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삼성그룹에 각을 더 세우고 나섰다. 지난 11월부터 <한겨레>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아 온 삼성은 22일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사과 광고도 싣지 않았다. 이 광고는 <한겨레>는 제외한 모든 종합 일간지에 실렸다.
<한겨레>는 23일 사설, 홍세화 기획위원의 기명 칼럼, 삼성 중공업 사과 비판 기사,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팀의 에버랜드 미술품 압류 등을 다룬 기사를 통해 4면에 걸쳐 삼성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한겨레>의 보도 태도는 <경향신문>을 포함한 다른 언론이 삼성 측의 '겉핧기 사과'를 비판하는 태안 주민,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침묵한 것과 대조적이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삼성과 한겨레'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난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삼성그룹의 광고 중단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1등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옹졸함을 확인해왔을 뿐"이라며 "그렇다고 하여 길들여질 <한겨레>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오늘날 광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매체들한테 삼성은 감히 맞설 수 없는 존재"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에서도 광고로 묶인 매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대신 한국인의 저력에 또 한번 외국이 놀란다고 호들갑을 떨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6면 한 면을 터 '황제 위기땐 8000억 헌납…재앙 책임엔 사과문 한장'이라는 제목으로 '엑스 파일' 사건과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 등으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됐던 2005년 7월 당시와 현재 기름유출 사고에 대응하는 삼성의 태도를 대조해 "이중잣대"라며 비판하는 기사를 내놨다.
또 이 신문은 1면에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허울뿐인 대국민 사과 기만이다"라는 팻말을 들고 삼성 중공업의 사과에 항의하는 환경단체 회원의 사진을 실었다. 최근 신문 1면에 삼성 로고가 등장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신문은 삼성중공업의 '중과실'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발 운동에 나서는 시민ㆍ환경단체의 움직임도 자세히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도 삼성의 증거 인멸 의혹을 거론하면서 "특검 수사에 대비한 조직적인 증거 없애기는 범죄 행위이며 검찰이 나서서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동향도 자세히 보도하면서 '세금없는 상속·투기 다목적용'이라는 기사에서 에버랜드 창고에서 나온 미술품의 목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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