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여성단체연합 박영미 공동대표입니다. 박영미 대표는 1961년 부산 출생으로 85년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 시절 야학운동을 비롯해 서울 구로공단 등에서 노동운동을 했고, 88년부터 부산여성노동자회에서 조직교육부장과 사무국장 등으로 일했고 95년부터는 대표로 활동했습니다. 또,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직위원장과 통일평화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난 2005년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 대표와
지역여성운동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내일이 세계 여성의 날 100년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좀 공부를 해봤더니 노동자의 날 같은 경우는 시카고 노동자들의 투쟁, 5월 1일. 딱 분명한데 이건 좀 복잡하더라구요. 보니까 세계 여성의 날이 유엔에 의해 공식 지정된 건 1975년이고,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 된 건 소련혁명 직후 콜론타이라는 여성운동가가 레닌한테 권유해서 그렇다는데 1908년을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으로 잡는 이유는 뭔가요?
박영미 : 그게, 1909년에 미국에서 여성참정권집회와 행진이 크게 열렸어요. 2월 마지막 일요일을 여성의 날이라고 얘기하면서, 그런데 그것을 1908년에 있었던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의 참정권과 생존권을 요구하는 집회를 기념하면서 여성의 날을 1회 연 거예요. 그리고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1910년에 열린 유럽의 국제사회주의여성회의에 가서 이걸 제안했어요. 그 회의에서 이걸 받아들여서 그 다음해부터 전 세계 여성들이 여성의 날을 기념하자, 이렇게 되면서 이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거든요. 그리고 3월 8일로 한 것은 앞에서 말씀하신 대로 1922년부터인데요, 그것도 러시아의 전제군주제를 무너뜨린 2월혁명이 있는데, 그게 계기가 된 날이 여성 노동자들이 굉장히 생활압박을 견디다 못해 집단적으로 운동을 일으켰는데, 그것이 2월혁명의 계기가 됐고 그 날이 바로 3월 8일이라는 거죠. 그땐 음력을 쓰니까 2월이었고.
박인규 : 여성 노동자들의 역할이랄까, 간단치 않았군요.
박영미 : 그렇죠. 어떤 하나의 계기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1900년대 여성의 생존권과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면서 여성들이 만들어 온 날이다, 그런 의미가 커요.
박인규 : 여성의 날의 최초 기원은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참정권 요구투쟁이었고 나아가서는 소련 여성들의 생존권 투쟁이 혁명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전 세계적으로 의미를 갖는 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3월 8일 내일 여성의 날을 기념한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열리겠네요?
박영미 : 예. 아무래도 그렇죠. 그런데 모든 나라가 하는 건 아니고 여러 나라에서 여성단체나 노동 관련 단체들이 많이 하고 있는데요, 규모도 크게 하는 데도 있고 작은 모임에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국에선 지역 노동당이 주관하는 행사가 있고, 호주에선 의회에서 '일하는 여성 100년 우리는 어디 있었고 어디 있고 어디로 갈 것인가' 이런 주제로 토론을 하고, 네덜란드는 세계 여성의 날 100년과 권리 이런 제목으로 행사를 합니다.
박인규 : 전 세계적인 여성들의 축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선 세계 여성의 날을 언제부터 기념하기 시작했습니까?
박영미 : 1920년대에 처음 했는데 일제 탄압으로 곧 못하게 되고요. 해방 후 다시 46년과 47년에 기념주간까지 설정해서 하다가 48년 이후 또 정치적 격변기에 맥이 끊어졌고요
박인규 : 그게 아무래도 사회주의권에서 시작됐다 그런 거였나보군요?
박영미 : 그런 게 있었고 또 한편으론 굉장히 많은 여성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일단 미군정하에서 그런 부분. 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쪽이든 저쪽이든 모이는 걸 굉장히 반대했지 않습니까. 그런 흐름이 있었고요. 그래서 1985년에 전두환 정부 아래서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 1회 한국 여성대회가 열렸습니다. 그 이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만들어지면서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오늘이 한국 여성대회로 본다면 24회죠.
박인규 : 세계 여성의 날의 역사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 이걸 기린 건 짧은 편이네요. 우리나라에서는 내일 세계 여성의 날을 위해서 어떤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습니까?
