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22일 대통합민주신당 측에 "내달 구정연휴 전까지 통합"을 제안했다. 전현직 당직자들과 비례대표 의원들의 집단 한나라당행 가능성도 도는 등 대선 패배 이후 독자생존에 '빨간불'이 켜진 민주당이 세력 통합에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이제는 한나라당까지 '호남 맹주' 위협
박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합신당이 경제성장과 소외계층 보호를 함께 추구하는 중도개혁주의 정책노선을 수용한다는 전제 아래 민주당과 대통합신당이 통합해 강력한 중도개혁통합정당을 결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박두하였으므로 통합은 설날 이전에 마무리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의 명분은 대선 이전과 동일한 '한나라당 견제'에 있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대통령 권력과 지방정부 권력을 이미 장악했고 국회 권력까지 사실상 독점할 경우 민주정치의 요소인 복수정당 제도가 유명무실해져서 한국 민주주의에 위기가 조성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선 과정에서 한 차례 실패했던 신당과의 통합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선 데에는 최근 민주당이 처한 위기 상황과 좀 더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한때 민주당의 '얼굴'로 여겨졌던 조순형 의원은 일찌감치 탈당해 한나라당 행이 기정사실화 돼 있다. 한나라당 측에서는 조 의원을 법무장관이나 국회의장으로 기용할 수 있다는 설까지 흘리며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손봉숙, 이승희 등 비례대표 의원들과 김경재, 김영환 전 의원 등 선거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당직자 출신들도 조 의원과 공동행보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 의원이 원외위원장까지 포함해 민주당 주요 인사 100여 명과 함께 내주께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전망은 민주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탄핵 바람'이 불었던 2004년 총선을 거치면서 '호남 맹주'로서의 확고했던 입지를 신당과 양분하게 됐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의 도전에까지 맞서야할 상황이 된 것이다.
박 대표가 물 밑에 진행 중이던 신당 측과의 대화를 언론에 공개하고 성사 시기까지 못 박은 것은 이 같은 민주당의 '다급한 처지'를 대변하는 듯하다.
'호남 공천권'이 최대 쟁점
오히려 대선 과정에선 통합에 목을 맸던 신당 측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11월 신당과 민주당 대표 회동에서 통합이 선언됐다가 당내 반발로 무산된 전례도 있는 만큼, 당내 의견수렴이 협상에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좋은 결실을 거두자"면서도 "지난 해 몇 번의 통합 노력이 무산된 전례를 볼 때 신중한 대화가 조용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호남지역 공천 문제가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측은 "호남 공천권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호남출신 신당 의원들이 통합 자체에 반발을 하고 나설 수 있다.
신당 내 호남출신 중 다수가 대선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지지해 현 손학규 대표 체제와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도 통합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이날 광주를 방문 중인 손 대표는 오후로 예정된 호남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역 여론을 수렴한 결과를 바탕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지도부 회의를 열어 통합과 관련한 명확한 당의 입장과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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