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다시 정치에 돌아올 생각 없다"

정계은퇴 선언 1호…"각자 고독한 결정 내려야"

대통합민주신당 김한길 의원(구로을)이 6일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참패 이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매우 아프다"며 "나를 버려서 우리가 살아나는데 도움이 된다면 우선 나부터 기득권을 버려야 하겠기에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거창하게 말하기 민망하지만 다시는 정치에 돌아올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남은 분들과 새로운 분들이 잘해주길 기대한다"며 정계은퇴 의사도 밝혔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국회의원으로 신당으로서는 대선 참패 이후 최초의 총선 불출마-정계은퇴 선언이다. 그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신당 내의 책임론 공방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각자가 고독한 결정 내려야"
  
  김 의원은 "정치권의 그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결정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요구할 문제는 아니다. (2002년 민주당에서) 정풍운동을 할 때는 쇄신 대상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복잡하고 모두 1차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친노 대 반노, 또 신구간 대립으로 초선의원들은 '3선 이상은 물러가라'고 하고 중진 사이에서는 초재선 의원들이 과도하게 큰 부분을 차지해서 당이 이 꼴 됐다는 목소리도 있는 등 누가 책임 있느냐에 각자 의견이 다르다"며 "누가 쇄신 주체인지 헷갈리고 난국을 돌파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각자가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당의 진로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겠다"면서도 "당 쇄신의 절차와 관련 어려운 때일수록 정도와 원칙을 따르는 것이 해답이 아니겠느냐"며 오는 2월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해 당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간 경선을 통한 당 지도부 선출을 강경하게 주장해온 김한길 의원이 이날 총선불출마 및 정계은퇴 선언이라는 초강수를 둠에 따라 당 대표 합의 추대를 주장해온 손학규 그룹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프레임 벗어나야…민주당과의 통합"
  
  김 의원은 "특히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의 변화를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동료의원 23명과 함께 집권 여당 탈당 까지 결행했지만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느낀다"며 당내 친노 그룹을 다시 정조준 했다.
  
  그는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통합의 첫 걸음을 내딛기는 했지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하는 세력의 더 큰 통합으로 진전시키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를 견제할 세력을 만들기 위해 작은 차이만 보지 말고 민주당-창조한국당을 크게 보고 통합문제에도 함께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 초선의원 모임에서는 외부인사와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자 등을 중심으로 비대위 지도부를 꾸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으 불출마 선언을 이와 연결지어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처음 듣는다"며 자신의 불출마 선언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는 향후 자신의 역할과 관련 "나의 역할은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당에서 필요하다면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정배도 불출마 검토 중
  
  김 의원의 '정계은퇴' 선언이 신당 주요 인사들의 2선후퇴 도미노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천정배 의원 역시 '대선 참패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당안팎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총선 불출마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자발적 결단이 아닌 세력간 이해관계에 입각한 정계은퇴 압박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 또 다른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손학규 추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경선론을 고수하고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에 대해 조만간 정계은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