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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소통하고 또 소통하라, 그리하면 성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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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과 소통하고 또 소통하라, 그리하면 성공할 것"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25]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5년 동안 이끌어갈 이명박정부가 오늘 취임식을 통해 출범했습니다. '경제 살리기'를 비롯해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 거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도 무척 클텐데요 무엇보다 국민들은 민심에 귀기울이며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통합을 이뤄나가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자마자 "매우 겸손한 자세로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며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와 함께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 새 정부,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리더십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숩니다. 강원택 교수는 1961년 서울 출생으로 1985년 서울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1997년 영국 런던 정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대경제연구원 주임연구원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한국정치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한국정당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드디어 오늘 이명박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정치학자로서 강원택 교수께서는 이명박정부에 어떤 기대를 갖고 계십니까?

▲ ⓒ프레시안

강원택 :
역시 이명박정부의 등장과 관련해선 지난 대선 때 표출된 민심의 내용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때 나왔던 민심의 목소리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를 좀 해결해 달라. 실업 문제라든지 경기회복이라든지 혹은 양극화 혹은 부동산, 혹은 사교육비 문제, 여하튼 좀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가 이명박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역시 거기에 대한 기대감이 1차적으로 주어져야 될 것 같고 보다 본질적으로는 오랫동안의 경기침체로 인해서 사람들이 좀 전반적인 경제에 대한 활력이 사라졌다는 데 대한 우려감이 있는 것 같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경제환경에 대한 자신감, 혹은 새로운 성장이라든지 발전에 대한 활력을 가져다줬으면 좋겠다는 게 역시 이명박정부에 거는 가장 큰 기대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보다 좀 거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동안이 민주화였다면 이제 향후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아가야 될 것인지, 나아갈 방향과 진로에 대한 어떤 밑그림을 마련해 달라 이런 것들이 이명박정부의 출범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기대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또 앞으로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 보고,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번 선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십니다만 지난 10년 동안의 진보개혁정권이 물러나고 보수정권이 탄생했다. 또 역대 가장 큰 표차로 이겼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역시 가장 큰 원인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야 되겠죠?

강원택 : 역시 경제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보다 기저에 깔려있는 다른 요인도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길게 봐서 지난 20년 동안 민주화의 과정이 꾸준하게 우리 사회에서 잘 이뤄져왔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것처럼 자유 혹은 인권 혹은 대북관계 개선이라든지 그런 여러 가지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라든지 혹은 권위주의체제 청산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런 것 말고 그런 정치적 이슈 말고 보다 우리가 먹고 사는 실질적 이슈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정부의 탄생은 지난 10년 혹은 길게 봐서 지난 20년 동안의 우리의 정치적 역정이라는 것이 그런 정치적인 이슈 중심, 그 다음 어떤 민주화의 완성을 위한 작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좀 새로운 보다 먹고 사는 문제에 치중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냐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였고, 그런 부분들이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형태의 보수정부의 출현으로 등장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보수라고 하지만 사실 그 이전의 보수정당과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보수 사이에는 차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보수다. 왜냐면 과거 5년 전이나 10년 전에 봤던 보수라는 것은 대체로 냉전적 질서 기초해 있는 보수라는 측면이 강했다면 이명박정부는 그 부분을 좀 벗어난 일종의 보수 내에서의 자기변화라든지 개혁의 과정을 저는 거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새로운 시대에 국민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졌고 그것이 10년 만의 보수정부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현재 노무현정부 진영이라고 할까요, 진보개혁진영에 계신 분들은 성공의 역설이란 표현을 썼던데, 예전에는 자유, 인권, 절차적 민주주의, 그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게 다 돼놓고 나니까 이제 국민들은 그것에 대해서 별로 아쉬워하지 않더라. 그런데 우린 아직도 계속 민주화를 얘기했다,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금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게 달라졌단 말이죠. 그렇다면 새로운 보수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정부에서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역시 경제살리기라고 해야 될까요?

강원택 : 그렇습니다. 진보에 대한 요구가 정치적인 부분이었다면 어떻게 보면 그 진보세력이 자신들의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되겠죠. 어떻게 본다면 이번 진보의 패배는 이런 변화된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부분이 중요한 패인이 될 수 있겠죠.

