른 점이었고

박인규 : 앞으로는 그런 인사검증시스템이랄까, 이런 걸 정비할 필요가 있겠군요

김형준 : 그렇습니다. 왜냐면 인사검증 문제가 잘못되면 국정운영의 근본이 흔들리기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건 우리가 총선 끝나고 나면 18대 국회에서부터 인사검증청문회제도에 대해서 아주 근본적으로 바꿔줘야 된다고 봅니다.

박인규 : 특정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인사를 위해서는 검증시스템 완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약간 작은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말하자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은 물러나 달라. 상당한, 지지난주인가 파동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도 별로 좋은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런 지적들이 있어요.

▲ ⓒ프레시안

김형준 :
마치 점령군처럼 하다 보니 저항이 생기게 됐는데요. 미국 같은 경우는 정권이 교체되면 전임 정권에 있던 모든 분들은 스스로 사표를 냅니다. 그런 전통이 있어요. 우리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이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했는데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뭐냐면, 일괄적으로 무조건 전정부에 있었던 사람은 물러나라고 하는 건 법적으로도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는 거죠. 정말 누가 봐도 코드인사였던 사람의 경우, 정말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은데 일방적으로 인사를 했을 경우는 그런 요구가 있을지 모르지만,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한테는 그럴 필요는 없었거든요. 당장 나오는 게 오지철 관광공사 사장 같은 경우는 엉뚱한 분이 나갔다가 다시 반려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부분들, 옥석을 가려야 된다고 보는 거죠. 일방적으로 정권이 바뀌었으니 마치 모든 걸 다 한 방에 보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느꼈을 때, 그것은 아니다. 좀 더 뭔가, 지난 정부가 지나치게 코드인사와 비전문적인 사람을 중심으로 했던 것에 반감을 가졌다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고 뭔가 나름대로 자신의 철학을 갖고 좀 더, 우리 이 정부를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라고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선진화의 원년이라고 했거든요. 선진화의 원년이라는 것, 선진화의 가장 큰 요체는 시스템에 의한 겁니다. 인물이나 우연,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교한 룰과 법칙과,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는 거기 때문에 모든 걸 파괴하고 가져간다면 선진화를 역행하는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이명박 정부가 만약에 좀 곤경에 처했다면 그 원인 중 하나로 인사파동 외에도 공천갈등을 많이 꼽고 있어요. 지금도 사실 현재진행형이고. 한나라당 자체적으로는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나름대로 상당히 엄격하게 심사했는데, 한나라당의 공천작업. 말하자면 명실상부하게 개혁공천이라고 보십니까?

김형준 : 글쎄요. 저는 개혁공천이라는 것을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을 때 두 가지 요건을 갖춰줘야만 개혁공천이 이뤄진다고 봅니다. 하나는, 정말 국민들은 바뀌어야 되니까 실제로 조사해 보니까 우리 국민들의 68.5%가 현역의원을 교체해야 된다고 대답했어요. 현역의원을 바꿔야 된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뤄지는데, 이번에 한나라당 같은 경우는 개혁공천을 얘기할 때 배제의 논리는 있었지만 영입의 미학은 없었다. 다시 얘기해서 사람은 바꿨는데 다시 들어간 사람이 바뀐 사람보다 뭐가 낫냐라는 그 부분인 거죠. 과거 한나라당 같은 경우는 96년도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당을 만들면서 민정당의 색깔을 없애기 위해서 그 당시 영입한 사람이 김문수, 이재오, 이런 분들이었어요. 민중당 출신들이었죠. 그리고 2000년도에는 당시 김윤환씨를, 또 이기택, 신상호, 오세훈 이런 분들을 하여면 다 세대교체를 하겠다고 등장한 사람이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의원이었단 말이죠. 나름대로 영입에 있어서 뭔가 테마가 있었고 쓰임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한나라당은 굉장히 많이 교체한 건 맞습니다. 38.5%를 바꿨으니까요. 역대 어느 한나라당보다 많이 교체했는데 분명히 바뀌었는데 새로움이 없는 이상한 패러독스에 빠졌다,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런 것들이 개혁공천을 완성시키는 데 미흡하지 않았는가. 다시 얘기해서 2% 부족한 개혁공천 아니었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지금 당장 총선과 관련해서 이른바 형님에 대한, 불출마를 놓고 이재오 의원도 여러 가지 제안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총선에 악재가 될 것이 아니냐, 이런 전망들도 있어요.

