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구제' 없던 일로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당산동 당사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당초 원안대로 비리·부정 전력자에 대한 공천 배제 기준을 확정했다. 개인 비리는 물론 불법 대선자금이나 정치자금 수수에 연루됐다 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공천 신청자는 무조건 공천을 주지 않기로 정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으로 낙천이 예상되는 공천 신청자는 김대중 전대통령 측 박지원(전남 목포) 비서실장과 김 전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전남 무안.신안) 의원, 신계륜(서울 성북 을) 사무총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충남 논산.계룡.금산)씨, 이용희(충북 보은.옥천.영동) 의원, 신건(전주 덕진 비공개 신청) 전 국정원장, 이상수(서울 중랑 갑) 전 노동부 장관, 이호웅(인천 남동을).김민석(서울 영등포을).설훈(서울 도봉을).이정일(전남 해남.진도.완도) 전 의원 등 11명이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지금 이 시간 이후 이 기준에 따라 공천심사 작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당초 박 위원장은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만장일치를 이끌어내 '완전진압'을 모색했으나 공심위원 중에서도 외부출신과 당내인사 간 의견 차가 확연한데다가 총선을 35일 앞둔 시점에서 하루라도 빨리 공천을 확정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공천배제 기준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 박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인사 7명은 모두 찬성했지만 당내 인사 중 4명이 반대, 1명이 기권했다.
최고위는 이날 오전 결의한 '선별적 구제' 방침이 한 나절 만에 거부당하자 8시 30분 긴급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전날부터 일부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공심위를 해체해야 한다" 등의 강경모드가 없지 않았으나, 공천에 관한 전권은 이미 공심위로 넘어가 있는 상황인 만큼 표결을 거쳐 정한 공심위의 결정이 번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재승 "국민들은 우유 하나 훔쳐도 징역 사는데"
박 위원장이 사실상 자신을 영입한 손학규 대표의 권고마저 등지고 원칙론을 고수한 데에는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상황이 '전시(戰時)'라는 강력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당내 행사인 '새정치전진대회'에 참석, "나쁜 정치관행은 제거돼야 한다"며 "공천 배제 기준은 이미 공심위에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손 대표와 최고위원회의가 "선의의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며 요구한 '선별적 구제 방안'을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법 절차를 어기고 정치자금을 수억 원씩 받은 사람들이 사면을 받으면 다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민심과 이반된 것"이라며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자에 대한 구제 요구를 강하게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일반 국민은 구멍가게에서 우유 하나 훔쳐도 징역을 사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치인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다"고 말했다.
'국민 눈높이 공천'에 예외가 없음을 재확인한 박 위원장은 손 대표로부터 공심위원장직을 제안 받고 수락하기까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혀 손 대표에 대한 섭섭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뜻만 정확히 짚어 공천을 한다면 이 어려운 사태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데 국민의 뜻을 읽기가 힘들다. 사람마다 다른가보다"라며 잠시 눈가를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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