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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장에선 오바마보다 더 주목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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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시상식장에선 오바마보다 더 주목받았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28]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 수상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음악계 최고의 축제인 제50회 그래미시상식에서 우리나라 레코딩 엔지니어가 참여한 음반이 클래식 부문 최우수 녹음 기술상을 받았습니다.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한국인이 그래미상에서 수상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수상의 주인공인 황병준씨와 함께 수상 소감을 비롯해.. 미국에서 음악 엔지니어로 성공하기까지, 그의 숨은 노력에 대한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씨입니다. 황병준씨는 1967년 경북 영양 출생으로 9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고 1993년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94년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전공을 뮤직프로덕션으로 바꿔 이 분야의 명문으로 꼽히는 뉴욕 인스티튜트 오브 오디오 리서치에서 1년간 수학했고 이후 버클리대학에서 3년간 공부했습니다. 99년 세계 최고 수준의 클래식 음반 엔지니어인 존 뉴튼의 녹음 스튜디오 사운드 미러에서 1년 남짓 일을 배웠습니다. 2000년 사운드 미러의 첫 해외지사를 한국에 설립해 외국 음반작업을 비롯헤 국내 가요, 영화음악 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신문에서 본 사진보다 훨씬 젊어보이시네요. 신문에는 41살, 이렇게 나와 있는데 20대 청년 같으신데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영화는 아카데미상, 음악은 그래미상 그러잖아요. 기분이 어떠십니까?

▲ ⓒ프레시안

황병준 :
일단 제 주변에 있는 여러 분들이 너무 기뻐해 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특히 저희 가족들이 너무 좋아해서, 그동안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셨어요 부모님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좀 어떤 일인가 자세히 알게 되셨고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그런 이야기 듣고 특히 가까운 사람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인규 : 부모님과 가족들 사이에 내가 하는 일이 이런 것이다 하는 걸 확실하게 각인시켜 드렸군요. 상을 받으신 건 2월 10일인가로 들었는데요,

황병준 : 예. 시상식이 2월 10일에 있었습니다.

박인규 : 그래미상 하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음악인들은 다 모인다는데 2월 10일에 시상식장에 가봤떠니 어떻던가요?

황병준 : 이번이 50회 그래미상이었고요. 미국작가협회가 파업을 하다가 그래미상을 하느냐 마느냐 그런 와중에 있었기 때문에 이게 열리게 됐다... 그렇게 돼서

박인규 : 관심이 많았죠 다른 때보다

황병준 : 네네. 굉장히 현지 분위기도 흥분된 상황이었고 레드카펫 지나가는 행사를 할 때 훨씬 더 예년보다 흥분된 분위기였다고 말하고. 시상식장에서 제가 원래 녹음을 하기 때문에 스타들을 많이 보는데 그 날은 워낙 한꺼번에 많이 왔습니다. 비틀즈의 링고 스타라든가 티나 터너 비욘세 올라와서 같이 노래부르고, 클래식 피아니스트 랑랑이랑 허비 행콕이랑 같이 연주하고. 프린스, 톰 행크스 이런 유명한 분들을 너무 많이 봐서 굉장히 좀 흥분되고 기분이 좋았죠.

박인규 : 좀 황홀하셨겠네요.

황병준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상 받으신 게 클래식 부문에서 녹음기술상이라고 해요. 어떤 앨범으로 받으신 겁니까?

황병준 : 20세기 작곡가인데 그레챠니노프라는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 수난주간. 아카펠라 합창음악입니다. 반주 없이, 사람 목소리로만.

박인규 : 녹음을 외부에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황병준 : 네. 흔히들 녹음을 한다고 하면 레코딩스튜디오에서 하는 걸로 많이 아시는데요, 특별히 어쿠스틱음악, 클래식이나 재즈, 우리나라는 국악 정도 되겠죠. 그런 음악 같은 건 공간이 자연스러운 음향이 있는 큰 공간에서 녹음합니다. 콘서트홀이라든가 아니면 교회나 성당 이런 곳에서 녹음하는데 이번 음반도 미국 캔자스시티에 있는 한 교회당에서 이뤄졌습니다.

