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선을 3일 앞둔 14일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 특보는 '정동영 후보와 문 후보가 각자 완주할 경우' 문 후보가 얻을 수 있는 최대 득표율을 10% 남짓으로 내다봤다. 선거기간 내내 주장해온 '정동영의 사퇴'만이 유효한 카드로 남은 듯 했다.
그래도 '문국현이 대선에서 실패했다'는 표현에는 도리질을 쳤다. 오히려 "이명박식 경제의 한계는 금방 들통이 날테고 진보개혁세력에 희망이 있다면 그에 대한 대안 솔루션을 내놓는 것인데 문국현은 그 솔루션을 갖고 있다"며 '이명박 시대'에서 부활의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정동영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단정하며 대선 막판 변수로 등장한 'BBK 동영상'의 수혜자도 정 후보가 아닌 이회창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18대 대선은 여당에 대한 국민의 복수극"이라고 규정했다. '민생외면 세력에 대한 심판'이 유일무이한 변수인 탓에 BBK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정 후보는 선택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문국현 사퇴 가능성, 정동영 보다 낮아"
다가올 '이명박 시대'에서 문 후보의 우선 적수 역시 한나라당이 아니라 신당으로 타게팅됐다.
그는 정 후보를 "뼛속 깊이 한국의 사회악과 결탁돼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대선을 통해 정 후보와 신당이 약속한 개혁적 공약들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되면 그 즉시 세계화가 어쩌고 하면서 단숨에 뒤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양원가 공개와 같은 노 정권의 개혁 정책을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주장한 김진표 같은 사람이 신당의 주류이고 정동영 후보가 그 수장으로 있으면서 선거 전략으로 개혁과 진보를 얘기한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그냥 뒤집을 것이다. 신당이 오래 존재할수록 개혁진보세력은 무너진다. 이 사람들이 말장난 선거 전략으로 개혁진보를 표방하게 되면서부터 개혁진보의 미래는 망쳐진 것이다."
정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는데 대해서는 "정동영 후보가 집권을 해도 노무현 대통령보다 못하면 못했지 절대 나은 정책을 내놓을 수 없고 미래 실패가 이미 증명됐기 때문에 민심이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명박 시대에 가장 걱정되는 점'을 물어도 신당 쪽을 향해 날을 세웠다.
"회개 안 한 얼치기 개혁세력들이 개혁진보를 자처하는 일이다. 각성되지 못한 가짜 개혁세력들이 지역주의로 그 세를 유지하면서 개혁정당이라고 우길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다. 개혁진보를 자처하면서 기회만 되면 민주당과 합치려고 하는 허접함으로는 호남정치를 할 수 있을 뿐인데, 7대 3 구조에서 호남만 갖고 개혁정당이라고 우길까봐 걱정이다."
문 후보 측이 대선 이후 신당의 분열 와중에서 세를 늘릴 것이라는 정가의 일관된 관측에 대해서도 그는 좀 다른 계획을 내놓았다.
"가짜 개혁진보를 부인하는 세력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우리와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김근태, 정동영을 갖다 붙여 놓으면 뭐 하겠냐. 예를 들어 이수호, 박원순, 문국현이면 어떠냐. 온건 노동계로부터, 진보적 시민사회 대표와 양심적 기업인이 모은 조합이 훨씬 매력적이다. 수도권 잠식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 고려에서 신당은 1차 대상이 아니다."
'BBK 동영상' 공개로 신당 측은 반전의 기회를 잡은 듯 화색이 띄고 즉각 단일화에 대한 기대심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동영 사퇴가 유일한 반전 기회"라는 대답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정동영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보다 문국현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이 더 낮다는 말로 정리하겠다"며 "최소한 정동영은 사퇴할 이유가 있고 문국현은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단일화를 촉구하는 재야원로, 시민사회진영의 목소리도 "시대착오적"이라고 무찔렀다.
