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논문 중복 게재 혐의에 대해 "(각 학술지에 게재된) 글이 같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썩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성이 후보자의 논문 중복 게재, 공금 유용 의혹, 부동산 투기, 5공 정화 사업 유공 표창, 부동산 임대 소득 축소 신고 등 여러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논문 중복 게재에 대해서는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지만 그외 의혹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김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강기정 통합민주당 의원의 자료를 받으러 가는 등 최대한 몸을 낮추는 태도를 보였다. 또 의원의 추궁에 대답을 하기보다는 우물쭈물하는 태도를 보였고, 질문의 요지에 맞지 않는 답을 내놔 좌중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정형근 의원(한나라당)은 "그런 자세로 보건복지부라는 거대 조직을 제대로 통솔하고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무엇이 겁나서 답변을 제대로 못하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정 의원의 "좀 당당하게 할 수 없느냐"는 질타에 김 후보자는 우물쭈물 대꾸도 제대로 못했다.
"표절은 아니지만 글이 같다는 건 인정한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김 후보자는 '자기 표절' 등의 방법으로 5개의 논문을 12곳에 중복 게재한 의혹을 받고 있다. 1986년 '우리나라 사회 보장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글을 <치안문제>, <국회보>에 동시 게재하고, 2004년 <현대사회문화연구소>, <통일로>, <교육연구> 등에 '21세기 청소년 지도 방향'이라는 글을 중복 게재하는 식이다.
이에 강기정 의원(통합민주당)은 "다수의 학술지, 단행본에 학술 논문을 토씨 하나 바뀐 것 없이 똑같이 베껴 써 놓고 열정 운운하거나 학술 논문으로 발전시켰다고 해명한 것은 학자적 양심마저 저버린 행위이며 장관으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노웅래 의원(통합민주당)은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중복 표절 1건으로 13일만에 사퇴했다"며 "후보자는 8건이라 사퇴를 8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외에도 4인 공동 논문을 혼자 한 것처럼 발표하거나 중복해서 표절한 것등 다수의 문제가 있다"며 "후보자는 공직을 수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양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장향숙 의원(통합민주당)은 또 "김 후보자가 타인의 저서도 무단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사회복지발달과 사상>이라는 책을 쓰면서 다른 저자의 번역서 '사회복지의 사상과 역사'의 문구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무단 인용했다는 것. 장 의원은 "이정도면 표절 의혹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난 김병준 교육부총리 청문회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을 따 "학자로서의 양심도, 스승으로서의 도리도, 장관으로서의 자격도 없는 부도덕성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김 후보자는 중복 게재 의혹에 대해 "글이 같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잘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순수 학술 등재지에서는 엄격한 룰을 지켰으나 기타 수준이 낮은 곳에서는 소홀하게 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정성껏 글을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줄줄이 '부동산 투기 실패'?
김성이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및 부동산 임대 소득 축소 신고 의혹도 집중 제기됐다. 백원우 의원(통합민주당)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2억 6000만 원에 샀는데 당시 건설교통부에 신고한 자료를 보면 1억 1500만 원으로 신고했다"며 "매매가를 낮춘 이중계약서를 작성해서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엉겁결에 "예"라고 답했다가 "오늘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백원우 의원은 "일산의 청원레이크빌을 2000년 4억 1천여만 원에 분양받아 2006년에 3억 5400만 원에 매도한 것으로 나와 있다"며 "일산, 분당 지역의 시세가 폭등하던 시점인 2006년에 구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도 김 후보자는 "시세가 그랬다"고 궁색한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에 노웅래 의원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청원레이크빌 85평형은 현재 7억 원에서 8억 5천만 원 정도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며 "오피스텔 매매가를 50% 선에서 신고한 것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을 목적으로 취득가보다 매매가를 낮게 신고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또 김 후보자가 이 오피스텔의 필요경비를 과다 계상하는 등 임대소득을 축소신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 의원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매년 약 1800만 원의 임대소득이 있는 것으로 신고하다가 2005년에는 42만 원, 2005년에는 51만 원으로 신고했다"며 "2004년까지에서도 필요경비를 72%인 1300만 원으로해 실제 소득금액을 480여 만 원으로 신고한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각종 부동산 관련 의혹에 대해 김 후보자는"세무사에게 믿고 맏겼기 때문에 알수 없었다", "그런 사실은 지금 알게됐다"는 식으로 답변해 재산 관리를 담당한 부동산 회사 탓으로 돌렸다.
또 김 후보자는 경기도 가평군에 가지고 있는 대지를 놓고 장경수 통합민주당 의원이 '투기용으로 구매한 것 아니냐'고 질책하자 "살때 평당 140만 원에 샀는데 어제 방송에 한 주민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110만 원이라고 하더라"라고 답해 좌중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딸 이중국적-국적포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 후보자가 5공 시절 받은 '정화 사업 유공 표창'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기우 의원(통합민주당)은 "당시 양심적이고 지적인 학자들 가운데서는 5공 정부에 참여할 교수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보자가 당시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정부의 입맛에 맞는 논문을 써준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기우 의원은 "한승수 총리 후보자도 훈장를 반납하기로 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과거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게 옳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최근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사회심리를 파악하는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 후보자의 딸이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도 문제가 됐다.
장경수 의원은 "후보자의 딸은 미국에서 태어나 고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다니다가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치고 2000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인이 됐다"며 "일반인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가족 정책을 책임질 장관의 가족이 이중국적, 국적 포기를 했다는 것은 문제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이중국적이나 국적포기 등의 말은 극단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유학 중에 아이를 낳아 자연스럽게 이중국적이 된 거고 성년이 되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봐달라"고 다소 초점이 맞지 않는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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