박인규 : 저희도 가끔 출장인터뷰를 가고 그러는데, 그렇게 외부에서 하면 잡음 같은 게 들어갈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황병준 :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면 잡음이 없는 장점이 있지만 자연스러운 소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야 되거든요. 하지만 현장에서 필드레코딩을 하게 되면 현장의 굉장히 풍부한 소리를 자연스럽게 받고 그 후에 특별히 어떤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굉장히 스튜디오에서는 만들 수 없는 소리가 포착되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여러 가지 노이즈들이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도시소음 같은 거, 자동차 소리나 사람 소리 등이 있고. 야외로 나가면 이번에 녹음한 음반은 시내에서 많이 떨어진 데 있었거든요. 그래서 흔히들 자연의 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새소리라든가 동물, 바람소리, 빗소리 같은 것. 새소리 같은 것들이 흔히들 문제가 되는데요 제가 맨 처음 일을 배울 때 새를 쫓아내는 방법을 몇 가지 배웠습니다. 오리떼들이 있으면 개를 한 마리 빌려와서 쫓아낸다든가, 아니면 제가 또 쓰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데 높이 나무에 있는 새들은 부엉이를 되게 무서워합니다. 저희가 부엉이인형을 여러 개 갖고 다닙니다. 그래서 높이 올라가는 마이크스탠드를 달아서 주변에 세워 놓으면 새들이 얼씬도 안 하죠.

박인규 : 이번에 상 받은 게 녹음기술상인데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존 뉴튼하고 황병준씨가 같이 받았어요. 그런데 저희 일반인들 입장에선 녹음기술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상까지 주나, 일반인이 들으면 녹음기술이 좋다는 걸 어떻게 알수 있나, 그런 궁금증이 들긴 해요.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황병준 : 사실 요즘은 흔히들 음악 들으실 때 보통 차에서 들으시거나 아니면 휴대용 MP3플레이어로 많이 듣는데, 사실 차분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들으시면 누구나 정말 초등학생들까지도 잘 녹음되고 잘 엔지니어링되고 프로듀싱된 음반이랑 그렇지 않은 음반은 굉장히 구별하기가 쉽습니다.

박인규 : 일반인들 귀에도 차이가 드러난다.

황병준 : 그럼요. 좋은 음식하고 거칠게 만든 나쁜 음식이 차이 나듯이 똑같이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시상 이유 같은 것에서는 어떤 걸 평가했나요? 그쪽 시상식에서는

황병준 : 일단 이 음반이 다섯 개가 노미네이션 됐는데요, 사실 엔지니어링 자체만으로는 노미네이션 되기 힘듭니다. 왜냐면 음악이란 것 자체가, 음악녹음이라는 게 음악을 담는 거기 때문에 음악 연주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녹음을 잘해도 소용없는 일이거든요. 이번 같은 경우는 최우수 클래식음반상이랑 최우수 합창연주상, 프로듀서상 이런 것들이 전부 같이 노미네이션 됐기 때문에 음악성과 기술의 우수한 측면들을 같이 평가해줬다고 보고, 그래서 더 기쁘고요. 그런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서 되게 좋았습니다.

박인규 : 다섯 개 부문에 올랐다는 말씀이죠? 최우수음반상, 최우수녹음기술상, 최우수서라운드음향상, 올해의 프로듀서상, 합창연주상 다섯 개나 후보로 올라갔는데 한 개밖에 못 받았어요. 좀 억울하지 않으세요?

