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측은 손학규 대표가 주창한 '호남 물갈이론'이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정동영계 배제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새 인물 많이 내야"
손 대표는 이날 오전 KBS TV 토론에 출연해 "호남에서 제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호남이) 얼마든지 우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호남 기반이 튼튼할수록 거기서 신당의 변화를 일굴 분들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호남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아주 좋은 징조"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손 대표는 "광주·전남에서 누구를 공천하든 전부 된다는 자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 대선에서도 호남이 80% 이상의 지지를 보여줬지만 나중에 마지못해 지지해 준 측면이 있다"며 "호남에서는 누가 공천이 되더라도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향후 쇄신 방향과 관련해서도 "국민에게 일단 보이는 것은 새로운 인물이다. 새 인물을 많이 내야 한다"며 인적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손 대표는 물갈이 폭에 대해선 "30%다, 40%다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호남 현역들의 불안감을 추스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균환 최고위원이 이미 "총선 때마다 현역의원 20~30% 교체는 늘 있어왔다"며 "이번에는 전북지역 현역 중 그 이상이 교체돼야 국민들이 쇄신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어, 당 내에서는 '호남 지역은 적어도 30% 이상이 물갈이 될 것'이란 추측들이 횡행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 정 최고위원은 당내 경선에서 손 대표를 적극 지원해 당내 실세로 꼽히고 있으며, 최근에는 손 대표가 아예 호남지역 공천을 정 최고위원에게 일임했다는 소문이 돌아 손 대표가 직접 "그런 일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동영계 150명, 계룡산 등반
연일 몰아닥치는 '물갈이' 통첩에 호남 의원들 간 여론이 흉흉해진 가운데 이들이 대거 포함된 '정동영계'가 이날 산행 워크숍을 가져 정 전 장관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남 공주시 계룡산 갑사에서 시작된 이날 산행에는 정 전 장관을 비롯해 대선에서 정 전 장관을 도왔던 참모, 지역 활동가 등 150명이 참여했다. 동행한 인원 중 60명가량은 4월 총선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산행이 공천과 관련된 '집단행보'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정 전 장관은 일선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난 대선 때) 저를 도와준 사람들이 보고 싶어 산에 오게 됐다"며 "저는 지금 '묵언산행' 중"이라고 답했다.
총선 계획에 관해서도 "어떻게 하는 게 평화민주세력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차차 생각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지도부가 본격적인 공천 준비 작업에 돌입한 시점에 정 전 장관이 한 달 반간의 침묵을 깬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 당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동영계' 의원들은 정 전 장관의 활동 재기가 '방파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동영계'가 제 3지대 신당론을 주창하고 있는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 정대철 고문 등과 결합해 새로운 정당을 꾸릴 수도 있다는 섣부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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