박영미 : 1시 50분부터 2시 30분까지 유관순 기념관에서 일단 3.8세계 여성의 날 100년 기념식이 있고요. 그리고 이어서 그 대열이 가서 시청앞에 1시부터 5시까지 시민난장이 있거든요. 사진전시회도 하고 인절미치기도 하고 재밌는 다채로운 난장이 펼쳐지는데, 거기 참여하신 시민들과 함께 시청 광장에서 청계천 광장 주위를 도는 퍼레이드를 벌여요. 굉장히 화려하고 재밌게 할 예정인데요, 4시부터 5시까지는 다시 시청광장에 모여서 축하공연을 합니다. 거기에 많은 분들 좋아하시는 김장훈씨와 마야씨도 와서 축하공연을 해줄 예정입니다.
박인규 : 김장훈씨가 태안 가셔도 굉장히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던데 그 분이 아주 봉사활동을 자주 하시는 것 같아요.
박영미 : 네. 그래서 이번에 저희들도 주 슬로건이 '사람, 돌봄, 상생, 여성, 새로운 공동체세상을 열자' 이런 제목이거든요. 그래서 돌봄, 상생, 이런 의미에서 김장훈씨가 침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저희들이 초청했습니다.
박인규 : 서울에 계신 분들만 축하행사를 하면 지방에 계신 분들은 섭섭하지 않을까요?
박영미 : 그렇죠. 지방에서도 행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로는 이미 행사를 한 경우가 많거든요. 주로 행사는 3월 8일이 있는 그 주간에 주로 이뤄지거든요. 경남, 대구, 경북, 대전, 광주, 충북은 이미 행사를 했고요. 울산은 지금 현대자동차 문화회관 2층 대강당에서 행사하고 있습니다. 2시부터 시작했으니까 서둘러 가시기 바라고요, 부산은 9일. 그러니까 모레죠. 일요일 1시부터 4시까지 동의대 아트홀에서 행사를 크게 하고, 전주에서는 11일 5시 30분 전주시 객사마당 차 없는 거리에서 연극 등을 하고요. 제주에서는 8일부터 14일까지 제주영상미디어센터 내 신산갤러리에서 사진전시회를 합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 거의 거국적으로 하시는 것 같은데, 물론 축하하고 기념도 해야겠지만 이 날을 계기로 뭔가 여성들의 지위향상을 위한 활동이랄까 다짐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제가 알기로 매년 이맘때 되면 여성단체연합에서 여성운동상, 성평등 디딤돌상, 걸림돌상 이런 걸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어떤 분들이 선정됐습니까?
박영미 : 올해 여성운동상에는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수요시위가 받았구요.
박인규 : 아,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일마다 시위하는
박영미 : 예. 1992년 1월부터 시작해서 지난 2월에 800회를 넘겼거든요. 그리고 디딤돌로는 유방암 수술로 해서 가슴이 없다는 이유로 국방부에서 강제퇴역처분 당한 피우진 중령, 그리고 광주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 학교에서 성폭력사건이 발생했는데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거고요. 또 하나는 노조 결성을 이유로 부당해고 당했지만 끝까지 싸워서 이긴 울산과학대 청소용역여성노동자들.
박인규 : 여러 분들을 주시는군요. 피우진 중령 같은 경우는 저희 프로그램에도 한 번 나오셨는데요, 재판에서 이기셔서 복직이 되신 건가요?
박영미 : 아니요. 아직 3심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시 제기해서요. 꼭 3심에서는 이길 수 있도록 저희들도 힘을 많이 모아야 될 텐데 싶습니다.
박인규 : 최종 판결로 복직되시면 정말 그거야 말로 성평등 디딤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박영미 : 정말 그렇습니다. 사실은, 유방암 수술해서 가슴이 없으면 여성에게 격려해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되고, 또 많은 여성들이 이제는 가슴이 없다고 해서 여기 심신장애 2등급 판정을 했다는데, 심신장애를 일으킬 이유가 없거든요. 여성들 그 정도는 다 극복합니다. 그리고 걸림돌은 비정규직 보호법을 악용해서 여성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한 이랜드 그룹의 박성수 회장입니다. 그리고 신정아 사건 때 그 사건과 상관없는 누드사진 게재로 여성인권을 침해한 문화일보 편집국장. 그리고 특히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얘기하셨는데요, 위헌결정을 받은 군가산점을 발의한 고조흥 국회의원이 선정됐습니다.
박인규 : 군가산점 부활에 대해서 여성계에서는 굉장히 불만이 많으신 거군요.