황병준 : 보통 아카데미상 같은 거 보면 제일 많이 노미네이션 되면 많이 쓸어가는데요, 저희도 사실 저희 앨범이 클래식 부문에서는 제일 많이 노미네이션 됐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기대가 컸죠.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까 사실 그런 말씀들 하시더라구요. 아무리 후보에 많이 노미네이션 돼도 하나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저희가 경쟁자로 있었던 팀들을 보면 서라운드음향상은 비틀즈가 받아갔습니다. 비틀즈의 러브라는 앨범이 있는데 그 앨범을 리믹스를 해서 새롭게 서라운드음향으로 만든 음반이 받아갔고요. 그래서 대단했죠 인기가. 그 다음 최우수 합창상은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이 연주한 팀이 받아갔습니다. 경쟁자들이 엄청 치열한 거죠. 그래서 뭐 하나 받은 것도 굉장히,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박인규 : 이 수난주간을 부른 캔자스시티 합창단이라든가 피닉스 바하 합창단은 그렇게 많이 알려진 합창단은 아닌가 보죠?

황병준 : 그렇죠. 특히 국내엔 거의 전혀 알려지지 않은 합창단이고 특히 음반을 아직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수입을 아직 안 하고 별로 계획이 없더라구요. 사실 미국에서도 떠오르는 신인에 해당하는 합창단인데요,

박인규 : 유망주

황병준 : 그렇죠. 그런 합창단입니다. 지금은 그래미상 수상하고 음반을 많이 내면서 막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죠.

박인규 : 미국까지 가서 녹음한 걸로 봐서는 스승이신 존 뉴튼 씨가 굉장히 신뢰하는 엔지니어인가보죠?

황병준 : 네. 제 느낌은 그런데요, 사실 처음엔 굉장히 뭐라 그럴까요, 쌀쌀한 분위기였습니다 스튜디오 들어가면. 굉장히 힘들었죠.

박인규 : 처음 일 배울 때

▲ ⓒ프레시안

황병준 :
네. 처음 제가 저희 학교의 교수님 소개로 들어가서 일하게 됐는데요, 제가 들어가 보니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반들. 저는 원래 오디오 마니아입니다. 그래서 오디오 소리를 굉장히 따지고 음반 중에서도 소리가 좋은 음반들을 많이 모았는데요, 제가 좋아하고 오디오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음반들을 저희 존 뉴튼 치프엔지니어가 굉장히 많이 녹음했더라구요. 그래서 가서 보자마자 너무 매료돼서 그냥 다 필요없고 붙어있으면서 배우게만 해달라. 그런데 처음에는 정말 인사도 안 받아주더라구요.

박인규 : 원래 처음엔 그런 겁니다. 기자들도 수습기자 들어오면 수습은 인간도 아니다 그러면서 일부러 쌀쌀하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면 봐주고.

황병준 : 예. 차라리 험한 일을 시키면 좋은데 그것도 안 시키고. 그런 기간이 지나가니까 하나씩 하나씩 신뢰를 주시고 열심히 배우고 처음으로 제자를 배려해 주셨죠.

박인규 : 그래미상이 저희는 열 몇 개쯤 되는 줄 알았더니 100개 부문이라고 해요. 이번 시상식에서 지금 미국에서 한창 뜨고 있다고 할까요?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인가 이 분도 최우수 낭독앨범상을 받아서...경쟁자가 카터, 클린턴 대통령, 굉장히 화제였다는데, 황병준씨가 만든 수난주간 앨범이 더 화제였다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됐길래 이렇게 화제를 모았습니까?

황병준 : 보통 그래미 노미네이션 되면 아무리 시상식장에 사람들이 많이 와도 한 네다섯 명에서 10명 정도가 최곤데요

박인규 : 당사자하고 축하해줄 사람들.

황병준 : 네. 이번에 합창연주상에 올라갔기 때문에 합창단 전체가 올수도 있었습니다. 워낙 이 분들이 흥분을 해서 거의 대부분의 합창단, 50명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박인규 :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이렇게 된 거군요.

황병준 : 그렇죠. 축제가 된 거죠 합창단으로서는. 그래서 거의 저희도 시상식 앞자리에 앉고 저희 본사팀들과 스태프들이 전체 갔거든요. 열 명 정도 가고, 한 60명 정도가 저희 팀이었습니다. 보통 네다섯 명 정도가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르고 그러는데 저희는 60명이 모여서 한꺼번에, 이름이 호명되니까 환호성을 질렀죠. 그래미 역사상 아마 제일 많은 인원들이 벌떡 일어나서, 도대체 어떤 팀인가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죠.

