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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상식을 지켜라"

[화제의 책] 임종인·장화식 공저 <법률사무소 김앤장>

2005년 6월 진로소주가 3조 4288억 원에 하이트맥주로 재매각됐다. 진로 채권의 70%를 가지고 있던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액면가 1조 4600억 원의 채권을 불과 2740억 원에 샀던 골드만삭스는 1조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얻게 되어 40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대박의 수훈갑은 단연 골드만삭스의 법률자문을 맡은 김앤장으로 꼽혔다. 김앤장은 1997년부터 진로의 구조조정 계획 전반에 관한 법률자문을 맡다가 골드만삭스 쪽으로 돌아서는 '비례'를 범했으나 로펌답게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당당함으로 비난 여론을 정면 돌파했다.

이로부터 불과 한 달 후인 7월에는 소버린이 SK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거뒀고 이후로도 칼라일의 한미은행 매각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시도까지 외국 사모펀드가 우리나라 기업을 헐값에 사고파는 거래에는 항상 김앤장이 다리를 놓았다.

이 과정에서 김앤장은 변호사 숫자 면에서나 수임 면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가 됐고 사법연수원생들이 '판사 자리도 마다하고 간다는' 꿈의 직장으로 자리 잡았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과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정책위원장은 공저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통해 이처럼 삼성과 함께 한국 사회의 성역이 돼 버린 김앤장의 신화를 해체하기 위해 공을 쏟았다.

"변호사 업계의 양극화, 김앤장이 선도"
▲ 법률사무소 김앤장 (임종인·장화식 지음, 후마니타스)

책은 "김앤장은 깨져야 할 신화"라고 단언한다. '신자유주의를 성공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란 부제가 말하듯, 김앤장의 성공 신화 이면에는 영리를 위해서라면 상식과 기존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불법의 신화'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이 그간 해왔던 '법률사업'을 분석하면서 우리가 말하고자 한 것은, 최소한 불법은 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기존의 법이 지향하고 있는 취지와 법 정신을 무시하는 작위적 법 해석과 농단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정부라고 하는 공적 영역의 인사와 정책을 부정한 방법으로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부정한 돈을 버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는 것, 영리사업을 하더라도 그 합당한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리는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정의, 국민인권, 공공성 실현에 앞장서지 않아도 좋으나 법률가로서 기본과 상식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거나 국가경제적으로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 대형 경제사범이나 기업 인수·합병, 해외매각 사건, 구조조정 사건 처리를 도맡아 하는 것 외에 김앤장은 법조계 내의 질서를 교란하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제적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로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사건만을 주로 처리한다. 이 때문에 변호사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늘 따라다닌다. 전관예우는 이 현상을 더욱 부채질한다."

김앤장의 전관예우는 판검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김앤장의 대표적인 고문으로 알려진 이헌재 전 부총리의 경우 2003년 연 4억 2000만 원을 받았다. 경제 관료를 포함한 수많은 퇴직 고위공직자들을 고문이나 전문위원 등의 직함으로 앉히고 고객을 위한 '고품질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이들의 능력과 파워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가. 먼저 들어간 자와 관료사회에 남은 자는 자신의 미래를 서로 보증, 지원해주며 국내·외 거대 자본의 이익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 투기자본−법률 엘리트−정부 관료의 이른바 '철의 삼각동맹'이 지금 한국 사회에 구성되어 있다."

전반 7장에 걸쳐 김앤장이 선도하고 있는 "법과 민주주의의 부정교합"을 고발한 저자들은 "김앤장의 문제는 이제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가 됐다"고 강조한다.

그 해법으로 △로비스트법의 제정 △변호사 수임료 상한제와 수임 신고제 △스타게이트, 삼성에버랜드 사건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이 제시됐지만, 무엇보다 가장 우선적으로 "김앤장 스스로 자정 노력"이 요구됐다.

김앤장에 '자정의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2006년 법사위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김앤장과 그 배후 권력의 실체를 파헤쳐 온 임 의원과 장 위원장의 의지만은 높이 살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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