김형준 : 그렇죠. 1차적으로 여당 프리미엄이라는 것은요, 여당이 정말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대안세력을 넘어서서 국민들한테 그런 힘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분열돼 있는 저런 여당한테 어떻게 표를 몰아줘야 되냐. 국민들이 오히려 걱정을 하는 거예요. 지난 참여정부 때 제발 이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듣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건 집권한 지 1개월 만에 여당이 저런 식으로 친이다, 친박이다, 친이 사이에서 또 갈등구조가 나와버리니까 국민들이 바라볼 때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다. 저런 세력한테 우리가 어떻게 국정을 맡길 수 있느냐는 그런 부분들이 결국 악재로 남을 수밖에 없고요. 특히 영남이나 호남 같은 경우는 또 다시 지역주의가 부활될 가능성이 높은데 결국 수도권에서 주로 승패가 갈릴 거라고 봅니다. 이번 수도권이 112석으로 돼 있는데 지난 2004년도에 총선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니까, 수도권에서 그때는 109석이었는데 3천표 이내로 승부가 결정된 곳이 18곳이었습니다. 16.5%였는데, 서울 같은 경우는 48개 지역구 중에서 무려 11곳이 3천표 내에서 승부가 났어요. 진짜 박빙이죠. 그래서 수도권에서는 압승이란 건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당이 공천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악재가 계쏙 나오다 보면 수도권에서 박빙의 승부를 거쳐야 되고, 더 나아가 친박연대라는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졌고. 이 친박연대가 표를 잠식한다는 것은 결국 한나라당 표를 잠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은 지금 야당으로선 굉장히 호재인데 국민들이 바라보기엔 정말 안타까운 것이, 집권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앞으로 4년 11개월이 어떻게 지나갈 것이냐 하는 면이 자꾸 부각되는 것. 이것이 국민들로부터는 참으로 안 좋은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많은 국민들도 그렇고 이명박 정부 스스로도 그렇고 사실 제대로 된 일은 총선 지난 뒤에 과반수를 확보해서 뭔가 일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데, 현재 같은 상태라면 사실 총선에서도 과반수를 확보한다는 게 기정사실로 보긴 어렵겠네요.

김형준 : 어렵죠. 과반수 획득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은데요, 많은 분들이 과반수는 못 얻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런 것이 악재인데 문제는 안정론과 견제론이 충돌됐을 때 안정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가 공천파동을 거치면서 점점 하락해서 견제론이 더 부상하는 것으로 나와 있거든요. 이렇게 됐을 경우 지난 88년도에... 그때도 여소야대가 이뤄졌거든요. 그러면서 굉장히 국정운영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단 말이죠. 또 실제로 한나라당이 150석, 160석을 얻는다 하더라도 만약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 끝난 후에 모종의 정치적 결단을 하게 되면 또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도 크다는 거죠. 이것은 아마도 총선이 끝나고 나면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약속했던 국정동반자적 관계를 어떻게 가시화시켜 주느냐의 문제가 클 거라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국정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보여줄 때 안정적으로 끌고 가죠. 그렇지 않고 예를 들어 그냥 현재와 같은 계파갈등이 그냥 분출된다면, 아마도.... 집권 1년이 실은 제일 중요한 시기거든요.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냐는 집권 1년 동안 저는 결정된다고 봅니다. 이 중요한 시기기 때문에 총선만이 아니라 총선 이후에도 대통령이 정말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어떻게 보면 지난 한 달 동안에 대해서 저희가 걱정과 우려를 많이 한 편인데요, 걱정만 할 것은 아니고 앞으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나가야 될까, 이런 고민도 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우선 한 가지는, 4.9 총선 관련해서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대선에서 굉장히 큰 공약이었는데 이번에 공약으로 안 내세웠어요. 이 부분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될지

김형준 : 일부 야당에선 꼼수라고 얘기하고, 또 실제적으로 내놔야 된다, 정확하게. 또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대운하 문제를 정면으로 최대 이슈로 걸고, 또 무소속 친박연대, 영남권 김무성 의원도 그런 얘길 했는데요. 결국 선거가 쟁점이 없는 선거가 되면 무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국민들에게 자꾸만 정책 보고 투표하라고 하는데 정책 중에서도 쟁점, 핵심이 뭐냐. 그런 문제에서 대운하 문제가 암만 뺀다고 해도 부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민심에서 만약 대운하 문제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면, 선거라는 건 항상 유권자들이 보여주는 일종의 하나의 표심이거든요. 여기서 만약 대운하 문제가 있다고 하면 과감히 그걸 변화시킬 수 있는 용단을 내려야 될 것들, 이런 것이 아마 대통령이 갖고 있는 리더십의 문제라고 보고요. 지금 대운하 문제에 대해서 찬성보다는 반대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한나라당도, 당당하게... 대통령선거에서 대운하를 걸었기 때문에 만약에 대운하를 내년도에 추진한다고 한다면 저는 그 문제는 거부할 필요 없이 당당히 묻는 것이 오히려 옳은 길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이명박 대통령은 다 아시다시피 기업의 최고경영인 출신이고 경제살리기가 시대적 과제다 보니 오히려 이런 분이 낫겠다 해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셨고. 또 스스로 여의도정치를 탈피하겠다. 말하자면 쓸데 없는 정쟁 안 하고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하셨는데, 여의도정치 탈피하는 과제가 생산적인 정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 또 CEO형 리더십이라는 게 우리나라 정치에 맞는 것인지, 어떻게 보십니까?