박인규 : 그런데 언론보도인가 어디를 보니 이 앨범이 자칫하면 탄생 못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는 어떤 얘깁니까?

황병준 : 저도 그 얘기를 굉장히 늦게 들었는데 사실 이 앨범을 녹음한 때는 2004년입니다. 2004년인데 사실 출시가 작년에 됐거든요. 2007년에 출시된 음반들을 모아서 그래미상 후보에 올리고 시상을 하는데요

박인규 : 3년을 썩혔다가 나오는 거네요.

황병준 : 그렇죠. 보통 요즘은 대부분 다 음악 하시는 분들이 녹음을 먼저 한 다음에 음반사에 컨택을 해서 우리 음반을 내주십시오, 해서 계약이 이뤄지는 상황입니다. 사실 이 음반이 출시되기를 굉장히 음반사에서 꺼려했던 이유가 똑같은 작곡가의 똑같은 작품이 그 음반사에 미리 레퍼토리가 확보가 돼 있었습니다. 벌써 출시돼 있었죠. 그래서 굉장히 꺼려했고. 그 다음에, 작년에 이 합창단이 연주한 다른 앨범 두 개를 출시를 해줬습니다. 그러면서 했던, 나눴던 이야기들이, 앞의 두 음반을 출시해 보고 반응이 어떤가를 살펴보고 이 음반을 내줄까 말까 그런 입장이었습니다. 거의 안 내주는 분위기였고 다른 음반사를 찾거나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이 앞의 두 음반이 좀 선전했어요. 그래서 음반사에서 선물 비슷하게 내줬죠. 아무 기대도 안 했습니다. 저도 3년이 지나서

박인규 : 그러면 황병준씨가 녹음한 것도 2004년이네요?

황병준 : 그렇죠. 완전히 잊어버리고, 음반이 왜 안 나오지? 그러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12월 초에 연락을 받아서, 노미네이션 연락 받고 완전히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죠.

박인규 : 완전히 횡재한 기분이었겠는데요? 3년 전에 녹음했는데 이제 와서 그래미상까지 받으시고, 하여튼 축하드립니다.

황병준 : 감사합니다.

박인규 : 여기서 그 유명하다는 그래미상을 최우수 녹음기술상을 받은 그레챠니노프의 수난주간 중에서 첫 곡을 잠깐 들어보시겠습니다.
그레챠니노프의 아카펠라 합창앨범 수난주간 가운데서 한 곡을 들으셨는데요, 상당히 좋네요. 전기공학도였다가 음악엔지니어로 바꾸셨어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다른데, 어떻게 말하자면 존재의 전이를 하실 생각을 하셨어요?

황병준 :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들었고 좋아했고요, 대학교 다닐 때 학교 음악감상실의 DJ 같은 것도 했습니다.

박인규 : 워낙 예전부터 끼가 있으셨군요?

황병준 : 네. 밴드활동 같은 것도 했고. 그러면서 계속 음악과 같이 살았고. 그랬지만 저희 세대가 그렇다시피 계속 그냥 공부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 있다가

박인규 : 예전 같으면 음악이나 이쪽은 딴따라다 뭐 이렇게 해서 별로 안 좋게 보셨으니까

황병준 : 예. 그러다 미국에 공부를 하러 갔다가 박사공부를 하러 갔다가 주변을 살펴보니까 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분야가 있는 걸 알고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전공을 바꿔야 되니까요. 정말 내가 신나게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아무 생각 안하고 뛰어들었습니다.

박인규 : 미국 가실 때까지는 그래도 전기공학도로서 가신 거 아니에요? 상당히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네요.

황병준 : 예.

