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의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쿠바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 형식의 선언문을 통해 향후 쿠바 정치를 이끌어갈 평의회 의장과 5명의 부의장선출이 임박(2월24일)했음을 상기시키며 자신이 와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가 평의회 의장자리를 유지 해온 건 권력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쿠바 국민들이 정치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흔들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평의회 의원들에게 자신을 다시는 평의회 의장이나 군통수권자로 선출하지 말아줄 것을 재삼 부탁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사실상 퇴임사 성격인 성명서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대목은 자신의 일선후퇴는 "젊은이들에게 길을 열어 주는 것"이라고 못박은 대목이다. 쿠바도 21세기에 걸맞은 젊은이들로 세대교체를 이루어 내야 한다는 자신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카스트로는 성명서에서 자신의 후계구도에 대해 일절 언급을 회피했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쿠바를 이끌어가도록 하겠다는 의지만은 분명히 천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세월 내가 누려왔던 새로운 시대의 경험과 겸손한 통치의 가치관 등을 이들 젊은이들에게 전수해주는 것이 나의 마지막 임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자신이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쿠바의 지도체제에는 변함이 없을 거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 "쿠바, 카스트로 이후 대비 집단지도체제 이미 구축" )
카스트로의 세대교체 의지가 전해지자 중남미 정치외교가에서는 누가 과연 카스트로의 후계자가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다.
중남미 현지 언론들은 현재 쿠바의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라울 카스트로가 후계자라는 논조를 조심스럽게 흘리고 있다.
하지만 쿠바정계 사정에 정통한 아르헨티나 외교전문가들은 라울의 나이(76세)를 감안할 때 세대교체라는 명분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를 후계구도에서 일단 제외시켰다.
따라서 카스트로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는 까를로스 라헤 국가평의회 부의장과 펠리페 로께 페레스 외무장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교 전문가들은 로께 페레스(40) 장관은 너무 젊다는 게는 게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어 아무래도 당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까를로스 라헤 부의장이 가장 유력한 카스트로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까를로스 라헤 부의장은 누구인가
금년 57세인 라헤 부의장은 의사출신으로 1976년부터 카스트로와 인연을 맺어 쿠바공산당 정치국위원으로 정계에 투신했다. 그 후 그는 국가평의회 대민 담당 부의장을 역임하면서 지난 90년대 쿠바가 직면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평론가들은 라헤 부의장의 가족들 모두가 하나같이 쿠바를 이끌어가고 있는 각계각층의 지도자급 인사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였던 이리스 다빌라는 쿠바 언론계에서 존경받는 인사였고, 그의 형제들은 쿠바 정계와 학계·문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의 장남이 쿠바대학생총연맹을 오랫동안 이끌어왔다는 사실도 카스트로가 주장하고 있는 세대교체에 명분을 부여하고 있다.
180cm의 거구에 90kg이상인 당당한 그의 체격도 전성기 때의 카스트로를 연상케 해 쿠바 국민들이 별 거부감 없이 그를 카스트로의 후계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면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그가 카스트로가 투병중일 때 바닥 민심을 살피고 평당원들을 다독거려 카스트로의 공백을 무리 없이 메웠다는 점도 카스트로와 쿠바공산당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제된 공산주의 국가의 속성상 막판에 변수가 작용해 엉뚱한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라헤 부의장이 중남미 현지 언론들과 정치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물론 누가 카스트로를 이을 후계자가 되느냐 하는 결정은 오는 일요일(24일) 하게 된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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