박인규 : 지금 이명박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인수위 활동을 통해서 단초를 볼 수 있을 텐데 인수위 활동을 통해서 드러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장점과 단점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강원택 : 굉장히 활발한 활동을 인수위에서 적극적으로 했었고 여러 가지 변화된 모습, 혹은 기대감도 많이 줬습니다. 좋은 점이라면 이명박정부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방향제시를 해줬고. 그래서 어떤 부분을 우리가 기대할 수 있고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하는 걸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그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요. 반면에 준비되지 못했던 정책이라든지 충분히 정책적 결과에 대한 내용까지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른 정책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오히려 국민들에게 혼란이나 불안감을 줬던 측면도 있습니다. 인수위가 지나치게 의욕과잉이라든지 서두름 때문에 그런 적잖은 문제점을 야기했고 영어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면에서 실제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본다면 출범도 하기 전에 새 정부의 정책 관련한 부분에 대한 불안감이나 혼란을 초래했다는 부분들은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아쉬운 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취임하기 전에 지지율이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졌어요. 성급한 정책발표 그런 것들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강원택 :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도 이런 지지율 하락이 좋은 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보다 본질적인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인 경력이 대단히 짧고 성공한 기업인 혹은 성공한 행정가였다는 부분이죠. 바꿔 애기하면 정치의 역할과 행정 혹은 기업의 기능은 서로 좀 다를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우리가 얼마나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잘 그 부분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고 잘 대처해나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업이라든지 행정에서 중요한 건 역시 효율성일 것 같습니다. 성과를 내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느냐 이게 중요하겠지만 정치에서 핵심은 국민의 마음을 얻어내는 게 더욱 중요하겠죠. 과정이라든지 절차도 역시 중요하다는 겁니다. 명분도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설득되고 마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중요하겠죠. 그래서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끌고 나간다든지, 난 내 갈 길을 가겠다. 뭐 이런 부분들은 사실 정치의 영역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지지율 하락은 그런 부분에 대한 정치적 인식이나 감각이 조금 더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신경써야 될 부분이다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소신형이기보다는 설득형, 합의유도형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말씀이신데요 제가 알기로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 이후에 정치학계에서는 지도자의 책임성 문제를 많이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지도자를 국민들이 민주적으로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지금은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뜻에 따르도록 해야 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상당히 소신형으로 많이 밀어붙였고, 지금 이명박 대통령도 인수위 시절을 보면 좀 소신이 좀 앞서는 게 아니냐. 그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

강원택 : 정치지도자의 소신을 나쁘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습니다. 뚜렷하게 어느 방향으로 나는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뚜렷한 국정운영의 철학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소신 자체가 나쁘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문제는 공감대를 형성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라는 게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역시 많은 정치학자들이 얘기하듯이 대통령의 힘이라는 것은 설득력에서 나온다.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말은 바꿔 얘기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자신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서 공감을 이끌어내 수 있느냐. 이게 사실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박인규 :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올 수 있도록

강원택 : 그렇습니다. 믿고 아 해보자, 그런 공감대를 형성해내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사실 어떻게 보면 정책 추진의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걸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인데, 그런 부분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도 그랬고 인수위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직전까지 나타난 모습을 보면 좀 그런 부분이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뭐 결국 독주가 아니라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많이 다원화됐고 민주화됐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고 어떤 면에선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그처럼 소통하고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인규 : 이명박 대통령이 CEO 출신이기 때문에, CEO라는 건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소신에 따라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좀 그런 설득, 합의유도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우려들이 많아요. 어떻게 우리가 좀 주문해야 될까요?

강원택 : 조금 아이러니일 수도 있습니다만, 과거 김영삼, 김대중과 같은 대통령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고 당내에서는 사실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했던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지만, 반면에 언론과의 관계나 혹은 민심과 관련된 부분에는 대단히 귀를 기울이고 신경을 많이 썼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차이는,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차이는 역시 두 김 대통령의 경우에는 의회정치를 통해서 성장한 인물이라는 거죠.

박인규 : 정치를 좀 어떻게 보면 안다...

▲ ⓒ프레시안

강원택 :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해왔던 거죠. 정치를 하다 보니까 뭐가 중요하다는 걸 스스로 체득하게 된 거죠. 그 분들이야 이미 1970년에 40대 기수론을 펼치면서 그 이전부터 정치를 하셨던 분들 아닙니까. 그 오랜 정치경험을 통해서 역시 중요한 것은 여론의 흐름이다. 민심을 어떻게 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데 비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는 정치적으로는 국회의원 한 번 해본 것 밖에 사실 경험이 없죠. 이 분들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게 됐던 것은 다 정치권 외부에서 성공한 겁니다. 노대통령의 경우에는 지역주의에 대한 어떤 투사적인 이미지를 갖고 성공했던 거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는 성공한 기업인이나 행정가로서의 모습이죠. 이처럼 정치권 외부에서 경력을 쌓았던 인물들이 대통령이 됐고 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우려되는 문제는 역시 그런 경우에 민심이나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는 데 대한 깊은 인식을 얻기까지 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거죠. 이런 부분들은 상당히 좀 우려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박인규 :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미 국민통합이란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국민을 통합해서 뭔가 앞으로 나아가자. 그런데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정부에 대해서는 국민통합보다는 국민분열로 끝났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명박정부에서도 물론 국민통합과 섬김의 리더십을 말씀하시는데, 이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어떤 게 중요할까요?