박인규 : 아까 잠깐 말씀하셨습니다만 존 뉴튼이라는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 밑에서 일하는데 고생이 많았다고 하셨는데, 한국인이기도 하고. 그 전까지 공학도이기도 했고, 생소한 분야에 들어가서 몇 년 동안 일하신 건데 어떤 점이 가장 어렵던가요?

황병준 : 사실 이쪽 분야는 어떻게 보면 학교를 졸업하고 배우고 나면 바로 직업을 구해서 뭔가 셋업된 사회인으로 바로 돈을 벌수 있다든가 그럴 수 없거든요. 도제식으로 돼 있어서 수련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기간을 겪으면 어느 분야나 이런 식으로 일을 배우는 분야는 다 그런 게 있겠지만 굉장히 처음 들어가면 막내로 괄시를 당하죠. 그런 어떤,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기자세계도 그런 게 있다시피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 그런 걸 이겨내야지요. 자존감이 많이 무너지는데요 스스로 그걸 지키면서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했고. 특히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문화적인 그런 게 되게 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섞이기 힘듭니다. 저도 굉장히 그런 게 강했는데요, 어쩔 수 없이 그 분들의 문화에 들어가서 그걸 이해하고 비슷하게 돼야 되니까 그런 부분들이 좀 힘들었고, 물론 영어 같은 것도 완벽하게 되지 않고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죠.

박인규 : 2000년도에 국내에 들어와서 레코딩엔지니어 일을 하시는데 미국에서 그런 문화적 차이가 있었다면 황병준씨는 미국에서 미국식으로 음향일을 배운 거 아니에요? 한국은 한국식의 음향일 관습 같은 게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좀 어렵지 않았습니까?

황병준 : 그런 부분도 차이가 많이 있었죠. 특별히 제일 많이 차이나는 게 뭐냐면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굉장히 일을 급하게 하고 빨리 하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특별히 필드레코딩을 현장에 나가서 하게 되면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사실 미국에서 일할 때는 미리 장소에 가서 충분하게 장비들을, 스튜디오를 거기 만드는 거거든요. 설치하고 할 시간들도 있고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그런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특별히 실황공연 같은 경우 우리나라 공연장들을 가게 되면 시간이 너무 타이트해서 어떤 때는 이러다 정말 사고가 나는 게 아닐까, 시간 내에 셋업을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런 부분들을 조금만 배려해 주시면 훨썬 더 좋은 결과들이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고

박인규 : 실황공연의 셋업이라는 건 공연 전에 거기다 음향기기 설치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안 주어집니까?

황병준 : 네. 굉장히 타이트하게 주어집니다. 어떨 때는 거의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아찔아찔하죠.

박인규 : 그런 부분에 대한 배려가 아직 적은 편이로군요.

황병준 : 그렇죠.

박인규 : 국내에 들어오셔서 말아톤 같은 영화도 하시고 TV드라마도 음향작업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영화를 많이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예전에 들어보면 우리나라가 요즘 한류도 있고 해서 한국영화가 뜨고 있는데 이른바 할리우드에 비해서 음향쪽이 떨어진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요즘은 좀 어떻습니까?

황병준 : 그 부분이 굉장히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영화가 부흥하면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고 옛날보다는 훨씬 좋아진 상탭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국 대작들에 비해서는 좀 음향이 아무래도 차이가 나겠죠.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두 가지 요인인데 첫 번째는 예산의 문제고 두 번째는 시간의 문젭니다. 특별히 예산 같은 경우 미국 메이저 영화들에 비해서 굉장히 적은 예산이 투자되고 있고 그래서 그런 부분이 인력 같은 부분의 수급이, 분업이 덜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도 있고. 시간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보통 편집이 끝나고 나서 후반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보통 우리나라는 4주 안쪽으로 줍니다. 미국의 대작 같은 경우는 16주에서 20주 가량 주거든요.

박인규 : 4분의 1도 안 되네요.