"민생회복의 솔루션이 없는 상태에서 합치기만 하면 총선에 이긴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 지금 개혁진보라는 이름, 혹은 민주화 세력이라는 이름은 훈장이 아니라 죄수복의 명찰이다. 단일화를 해서 일단 한 번 개겨봐라, 그러면 이길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소리다. 지금 역사적 맥락에서 볼 것은 단 한가지다. 약자희생경제, 승자독식경제에 반대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느냐다. 나머지 정치논리는 성립이 안 된다. 제정신이라면 지금 진보개혁, 민주화세력을 얘기해선 안 된다. 갈수록 무능과 혼란의 상징이 될 뿐이다."
다음은 김 특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오늘 이명박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선거에 미칠 영향력이 얼마나 될까.
김헌태: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를 떨어뜨리거나 투표장에 안 가게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겠지만 민생경제에 실패한 무능정권 심판이란 기본 지형이 변할 지 여부는 여전히 지켜봐야할 문제다.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지금 판이 어떻게 됐겠냐. 읽을 필요도 없는 황당한 상황 아니었겠냐. 박근혜 전 대표가 출마했다면 어땠겠느냐. 한나라당 지지율이 60%까지 가지 않았겠느냐.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의 모든 정서는 '너희들만은 안 된다는 것'이다. 민생실패 세력에 대한 심판론이 유일무이한 전선인 것이다. 동영상으로 정동영 후보의 지지표가 결집되고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가 낮아지고 나머지 후보가 그 일부를 가져가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의미가 있겠냐.
프레시안: 신당 측이 읽는 판은 좀 다르다. 정동영 후보가 20% 대를 넘고 문 후보가 7% 정도 나온다면, 단일화를 해 봐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는 문 캠프 내부에서도 들을 수 있는 얘기다.
김헌태: 소수의 생각이다. 민노당이 4,5% 정도 가져간다고 할 때 이회창 후보까지 합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힘든 싸움이다. 그렇다고 이회창 후보까지 진보개혁세력 범주에 넣을 수야 있겠냐.
프레시안: 정동영 후보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보는 건가.
김헌태: 전혀 없다. 오히려 이번 동영상으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더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신당은 논리적으로 자신들이 쳤다고 생각하니 기대하는 것이 있겠지만 정권 심판론의 전선 때문에 오히려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다.
"정동영 사퇴가 마지막 반전의 기회"
프레시안: 지난 주 김갑수 대변인이 자체 여론조사에서 10% 선을 넘었다고 얘기했다. 반전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건가.
김헌태: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마지막 반전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성 없다고 하지만 당위가 있다고 본다. 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진다면 사실상 정치적 생명 끝나는 것 아니냐. 다음 대선 나오겠다고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 정도 하지 않겠냐. 한 몇 달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다음 대선 후보로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정 후보의 사퇴가 드라마틱한 효과를 가져 올 수는 있겠지만 엄연히 제 1당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가 그 자리를 내던지기가 쉽겠으며, 그 요구가 옳은 요구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가능할 것 같다.
김헌태: 신당 경선은 신당이 국민에게 버림받은 증거다. 국민들은 무관심했고 조직 선거를 하다가 대통령 주민등록번호까지 엉켜 들어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선은 신당이 민심을 잃은 증거이자 치부이지 정통성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사퇴해야할 근거다.
프레시안: 신당 경선의 정당성을 깡그리 무시하려면 문국현이 대선 임박해서 난데없이 나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김헌태: 단일화 하자는 얘기를 꺼낸 건 우리가 아니다. 문국현과 정동영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갑자기 문국현에게 무능과 실패의 상징인 진보개혁세력이란 이름을 붙여서 같은 울타리 안에 넣었다. 그래서 우리가 주장하는 건 정동영 후보가 사퇴를 하고 문국현 후보에게 연립정부를 부탁하면 우리의 업보는 아니지만 특별히 그 원죄를 뒤집어쓰고 해 주겠다는 거다.
프레시안: 아무 관계없다고 해 놓고 연립정부는 가능하다고 하는 것도 모순 아닌가.
