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쇄신 공천'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금고형 이상 비리전력자'에 대한 공천배제 규정이 해당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로 그 빛을 잃게 생겼다.
신계륜 "죽을 자리에서 죽겠다"
그간 공천배제의 아픔을 딛고 묵묵히 당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귀감이 돼 왔던 신계륜 사무총장은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24일 사무총장직을 비롯한 선거대책본부장, 비례대표심사위원 등 모든 당직을 사퇴했다.
신 총장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상발언을 청해 "이제 당에서 내 역할이 끝난 만큼 죽을 자리에 가서 죽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천을 확정하는 마지막 회의에서까지 자신의 지역구 공천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전략공천지역으로 비워놓은 수도권 9곳 중 신 총장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을 비롯해 중랑갑(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영등포을(김민석 최고위원), 인천 남동을(이호웅 전 의원) 등 공천배제대상 11인의 지역구 공천 문제가 논의됐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신 총장과 함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김민석 최고위원도 "내 거취를 생각해 보겠다"며 무소속 출마 여지를 열어뒀다. 김 최고위원은 "아직 내 거취를 얘기할 겨를이 없었다"며 "아침에 신 총장이 그런 얘기를 했으니 나도 생각해 보긴 하겠지만 어느 쪽으로도 결정 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상수 전 장관과 이호웅 전 의원 역시 무소속 출마 채비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박지원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은 무소속 깃발을 들고 목포에서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으며,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가 공천된 데 반발하며 이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공천 하자니' 인물 없고 '안 하자니' 역풍 걱정
이처럼 공천배제자들이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결의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내 중진 11명을 공천 심사 대상에서부터 제외하면서 시작된 '공천 드라마'가 이들의 불복으로 얼룩질 위기를 맞은 것이다.
당 내에서는 이들의 '당선 가능성'을 이유로 전략공천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박재승 위원장을 위시한 공천심사위원회의 격한 반발은 물론 박재승 발(發) '공천 특검'에 지지를 보냈던 여론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공당이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하면 당과 공심위가 대국민 사기극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못 박았다.
신 총장 등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경우 민주당이 이 지역을 비워놓는 것도 '꼼수'로 읽혀 역풍이 불 우려가 있다.
결국 지도부가 이날 중으로 이들 지역에 후보를 채워 넣는 것이 '쇄신 공천'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지만 지역에는 이미 공천배제자들의 '전략공천설'이 파다해 마땅한 후보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이다.
이에 지도부는 해당 지역에 대한 공천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최고위원회의를 해산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들 지역에 대한 공천 방침이 정해진 바 없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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