박영미 : 그렇죠. 이건 사실 제대군인들에 대한 어떤 특별한 조치로서 전체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해야 되는데, 공무원시험을 보는 사람 일부층이잖아요. 그리고 또 그걸 여성들과 장애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하는 그런 방식은 아니다.
박인규 : 보니까 디딤돌 타신 분들은 전부 여성이고 걸림돌 타신 분들은 전부 남성인데 남성들도 디딤돌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영미 : 남성도 디딤돌에 들어가셨던 분들 꽤 있어요.
박인규 : 예를 들어 어떤 분 계시죠?
박영미 : 바로 기억하기엔 최재천 교수님이시고요, 그리고 훌륭한 판결을 내리신 판사님이라든지 이런 분을 많이...
박인규 : 이번 세계 여성의 날 100년을 기념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될 9대 과제를 제시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겁니까?
박영미 : 우리가 전체 총 슬로건으로 내세운 '여성, 새로운 공동체세상을 열자' 이런 것에 비춰서 9개인데요.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최저임금 현실화가 첫째고요, 둘째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확대, 셋째가 성평등한 가족정책 실현과 보육의 공공성 강화, 넷째가 한반도 평화통일체제 구축, 다섯째가 통합적 인권교육 실시와 차별금지법 개정, 여섯째가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 반대와 권익 옹호, 일곱 번째가 여성장애인 고용할당제 강화, 여덟 번째가 여성생태적 관점이 결여된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 반대, 아홉 번째가 식량주권확보와 여성농업인의 법적 지위 개선입니다.
박인규 : 대운하 같이 정치적인 사안도 있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될 문제들을 다 아우르신 것 같네요.
박영미 : 예. 그게 우리가 1985년에 첫 번째 한국 여성대회를 개최했기 때문에, 그때 민주화라는 과제도 포함되고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 여성대회는 여성 부분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생활인으로서 살 때 필요한 모든 요구를 제기하는 대회의 성격 같습니다.
박인규 :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말씀을 나눠보죠. 저는 그냥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가정에서 여성의 지위는 꽤 올라간 것 같은데 사회에서의 지위는 좀 아닌 것 같다. 물론 알파걸 이런 말 나올 정도로 굉장히 활동적인 여성들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어느 정도 향상됐다고 보세요?
박영미 : 말씀하신 대로 가정 내에서는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가정 밖의 사회, 그 중 특히 직장이 가장 심각한데요 알파걸의 존재는 이제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고, 여성들도 차별받지 않고 성취를 적극적으로 격려받는 분위기라면 남성보다 더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박인규 : 분위기만 좋아지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박영미 : 예. 그런 차원이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지위는 전반적으로 향상돼 왔다고 볼 수 있어요. 100년 동안.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도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아요. 전체 여성들이 고르게 수혜를 보는 유형과, 주로 상층여성에게... 자원을 많이 갖고 있는,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정치든 경제든, 상층여성들이 주로 수혜를 유형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후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전체 여성들이 고르게 수혜를 보는 방향으로 가려면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고용불안과 저임금, 그리고 교육 주택 의료의 공공성 강화,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바뀌어야 되는데요. 아직까지 이런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어려운 처지에서는 경쟁력이 약한 다수 여성들의 생활처지는 더 열악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일부 실력있는 여성들이 자기 실력을 발휘하기에는 많이 여건이 좋아졌지만 대다수에게는 아직은 걸림돌이 많다.
박영미 : 그렇죠. 여성들의 실력이 약한 건 누적된 차별의 결과거든요.
박인규 : 이번에 언론보도를 보니까 유엔 같은 경우는 여성의 경제권 향상 같은 걸 주요한 목표로 내세웠고. 우리 사회를 보면 지금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이나 차별을 당하는 분이 오히려 남성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실제로 어느 정도입니까?
박영미 : 일단 여성 노동자의 67.6%가 비정규직입니다. 3분의 2입니다. 사실 3분의 2나 비정규직인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어딨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또 여성들에게 누릴 수 있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보장돼 있어요.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이나 4대 보험은 돼 있지만 실제로 이것이 잘 안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노동자의 처지가 굉장히 열악한 부분은 비정규직 부분하고요, 또 여성의 한 29%를 차지하고 있는 영세사업장이거든요. 이 부분에서는 이런 법이 5인 미만은 아예 적용이 안 되고, 법 자체가 유보돼 있고. 또 법이 적용되는 규모나 비정규직의 경우는 실제 적용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과 달라졌다고 느낄 만한 부분이 없고요. 또 한 편에서는 실력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도 많은 경우가 예를 들면 전문직의 경우에도 용역, 파견, 임시, 이렇게 많이 해요. 얼마 전에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다가 미국에 자기 공부했던 곳에 가서 자살한 여성 분이 있잖아요. 44살인가 이렇게 나와 있던데,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박인규 : 그 분 같은 경우는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겁니까?
