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교육안에 대한 우려가 높다. 24일 <동아일보>를 제외한 주요 종합 일간지는 모두 '사교육만 들썩일 것'이라며 이명박 당선인의 영어 교육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인수위는 22일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과목을 폐지하고 대신 상시 영어능력시험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 <경향신문>은 사설, 분석 기사를 통해 비판했고, <조선일보>도 사교육 확대를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다만 최근 이명박 당선인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계속 내는 <동아일보>는 영어 교육 정책의 문제점을 부각하기보다는 교육 정책 발표의 선후 문제만을 강조하며 이 당선인 감싸기에 나섰다. 물론 사교육 확대를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담지 않았다.
<중앙일보>, "조급증으로 교육 망치지 말라"
<중앙일보>는 24일 사설에서 "실용영어 강화는 호재라며 학원가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며 "영어능력시험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문제는 학교 영어 교육으로 대비시킬 수 있는냐 하는 것"이라고 인수위의 영어 교육 정책이 사교육 시장만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영어 교육은 단기간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준비 없이 제도부터 고쳐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학교 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고 대비가 가능한 제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 정권 내에서 다 이루겠다는 조급증으로 교육을 망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날 '학부모는 한숨 쉬고, 학원은 무릎 치고'라는 분석 기사도 내 인수위의 영어 교육 정책을 비판했다. 이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인수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학부모들이 무릎을 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정책을 만들라"고 주문했던 일을 거론하며 "영어 수능 제외가 발표된 바로 다음 날인 23일 현장의 반응은 거꾸로였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 <한겨레> 등, "사교육 수요만 늘 것"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공교육의 수용 능력을 무시하고 불과 5년 후부터 영어능력평가시험을 도입하는 것은 사교육 열풍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졸속 추진의 폐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상되는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인수위의 영어 교육 정책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학교가 교육을 담당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평가 제도가 도입된다면 학생들이 학원이나 개인과외로 달려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영어능력시험 도입한다는데…'회화 학원도 수강' 벌써 한숨'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를 통해 영어 교육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교사가 크게 부족하고, 한 해 수천 명씩 영어 강의 가능 교사를 양성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인수위 발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대세"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수능 부담 줄이겠다며 상시 영어능력시험 도입 / 사교육 광풍에 부채질 우려'라는 기사에서 일선 교사의 발언을 빌어 "시험을 따로 빼내 네 차례로 늘리게 되면 사교육 수요만 커지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또 이 신문은 수능 등급제를 올해 바로 점수제로 돌리겠다는 인수위의 발표에 당혹스러워 하는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며, "예비 고3 학생들과 진학교사들은 당혹스러워한 반면 학원들은 반색했고,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는 껑충 뛰었다"고 보도했다.
온도차는 있지만 <조선일보>도 인수위 영어 교육 정책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교사들 한 반 30명 넘는데…회화교육 무리 / 일부선 영어 사교육시장 더 커질 것 우려' 기사를 통해 새로운 영어 교육 정책의 첫 적용 대상이 되는 올해 중2 학생과 학교 교사들이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동아일보> "선진화된 학생 선발…후속조치 나와야"
이런 언론 보도와는 다르게 <동아일보>는 인수위 교육 정책의 의미를 부각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정부 규제로 왜곡됐던 대학 입시를 대학 자율로 돌려주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측면에서 선진화된 학생 선발을 위한 제도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이날 인수위가 발표한 교육 정책을 호평했다. 이 신문은 더 나아가 "인수위 차원에서 기본 골격만 발표한 수준이어서 후속 조치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당초 취지와 달리 공교육 현장에서 부작용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인수위가 후속 조치를 빨리 내 우려를 불식시키라고 훈수를 뒀다.
이 신문은 영어 교육 정책과 관련해서도 "교육 과정을 말하기 듣기 중심으로 바꾸지 않은 채 평가시험부터 발표해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라며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해 조만간 종합교육혁신계획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5년간 3930억 원의 관련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인수위의 대응 방향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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