김헌태: 정동영 후보가 사퇴하면 그 세력을 거둬줄 사람이 없으니 불쌍한 마음에 그렇게 해 준다는 것이다. 신당의 140명 의원은 수치이지 자랑이 아니다. 140명을 갖고도 정책 평가에서 문국현의 정책을 못 이긴다. 140명을 갖고도 3년 전 지지율을 그대로 갖고 있다. 선거운동을 해도 15%고, 안 해도 15%다. 140명 자체를 국민들이 비토한 게 아니냐. 그 사람들이 문국현에게 백기항복하면 그래도 이명박 주변보다는 나은 세력이니 연립정부로 받아주겠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신당에 대한 불신이 꽤 강한데, 이런 입장을 갖고 단일화 토론을 제의했던 것도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다.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하려면 상대에 대한 기본 신뢰는 바탕이 됐어야 했던 것 아니냐.
김헌태: 단일화 TV토론은 정동영 후보를 무찌르러 가는 것이란 주장을 분명히 했었다. 신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속죄이고, 속죄를 한다면 끌어안아 주겠다는 것이 출마 당시부터 문 후보의 변치 않은 생각이다. TV토론을 통해 왜 당신들이 80%의 국민들에게 배척을 당했고, 당신들을 심판하는 것이 시대정신이 됐는지를 설득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가 수치심이 있다면, 그리고 진짜 민주개혁진보세력의 생존을 원한다면 스스로 사퇴할 것이라고 봤다.
프레시안: 지금도 정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헌태: 가능하다고 본다. 정 후보 쪽에서는 선거운동자금을 400억을 썼는데 사퇴를 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하는데 정동영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보다 문국현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이 더 낮다는 말로 정리하겠다. 최소한 정동영은 사퇴할 이유가 있고 문국현은 사퇴할 이유가 없다.
"독자완주 시 승산 없다는 것은 인정"
프레시안: 문 후보와 정 후보가 각자 독자완주할 경우에도 승산이 있다고 보나.
김헌태: 지금 현실적으로는 승산이 없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정동영 후보가 집권하면 민생 재앙이 온다.
프레시안: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면 재앙이 온다고 했다. 그런데 정 후보의 집권도 그렇게 비관적인가.
김헌태: 노무현이 좌파라고 공격한 사람 누구냐. 분양원가 공개가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한 사람 누구냐. 지지도가 안 올라갈 때마다 중도로 가자고 한 사람이 누구냐. 정동영 후보와 그 옆에서 실용을 주장하던 사람들 아니냐. 세계화 속에서 개혁진보 얘기하는 놈이 어디 있냐고, 실용이 대세라고, 이데올로기 시대는 끝났다고 얘기한 사람들이 누구냐. 그때 그런 말 한 사람들에게 지금 마이크를 들이대 봐야 한다. 신당은 깨져야 하는 당이다. 회개? 스스로 너무나 위선적이라 회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분양원가 공개를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한 김진표 같은 사람이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주류고 정동영 후보가 수장으로 있으면서 선거 전략으로 개혁과 진보를 얘기한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그냥 뒤집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개혁진보세력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대통령이 되면 그 즉시 세계화가 어쩌고 하면서 단숨에 뒤집을 것이다. 신당이 오래 존재할수록 개혁진보세력은 무너진다. 이 사람들이 말장난 선거 전략으로 개혁진보를 표방하게 되면서부터 개혁진보의 미래는 망쳐진 것이다.
프레시안: 엄연히 2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고 있는 정당 아닌가.
김헌태: 지지도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개혁 진보를 표방한다면 그 세력을 위해 해체돼야할 정당이다. 지금 이명박 반대가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후보를 사퇴 시키면 아닐말로 박근혜가 되거나 이회창이 된다. 그걸 착각하면 안 된다. '너희는 절대 안 된다'는 민심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속죄를 시작해야 한다.
프레시안: 정동영 후보가 사퇴하고 문국현 후보로 단일화 되면 이긴다고 확신하나.
김헌태: 문국현이 이기면 너무나 좋은 것이다. 그러나 져도 개혁진보세력에게 살 길이 생긴다. 국민 앞에서 속죄하는 과정이고 국민들도 용서를 할 것이다. 그런 총선에서도 일정 세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 없이 개혁 진보는 영원히 수치스러운 무능과 파렴치의 대명사가 된다. 18대 대선은 국민들의 복수극이다. 20%를 얻어서 합치고 어쩌고 하는 얘기는 다 말장난이다.
