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단결'의 도그마에서 벗어나라"
"탄탄한 야당성을 회복하라"
4일 대통합민주신당 초선의원 모임과 중앙위원모임이 공동주최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주제는 '대통합민주신당, 어떻게 해야 사나'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신당의 현재를 보여주는 제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당 내에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와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구호는 높지만 정작 당은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발제자로 나선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신당이 2월 3일 당 대표를 합의추대하느냐 여부는 국민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다"라며 "신임 당 대표 추대 여부를 두고 싸우기보다는 당 지도부 전체가 모두 태안으로 달려가 한달간 기름 제거 작업을 하는 것이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또 서울역, 부산역, 광주역 등의 장소에서 자성을 다짐하는 '삼보일배'나 전국을 순회하는 '대장정'이라도 벌이는 것이 당 대표 합의 추대보다 '흥행'면에서 나을 것"이라며 "지도부가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면 밑에서부터라도 시작하는게 좋겠다"고 질타했다.
그는 "말하자면 신당은 '쇼'를 해야할 때 정작 쇼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는 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더이상 무대를 지켜주지도, 배우에게 역할을 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인상 P&C 글로벌네트웍스 대표도 "국민들은 신당에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자기 희생과 같은 상식적인 것들이고 국민의 주목을 잡아낼 액션을 누가 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촉구했다.
"깨지는 것을 두려워 말고 싸움을 벌여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신당이 정체성 논쟁을 통해 '야당성'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당의 중앙위원인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우리는 그간 '대동단결의 도그마'에 빠져 있었다"며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이후 우리가 위기에 대처해온 방식은 늘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위기가 생기면 한 2주일간 위기감이 지속되고 당 전체의 미래를 염려하는 논의가 시작되지만 2주일이 지나면 각 계파의 기득권이 앞서고 그 뒤에는 이들간의 타협으로 당의 진로가 결정되는 식이었다"며 "이제 대선에서 패배한지 16일이 지났으니 이제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각 기득권이 발호하고 타협해서 미봉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장내 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절절히 싸움을 두려워해왔다. 타협, 화해로 처방해온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다"며 "이제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제대로된 싸움을 해야 한다. 지분 투쟁이 아닌 당의 미래를 둔 정책노선 싸움을 벌이자"고 촉구했다.
그는 "당을 이끌 리더십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세계 어느 정치사에서도 합의와 타협으로 새 지도력이 나온 적은 없다"며 "리더십은 새 시대를 준비하는 싸움과 투쟁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국 교수도 "'신당이 과연 야당이라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를 본능적으로 느껴야 한다"며 "10년간 집권하다보니 그간 유지해오던 야당성 자체가 흐물흐물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은 향후 야당으로서 어느 계급, 계층의 목소리를 듣고 응답할 것인가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4년 한나라당의 결단에서 배워라"
이러한 지적들은 결국 신당의 어느 누구도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기희생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질타로 이어졌다.
조 교수는 "한나라당이 2004년 탄핵역풍을 맞았을 당시 박관용, 김윤환, 강삼재 등은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이때 한나라당이 맞은 위기는 박근혜 혼자 힘으로 타개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당은 한나라당의 결단에서 배워야 한다"며 "공천심사 이전에 신당의 지도급 인사들이나 참여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이들이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인상 대표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분을 당 대표로 모셔야 한다고 하지만 이 당에서 선거 한번 안 치른 사람이 수도권 지지를 많이 받을 현실적 힘이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또 외부에서 모셔온 지도부가 당을 살릴 수 있다는 과학적 지표는 있느냐"며 "근본을 바꿔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은 언제나 '반박자' 늦은 행보를 보여왔다"며 "이미 모든 국민들이 '자기 희생'을 기대하고 있는 마당에 이 수준을 그럭저럭 따라가는 수준으로는 이번 총선에서도 대선 결과를 재연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전면적이고 혁신적인 희생을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중앙위원들에게서는 더욱 강도높은 요구가 나왔다. 이동섭 중앙위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지낸 분들, 열린우리당을 상징하는 분들, 친노분들은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며 "이렇게 추상적인 토론회를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이름을 거론하면서 정풍운동을 해야 산다"고 주장했다.
허정인 중앙위원도 "이러한 추상적인 논의만 하는 토론회 필요 없다"며 "대선 참패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물리적인 행사를 통해서라도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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