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대통령직인수위 간의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이 막판 '강경론'에 휘말려 난항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과 인수위가 새 정부 출범 일정을 고리로 데드라인을 13일로 못 박아 신당을 강하게 압박하자, 오히려 신당 내에서는 "일정에 연연할 게 있느냐"는 반동이 커진 것이다. 11일 제 4차 '6인 협상'이 결렬된 이후 서로 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부분 조각'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신당, '강한 야당' 본때 보이기
양당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한 국회 협상이 여의치 않자 인수위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이명박 당선인이 12일 중으로 신당 손학규 대표를 직접 만나 정부조직법 개편안 문제를 담판 짓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는 인수위 나름의 적극성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만 조율 되지 않은 면담 계획은 오히려 신당의 심기를 거슬러 역효과를 냈다.
신당 우상호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신당은 인수위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가 없다"며 "야당 대표에게 사전 연락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면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것은 야당을 경시하는 집권세력의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또 "야당 대표는 대통령 당선인이 연락만 하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대기인'이 아니다"며 "야당을 능멸하는 인수위의 태도에 강력하게 항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당은 한나라당이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양보안을 갖고 연락을 해 올 경우 언제라도 협상을 재개할 수 있지만, 내용상 양보 없이 정치적인 담판으로 문제를 풀려는 시도에는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막판 협상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전날 의총에서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설 연휴 동안 인수위의 '밀어붙이기'에 대한 불만 민심을 수집해 온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여당이 살 길"이란 여론을 형성한 것이다.
손학규 대표도 "정부조직법은 물론 모든 현안 문제를 지금처럼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분명히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야당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 같은 여론에 힘을 보탰다.
한나라, '국정 발목잡기' 부메랑 넘기기
일괄타결을 목표로 한 협상이 무산 위기에 빠지자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이날 하루를 협상의 '마지막 기회' 간주하고 가능한 모든 채널을 가동해 신당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날 이 당선인은 인수위와 원내 관계자가 참석하는 대책회의에서 "나 자신부터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신당을) 설득하는데 노력하겠다"며 "여러분들도 모두 전부 나서서 이 안타까운 현상에서 좀 벗어나 이 문제를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이해시키는데 마지막 한 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인수위와 한나라당 역시 '내용상의 양보는 불가능하다'는 대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신당과의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이 당선인은 "정부조직을 줄이는 문제는 당리당략적으로 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며 "이 문제야말로 우리 국가의 생존과 번영과 관련된 핵심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정치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로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을 담당했던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역시 "여성가족부와 해양수상부를 전부 신당의 주장대로 하면 우리가 통일부를 양보한 것까지 합쳐 모두 16부가 된다"며 "이렇게 되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신정부의 기본 이념이 무너지고 만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신당을 "총선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꼼수", "국정 발목잡기" 등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끝내 협상이 무산될 경우에는 존속이 확실한 부처에 한해 부분 조각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전 방위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
한승수 총리 내정자는 "정부조직법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그 뒤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하루속히 내각 조직할 수 있는 방안 강구해서 국민들 실망하지 않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고, 안 대표는 사견을 전제로 "협상이 안 되면 내일은 13개 부처와 무임소 2명 등 각료 1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서를 (인수위에서) 제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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