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천을 둘러싼 통합민주당 내 계파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18일까지 호남과 수도권 경합 지역에 대한 공천을 마무리 짓고 늦어도 19일에는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지만 구(舊) 민주계가 '지분'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통합의 몫'을 보장하라는 구 민주계와 '계파 안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공천심사위원회 간의 갈등은 20여 개 전략공천지역이 확정될 이번 주 중반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박상천 "통합때 전략공천 합의"
구 민주계를 대표하는 박상천 공동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홀대론'을 제기하며 전략공천에 대한 불만을 공식적으로 표출했다.
박 대표는 "구 민주당은 지난 5년 간 가장 피해를 받은 당으로 유능한 사람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를 잃었었다"며 "이들을 위해 전략 공천 5곳을 요구했지만 자꾸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 대표는 특히 "5곳은 이미 통합할 당시에 합의가 된 사항으로 원래 9곳에서 그나마 5곳으로 줄어든 것"이라며 지난 2월 통합 당시 공천을 두고 물밑 '지분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통합 직전 과거 정풍(整風)운동을 벌였던 구 민주당 인사들이 "민주당이 신당 측에 박상천 대표, 유종필 대변인, 국창근·김충조·이협·박주선·장성원 전 의원 등 양당 통합 시 공천을 보장해야 할 13명의 명단을 건넸다"는 주장을 제기한 데 대해 민주당 양측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으나, 막상 전략 공천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시작되자 박 대표 스스로 예전 합의 내용을 거론한 것이다.
박 대표는 또 "균형공천이 필요하며 금명간 이와 관련해 결단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재승 "전략공천은 이미 끝난 얘기"
그간 공천과 관련한 공개 발언을 삼갔던 박 대표가 노골적으로 '지분' 문제를 거론한 것을 두고 당 내에서는 박 대표 자신을 포함한 구 민주당계의 공천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박 대표가 공천을 신청한 전남 고흥·보성은 현재 여론조사 경선 지역으로 분류돼 늦어도 18일에는 공천 결과가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박 대표 측은 13대부터 16대까지 이 지역에서 내리 4선에 성공한 박 대표를 장성민 전 의원과 경선에 붙인 것 자체에 공심위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돼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류심사와 면접 점수 등을 이유로 박 대표를 낙천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우려대로 박 대표가 공천에서 탈락한다면 박 대표가 언급한 "결단"은 즉각 단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공천을 받더라도 '열린우리당 대 민주당' 간의 대결로 압축된 경선에서 민주계의 '생존율'이 희박할 경우 역시 모종의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의 공천 여부와 상관없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등 극단적인 액션은 불가능할 테지만 당무 거부 등 '당내 시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공천 거부는 비례대표 공천 확정 등 향후 공천 일정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하지만 '공천에 계파 안배는 없다'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해, 호남 공천 결과와 전략 공천 지분 문제를 둘러싼 박 대표와 박 위원장 간의 갈등을 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공심위 회의에 앞서 전략 공천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다 끝난 얘기가 아닌가"라고 일축했고, 박경철 공심위 간사 역시 "전략공천 문제는 더 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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