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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과 文, 같은 출발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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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과 文, 같은 출발 다른 길

'1인 정당', 그 편찮은 진로

지나간 2007년 대선은 총선 길목에 '1인 정당'이란 트렌드를 낳아놓고 떠났습니다. DJ나 YS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복고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한동안 볼 수 없던 유행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정치계의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트렌드 세터'들이 나름의 트렌드를 분화시켜 나가는 과정은 서로 전혀 다른 듯 보입니다. 대선 이후 두 달 남짓 만에 자유선진당은 국민중심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까지 모인 어엿한 원내 4당이 됐습니다만, 창조한국당은 문 대표 중심의 '순혈주의'를 강화하며 대선 가도에서 모였던 기존 정치권 인사들과는 결별 수순을 밟아가는 모습입니다.

누구는 충청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의 선전을 두고 '지역불패'를 논하기도 하고, 또 누구는 사람 문 대표가 무리한 듯 고집하는 가치와 정책들이 결국은 범여권의 부활을 도모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엇갈리는 전망과 평가 속에서도 결론으로 모아지는 한 가지는 당장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 선 두 정당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타로카드로 보는 점에선 '별(★)' 그림이 불안과 불행을 뜻한다던데 두 정당 모두 정점에 선 스타의 그늘이 너무 큰 탓일까요.

'昌 브랜드'에만 의존해…몸집은 커져도 내부는 취약

자유선진당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막 몸집을 불려 '이회창당'의 좁은 외형은 벗었지만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약화된 내부 결속력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창당대회를 열기가 무섭게 불협화음이 삐져나왔습니다. 햇볕정책 전도사에서 상호주의자로 변심해 이 총재 품에 안긴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충청권 중심의 운영"에 반발해 창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입니다. 김 전 지사는 총재-대표-최고위원으로 이어지는 3단계 의사결정 구조에도 불만을 표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내 주류 여론은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반발을 '지역주의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달리는 집단지도체제에서 뛰어내린'(육봉달 선생 버전) 열린우리당 출신 티내기 정도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민주노동당의 공중분해로 자유선진당은 신당과 한나라당에 이어 조만간 원내 3당 자리에 오를 전망이지만 그만큼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총재의 '말씀' 외에 당내 인사들을 아우를 만한 노선이나 정책적 공감대가 확보되지 못한 탓이라 하겠습니다.

오로지 공천을 바라는 인사들이 '이회창 브랜드'에 집약된 지역적(충청)·이념적(보수)에 이해관계를 두고 몰려드는 모양새이기에 내부 구조는 오합지졸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죠. 이대로라면 자유선진당이 충청도에서 의석 몇 석을 건진들, '한나라당의 사각지대 정당'이란 오명을 벗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 같은 난관을 단숨에 극복할 수 있는 생명의 동아줄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이 총재와 손을 맞잡는다면 선뜻 한나라당을 이탈하지 못했던 극우보수층과 TK(대구경북)이 자유선진당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됩니다만…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정점에 달한 지난 한 주 동안 '박근혜계'가 말해 온 대안은 '창당'이었습니다.

그나마 공천 갈등이 진화되면서 한나라당의 파국을 기대했던 자유선진당은 머쓱한 입장이 돼 버렸지만, '박근혜계'가 극단의 선택을 할지라도 자유선진당과의 제휴는 선택지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 총재도 이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미련을 접은 걸까요. 이 총재는 창립대회에서 '한나라당의 공천 내홍'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제 나와 별개의 당"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니 말입니다.

文, 목표는 거대야당-실행은 소수정당
▲ ⓒ뉴시스

창조한국당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선 후 두 달 남짓에 당세가 날로 쪼그라드는 모습입니다.

지난 3일 중앙위 의결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문국현 가치를 지키자' 되겠습니다. 외부의 불순한 세력과 제휴와 연대를 통해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기 보다는 대선 초반에 시도했던 대로 총선에서도 문국현 고유의 가치로 승부를 걸자는 '자강론'입니다.

문 대표의 비례대표 선순위 안배가 당내에서 호응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문 대표의 지역구 출마론이 제기될 때마다 당의 자유게시판에는 '문국현이 없으면 창조한국당에 미래가 없다'는 반론이 들끓는 실정입니다.

말 그대로 창조한국당이 '1인 정당화'로 가는 과정에서 정치세력화를 앞세웠던 기존 정치권 인사들과는 갈림길에 선 것은 자연스러운 내부 정리로 보입니다. 가치냐 세력이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싸움에서 문 대표는 가치의 순수성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고 자연히 세력화 우선을 주장했던 진영이 이탈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한때 문 대표의 전략을 담당했던 아무개 인사는 당을 떠나는 와중에도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문 대표의 의지만은 높이 살만하다"고 평가하더랍니다. 대선 이후 '문국현 브랜드'에 대한 범여권의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문 대표는 그럴수록 더욱 더 굳게 문을 잠그더란 전언이었습니다. "문 대표가 가치 중심의 소수정당을 구상하고 있다면 훌륭한 자세"라고도 했습니다.

문제는 문 대표가 밝힌 포부가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문 대표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에서 243개 지역구 모든 곳에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500만 표" 혹은 "제 1야당"과 같은 목표에도 소수정당에 대한 구상은 엿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말과 행동이 다른, 혹은 목표와 실행이 다른 문 대표의 행보가 길어진다면 그에게 한량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소수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릴 공산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창조한국당의 지지도는 1% 내외로 수준이니 '소수정당의 꿈'은 이미 당도하였는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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