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통합'과 패키지로 엮이는 '물갈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손 대표는 최근 잇따른 언론 인터뷰에서 "안정이나 현상유지에 그치면 우린 다 죽는다"며 대대적인 인적 청산을 강조했으나, 유독 이날은 '물갈이'란 표현에 거부감을 표했다. 호남 출신 의원들이 '물갈이'의 중점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지역 여론이 악화된 것을 의식한 듯 했다.
"획일적 배제는 마녀사냥"
손 대표는 광주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에 대한 굳은 의지를 갖고 국민의 뜻에 따라서 우리가 갖고 있는 기득권과 지분, 또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진정한 통합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손 대표는 "우리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보여줬던 통합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자칫 말을 앞세우는 통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통합을 이루는 데 박 대표를 공개적으로 만나 토론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다른 실질적 통합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지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우상호 대변인은 "손 대표가 통합의 전반적인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자칫 협상이 지분 협상식으로 흐를까봐 신중을 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통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반면,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획일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일정한 틀에 가둬놓고 마녀사냥식으로 배제하는 것은 선진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수도권 초선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물갈이 통합론'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물갈이 통합론'이란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당이 통합을 추진하되, 현실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공천 문제는 '물갈이'라는 인적 쇄신을 통해 극복하자는 주장이다.
손 대표는 "현역 의원 '물갈이'를 몇 퍼센트 하겠다는 것이 과연 대통합민주신당이 정말로 마음 깊이 반성하고 쇄신하는 데 옳은 길이고 바른 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몇 퍼센트 물갈이한다는 것이 민심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호남에서부터 희망의 계절을 준비해야"
이어 호남출신 의원 10여 명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손 대표는 최대한 완곡한 어투로 그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손 대표는 "호남 지역의 총선 분위기가 신당 전체의 총선 분위기와 성격을 결정 짓는다는 점을 모두 알고 다 같이 공감할 것"이라며 "우리가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 "우리의 과오와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우리를 바꿔나가면서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총선 시즌을 맞이해서 이 지역에서부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희망의 계절을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결국 '호남의 변화'를 요구한 셈이지만, '물갈이', '청산'과 같은 노골적인 표현을 피하는 대신 '모범', '희망' 등 밝은 용어를 사용해 현역 의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민주당과 통합이 성사된다면 호남지역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의 출혈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반발만은 줄여보겠다는 노력으로 여겨졌다.
손 대표는 호남 뿐 아니라 당 지도부에도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당 지도부 전원이 수도권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부 나가야 한다, 아니다 하는 것은 출마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질문의 취지는 많은 공감을 얻을 것"이라며 "앞으로 당 지도부의 대답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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