"정동영 집권하면 노무현 보다 못 해"
프레시안: 지금까지가 '정동영 불가론'이었다면 왜 그 대안이 문국현이어야 하냐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최장집 교수의 경우 문국현 후보에게 "누구를 대표하는 후보인지 명확치 않다"고 했다. 국민 후보라고 하지만 노선이 명확치 않다.
김헌태: 노선상으로는 미국의 민주당 정도에 가깝다. 보수지만 약자를 배려하는 성장, 체제를 인정하는 성장을 추구한다.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급진적 자유주의로 설명할 수 있다. 케네디 정부가 선택한 노선과 아주 유사하다. 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만은 '제 3의 길'의 일부를 허용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 정치 히스토리에서 그 스펙트럼의 근원을 따지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는 없었던 스펙트럼이다.
자유주의지만 진보성이 엄존한다. 재벌이나 건설부패에 비타협적이다. 한국에서 재벌비리와 건설분야 비자금에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인은 전무하다. 그러나 문국현은 거기에 타협하지 않을 수 있다. 정동영 후보의 경우 재벌일가에 대한 공격이 돼선 안 된다고 한다. 그런 대기업더러 재벌의 총알받이가 되라는 말이냐. 뼛속 깊이 한국의 사회악과 결탁돼 있는 사람이다.
프레시안: 현재 정치권에서 개혁 진보를 자임하는 세력들과는 다른 진보라는 얘긴가.
김헌태: 다른 정치세력이란 얘기다. 신당은 지역주의적 토대만 다르지 내용적으로는 한나라당과 차별이 없다. 한나라당보다 깨끗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민생을 푸는데 대한 접근방식은 한나라당과 같다. 한나라당의 아류가 돼 있다 보니 다수의 국민들이 그렇다면 대놓고 대기업 중심, 인위적 경기부양, 부동산 경제 하겠다는 이명박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존재의 이유를 내적으로 상실한 상태다.
대선을 3일 앞두고 허황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신당이 집권했을 때 그동안 노무현 정권에서 만들어 놓은 경제정책과 다른 정책 펼 수 있겠냐. 노무현보다 못하면 못했지 절대 다른 정책을 내놓을 재주는 없을 것이다. 과거 실패는 국민들이 용서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미래 실패가 이미 증명된 정당을 어떻게 뽑겠냐. 그런 정당이 개혁진보를 얘기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독자 완주시 승산이 없다는 점은 이미 인정했다. 그렇다면 문국현 후보의 독자완주 의미는 어디에 있나.
김헌태: 문국현 패러다임은 앞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패러다임이다. 문국현이 지금 죽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형 경제방식, 성장지상주의 경제방식으로 대표되는 이명박식 경제에 대한 대항 솔루션이 문국현에게 있기 때문이다. 신당은 그 솔루션을 제공할 능력이 없는 세력이다. 이미 실패한 솔루션이라는 것이 지난 4년에 걸쳐 증명됐다. 그런데 문국현이 완주를 안 하면 솔루션도 함께 죽는다. 정동영이 이 솔루션을 갖다 쓰겠다고 하지만 신념을 가진 지도자만이 실행을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이 민생인데 민생 관련 모든 해법을 문국현에게 맡긴다면 정동영 후보는 도대체 대통령을 왜 한다는 거냐.
프레시안: 그렇게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솔루션이 10%의 지지도 못 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판단하나.
김헌태: 문국현은 짧은 정치이력과 작은 정치세력이 유일한 단점이다. 신당이 실패가 검증됐다면 문국현은 현실에 뿌리를 못 내린 상태일 뿐이다.
프레시안: 백낙청 교수 등 재야 원로들은 오히려 지금 제대로 싸워보지 않고 지면 총선에 패망한다고 경고한다.
