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KBS 한국어진흥원 박현우 원장입니다. 박현우 원장은 1991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사랑의 가족' 등 각종 프로그램과 뉴스, 중계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입사 후 줄곧 KBS한국어연구회 간사로 일하며 <표준한국어발음대사전>, <길라잡이KBS한국어>, <바른말 고운말> 등의 책을 실무 편찬했고 <북한방송의 실태와 방송언어>, <BBC 방송언어연구>, <디지털시대의 방송언어현실과 순화방안> 등의 논문과 기고문을 발표했습니다. KBS 방송언어 심의 위원과 정부언론 표준어 사정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KBS 한국어진흥원 초대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방송의 달인인 아나운서를 모시고 방송을 하려니 긴장되는데요
박현우 : 방송의 달인은 아니고요, 아나운서 중에서 방송을 제일 못했어요. 한국어를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습니다.
박인규 : 겸손의 말씀을... 아나운서를 하시다가 한국어진흥원 초대 원장이 되셨어요. 초대라는 건 사실 영광스런 자리기도 하고 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되기 때문에 상당히 어깨가 무거울 것 같기도 한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박현우 : 일단 상당히 책임감이 커진다고 볼 수 있겠죠. 저희 한국어진흥원이 작년 11월 1일 출범해서 지난 2월 22일 정식 개원식을 가졌는데, 저희가 얘기하는 것이 한국어의 힘을 키우겠다. 한국어진흥원을 통해서 한국어의 힘을 키우겠다는 주제로 나가고 있는데, 사실 요즘 국어가 위기라고 하지 않습니까. 특히 영몰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영어몰입. 걱정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우리 언어에 대한 자국어, 모국어에 대한 소홀함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 아닌가. 어떻게 하면 한국어 입장에서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어떤 방법이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기도 하고, 반대로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라 책임감도 크고 걱정도 앞섭니다.
박인규 : 한국어에 대한 상대적인 무관심을 극복시켜 보겠다. 원래 KBS안에 한국어 연구회가 있었어요. 이번에 새로, 따로 한국어진흥원을 만든 건 이제 연구만 할 때가 아니라 진흥을 해야겠다는 취지인가요?
박현우 : 그렇습니다. 사실 KBS는 한국어연구회를 지난 83년도에 만들었거든요. 방송언어가 상당히 혼탁해져가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미 지난 83년도부터 전국 200여 아나운서, 그리고 당시 유명한 국어 언어학자들이시죠. 허웅 박사, 이응백, 박갑수, 이연복, 유만근 교수 등 이런 분들을 모시고 한국어연구회를 발족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쭉 KBS한국어연구회가 존속해오고 있고 연구도 계속 하면서 방송언어에 대한 교육사업을 쭉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4년부터 KBS한국어연구회가 KBS한국어팀으로 조직되면서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실시하게 됐죠. 그래서 모국어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앞장서 왔는데 이제 한국어진흥원은 이런 성과들을 바탕으로 해서 한국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겠다, 이런 차원에서 발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한국어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들의 국어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서 한국어진흥원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됩니까?
박현우 : KBS한국어진흥원은 한국어 경쟁력 확보와 발전을 위해서 자체적으로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한국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성과물들을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서 공영방송 KBS를 통한 한국어의 실제적인 발전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는데, 가장 주된 일이 KBS한국어진흥원에서는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험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고 또 공신력 있는 한국의 대표 국어인증시험으로 정착시킬 거고요. 또한 그런 것뿐만 아니라 한국어 관련 교육사업, 요즘 한국어 관련 교육에 대한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교육사업, 그에 따른 교재출판사업, 그리고 한국어 관련 프로그램 제작사업, 방송사업도 수행하게 되는데 정말 해야 할 일은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우선 한국어능력시험을 2004년부터 시행한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몇 분이나 보셨습니까?
박현우 : 지금까지 10만여 명이 보셨는데 생각보다는 많지 않죠. 토익 같은 건 한 160만 명, 한자능력시험도 200만 명이 넘어서는데 국어에 대한 관심이 아직은 소홀하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박인규 : 말하자면 한국어능력시험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는 것도 1차적인 임무 중 하나겠네요. 교육사업과 함께 교재를 말씀하셨는데 아까 한국어문화콘텐츠를 개발한다, 그게 교재개발인가요? 다른 겁니까?
