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신진보'를 당의 새로운 이념으로 내걸고 중도실용주의 노선 강화를 예고하자 한나라당이 "진정성이 결여된 실용주의"라며 견제하고 나섰다. 이전까지 신당이 '개혁 진정성'을 두고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과 설전을 벌여왔다면, 손 대표의 '우클릭' 선언 이후로는 한나라당과 '실용주의' 논쟁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양도세 인하는 한나라당의 주장"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13일 손 대표의 부동산세 인하 방침에 대해 "그 동안 한나라당이 주장한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며 "대선 참패 이후 신당이 살아날 길을 모색하기 위해 한나라당 따라하기를 선언한 것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지난 11일 취임사에서 "부동산 거래세 1% 포인트 인하 정책은 곧바로 추진돼야 하며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완화조치도 2월 국회에서 바로 처리할 생각"이라며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양도세와 거래세 인하 방침을 밝혔다.
중산층 이상을 위한 부동산세 인하는 한나라당의 오랜 공약으로 참여정부와 신당의 반대로 정책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한나라당 출신' 손 대표가 취임일성에서 유사한 입장을 내놓자 한나라당은 환영하기보다는 경고음을 높이는 것이다.
나 대변인은 "손학규 대표의 신당이 과연 국민이 바라는 실용주의로 턴할 수 있는가? 대답은 물론 '아니다'"라며 "신당의 제3의 길 논란은 국민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또 "뒤늦은 실용주의의 합류는 진정성이 결여된 눈속임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 자명하다"며 한나라당의 '실용주의 선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직 인선에 수도권 386 전면 배치
한나라당이 견제를 할 정도의 '우클릭'을 두고 신당 내에서도 저항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인적쇄신 대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친노 그룹'에서는 이해찬 전 총리를 따라 유시민, 김형주, 이화영 의원 등의 추가 탈당이 예상되는 가운데, 신당의 개혁성 강화를 요구해 왔던 재야 그룹과 당 쇄신을 내세워 왔던 '초선모임' 등에서도 신당의 이념 지향을 통째로 바꾸려는 손 대표의 해법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부동산 세제의 경우 '민생 정책'이란 포장이 덧씌워져 있어 반발이 덜한 편이지만, 손 대표의 중도실용주의가 경제 이외의 정책에 적용될 경우 이들의 반발은 노골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손 대표는 이날 첫 당직 인선을 통해 사무총장에는 386 세대의 맏형 격인 신계륜 전 의원을, 대변인에는 우상호 의원을 선임했다. 대표 비서실장에는 김근태 계로 분류되는 386 초선 이기우 의원을 지명했다.
우 대변인은 "당직 인선에는 수도권 인사 전면 배치의 의미도 담겨 있으며 통합과 쇄신이라는 당의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힘 있는 통합형 사무총장직 수행을 위해 3선급 신 전 의원을 모신 것"이라며 "추가 당직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날 저녁 중진ㆍ원로 회동 등을 거쳐 금주 안에 당직 인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고위원 인선과 관련, 정균환 최고위원의 유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유인태 임종석 우원식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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