김헌태: 민생회복의 솔루션이 없는 상태에서 합치기만 하면 총선에 이긴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 지금 개혁진보라는 이름, 혹은 민주화 세력이라는 이름은 훈장이 아니라 죄수복의 명찰이다. 전 국민의 증오의 표상이 된 것이 민주화 세력인데 그 이름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이 시대의 화두는 박정희식 경제로 돌아가는데 그 카운터 솔루션이 있느냐, 누가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단일화를 해서 일단 한 번 개겨봐라, 그러면 이길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소리다. 국민 80%가 '박정희식으로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논리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데 국민을 바보로 알아도 유분수지. 지금 역사적 맥락에서 볼 것은 단 한가지다. 약자희생경제, 승자독식경제에 반대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느냐다. 나머지 정치논리는 성립이 안 된다. 제정신이라면 지금 진보개혁, 민주화세력 얘기해선 안 된다. 갈수록 무능과 혼란의 상징이 될 뿐이다.
"짧은 정치이력, 작은 세력 등 현실 정치 벽이 높아"
프레시안: 3개월 전에 출마 선언할 때에는 집권을 얘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패인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
김헌태: 신당이 지난 3년 간 15%의 지지율을 유지한 것과 문국현이 7%까지 올라간 것은 전혀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다고 본다. 신당은 지역주의 하나는 잘 꿰차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지도 모르겠다. 문 후보는 그런 의미의 세력이 없었다. 갖고 오지도 못했다. 끊임없이 문 후보를 범여의 테두리에 넣는 언론 환경도 장애였다. 우리는 인터넷 하나만 갖고 5%를 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환경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음에는 문국현이라고 얘기한다. 정동영은 이번에도 안 될 사람이고 다음에도 안 된다는 것이지만 문국현은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증명해 내서 이명박 경제의 대안을 보여줬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 정동영 후보와 신당 국회의원들의 집단적 몰염치로 10%를 못 넘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프레시안: BBK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 직전에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던 것 아니냐.
김헌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도 참모들도 정동영 사퇴를 통한 단일화가 돼야한다는 구상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지지율 10%를 목표로 삼은 것도 10%를 넘으면 정동영 후보를 사퇴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만큼 여론 지형이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BBK 수사발표 직전에도 이명박의 지지율이 무너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무너진 표를 누가 받아먹는가가 문제라는 얘기를 했다. 결국 이회창 후보가 받아 먹었지만.
프레시안: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35%까지 주저앉을 때 오히려 문 후보 지지율이 같이 빠졌다. 그 기회 못 살린 게 패인 아닌가.
김헌태: 문 후보가 정치적 능력을 검증받지 못했고 짧은 이력과 작은 세력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을 보완해 줬어야할 세력이 신당이었다. 머리는 잃어버리고 몸 뚱아리는 남아 있는 정당이 신당인데 몸 뚱아리 역할을 대신해 줬다면 이길 수 있었다.
프레시안: 그런 계산을 하다 보니 단일화 관련한 입장이 갈팡질팡한다는 비판을 샀다.
김헌태: 갈팡질팡한 적 없다. 문 후보가 '99% 단일화 된다'고 했을 때 나도 사실 무슨 소리인가 했다. 그때부터 후보는 정동영 사퇴를 얘기했던 것이다. 연정 가능하다는 얘기도 정동영 사퇴하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처음에는 참모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니 그 측면에서 갈팡질팡이라면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후보는 단 한 번도 자기가 사퇴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이수호-박원순-문국현이면 총선서 수도권 잠식 가능"
프레시안: 문 후보 참모이기에 앞서 여론조사 전문가이니 선거 전망을 들어봐야겠다. 이명박 후보의 과반 획득 여부가 관심사다.
김헌태: 정동영 후보에게 막판 호남 표가 쏠릴 것이다. 많으면 호남 표의 70%정도가 정 후보에게 갈 것이다. 수도권의 호남 출신들까지 포함한 호남표를 전체의 25%로 보는데 그 호남표를 싹싹 긁어서 정동영 후보가 20% 대의 지지율을 얻는 것 자체가 패착이다. 지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다. 그러나 지역을 하위변수로 할 수 있는 정신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20%의 지역성을 흐름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영원히 20% 정당과 후보로 전락하는 길이다. 영원히 호남표로 정치할 거냐. 한나라당은 200석 넘는 거대 여당이 되는데. 아직 기회는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여기서 속죄하고 심판 받아라. 그것이 최선의 전략이 될 것이고 이기든 지든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이명박 후보가 호남에서 10% 이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명박 독주'가 세대변수, 지역변수 등 대선의 주요 변수를 모두 잠식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김헌태: 맹목적인 집권세력에 대한 반감의 결과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진보 보수에 대한 이념 나뉨이 뚜렷하다. 세력적으로만 긴장감이 무너진 것이다. 세력의 무능에 대해 심판이 내려진 것이지 사회적 전선이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사회가 중산층 지배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성장지상주의 경제기조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래지 않아 국민들이 올바른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정치세력을 돌아볼 것으로 확신한다.