박현우 : 교재도 포함되고요,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해서 교육을 하게 되면 교육에 따른 교재들이 같이 나와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모든 걸 아우르는 한국어 문화콘텐츠라고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외국을 보면 말이죠. BBC 잉글리시, NHK니홍고. 그래서 일본어는 NHK가 대표적 교재다, 또 영어는 BBC가 상당히 권위있고 대표적이다 하는데 에를 들면 KBS 한국어 교재. 외국사람이 한국어를 배우려면 KBS한국어를 봐라, 그런 식의 교재가 지금 나와 있나요?
박현우 : 지금 일부 나와 있는데 사실 실질적으로 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 KBS한국어진흥원이 출범했거든요. 그래서 KBS한국어진흥원에서는 앞으로 콘텐츠를 발굴 생산해서 말씀하신 대로 BBC잉글리시, NHK일본어 같이 KBS한국어라는 브랜드를 보급함으로써 KBS의 방송언어가 표준한국어가 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어 표준화와 브랜드화를 통한 보급이 세계화를 시킬 수 있는 초석이라고 판단하는 겁니다.
박인규 : 아까 교육사업 중에서 많은 분들이, 코시안... 주로 농촌으로 온 동남아의 신부들. 이 분들이 한국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 가르치는 데도 문제가 많다. 지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뭔가 한국어교육사업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KBS에서 그런 부분 관련해서 너무 우리가 주문이 많은 건지 모르겠지만 혹시 구상하시는 계획 같은 게 있으세요?
박현우 : 분명히 저희가 올해 중점사업으로 한국어능력시험을 확산시키는 것도 있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사업을 중점사업으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셨다시피 이주여성들과 2세들의 한국어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들이 많거든요. 지금 2007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고 결혼이민자도 이미 11만 명을 넘어섰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에 대한 교육과 2세들에 대한 교육을 지금 정부 각 부처에서도 신경써서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지금 현재 입장에선 찾아가는 교육과 또 불러 모아서 하는 집체교육, 단순히 이것만 돼 있거든요. 근데 아시다시피 시골이라고 표현해서 죄송합니다만 전라도나 경상도 쪽에 이주여성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사는 데가 다 달라서 교육하기가 상당히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 KBS한국어진흥원에서는 본인들이 집에 있어도 쉽게 한국어 교육을 접할 수 있는 교재와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TV매체를 통해서든 E-러닝을 통해서든 쉽게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드리려고 합니다.
박인규 : 앞으로 기대해 보겠습니다.
한국어진흥원이라는 말 속에는 언어로서 한국어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의도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구상입니까?
박현우 : 한국어도 물론 국가경쟁력의 동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충분히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생각, 한국어도 산업이라는 것이죠.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의 산업화와 언어경쟁력이 높은 것은 사실 사용인구가 많아서가 아니라 언어를 상품화시키는 노력들이 뒷받침돼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우리말 우수성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한글 상당히 과학적 언어라는 말 많이 하지만 사실 실천이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 학자들, 국어학계 분들이 열심히 했지만 제 개인적인 사견인지도 모르겠지만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논문 발표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들을 실질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변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학계에서만의 논의로 끝난 감이 없지 않다. 실제로 요즘 한류가 동남아에서 특히 뜨면서 일본의 아줌마들 같은 경우는 한구의 욘사마나 비를 알기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최근 일본 같은 데만 해도 한국어 열풍이 대단하다는데, 그런 것들을 한국어산업이랄까 외국어산업 이런 걸로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박현우 : 그게 첫 번째 산업 중 하나죠.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고 거기 따른 교재를 만들어 주는 게 첫 번째 상품화시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혹시 그런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재를 언제까지 만들겠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잡고 계신가요?
박현우 : 지금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인위적으로 많이 만들어 찍어내서 공급하는 게 아니라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데 먼저 지금은 외국인을 위한 교재보다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교재를 먼저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주여성에 대한 교재도 사실 만만치 않거든요. 베트남, 필리핀, 많이 있는데 그들의 문화에 가깝게 만들어 줘야 되고, 단순히 초등학생용 같이 이것이 사과에요, 이런 식으로 가르칠 수 없거든요. 대중교통 이용할 수 있는 법, 시장 보는 법,
박인규 : 언어 플러스 생활에까지 도움되는
박현우 : 그렇죠. 더욱 힘든 건 뭐냐면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에 있는 분들은 또 그쪽 지역 사투리를 쓰십니다. 그래서 무릎이 아파요 병원에 가야 돼요. 이렇게 하면 그쪽 지역 어느 곳에선 정강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문제도 있는데 표준어개념으로 맞춰야 되겠죠. 맞춰서 그 분들을 위해서 그 분들 문화에 맞게 교재를 개발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국내에 있는 해외이주자들이라든가, 일본이나 외국인들을 위한 교재개발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지금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어실력이 좀 떨어진다. 제가 어떤 언론보도를 보니까 OECD국가 중에서 자국어 해독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더라구요. 우리 국민들의 국어구사능력이랄까요 그걸 늘리는 것도 중요한 거 아닙니까?
