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는 4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 각 당 대표들을 찾아 취임 인사를 차렸다. 여당인 강 대표는 물론 한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론으로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손 대표도 반가이 한 총리를 맞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웃으며 오가는 환담 속에 뼈 있는 말도 적잖았다.
한승수 "변명해 봐도 소용 없더라"
국회 내 민주당 대표실을 찾은 한 총리는 기다리고 있던 손 대표에게 "우리 보통사이 아닙니다"라며 악수를 청했다. 손 대표는 "인준 과정에서 고생을 좀 하셨다. 단련돼야 강철이 된다"며 한 총리를 맞았다.
한 총리는 "국회 경험이 다 그렇지요"라며 "국회는 조금 억울해도 참아야 하는 곳인 것 같다. 의혹 같은 게 사실처럼 보도되는데 아닌 것도 있는데 변명해 봐도 소용없더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총리인준안이 처리되기 직전까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던 손 대표에 대한 섭섭함을 피력한 듯 보였다.
손 대표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도 "새 정부를 도와야 하겠는데 과연 이러한 총리, 내각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떳떳한 일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며 "그동안 나타난 탈법이나 병역문제나 국가관 역사관 보면서 정부 각부를 총괄하면서 국정을 이끌어야 할 총리를 과연 제대로 마음 편히 인준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회가 투명해 지면서 수준 높은 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서 그렇다"는 손 대표의 설명에도, 한 총리는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면 해명할 기회가 없어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며 "그런 것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맞섰다.
이에 손 대표는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어쨌든 축하한다"며 말 머리를 돌렸다.
손학규 "의회 귀찮아하지 말라"
손 대표와 한 총리가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한 국정 협조"를 구하고 약속하는 대화에서도 인사청문회의 '구원(舊怨)'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다.
손 대표는 "사실 저도 도지사를 할 때 어느 때는 도의회가 조금 걸리적거리는 것 같더라"며 "그러나 항상 실국장들에게 의회와 무슨 마찰 생기면 일방적으로 의회를 비판하고 귀찮아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의회에 가서 설득하고 협의하면 이런 일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정부조직법과 인사청문회 등 최근 쟁점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무시한다"고 비판해 왔고, 한 총리의 영국 대학 교수 경력 허위 기재가 문제됐을 때도 "외국 학제를 일반 국민들이 모른다고 해서 조교를 교수로 둔갑시키는 것은 국민 무시의 도덕관"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 같은 당부에 한 총리는 "각별히 국민 대표인 국회를 모시고 국민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며 "손 대표께서는 내각에도 같이 있었던 적도 있고 국정 경험 많이 있으시고 해서 앞으로 많이 협조해주시기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손 대표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던 1996년 당시, 한 총리는 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양자의 관계가 각료와 여당 의원의 관계였다.
이후 10여 분간 손 대표와 비공개 티타임을 가진 한 총리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중요한 것은 여당도 있고 야당도 있기 때문인데 정국 운영을 위해 야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싶은 생각이 있다"며 야당 협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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