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12일 팰런 제독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그가 이란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 행정부 내 고위 인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인물이었다고 보도했다.
부임 당시엔 '이란 공격 사전포석' 해석도
63세의 팰런 제독은 불과 1년 전 중부사령관으로 부임했으며 해군 제독 출신으로는 이 직책을 맡은 첫 번째 인물이었다. 당시 그의 부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항공모함을 이용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한 포석을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러나 실제 팰런이 보인 견해는 그같은 관측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이란 문제를 군사적 갈등이 아닌 외교로 해결해야 하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도 당초 계획보다 더 큰 규모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아프간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군사적 방법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팰런 제독은 스스로 발표한 사임 성명에서 자신과 조지 부시 대통령 사이에 정책적 이견은 없다면서도, 두 사람 간에 이견이 존재한다는 언론 보도로 인해 위중한 시기에 불협화음이 빚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팰런이 언급한 언론 보도는 그가 부시 대통령의 대 이란 정책에 반대했다는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지난 주 기사다.
하지만 <뉴욕타임즈>는 그의 조기 사임이 부시 대통령과의 견해 차이로 인해 파생됐다는 데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인 데이비드 퍼트래우스와도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퍼트래우스는 백악관의 의중대로 움직이는 정치적인 인물로 평가되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9월 9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나쁜 관계라고 말한다면 엄청나게 점잖은 표현"이라고 묘사했다.
중동 정세에 대한 판단에 따라 팰런은 이란이 2003년부터 핵개발을 중단했다는 정보를 공개하길 꺼려하는 마이클 매코넬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는 지난해 12월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를 통해 그같은 사실을 공개해 미국이 이란에 군사적 행동을 할 명분을 없애버렸다.
팰런은 또한 걸프 지역에 항공모함을 셋으로 늘려야 한다는 딕 체니 부통령의 구상을 좌절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미국 언론은 "팰런은 자신이 중부군 사령관으로 있는 한 이란과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사석에서 선언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란 공격 전조? "터무니 없는 소리"
하지만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팰런 사령관의 사임은 여러 문제가 관계된 일로 어떤 기사나 한 가지 문제로 야기된 결과가 아니라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또 팰런의 사임이 이란과의 전쟁이 임박했음을 뜻하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터무니없다"라고 일축했다. 게이츠 장관 역시 이란 공격에는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실제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동과 전 세계에서 예상할 수 없고 대처하기 힘든 국면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미 고위급 장성들 사이에서 팽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사임이 이란 공격의 전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게이츠 장관은 팰런의 사임을 아쉽지만 받아들인다며 중부사령부 서열 2위인 육군의 마틴 뎀지 중장이 당분간 사령관직을 대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중동, 동부아프리카, 중부아시아를 책임지는 '전역(戰域.Theater)' 단위의 미군 조직으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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