박현우 : 그렇습니다. 지난 2000년도에 서울대 민현식 교수님이 국민의 국어능력을 측정한 적이 있었어요. 100점 만점으로 측정했는데 한 몇 점 정도 될 것 같습니까?
박인규 : 그래도 한 60점은 돼야 되는 거 아닙니까?
박현우 : 아 글쎄요, 학생들한테도 자신들의 국어능력이 몇 점 정도 될 거 같냐? 60점 70점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사실 30점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박인규 : 낙제네요.
박현우 : 낙제죠. 그래서 그때 국어학계와 정부에서 문제가 있다 해서 준비한 것이 국어기본법이었습니다. 국어기본법을 만들어서 국민의 국어능력을 높이고 측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자고 해서 국어기본법이 제정됐는데 국어기본법이란 것은 근로기준법 같이 이런 여러 가지 법들을 묶어놓은 거예요. 국어에 대한 법들을 한 군데 묶어놓은
박인규 : 그야 말로 국어를 진흥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법
박현우 : 사실 처음에는 이게 아주 강력한 법이었는데 하다 보니 시행령 정해지고 하면서부터 약간 많이 무용지물이 돼서, 강제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사실 좀 힘들어졌는데 법이 좀 더 강화돼야 될 것으로 생각하고요. 그 국어기본법이 발효되면서 국민의 국어능력을 높이는 제도로 국어능력검정제도가 있는데, 저희 바로 KBS한국어능력시험이 떨어진 국민들의 국어능력을 높일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게끔 하는 시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중에 대부분 본인의 한국어 실력이 60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30점이다. 아직 모르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KBS한국어능력시험을 많이 보는 게 정상일 것 같은데 4년 동안 10만 명이면 사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일각에선 KBS한국어능력시험이 너무 어렵다는 불만도 있어요. 우리나라 국어실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가요, 어떻게 봐야 됩니까?
박현우 : 그런 지적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저희 시험을 본 사람들의 두 가지 반응이 나오거든요. 하나는 시험이 무척 어렵다. 역시 국어가 어렵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있고. 또 한 분은 아, 국어시험을 봤더니 내가 이렇게 모르고 있었구나, 공부해야겠다. 두 가지 유형이 나오더라구요. 사실 저희 시험은 고교과정을 정기적으로 이수한 사람이면 평균 점수 이상을 받는 시험이거든요.
박인규 : 몇 점이 평균입니까?
박현우 : 평균이 저희 시험은 990점 만점이에요. 토익과 비슷한 등수로 만들었는데 한 500점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500점 정도 되는데 물론 쉽게 낼 수도 있습니다. 쉽게 낸다고 좋은 건 아니죠. 토익 무용론 얘기 나오지 않습니까? 토익점수 높다고 해서 영어능력이 좋은 건 아니다. 국어점수가 높다고 해서 국어능력이 높아야 되는데 높지 않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좀...
박인규 : 일각에선 KBS한국어능력시험이 뭐랄까, 지식에 관한 질문이 많다. 실제로 응용하거나 구사하는 걸 테스트해야 되는데 지식에 관한 질문이 너무 많아서 비실용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박현우 : 일단 저희 시험은 일반적인 국어평가영역이죠.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영역을 측정하고 있고 지식적인 비중이 조금 있습니다. 그것이 저희 시험이 다른 시험과 변별되는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외국어, 특히 대표적으로 영어 배우기 위해서 단어 공부 얼마나 열심히 합니까. 보케브러리 25000, 33000 열심히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발음 공부하기 위해서 얼마나 외국인들 쫓아다니면서 사전 뒤져가면서 하는데... 우리나라 말에 대해서는 그런 열정이 있었는지, 그걸 묻고 싶은 거죠. 기본적인 지식, 기본적 어문규범에 대한 이해. 강남콩인지 강낭콩이 맞는지, 그리고 일반적으로 발음할 때 흐게 살리라, 흘게 살리라, 이런 얘기 하지 않습니까. 이게 과연 어떤 게 맞는 발음인지, 공부를 했는지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얘기죠.
박인규 : 일단 문제를 내셨으니까, 강남콩이 맞습니까 강낭콩이 맞습니까?
