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7일 금고형 이상 부정·비리전력자로 분류돼 낙천이 예상되는 거물급 공천신청자 11명에 대해서는 전략공천 혹은 비례대표 등 다른 경로를 통한 공천도 허락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선거과정 금품수수자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다른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상식상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전략공천도 국민의 마음으로"
박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낙천 예상자들을 향해 "대단히 송구스럽고 정말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기준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 하고 있는 공천심사 기준에서 탈락한 분들은 적어도 이번 18대 국회에는 입성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런 분들을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로 보낸다는 것은 맞질 않는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 공천관련 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국회의원 지역구 30% 범위 내에서 전략공천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금고형 이상 전력자 공천 일괄배제 기준을 두고 공심위와 최고위원회가 '힘겨루기'를 했던 정황에 미뤄볼 때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가 전략공천을 통해 '선별구제'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직자들은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이호웅 전 의원 등을 그 '구제대상'으로 꼽는다. 그러나 당규에 따르면 전략공천의 추천권은 최고위에, 의결권은 공심위에 있다. 결정은 공심위가 한다는 것이다. 공심위는 7대5로 외부 인사들이 수적 우위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외부 공심위원들이 '원칙'을 고수할 경우 전략공천을 통한 탈락자 구제라는 우회로도 차단된다.
박 위원장은 "전략공천도 국민의 마음을 최고의 가치로 해야 한다"는 말로 이를 양허치 않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셈이다.
박 위원장은 전날 '음주운전 삼진아웃'을 새 공천 기준으로 제시한 데 이어 이날은 의정활동 중 막말 등 부적절한 언사에 대한 기록도 감점기준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전혀 상관없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그것이 바로 정치 불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커가는 애들이 어떻게 보겠냐"며 "의정 단상에서 본의 아니게 했다는 말씀은 국회의원들이 할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현직 대통령을 폄하하는 단어를 보면 말할 수 없이 역겨운 경우도 있고 별 말 다 있었다"며 "이 경우 배제까지는 몰라도 점수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정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심한 언사로 비난했던 반노(反盧)인사들도 긴장하게 됐다.
신계륜 "지금은 공천이 중요하니 슬프지만 기여"
한편,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는 '공천 배제'가 확정된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신 총장은 "내 마음은 무척 아프고 슬픈데 이것은 개인의 심정이고 지금은 당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사실상 공심위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안희정 씨가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신 총장은 "개인적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당은 전진해야겠기에 내 능력과 소신을 바쳐 노력하는 것이 현재 당면한 일"이라며 "지금은 공천이 대단히 중요하니 그 일에 기여하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개인의 일에는 마음을 비웠다"면서도 "공심위가 문제제기를 한 데 대해 당이 틀렸다고 한다면 당이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며 지도부의 선명한 입장정리를 요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총선을 책임져야할 사무총장이 당이 정한 국회의원 심사자격에도 맞지 않는 사람으로 판단된다면 지도부는 총장을 해임하든가 공심위가 부당하다고 선언하든가 명료하게 해야 한다"며 "원칙에 따라 동지를 보호하든가 죽어줘야겠다고 얘기를 하든가 그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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