김형준 : 저는 그래서 두 가지 용어를 구별해야 된다고 보는데요, 하나는 통치라는 용어, 하나는 정치라는 용어입니다. 통치라는 용어는 과거 산업화시대에 국정운영을 일방적으로 지도하고 통제해나가는, 행정부가 딱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 속에서 얘기를 말하는 거죠.

박인규 : 결정을 위에서 하고 밑에 사람들은 따라만 하는

김형준 : 그게 통치입니다. 그런데 과거 산업화시대 같은 경우는 정치는 좀 안됐어도 통치가 잘 될 수 있는 여건이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죠. 그런데 87년 민주화 이후에는 더 이상 그런 식의 통치는 안 됩니다. 정치는 그 반대로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조정하는 걸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는 거죠. 그래서 통치가... 정치는 잘못돼도 통치가 잘됐다고 할 수 있는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박인규 : 과정은 잘못돼도 결과만 좋으면 좋다, 이건 안 되는 거다.

▲ ⓒ프레시안

김형준 :
네. 그건 안 되는 겁니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조정과 과정이라는 거죠. 그래서 만약 탈여의도정치라고 해서 정치를 무시하는 개념으로 가져가면 그건 굉장한 착각입니다. 아무리 탈여의도정치라고 하더라도 정치를 무시하고 정치의 중요한 조정역할을 무시한다면 그건 굉장히 잘못된 거고요. 오히려 탈여의도정치의 핵심은 뭐냐면 그동안 무시됐었던 과정을 중시하고, 그동안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상황 속에서 국민의견을 많이 수렴하고, 그런 것들이 엄밀한 의미에서 탈여의도정치지, 지금처럼 무조건 정치는 나쁜 것, 정치는 버려야 될 것, 그런 부정적인 시각에서 정치를 보면 안 됩니다. 그런 부분들이 아마, 국가와 기업은 다르거든요. 기업의 최고목표는 이윤을 창출하는 거고, 실제적으로 과정보다 결과가 좋으면 그것이 우리가 합당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국가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조정을 해야 되고 어떤 결과는 원하는 대로 안 되더라도 결국 국민에게 박수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고요. 어떤 경우는 본인이 원하는 걸 만들어도 국민에게 박수를 안 받는 경우도 있단 말이죠. 그런 면에서 CEO형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데 아무리 CEO형 리더십이라 하더라도 설득과 조정, 책임이라는 걸 등한시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CEO형 리더십의 대표적인 예로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나 태국의 탁신 총리를 말하는데 사실 이 분들이 썩 성공은 못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꼭 그럴 거라고 우리가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고. 다만 중요한 것은 한 달 동안의 실패랄까 어려움을 거울로 삼아서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당부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형준 : 아무리 보수정부라 하더라도 보수의 가치만 지향하면 국민통합이 깨집니다. 그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라는 건 성장, 효율, 자율, 이런 거지만 상대방은 진보의 가치라는 건 투명, 책임, 분배, 평등, 균형이라는 거죠. 이런 것을 함께 같이 갈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됩니다. 일방적으로 한쪽으로만 가는 정치는 쉬운 정치에요. 그렇지만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보수정부라 하더라도 진보가 내세우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분들이라든지, 또는 균형발전 문제나 분권에 대한 문제, 이런 것도 보수의 시각에서 풀 수 있는 지혜를 보여줘야 된다. 진보를 배격하고 보수가치만 옳다고 얘기하는 것은 또 다시 국민들과 스스로 멀어지는 거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서 정말 같이 함께 포용의 정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고요. 두 번째는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견제받아야 됩니다. 스스로 견제받는 대통령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요. 행정부가 여야를 넘어서서 함께,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때 건강한 정부가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견제를 두려워하지 말고, 견제를 나쁜 거라고 보지 말고, 새 정부에게 건강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만이 이것이 나름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실용정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진보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의 정치, 그리고 자신에게 쓴소리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자기비판의 정신이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다. 출범 한 달을 맞는 이명박 정부가 좀 되새겨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형준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정치학자인 명지대 김형준 교수를 초대해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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