강원택 : 사실 이번에 청와대 수석이나 내각 명단을 보고 출신지역별 배분이라든지 학연이라든지 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았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좀 편중됐다고 보시는 건가요?

강원택 : 편중됐다는 의견이 많고 제가 봤을 때도 편중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건 아마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출신이 뭐가 중요하냐, 그냥 역량 있는 사람을 갖다 쓰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런 것이 실용적이다.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또 한 편으로 본다면 대통령과 가장 뜻이 맞고 일을 잘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아다 놓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라면 그 이외의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되는 거겠죠. 기업의 CEO라면 유능한 사람을 유능한 곳에, 출신지역이나 학연과 무관하게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정치지도자라는 건 통합과 관련된 요소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주의적 갈등이라는 것도 여전히 온전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고, 또 학연이라든지 등등 여러 가지 형태의 갈등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들을 두루두루 아울러서 모든 사람에게 내가 관심을 갖고 있고 모든 사람이 다 우리 정부에 모여서 같이 일할 수 있다, 그런 통합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다... 그런 모습을 조금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좀 어떤 정치적인 요인이 조금, 그런 내각이라든지 수석 인선 과정에서 소홀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런 감은 듭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도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대단히 많이 나왔는데 지금도 사실 보면 코드인사라는 말이 많이 나와요. 코드인사라고 봐야 되는 겁니까, 이번 인사를?

강원택 : 글쎄요, 코드인사라는 게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의미라면 코드인사가 꼭 나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전혀 대통령의 뜻을 이해할 수 없고 대통령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자기 밑에 내각이나 청와대 비서실에 둔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겠죠. 문제는 코드인사라는 말이 나왔던 중요한 부분은 인재풀을 너무 협소하게 썼다는 겁니다. 특정한 세력, 특정한... 예를 들면 386 이야기 많이 나왔습니다만 너무나 협소하게 인재풀을 쓰다 보니 많은 지역들이나 많은 계층들이 거기서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굉장히 소수의 집단으로 스스로도 전락하게 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번의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생각이 너무 똑같다, 이건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얼마나 폭넓은 인재풀을 통해 기용할 것이냐 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되겠습니다.

박인규 : 국민통합과 관련해서 일단은 많은 분들이, 이제 지역을 말씀하십니다만 이 즈음에는 지역보다는 사회 경제적 양극화 이 문제가 더 큰 것 같아요. 사회 경제적 양극화를 풀기 위해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철학이랄까, 어떤 게 있을까요?

강원택 : 사실 양극화 문제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기 때문에 아마 이명박정부에서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을 많이 기울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전에는 대통령의 관심이 양극화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보였던 모습을 보게 되면 재벌 총수라든지 재벌쪽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노동계를 소외시켰다든지, 혹은 내각 인선을 하면서 어느 언론에서는 대한민국 1%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특정한 계층에 집중돼 있다든지 하는 이런 부분들은 국민들이 볼 때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양극화 해소에 관심있느냐에 대해서 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사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를 보면 보수 진보를 떠나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던 많은 유권자들 가운데 다수는 서민들이나 노동자들, 혹은 중소기업인들이었습니다.

박인규 : 그렇죠. 경제회생에 대한 기대가 컸죠.

강원택 : 그렇습니다. 이 분들이 경제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그것은 결국 있는 자, 가진 자, 혹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되는 거죠.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데 대한 부채의식도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박인규 : 노무현정부 당시를 돌아다보면 정치권력과 언론의 관계. 굉장히 갈등적이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국민분열의 큰 요인이었다고 보여지는데요. 이명박정부에 대해서 언론과의 관계는 이런 식으로 풀어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좀 제안해 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

강원택 : 글쎄요, 사실 노무현정부의 인기가 그 정도까지 하락하게 되고 지난 대선에서 진보개혁진영이 그런 정도의 참패를 겪게 됐던 건 결국 언론과의 관계, 조금 더 크게 보자면 전반적인 정치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럼 대통령과 국민들과의 정치소통은 어떻게 이뤄지느냐. 대통령이 많은 말을 하고 신문 열심히 보면 되느냐,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도적으로 본다면 역시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게 일단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언론은 태생적으로 비판 기능을 하는 그런, 비판이 주 업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언론에서 제기하는 문제가 대통령이 읽었을 때 그렇게 유쾌한 것이 많을 수 없습니다. 다만 얼마나 겸허하게 그런 문제, 혹은 자기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 대해 문제점이 있는지 없는지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대한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고. 적대하지 않는 것이 일단 하나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국민과의 소통에서는 역시 정당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노무현정부의 정책수행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 중 하나는 역시 정당과의 관계, 특히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대통령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다는 점도 상당히 중요한 요인입니다. 사실 정당이라는 것은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해야 되고 표를 의식해야 되기 때문에 유권자들을 만나고 찾아가서 지역구민을 찾아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면 노대통령이 이건 잘못했다 잘했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을 텐데 그것이 정당이라는 창구를 통해서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정책적인 전환이나 이런 걸로 나타나야 되는 거겠죠. 그런데 그 기능이 사실상 노무현정부에서는 끊어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민심의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군요.

