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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번에도 '회장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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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번에도 '회장님 힘내세요!'

<중앙일보> 기자, '회장' 홍석현 '삼성식 경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4일 삼성 비자금 특검팀에 소환됐다. 특검팀은 이날 홍 회장을 상대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1999년 중앙일보 위장 계열 분리 의혹,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이날 취재 현장에서나 다음날 지면에서 홍 회장에 대한 강력한 충성심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4일 <중앙일보>는 홍석현 회장이 특검에 소환된 사실은 10면 오른쪽 하단 2단 기사로 처리했다. 이 기사는 홍 회장의 해명 중심으로 제목도 홍 회장의 발언을 따 "중앙일보에 대한 허위 주장 조사 통해 진실 밝혀질 것"이라고 달았고 특검이 이날 홍 회장에게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았다는 사실도 전하지 않았다.

또 이날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삼성 비자금 특검팀이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채권 일부를 확보했다'는 기사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 홍석현 회장의 출두 관련 소식을 전한 <중앙일보>10면. ⓒ중앙일보

홍 회장의 여유, 그 뒤엔?

이날 일간지들은 일제히 검찰에 출석하는 홍석현 회장의 모습을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운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등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홍 회장의 여유 뒤에는 '회장님의 품위'를 지키려는 <중앙일보> 기자들의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다. 이미 유명한 <중앙일보> 기자들의 '충성 경쟁'은 이날 홍 회장이 출두하는 현장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겨레>는 4일 "홍석현 회장 특검조사 받던 날 / 중앙일보 기자 4~5명 취재진과 고성·몸싸움"이라는 기사에서 <중앙일보> 기자들이 나서 홍 회장을 직접 수행하면서 삼성 SDI 해고노동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정황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홍 회장이 수사기관에 출석할 때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됐던 중앙일보 쪽의 '과잉수행'은 이날도 재현됐다"며 "홍 회장이 특검 사무실 건물로 들어서자 포토라인 뒤쪽에서 있던 해고노동자 전순선 씨가 '시급 3400원, 한달 500시간, 초일류 삼성의 현실'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어올렸다. 순간 중앙일보 조인스 영상 취재 기자가 촬영장비를 이용해 전 씨를 건물 구석으로 몰아붙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 씨는 '홍 회장이 들어서자 <중앙일보> 기자가 나를 등으로 밀더니 카메라로 찍는 척 하면서 나를 막았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자 취재기자들과 다른 해고노동자들이 해당 기자에게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중앙일보>의 다른 직원이 이를 만류하는 틈을 이용해 쏜살같이 도망쳤다"고 했다. 또 한 취재 기자의 말을 인용해 "홍 회장 출석 전에 <중앙일보> 관계자가 문제의 기자에게 해고 노동자 쪽을 가리키며 '저쪽을 맡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목격담을 내보냈다.

홍 회장이 조사를 마치고 나갈 때에도 <중앙일보> 기자들의 과잉 충성은 또다시 재연됐다. <중앙일보> 기자 4~5명이 홍 회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가로막아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방송카메라 한 대가 파손돼 해당 방송사들이 <중앙일보>에 항의하는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의 '회장님 모시기'는 이미 유명하다. 홍 회장이 지난 1999년 보광그룹 탈세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하자 당시 중앙일보 기자 40여 명이 검찰 청사 앞에 일렬로 서서 "사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또 2005년 X파일 사건 때는 출석하는 홍 회장 앞으로 다가서는 민주노동당원을 당시 중앙일보 사진부 차장이 잡아채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특검 취재 기자 성명 "<중앙일보> 기자 반성하라"
▲ 삼성SDI 해고노동자와 물리적 충돌을 빚은 중앙일보 동영상 기자가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중앙일보 쪽은 이 사람이 조인스 영상취재팀 직원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제공

이에 삼성특검 영상취재기자단은 5일 <중앙일보> 기자들의 몰염치한 취재 방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의 취재질서 문란 행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바란다"며 "기자의 본업을 망각한 <중앙일보> 기자들의 현장 취재질서 문란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은 홍석현 회장의 삼성특검 조사 후 귀가과정에서 다른 취재진의 취재를 물리적으로 가로막았으며 현장기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포토라인을 편의적으로 설치하는 등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방해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 방송사의 카메라가 파손되기도 했고 홍 회장이 차에 오르는 모습을 취재하려 했던 기자들은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끌려나가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의 행위가 과도하게 사주를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며 해당 기자들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이번 사건이 사주가 있는 언론사 기자들의 현장 취재 도덕성에 심각한 상해를 가한 매우 좋지 않은 사례를 남겼다는데 더욱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며 "이번 취재질서 문란 행위를 자본과 언론의 자유가 분리되지 못한데서 비롯된 매우 침통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해당 기자들이 양심으로부터의 진정한 반성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은 삼성특검 영상취재기자단의 성명서 전문.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의 취재 질서 문란 행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바란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삼성특검 조사를 받은 오늘, 기자의 본업을 망각한 중앙일보 기자들의 현장 취재 질서 문란 행위에 대해 우리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은 홍석현 회장의 삼성특검 조사 후 귀가과정에서 다른 취재진의 취재를 물리적으로 가로막았으며 현장 기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포토라인을 편의적으로 설치하는 등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방해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 방송사의 카메라가 파손되기도 하였고 홍석현 회장이 차에 오르는 모습을 취재하려 했던 기자들은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끌려 나가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은 건물 밖에 마련되어 있는 포토라인을 다른 기자들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장에 있던 어떤 영상취재기자도 그러한 포토라인의 설치에 동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포토라인은 전혀 실효성이 없는 포토라인이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의 이번 행동은 삼성특검이 시작된 이후 지난 두 달 동안 선진적인 취재문화 정착을 위해 삼성특검 관계자, 취재원, 취재진 간의 의견을 조율하며 합리적인 포토라인을 설치, 유지해 온 삼성특검 출입 영상취재기자단의 노력을 수포로 만든 일이며 지난 몇 년 간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인터넷기자협회가 추구해 온 합의에 의한 포토라인 설치에도 위배되는 변칙적인 포토라인이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이에 우리는 이번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의 행위가 과도하게 사주를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으며 따라서 해당 기자들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 또한 이번 사건이 사주가 있는 언론사 기자들의 현장 취재 도덕성에 심각한 상해를 가한 매우 좋지 않은 사례를 남겼다는 데 더욱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취재 질서 문란 행위를 자본과 언론의 자유가 분리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매우 침통한 사건이라 규정하며 이번 사건이 해당 기자들로 하여금 양심으로부터의 진정한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8년 3월 4일

삼성특검 영상취재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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