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6일 "어제는 남의 자리에 하루 종일 취임 축하하다 일정을 다 보냈다"며 한 때는 경쟁자였지만 이제는 야당 대표의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바라본 심경을 농반진반으로 털어놨다.
손 대표는 이날 취임인사 차 영등포 당사로 찾아온 류우익 대통령비서실장을 맞아 "어제는 속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자리 내가 가고 싶은 자리인데…"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 대통령 개인의 명예와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성공하기 바란다"고 덕담을 하면서도 첫 내각 인선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손 대표는 "재산 많은 것을 탓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되지만 부자가 될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과 공직자 윤리 문제는 별개"라며 "공직자가 돈 버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면, 특히 없는 사람들의 가장 큰 한인 부동산 늘리는 데 신경을 썼다면 국민들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사회적 위화감이 거기서 나온다"며 "능력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삼가야 할 가치기준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류 실장은 "손 대표가 지사님 하실 때 경기도민이었다", "(서울대) 문리과 선배시기도 하다" 등 손 대표와의 과거 인연을 강조하며 '까칠한 분위기'를 녹이는 데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류 실장은 "말씀을 들어보니 이 정부의 철학과 국정운영에 대해 취임사를 만졌던 저보다 정확하게 정연하게 이해하고 계셔서 더 붙일 말씀이 없다"며 "풍요와 배려와 품격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평소 아는 손 대표와 대통령이나 생각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실장은 "저로서는 손학규 의원이 대표가 돼 있다는 것이 큰 힘"이라며 "절 도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단호한 야당'의 자세를 강조하며 쉽게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류 실장이 내각 인선과 관련해 "격동의 시대를 지내오면서 정확히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며 "부족하면 덮어주고 하셔야지 다 드러내면 어떡하냐"고 농담조로 볼멘소리를 내놓자, 손 대표는 "담요 큰 것을 준비 하라, 덮게"라며 뼈있는 농으로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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