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를 위한 협의 차원에서 미국에 제공한 알루미늄 샘플에서 농축 우라늄이 소량이나마 추출·확인됐다는 보도에 대해, 그같은 흔적이 고농축 우라늄 활동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미국의 권위있는 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워싱턴에 소재한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2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전화인터뷰에서 "만일 (알루미늄 관에서 발견된 흔적이) 고농축 우라늄이었다면 북한이 파키스탄에서 수년 전에 사들인 장비에서 묻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수차례 방문하며 북핵 문제에 깊숙이 관여해 왔던 올브라이트 소장은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과거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20여 개 팔았었다고 파키스탄 정부가 밝혔지만 "20개의 원심분리기로는 불과 2g의 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어도 고농축 우라늄은 절대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샘플 검사에서 많은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검사는 여러 번 반복해야 하고 더 많은 정보를 캐야 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흔적은 우라늄 농축계획과 아예 무관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당초 우라늄 농축 흔적에 관한 정보는 조사가 좀 더 진행되기 전까지 공개할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핵 협상을 깨려는 사람들이 일부러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우라늄을 20개의 원심분리기로만 농축했다면 그 계획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게 못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과 핵무기의 수"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원심분리기 공장 건설이 2002년 시작됐고 2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에 대해서도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 평가는 잘못됐고 사실이 아니다. 북한이 비밀리에 원심분리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미국 관리들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북한이 상당한 우라늄 농축 계획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인데, 미 관리들은 다만 북한이 과거에 우라늄 농축 활동을 했다는 것에 대한 시인을 받아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농축 우라늄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지난 21일자 <워싱턴포스트> 보도에서도 마이크로그램 단위의 농축 우라늄은 알루미늄관이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다른 장비에서 오염됐거나 두 장비에 노출된 관계자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미국은 북한이 2002년 6월 유럽의 우라늄 농축 컨소시엄인 유렌코가 개발한 원심분리기에 사용되는 동일한 치수와 소재의 고강도 알루미늄관 150톤(원심분리기 2600대 분량에 해당)을 러시아 업자를 통해 수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협상 과정에서 알루미늄관의 수입 자체는 인정하면서 그 목적이 단거리 로켓 부품용이라고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부인하며 미국에 소량의 제련된 알루미늄 샘플을 제공한 것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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