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인수위 독주'에 경고음

강재섭 첫 연석회의서 "지나친 확정 발표 자제" 당부

한나라당과 인수위원회가 7일 첫 연석회의를 갖고 정부조직개편 방향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인수위 측에 당과의 긴밀한 협조와 조속한 업무처리를 당부하면서도, 인수위 결정사항이 확정 정책인양 파급되는데 대해서는 경고음을 내 당정 간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강재섭 "인수위, 천천히 신중하게"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여의도 전경련회관 회의장에서 열린 회의에서 "인수위는 현황파악과 정책준비가 핵심 업무"라며 "지나치게 확정업무를 발표해 정부의 정책 결정기능을 대신한다는 일부의 비판과 오해를 받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조직개편 방향과 관련해 통일부 등 특정 부처 폐지가 당과의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정사실화된 데 대한 불만으로 읽혔다.
  
  강 대표는 또 "정부 조직 개편, 국무총리·장관 인준 등은 조속히 돼야 당에서 생각하는 공천 등 정치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며 "정부 개편 등을 가능하면 빨리 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이어 "인수위의 국민정책제안센터가 국민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센터 안에 실무 요원들을 보충해서라도 국민과 직접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강 대표는 인수위의 태도에 대해서도 "우리의 적은 우리 자신"이라며 "오만해서 안 되고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회의가 끝난 후 마무리 발언에서도 "가급적 인수위 활동은 천천히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며 인수위의 독주에 다시 한 번 제동을 걸었다.
  
  강 대표는 "설익은 정책을 발표해 확정된 것처럼 여론에 비쳐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당정 간의 긴밀한 협의 채널 가동을 당부했다.
  
  "대운하, 여론수렴 공약 지켜라" 압박도
  
  당 쪽에서 참석한 다른 주요 당직자들도 저마다 인수위를 향한 주문을 내놓았다.
  
  권경석 수석정조위원장은 "인수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부조직개편안"이라며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한나라당 의원들과 교감이 필요하니 15일까지는 법안을 제출해 달라"고 시기를 못 박았다.
  
  권 위원장은 "정부조직개편안은 행정자치위원회에서 통과가 돼야 하는데 행자위원 24명 중 한나라당은 10명밖에 안 돼 결속과 단합을 하기 위해 준비가 필요하다"며 거듭 "빠른 처리"를 당부했다.
  
  서병수 여의도연구소장은 "대운하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선거 공약이었던 만큼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 소장은 통일부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통일부가 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재희 최고위원은 이명박 당선인이 당선 후 대기업 총수들부터 찾은데 대해 "한국노총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전 최고위원은 "한국노총이 선거 기간 중에 한나라당과 정책 협약을 했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한국노총을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이경숙 위원장 반박에 일순 분위기 냉각
  
  한나라당의 이 같은 견제와 요구에 한나라당 출신 인수위원들은 동의를 표하며 긴밀한 당정협의를 거듭 약속하는 모습이었다.
  
  김형오 인수위부위원장은 "인수위가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여의도연구소와 시스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말에 백 번 동의를 한다"며 "대통령을 배출한 곳은 당인만큼 당 중심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맹형규 기획조정분과 간사 역시 "한나라당 정책위와 인수위 정책위 간 채널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했다"며 "당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영입된 이경숙 위원장의 경우는 회의 초반부터 "당에서 속도를 더 내라고 하는데 사실 속도가 너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며 당의 요구를 반박해 잠시 회의 분위기가 냉각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5년 간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것 뿐 아니라 청사진도 그려야 하기 때문에 바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당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강 대표가 '겸손'을 강조한 데 대해서도 "본분에 충실한 범위 내에서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인수를 잘 받아서 새 정부의 틀을 짜면 되는 것인데 험한 태도나 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받아쳤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서 나경원 대변인은 "인수위가 잘 하느냐 잘 못 하느냐에 새 정부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 우려할 여지가 있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며 "인수위 활동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