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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언론=리바이어던과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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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언론=리바이어던과 프랑켄슈타인"

[토론회] "언론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자"

삼성그룹과 언론의 동맹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검이 삼성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이지만 <경향신문>, <한겨레>를 제외한 종합일간지에서 삼성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삼성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광고 게재를 중단해 이들 신문사의 경영 상황에 치명타를 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언론의 또 다른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다수 언론이 특정 기업의 사회적 지배를 용인하고, 해당 기업의 광고로 연명해온 공공연한 '진실' 말이다. 삼성 특검을 둘러싼 언론의 상황은 더 이상 이런 구조가 지속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2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삼성 광고 중단' 사태로 본 자본 권력과 언론 자유"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삼성이 광고 게재를 거부하고 있는 <한겨레>의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와 <경향신문>의 이대근 정치경제에디터가 토론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언론의 취약한 경영과 삼성의 막강한 광고 지분"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많은 사람이 <한겨레>, <경향신문>에 열사적 투쟁을 요구하지만, 그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취약한 언론사 재무 구조, △언론 산업의 성장 한계 △절대적인 광고 지분 △전근대적인 소유구조 등 현재 언론사들이 처한 현실을 짚었다.

다른 발표자도 한국 언론이 처한 '물적 토대' 자체가 극히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언론의 경쟁 심화와 경영 위기가 언론을 자본 권력에 취약하게 했다"며 "1998년 9개 중앙 일간지 평균 부채 비율은 868%로 국내 상장 회사 평균치인 340%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취약해진 언론 경영은 외부에서 재벌·대기업의 영향력을 키웠고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크게 줄였다"면서 "언론이 대규모로 광고를 집행하는 재벌·대기업에 맞설 경우 광고 수입 감소와 경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는 "2003년 TV, 라디오, 신문, 잡지 4대 매체의 광고 시장 총 규모가 5조4000억 원 규모인데 삼성, 현대, LG, SK 등 4대 재벌의 광고비는 1조386억 원으로 20%를 점유하고 있고 그중 삼성이 6%로 가장 많다"면서 "GDP 10%를 점유하는 재벌이 그 두 배의 광고 시장을 점유하고 현실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 스스로 자본 권력에의 종속을 용인하고 있다"
▲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대부분의 언론은 삼성 해명 위주로 싣거나 '삼성 비자금은 정당방위다'(<한국경제>) 등의 칼럼을 내는 등 언론 스스로 자본 권력에의 종속을 용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프레시안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 조건과 더불어 언론인의 '도덕적 불감증'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 전문기자는 "삼성 사태의 본질은 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사회를 지배하려는 자본 권력의 문제"라며 "이는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침묵, 왜곡 보도만 해온 언론의 문제로 등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기자는 "2003년 엑스파일 사태 때 불법로비 의혹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나 불법도청 논란으로 흐리고,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나와도 삼성 해명 위주로 싣거나 '삼성 비자금은 정당방위다'(<한국경제>) 등의 칼럼을 내는 것 등 언론 스스로 자본 권력에의 종속을 용인하는 게 현 주소"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는 직접적인 자본 권력의 탄압이 아니라 언론의 자발적 순치, 언론의 도덕의식 마비로 인한 것이다. 삼성이 주문하지 않아도 먼저 나서 방어해주는 식"이라며 언론의 반성과 혁신을 요구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외환 위기 이후 자본 일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것처럼 언론인도 전반적으로 보수화되어 가는 것 같다"며 "원래 보수 언론인 뿐만이 아니라 진보·개혁 언론인도 자본 문제에 보수화되어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최근의 삼성 특검 보도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삼성 특검도 차명계좌 문제만 다루고 불법 로비 관련해서는 수사하지 않고, 언론도 보도 경쟁을 하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한국방송(KBS)과 <한겨레>, <경향신문>이 제보 등을 통해 나설 뿐 나머지는 특검의 입만 따라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 사회의 개혁을 바라는 사람에게 더없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삼성의 지배를 정당화시켜주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리바이어던과 프랑켄슈타인의 결합"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는 삼성을 입법, 사법, 행정 3부와 4부 언론까지 지배하는 '리바이어던', 한국 언론을 '언론과 비슷한 모습의 프랑켄슈타인'으로 비유하면서 "현 상황은 리바이어던과 프랑켄슈타인의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이대근 에디터는 "삼성과 언론의 동맹을 폭로해도 여타 언론은 긴장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폭로가 어차피 낮았던 언론의 도덕성이나 이미지에는 큰 타격을 입히지 않는 반면, 동맹에 주는 경제적 이익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광고 중단) 사태의 의미는 삼성과 언론의 동맹에 작은 균열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동맹의 공고성이 확인되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가와 시민사회 전체가 민주화 과정을 거쳐 기업과 언론도 본래의 자리로 돌리는 구조적 변화가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지배 구조 자체를 개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곽정수 기자는 결론적으로 "<한겨레>, <경향신문>은 전진이냐, 후퇴냐 선택의 기로에 선 것 같다"며 "외부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어떻게 보면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협찬성 광고'를 마약으로 묘사하며 "마약을 끊을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 광고를 받지 말자는 것은 아니나 정당한 광고가 아닌 막대한 금액의 협찬성 광고를 받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러한 관행에서 벗어나면서 취약한 물적토대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4대 재벌의 광고비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면 <한겨레>, <경향신문>이 먼저 무너진다"면서 "오히려 회사와 주주의 돈을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광고비로 쓰는 삼성의 지배 구조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교수는 "많은 사람이 삼성 개혁이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하나 사실 매일 시장에서 평가받는 삼성이야 말로 정치, 김앤장보다 더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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