박영미 : 예.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어요.
박인규 : 그렇다면 지금 여성운동 하시는 입장에선 일터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 불이익을 시정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볼 수 있겠네요?
박영미 :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여성과제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딱 꼭 찝어라 하면, 여성을 독립된 경제주체로 인정하는 문제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부분이 비정규직 문제와 저임금을 해소하는 문젭니다.
박인규 : 젊은 직장여성들은 보육 문제를 굉장히 크게 꼽는 것 같은데
박영미 : 네. 일단 취업을 한 여성들의 경우는 보육 문제가 심각한 문제죠. 그리고 또 한편으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자기들이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또한 정부에 요구해도 별로 잘 안 이뤄진다고 보기 때문에, 그래도 보육 부분은 여성운동의 성과로서 90년대부터 계속 나아지고 있는 추세잖아요? 그리고 지난해 대선부터 해서, 지지난해 2005년 대선부터는 아이들 마음 놓고 낳아라, 정부가 다 키워주겠다 이런 식으로도 했기 때문에 여성들의 요구가 그렇게 많이 모이는데요, 보육 문제도 사실 좋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많이 약하죠. 특히 국공립 보육시설이 확대돼야 되거든요. 여성의 지위가 높은 나라들은 국공립 보육시설이나 보육이 공공성이 굉장히 높은 나라들이에요.
박인규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성가족부가 거의 없어질 뻔하다가 여성부로 간신히 살아남긴 했지만 보육 업무는 복지부로 간 거 아닙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이 많으시겠어요.
박영미 : 그렇죠. 보육 부분, 가족 부분, 이 부분이 복지부로 갔는데 저희도 굉장히 아쉽게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여성 문제가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문제지만, 가족과 또 돌봄노동 이 부분은 여성문제 해결에서 좀 더 특별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여성이 사회에서 배제된 채 가족 안에서 가족 돌봄을 전담할 것을 요구받으면서, 가족은 남성 가장이 지배하는 사적 영역이 되고요. 이것이 다시 사회 경제활동에 여성을 차별화하는 걸 합리화시키는 구조로 돼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성평등적 관점에서 가족 문제나 보육을 비롯한 가족 돌봄의 문제를 풀지 않으면 여성이 희생되거나 아니면 돌봄에 공백이 생기거나, 아니면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이런 문제가 생겨요
박인규 : 그 말씀은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가족 문제까지도 통합해서 같이 다뤄야 된다.
박영미 : 그래야 돼요. 그래서 어느 한 가지 관점에서만 볼 수 없는 복잡성이 가족에 있고 또 보육이나 방과후나 이런 돌봄노동에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런데 이번에 어쨌든 정부부처개편을 통해서 여성부와 가족업무가 떨어져나갔어요. 여성부의 경우는 이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예산이 2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해서 초미니부서가 됐다는 말도 하던데, 여성정책과 관련해서 이명박정부에 대해서 이렇게 해주십시오, 하고 부탁한다면 어떤 게 가장 큰 걸까요?
박영미 : 보육과 가족이 보건복지부로 떨어져 나갔지만 여성의 문제는 사회 전반에 있는 거잖아요. 그게 보육이나 가족, 교육, 노동 이 부분은 굉장히 여성 문제에 특히 영향을 많이 끼치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여성부가 초미니 부서지만 여기다가 인원과 예산을 더 배당해서 국정 전반에서 성평등한 관점에서 정책이 이뤄지도록 하고, 또 그런 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그리고 성 인지적인 예산과 성별 영향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많이 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여성 문제가 여성 문제뿐만이 아니다. 고용 문제기도 하고 가족 문제기도 하고 보육 문제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서 좀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이명박정부에서 좀 귀 기울여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영미 : 꼭 그렇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박인규 : 한 가지 개인적인 질문 좀 드리자면, 대학교 때 운동권 학생이셨던 것 같고. 노동운동을 하시다가 여성운동으로 바꾸셨어요. 노동운동을 하시다가 여성운동으로 바꾼 특별한 아유가 있으세요?