황병준 : 그렇죠. 그러면 거의 포스트프로덕션 하시는 분들은 4주 동안은 출퇴근이 없습니다. 24시간 계속 작업하거든요. 피로도 누적되고 너무 짧은 시간 동안 해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데드라인에 맞춰서 작업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이 있고요. 만약에 우리나라 영화도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주어진다면 굉장히 발전할 것으로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는 그런 음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황병준씨가 지금 하시는 일은 음반 쪽으로 일하시는 건데 요즘 이른바 MP3다 뭐다 해서 음원시장이 뜨면서 음반시장, 특히 국내 시장은 완전히 고사 직전이라고 그러는데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황병준 : 현재로서는 한 2001년? 2000년부터 거의 100만 장 돌파한 앨범이 전무했죠. 십몇만장 이렇게 돼도 좋은 성적으로 보는데요. 음반시장, 우리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음반시장이 계속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원시장은 엄청나게 커지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가 뭐냐면 사실 저작권에 대한 보호가 잘 안 되고 있거든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다운로드라든가, 특히 영화에서도 그런 것들이 많고.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미국 의회에서 저작권법 보호를 위한 특별기구도 만들고 통과됐습니다. 그래미에서 한 번 언급이 있었고요, 그런 기구들이 만들어지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게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이제 창조적인 걸 만들 수 없고.

박인규 : 창조적이고 좋은 음악을 듣기 어렵겠군요.

▲ ⓒ프레시안

황병준 :
그렇죠. 점점 더 안 좋은 저급한 창작물들을 대할 수밖에 없는데요, 지금은 저희 음반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과도기로 보고 음반시장이 안 좋아지면 음원이 분명히 많아질 거기 때문에 어느 시대보다 지금 음악을 훨씬 더 많이 듣습니다. 훨씬 더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고.

박인규 :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황병준 : 예. 옛날에 우리 가요 들을 때 그냥 가요라고 했지 리듬앤블루스네 힙합, 락이네 그런 말 안 했지 않습니까? 훨씬 더 세분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합니다. 앞으로 저작권이 보호된다면 훨씬 더 다양한 음악들이 많이

박인규 : 질 좋고 수준 높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황병준 : 그렇죠. 나올 거기 때문에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박인규 : 이번에 어떻게 보면 미국 합창단의 노래를 미국 가서 미국인 스승과 함께 녹음해서 그래미상을 받으셨는데 우리 국악을 녹음해서 그래미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까요?

황병준 : 제가 국악을 녹음해서 국악음반을 해외에 있는 외국사람들한테 많이 들려줬거든요. 제 아내가 유엔에서 일하기 때문에 유엔 직원들한테 많이 들려줍니다. 그러면 너무 좋아합니다. 동양의 어떤 여백의 미랄까, 선사상 그런 것들이 느껴지고 굉장히 치유하는 음악으로 들려진다고 얘기하더라구요. 특별히 우리나라 국악, 굉장히 전통적인 국악, 산조라든가 풍류음악 같은 것들을 좋은 그릇에 담아서 좋은 퀄리티로 녹음해서 소위 요즘에, 얼마 전에도 미뎀이라고 프랑스에 있는 깐느에서 벌어진 음반박람회가 있습니다. 그런 데에 제가 녹음한 것도 갖고 나가고 했는데 반응들이 좋습니다. 그래서 아마 그래미상에 제3세계음악, 월드뮤직 시상도 있습니다. 그런 분야에 국악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저는 개인적으로는 영산회상이라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고 가끔 외국인들에게 선물도 하고 그랬는데, 언제 한 번 그런 걸로도 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사실 그래미상을 받으시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됐을 것 같은데, 이제 시작하시는 거 아닙니까, 40대시니까.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걸 부탁드리겠습니다.

황병준 : 이게 정말 저는 시작이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제 실력을 알고 상태를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해야 된다고 봅니다.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음악을 많은 사람들한테 감동을 주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많이 녹음하고 싶고 계속 똑같은 초심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음악을 많이 녹음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음악 하면 연주만 좋으면 됐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더라구요. 녹음 같은 것도 중요한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가 나왔으니까 앞으로도 많은 활약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황병준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레코딩엔지니어 황병준씨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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