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론을 의식해 그 어느 쪽도 협상 결렬 선언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전날 이명박 당선인의 조각 발표 이후 양당을 둘러싼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어 협상이 재개돼도 타결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이명박은 미워도 협상·청문회는 계속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태도는 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이라며 "심지어는 민주당과 협상 중인 한나라당과도 같이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혼자 하겠다는 당선인의 오만한 모습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의 정부조직법보다 나은 정부조직법을 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한나라당과도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대통령의 불법과 탈법, 그리고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협상 결렬의 책임을 떠안지 않기 위해 협상의 제스처는 계속해 나가겠지만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등 쟁점 부처의 존폐에 대해 내용상의 양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혔다. 협상이 깨지진 않았지만 타협의 여지도 줄어든 것이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화살을 한나라당에 돌렸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인수위의 오더에 의해 움직이는 거수기 정당으로 전락했다"며 "무산된 협상을 살려낼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으니 한나라당이 공당의 권위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인 한 마디에 좌우되는 한나라당이 국회를 장악하면 어떻게 될 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견제론'을 펼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국정 파행의 책임을 한나라당과 인수위 측에 전가하면서 '새 정부 발목잡기'란 비난에도 적극 방어태세를 갖췄다.
우상호 대변인은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명박 당선인께서 일부러 우리를 강경파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이 상황은 우리 의도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몰린 것"이라고 강변했다.
우 대변인은 장관 청문회 절차에 관해서도 "현행법에 의거해 오는 인사청문회 안이라면 우리가 거절할 수 없다"면서도 "어쨌든 이런 절차가 너무 일방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 "당선인에 대한 탄핵이나 마찬가지"
반면, 한나라당은 협상 결렬을 "다수당의 횡포"로 규정하고 민주당의 '비협조'를 집중 강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수당이라고 해서 이명박 당선인이 새 정부를 출범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당선인에 대한 탄핵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통일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많은 것을 양보했고 최근에는 여성부와 농촌진흥청까지 사실상 협상과정에서 양보할 의사를 내비쳐서 협상이 거의 완료단계에 있었다"며 "마지막에 갑자기 해수부를 갖고 나와 발목 잡은 것은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협상이 진통을 겪을 때부터 손학규 대표를 협상의 걸림돌로 지목해 왔던 안 원내대표는 이날도 "손 대표가 경선에서 졌다가 대표가 됐기 때문에 정치적 재기의 지렛대로 당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조직개편안을 이용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국가발전은 염두에도 없다는 말이냐"고 공격했다.
다만, 안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도 결국 이번 2월 임시국회 안에 통과돼야만 그나마 파행적으로 시작한 정부의 출범이 그런대로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장관임명이 늦어질수록 장관 없는 정부, 장관 없는 '나홀로 대통령 사태'로 국정공백이 초래될 것"이라며 "5월까지 정부조직개편안이 처리 안 된다면 100일 이상 국정공백 파행의 사태가 초래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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