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청와대와 대통합민주신당 간 갈등에 불을 붙였다. 23일 하루 새에 양측 간에는 "조선일보, 한나라당 같은 논리"(청와대 천호선 대변인), "용납할 수 없는 왜곡"(신당 우상호 대변인) 등 날 선 비난이 오고 갔다.
지난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원내 전선은 한나라당 대 반(反)한나라당으로 형성됐으나 별안간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불길이 여권 내부로 옮아 붙은 모양새다.
"청와대, 진실 왜곡에 사과해야"
공방의 시작은 신당의 아침회의였다. 손학규 대표는 전날 노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데 대해 "적절치 못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철학이 무엇인지 매우 의심스럽다"면서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의 논리와 하등 다르지 않다"고 반격했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의 아픈 곳을 건드린 셈이다.
손 대표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 대변인은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오늘 청와대 대변인이 마치 손 대표가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개편안을 찬성한 것처럼 정체성까지 문제 삼은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왜곡"이라며 "청와대 대변인은 진실을 왜곡하지 말고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재반격했다.
우 대변인은 또 "손 대표를 따르는 신당 의원 140여 명은 그럼 다 한나라당 의원들이냐"며 "청와대가 아군 적군을 모르고 다 총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합리적인 이성을 잃은 것 같다"며 "사실을 왜곡하면 이제까지 청와대가 비판했던 일부 언론의 자세와 다를 것이 뭐냐"고도 했다.
손 대표가 인수위 조직개편안이 옳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입법부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문제 삼은 것인데 이를 손 대표의 '신상'과 연관 지은 데 대한 불쾌감이 역력해 보였다.
盧-孫 간 불신이 배경
이날의 공방전은 애초부터 불가피했던 '손학규 체제'와 노무현 대통령 간 갈등이 정부조직법 개편안이란 우연한 소재를 기화로 터져 나온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앞으로 더 큰 갈등으로 번질 공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손 대표의 비판에 청와대가 신경질적 반응을 내놓은 것을 두고 신당에서는 손 대표에 대한 노 대통령의 근본적 불신이 공격성향으로 나타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우 대변인은 "손 대표가 자기를 공격한다고 받아들인 노 대통령이 진노한 게 아닌가 싶다"며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당청간의 '핫라인'이 있어 발언에 대한 의도와 배경을 공유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청와대에서 발언 진의를 알아보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