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명단 성안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여성 몫'으로 배정된 비례대표 1번에 각 당 취약분야 대표인사를 추천할 예정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징성이 강한 비례대표 1번을 통해 서로 미흡한 분야의 표심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민주당 비례대표 1번에는 금융전문가인 이성남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내정된 반면, 한나라당 1번에는 '신나는 조합'을 통해 빈민 대상 '마이크로 크레딧(소액 대출)' 운동을 벌여온 강명순 목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장애인 운동을 해온 장향숙 의원을, 한나라당은 여성 최초 경제학박사인 김애실 의원을 1번에 배정했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한나라, 소외계층 비례대표 안배로 '부자당' 탈색
이성남 전 위원은 23일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 "제가 종사했던 경제 분야에서 익혔던 지식과 경험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 전 위원은 책상머리 이론가가 아니라 실물 경제를 일선에서 하신 분"이라며 "앞으로 당을 위해 금융과 경제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전 위원은 씨티은행 한국영업담당 총지배인과 한국재정담당 수석을 거쳐 금융감독원 최초의 여성 임원이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첫 여성위원으로 활동한 금융·통화 전문가다.
민주당은 이 전 위원을 비례대표 전면에 내세워 '민생전문당'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을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새 정부의 금융 정책 기조를 적극 견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은 빈민운동가인 강 목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부터 '부스러기 선교회'를 창립해 빈곤층 아동을 후원해 온 강 목사는 2000년 '신나는 조합'을 조직, 한국판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통해 노숙자 등 도시 빈민층 지원활동을 해 오면서 '빈민의 어머니'로 주목받았다.
한나라당은 남성 몫인 비례대표 2번에도 한센병력이 있는 장애인 사회활동가를 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앞 순위를 소외계층에 안배함으로써 '강부자 내각', '부자 정당' 등 여권 전반의 기득권 이미지를 털어내고 서민·소외계층의 표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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