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해설·분석 기사 없고 특정 후보 띄우기 일색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는 지난 10월 5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 두 달에 걸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의 811개 대선보도(칼럼, 사설, 사진 포함)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신문 대선보도에서 각 후보의 공약을 해설·비판하는 분석기사가 매우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후보들의 유세 일정을 소개하는 대선보도는 전체 811개 보도 가운데 40% 안팎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유권자들은 후보 동정과 발언만 단순 전달받고 있을 뿐, 공약이나 정당정책에 관한 심층적 정보를 접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언론계에 만연한 익명 취재원 발언 인용도 이날 토론회에서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이 교수는 "전체 대선보도의 40%이상이 당 관계자, 핵심 관계자, 여당 일각 등 다양한 형태의 익명 취재원의 발언을 무작정 인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익명 취재원 활용 관행은 불공정 보도를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익명 취재원 발언을 활용 시, 기자가 이를 각색하는 것이 가능하고, 흑색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불가피하게 익명 취재원을 활용하더라도, 익명 취재원의 발언을 기사 제목에 직접 인용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신문의 '대변인'식 보도 태도 역시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누가 이 기사로 이익을 보았느냐'를 따졌을 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가장 많은 혜택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에 오른 811개 보도 가운데 20%가량이 박 후보 수익 기사였으며, 특히 <조선일보>가 생산한 박 후보 수익 기사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조선일보>가 지난달 26일 내보낸 박 후보 사진 캡션(사진 설명)은 매우 심각한 사례로 지적됐다. <조선일보>는 이날 박 후보 사진을 설명하는 문구 왼쪽에 큐알코드(QR코드)를 표기해, 박 후보의 공약발표 장면이 담긴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도록 했다. QR코드란 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각종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하지만 다른 후보의 기사에는 이 QR코드가 등장하지 않았다"며 "<조선일보>의 QR코드 사진 설명은 '박근혜 띄우기'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한겨레>, <경향신문>이라고 공정한 보도를 했다는 설명은 아니"라며 "이들 신문이 야권 후보에게 수익이 되는 보도를 한 비중은 박 후보 수익 보도의 2배에 가깝다"고 말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한 기사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 교수는 그 대표적 예로 <동아일보>의 지난달 3일자 기사 '야권연대 소외될라… 몸 단 이정희'를 들었다. 그는 "기사 본문 내용은 중립적인 편에 속했으나, 제목을 과도하게 선정적으로 처리해 중립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가 지난 6일 <조선일보>를 펼쳐 보이며 불공정한 대선보도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하얀) |
방송, 대선보도 양 줄고 정당 선전언어만 난무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최영재 교수는 10월 16일부터 11월 28일까지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SBS, YTN, OBS의 대선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를 시작하기 앞서 최 교수는 "뉴스를 분석하는 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며 "누가 방송 뉴스를 보고 투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언론의 주 역할은 시민 자치를 위한 진실 전달, 권력 감시, 여론 형성을 위한 공론장 제공, 시민 의견 대변 등이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현재 방송 대선보도는 이 네 가지를 모두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언론이 많은 양의 뉴스를 쏟아내는 데 그치는 공장 체제(News Factory System)에 갇힘으로써 표준화된 작업 결과물(뉴스)들만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대선보도를 흡사 사건·사고 기사처럼 처리하는 관행이 굳어졌다"며 "정책 경쟁보다는 판세를 시시각각 전달하는 경마식 보도와 흥미 위주의 스케치 기사가 지나치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마땅히 중요 이슈로 다뤄져야 할 정책 이슈들이 사건 뉴스로 둔갑하는 언론의 부당한 의제 치환"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 교수는 그런 경마식 보도마저도 그나마 줄어들고 있다며 "방송 뉴스에서 선거 보도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방송 뉴스들은 하루 평균 2~3건(하루 총 4분 30초 수준)의 대선보도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러다 보니, 최근 제기된 북방한계선(NLL) 논란, 정수장학회 의혹,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정보전달이 충분하지 못했으며, 후보 검증은 '흉내내기'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아울러 뉴스에 난무하는 정당 선전 언어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최 교수는 "캠프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선전 언어를 기자들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 예로 박 후보가 후보 등록을 하며 대선에서 패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내용의 뉴스들을 들었다.
MBC는 이 내용을 보도함에 있어 앵커가 '비장한 각오를 밝혔습니다'란 표현을 사용했다. SBS와 OBS는 각각 앵커와 기자 발언에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며 배수진을 쳤습니다'란 표현이 그대로 들어갔다. 특히 YTN은 기자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번 대선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이 정도면 거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뉴스"라며 "이를 후보 '빙의 보도'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방송 뉴스들이 자사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심각한 편파 보도를 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그는 "MBC는 지난 10월 정수장학회 논란을 집중 보도하면서, 많은 부분을 휴대전화 도난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수첩 분실 등 핵심 이슈에서 비껴난 내용에 치중했다"며 "이와 더불어, 정수장학회 사안을 NLL 논란과 한데 묶어 보도함으로써 각 사건의 본질을 모두 호도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MBC가 유독 안철수 후보를 싫어했던 것 같다"며 지난달 9일 방영된 안 후보의 MBC노조 농성장 방문 뉴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 뉴스는 MBC 노조가 왜 농성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일절 하지 않으며 파업의 부당함만을 내세웠다"며 "그런 부당한 파업을 지지하는 안 후보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반문하는 기자 리포트는 편향의 극을 달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 교수는 "도식적이고 불공정한 선거보도가 계속되며 방송국은 신뢰를 잃고 시민들은 언론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시청자의 관심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문제 해결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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