박현우 : 원래는 강남콩이었는데 88년도에 강낭콩으로 바뀌어 버렸죠. 원래는 강남, 동남아 쪽에서 왔다고 해서 강남콩인데 강남 갔던 제비들이 돌아오지 않습니까? 동남아 쪽, 거기 콩인데 사람들이 발음을 잘못한 거죠. 잘못된 자음동화를 하다 보니 그게 표준어가 됐는데 표준어도 원래 맞는 말이 있지만 언중들이 많이 쓰면 그쪽으로 흘러가게 돼 있거든요.
박인규 : 흐게와 흘게는 어떤 게 맞는 겁니까?
박현우 : 진행하시다 보니 발음에 신경 많이 쓰이시죠? 그건 까달게, 하듯이 흘게로 해야 되죠. 흙에 살리라. 노래도 있지 않습니까? 보통 우리들은 흑에 살리라, 부어게, 그러는데 부어케, 이런 식으로 연음을 해야 되는 게 맞는 거죠.
박인규 : 요즘 웬만한 기업시험 볼 때는 토플이나 토익이나를 반드시 의무적으로 요구하는데, 한국어능력시험을 입사요건에 넣으면 한국사람들이 국어공부를 많이 하지 않을까요?
박현우 : 그런 것들이 저의 바람이죠. 그렇게 돼야 되는데 아직도 영어 쪽에만 신경쓰다 보니 모국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기업체들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사실 2년 전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회사 직원들이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뭐냐는 질문이었는데, 영어능력보다도 문서작성능력이나 프레젠테이션능력 등 국어사용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더 많았습니다. 저희 시험은 쓰기, 말하기, 듣기 등에서 실제 업무수행과 학업수행에 관계 있는 문항들을 출제하기 때문에 KBS한국어능력시험 우수자는 직무능력도 상당히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특허까지 신청해 놨고요. 그래서 객관적으로 인정된 저희 시험이 많은 기관들이나 학교, 공무원들에게 적용된다면 모국어의 정체성도 확립할 수 있고 중요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고요.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저희도 뛰어야겠죠.
박인규 : 그런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KBS에서 한국어진흥을 하고 그와 관련해서 한국어능력시험을 대대적으로 하겠다고 하니까, 속된 말로 돈벌이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 상업적인 거 아니냐. 이렇게 보시는 분들도 일각에 있는 것 같아요.
박현우 : 그래서 저희 시험이 처음 시행하게 된 게 국어기본법에 의해서 했지만 KBS 정연주 사장이 처음 2004년도에 왔을 때 KBS 직원들을 뽑는데 국어능력을 안 보고 영어능력점수만 보는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서 정연주 사장은 문제가 있다. 당장 국어시험을 만들어야 된다. 이런 것 때문에 저희 시험이 시작됐는데 사실 중요한 얘기지 않습니까. 상업적으로 돈을 번다는 게 아니라 국어능력에 대한 기준, 검증, 이런 걸 통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갖고 있고요. 그리고 저희 시험이 사실 응시료가 2만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토익은 지금 3만7천원 정도 받고 있는데 저희가 더 이상 올릴 생각도 없는 거고, 상업성으로 흐른다면 응시료를 올릴 수가 있는 건데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고, 저희가 계속 그래서 손해보고 있어요. 그럼에도 저희가 하려고 하는 것은 공영방송 KBS가 그런 취지를 계속 살려나가야 되는 의무와 역할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박인규 : 말씀 나누면서 생각이 든 건데요 지금 한국어능력시험 종류가 성인을 위한 한 가지 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박현우 : 성인과 청소년 점수가 따로 나가고 있습니다. 시험문제는 한 가지지만 성인점수, 청소년점수가 따로 사정돼서 나가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요즘 한자검정을 비롯해서 굉장히 많은 초중등학생들이 검정시험을 본다는데 제가 보기엔 한국어능력시험을 초등학생용, 중학생용, 고등학생용, 일반용 이렇게 다양화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게 되면 굉장히 많은 분들이 재미도 갖게 되고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박현우 : 글쎄요. 저희 뜻은 그런데 일단 사교육시장에 대한 부담도 있으니까 다각도로 검토해본 다음에 정말 필요한 일이다, 하면 하려고 저희가 지금 연구 중입니다.
박인규 : 올해 KBS한국어능력시험은 언제 언제 봅니까?