박영미 : 저는 학생운동 할 때부터 사실 1학년 말에 제가 첫 시위에 참여했는데요, 그러고 나서 2학년 때부터 그때 그 당시 여성 해방과 관련한 책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거든요. 그것을 보면서 제가 살아왔던 그리고 제 주변의 언니들, 아주머니들, 어머니,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아, 이런 부분이 결국 사회구조적으로 여성들이 차별받기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학교에서부터 여성서클을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노동현장에 갈 때도 여성과 노동자,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갔어요. 거기서 계속 일을 하려고 했는데 제가 몸이 굉장히 아파서, 원래부터가 제가 몸이 안 좋았습니다. 그랬는데 노동현장에서 하고 또 제가 구로동맹파업 때 지지시위 한 번 한 걸로 수배를 당해서, 그러다 보니 몸이 많이 약해져서 88년 8월까지 다니고 88년 9월부터 제가 여성노동단체로 가게 된 거죠.
박인규 : 여성노동운동을 하시다가 여성운동을 하시게 된 거군요 따지자면. 그렇다면 여성운동에 전념하신 지 20년 되신 건데,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여성들의 지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보세요?
박영미 : 예를 들면 호주제 폐지라든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이렇게 해서 여성폭력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여성에 대한 정치 진출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보면, 우리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봐요. 그러나 다수 여성들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적 문제에 있어서는 나아진 쪽도 있고 더 나빠졌다고 말할 수 있는 쪽도 있습니다. 왜냐면, 과거에는 여성의 경제적 처지가 남편의 처지에 따라서 주로 좌우되고 그랬는데
박인규 : 그랬죠. 여자 팔자는 뒤움박 팔자다 그랬는데...
박영미 : 예. 이제는 여성들이 자신의 힘으로 경제 진출을 하게 됐지만 그것들이 굉장히 벌어지게 된 거죠. 상층의 여성이 있고 어려운 여성이 경제적 측면에서
박인규 : 그 부분과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일부 남성들이 여성운동을 보시기에 엘리트여성들의 운동이다. 명망가 중심이다.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기여했느냐, 이런 식의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박영미 : 그런 예를 들면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춰서 엘리트여성들만 잘 나간 거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하는데요, 그렇다기보다는 실제로 여성운동이 요구해왔던 과제들은, 또 최근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계속 요구해왔던 건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라든지 93년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했고요, 또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해서도 계속 했고. 도 한 부모 여성들이 참 고생 많이 하는데 사회가 냉대하는 부분에 대해서 한 부모 여성들에 대한 지원과 함께 다양한 가족을 인정해라. 이런 부분들이라든지 이주여성이나 장애여성 문제, 이렇게 해서 실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일반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경제적 문제 노동문제를 비롯해 더 어려운 여성들이 겪고 있는 특수한 문제까지 계속적으로 했지만, 이런 부분들을 전문가들 또는 단체활동가들 중심으로 해서 정치권이라든지 제도개선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수혜는 여성들 전체에게 가더라도 그 수혜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 법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은 여성들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나왔지, 여성운동 자체가 소수 여성들을 위해서 한 건 아닙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 여성들의 사회진출 내지는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한여러 가지 기본적 틀은 마련했지만 아직 그 혜택이 다수 여성에게 가기까지는 좀 미흡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측면에서 올해도 활동 많이 하시겠지만 앞으로의 활동계획이라든가 다짐, 마무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영미 : 네.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도 지난 여성운동의 한계를 굉장히 뼈저리게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여성차별을 없애가고 정말 다수 여성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수의 대변형보다는 다수 여성들이 여성운동의 주체로 참여하는 여성운동을 만들어가는 데 가장 큰 힘을 기울여야 된다고 저희들이 생각하고요. 그래서 해당 여성 문제의 직접적 당사자들이 주체로 나서는 운동. 그리고 골목골목마다 여성들이 자기의 골칫거리와 바람을 여성운동의 의제로 만들어내고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그런 운동에 힘을 쏟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박인규 : 하긴 아무리 큰 둑이라고 해도 구멍 하나 뚫리기 시작하면 터진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많은 걸림돌이 제거됐으니 좀 더 노력을 하면 많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활동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영미 :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늘은 여성단체연합 박영미 공동대표를 초대해 세기의 역사를 이룬 세계여성의 날의 의미와 를 기념하기 위해 어떤 행사들이 마련됐는지 , 현재 우리 사회 여성들의 인권과 지위는 얼마나 향상됐는지 세한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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