강원택 : 그렇습니다. 소통의 굉장히 중요한 창구가 제 역할을 못했던 거죠. 그래서 이명박정부하에서는 그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언론이 제기한 어떤 비판문제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또 한편으로는 정부 기능을 강화해서 당에서 제기되는 목소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이 잘 하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현장을 찾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현장방문 같은 데 굉장히 소홀하지 않았습니까? 태안에서 그런 기름이 유출하는 사건이 터졌거나 혹은 숭례문에 화재가 났거나 이런 큰 사건이 나서 국민적 관심사지만 노대통령은 그런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죠. 사실 이건 물론 노대통령의 경우는 그건 일종의 쇼다...

박인규 : 임기 말년이시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강원택 : 그 전부터 사실 안 나타났기 때문에, 근데 이런 부분들도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박인규 : 직접 몸으로 뭔가 관심을 보여주는 거로군요.

강원택 : 그렇습니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당청관계를 말씀하셨는데, 말씀하신 대로 노무현정부 때는 청와대 따로 당 따로 이런 거였단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에서는 말하자면 대통령이 당에 대한 지도권 이랄까 지배력을 가져야 된다. 또 따로 가는 게 좋다, 여러 가지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집권 한나라당과 청와대 간의 당청관계는 어떤 게 바람직한 걸까요?

강원택 : 유기적 협조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게 제가 결론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정부가 중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던 가장 심각했던 요인 중 하나가 역시 이런 당정, 혹은 청까지를 포함한 당정청 관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거겠죠. 어떻게 본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좀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고,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당이면 당, 정부의 어떤 일부면 일부와 충분한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컨대 노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의 당 수뇌부가 거의 대부분 그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했죠. 한미FTA추진 같은 경우도 추진하겠다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여러 가지 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과의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기됐던 중요한, 국가적으로 대한히 중요한 정책이 즉흥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고

박인규 : 오로지 한 사람의 결단만으로

강원택 : 그런 느낌을 많이 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충분한 명분을 찾아내기도 어려웠고, 그러다보니 그걸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돌파력도 생길 수 없었던 거겠죠. 그래서 중요한 국가적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나를 따르라 하는 식 이전에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권력을 공유하고 있는 당과 청과 정부가 같이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역할분담이라든지 명분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는 게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본다면 당정협의회... 우리 오랜 관행이지 않습니까? 이런 당정협의회가 조금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고, 당에서 제기했던 여러 가지 문제점 혹은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 정부도 귀를 기울이고, 또 정부도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그에 앞서서 당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떤 보완점이나 문제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한 개선책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에 정기적인 회동이라든지, 이런 것 같은 의사소통의 창구를 만들어내는 것도 정무수석의 부활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올해가 다 아시겠지만 건국 60주년이에요. 건국 60주년에 출범하는 이명박정부로서는 영광일 수도 있고 상당히 어깨가 무거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새 정부에 대해서 이것만은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게 있으면 마지막 당부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프레시안

강원택 :
지난 60년 동안 우리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만. 특히 산업화도 이뤘고 또 민주화라고 하는 것도 다른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민주화를 이뤘던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정말 놀랄 만한 발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좀 그런 발전의 기반하에서 한 단계, 질적으로 심화된 형태의 정치제도, 국가의 모습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좀 더 장기적으로 본다면 1987년에 만들었던 헌법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통치형태에 대한 고민이라든지 사회적 토론도 이제는 시작해야 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마지막으로 이명박정부에 대해서는, 오늘 출범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이제는 성공한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퇴임할 때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과 격려, 위로를 받으면서 떠나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자기관리가 중요하고 또 주변관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너무 서두르지 말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발전을 위한 큰 틀 속에서 문제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고, 역시 평범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걸 것 같습니다. 겸허한 마음을 갖고, 오늘 출범하면서 다졌던 초심을 5년 내내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박인규 : 처음처럼.

민주화 이후 네 분의 대통령이 나왔는데, 거의 모든 분들이 처음에는 엄청난 열망에서 마지막에는 지독한 절망으로 끝났습니다. 열망과 절망의 악순환이 많았는데 이명박정부에서는 열망과 절망의 악순환을 한 번 좀 끊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강원택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와 함께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 새 정부,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리더십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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