박현우 : 올해 세 번 예정돼 있습니다. 5월 11일, 8월 10일, 10월 12일. 이렇게 세 번이고 내년에는 4회 이상 보려고 합니다. 매년 횟수를 늘릴 계획이고요.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korean.kbs.co.kr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박인규 : 혹시 또 이 방송 들으시고 나도 한 번 국어실력을 테스트해보겠다. 그런 분들은 korean.kbs.co.kr에서 보면 되겠네요.
박현우 :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저희 시험은 전국 15개 지역에서 다 봅니다. 제주도까지, 강릉, 울산 창원까지 다 보고 있고 중국 북경에서도 실시하고 있거든요. 많은 국민들이 편한 시간에 응시할 수 있게끔 제공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약간 화제를 바꿔보죠.
2월달인가요?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 영어몰입교육 이야기가 나오면서 당시에 이경숙 인수위원장이었던 것 같은데 오렌지가 맞나 아륀지가 맞냐 해서, 거의 인구에 회자되다시피 영어 문제가 나오면 모든 분들이 그야 말로 속된 표현이지만 벌떼같이 논의에 참여하셨는데, 한국어에 관해서는 그 정도의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당시 논란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박현우 : 이런 말씀 드리면 죄송하지만 정말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미국에 사시다 오신 분들이 그런 얘기 가끔 해요. 워싱턴에서 오신 분들이, 자기네는 와싱턴이라고 하는데 왜 한국에서 표기는 워싱턴으로 하느냐, 다르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드리고 싶은 말씀은 외래어 표기법은 표기법이지 발음법이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고 있는 게 이거 같습니다.
박인규 : 그 말씀은 오렌지라고 썼다고 해서 오렌지라고 발음하는 게 아니다.
박현우 : 그렇죠. 만약 저희가 여자들 얼굴에 바르는 필수영양소, 에쎈스 있지 않습니까? 외래어표기법으로 표기하자면 에센스거든요. 그럼 저희가 에센스라고 해야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서비스도 표기는 서비스 하지만 써비스라고 하고. 버스도 버스로 하지만 뻐스 하고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건 발음법이 아니라 표기법이다. 파리, 빠리 이런 얘기 많이 하는데 그것도 결국 표기법이지 빠리라고 할 수 있는 거고. 그리고 빠리도 원래 프랑스 파리의 원어민들이 하는 발음의 30%도 못 쫓아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건 표기법이고 발음법이 아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우리 국민들끼리 외국에서 들어온 말을 우리 국민이 편하게 알기 위해서 우리 한글의 자모를 갖고 만들어 놓은 것이지 물론 원음주의긴 하지만 발음법은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표기법과 발음법은 다르다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다.
박현우 : 대표적으로 그거 하나 있습니다.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짜장면도 작장이라는 중국어 외래어 표기에 의해서 자장으로 하거든요. 짜장으로 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박인규 : 또 한 가지 간단하게 여쭤보겠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현충원 가시면서... 습니다. 습니다였다가 읍니다였다가 굉장히 헷갈리셨는데 지금도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는 것 같아요. 어떤 게 맞는 겁니까?
박현우 : 88년도에 바뀌었는데 했습니다 할 때는 ㅅ이 맞죠. 그 다음 동그라미는 명사형으로 만들 때만 있음, 없음, 했음 할 때만 동그라미고. 종결어미로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할 땐 ㅅ으로 가는 게 맞죠. 어문규범, 표준어규정이 바뀌면서 표기법도 88년도에 많이 바뀌었는데 어문규범도 국민들끼리 약속한 법 아니겠습니까? 법은 지켜야 하고 그래야 혼란이 없는데 일부 언어학자들은 언어의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서 규정들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는 얘길 하지만 그렇게 되면 표준어 기준을 없앤다면 그 혼란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것들은 조심해야 될 것 같고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면 한국어에 뭔가 기준이 있어야 배우는 거 아니겠습니까?
박인규 : 아직까지는 습니다가 맞다.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다 보니까 KBS한국어진흥원이 앞으로 하실 일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출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앞으로의 포부를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현우 : 포부라고 할 것까진 없고 의무감이나 책임감이 더 큰데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한국어의 힘을 키우겠다고 했는데, 분명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험이 됐든 교재가 됐든 간에 우리말 겨루기 등 프로그램이 됐든 간에 우리말에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KBS한국어진흥원은 한국어의 보급과 전파에 선두적인 역할을 해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한국어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고 또 우리나라 사람이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앞으로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많은 활약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현우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KBS 한국어진흥원의 초대 원장을 맡은 박현우 아나운서를 초대해 KBS 한국어진흥원 출범의 의미와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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