프레시안: 문 후보는 얼마나 기대하고 있나.
김헌태: 굳이 따지면 유효 득표율 때문에 올라가긴 할텐데, 10%를 넘기는 게 목표고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
프레시안: 신당 해체를 주장했다. 신당이 해체 혹은 분열한다면 창조한국당과 어떻게 결합할지도 관심거리다.
김헌태: 가짜 개혁진보를 부인하는 세력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우리와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김근태, 정동영을 갖다 붙여 놓으면 뭐 하겠냐. 예를 들어 이수호, 박원순, 문국현이면 어떠냐. 온건 노동계로부터, 진보적 시민사회 대표와 양심적 기업인이 모은 조합이 훨씬 매력적이다. 수도권 잠식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 고려에서 신당은 1차 대상이 아니다. 이런 라인업에 실패한다면 창조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신당도 공멸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총선 전 신당 해체는 예상과 별개로 시대정신이다. 실패모형을 해체하는 것은 그 사람들에게 주어진 책무다. 그 중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 문국현 솔루션에 동의한다면 그 문은 언제라도 열려 있다.
프레시안: 총선에서 문국현 정당은 무엇을 갖고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나.
김헌태: 문국현 패러다임이 독특하고 난데없지만 가뭄의 단비와 같다고도 한다. 사민주의의 미래는 이미 포기한 것 아니냐. 솔직히 참여정부가 차상위 계층과 극빈층에게 준 것도 많다. 신당 의원들이 거품을 물고 노무현 대통령을 좌파라고 공격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망한 것 아니냐. 내적으로 사민주의가 해답일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을 어떻게 무시하냐. 자급자족 경제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 지금 사민주의가 솔루션이냐 자유주의가 솔루션이냐를 두고 이게 진짜라고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국현 솔루션도 이게 진짜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자유주의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해 보는 것이다.
프레시안: 문국현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문국현 개인 브랜드에 의존한 선거였고 그래서 대선 이후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 아닐까.
김헌태: 문국현 지지자들은 직관적으로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 홈페이지에는 권영길 지지자서부터 박근혜 지지자들끼리 다 함께 우글거리고 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문국현이 짚고 있다는 것을 이 사람들이 느끼는 것 아니겠냐. 문국현은 자기의 지점 지점에서 오블리스 노블리주를 지켜왔고 그 안에서 유능함을 발휘해 왔고 그러면서도 비정규직을 해고하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이 원한 훈장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프레시안: 총선은 문국현이란 브랜드 하나만 갖고는 힘든 싸움이 될텐데.
김헌태: 정치부 기자 입맛에 맞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지금 개혁진보세력의 패망은 근본부터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51대 49의 싸움이 아니지 않냐. 7대 3의 상황은 총선에도 예정된 시나리오다.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한나라당식 경제에 반대되는 솔루션을 내놓는 것이고 일단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문국현 개인의 솔루션이지만 이것을 극대화 시켜서 우리도 저것을 추종할테니 우리를 찍어달라고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프레시안: 이명박 시대에 가장 걱정되는 게 있다면.
김헌태: 회개 안 한 얼치기 개혁세력들이 개혁진보를 자처하는 일이다. 이명박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대는 우리 사회의 뼛속 깊이 남아 있는 박정희 경제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일이다. 재벌이 살아야 중소기업도 산다, 혹은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이 중는다는 얘기를 혹독하게 반박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각성되지 못한 가짜 개혁세력들이 지역주의로 그 세를 유지하면서 개혁정당이라고 우길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다. 개혁진보를 자처하면서 기회만 되면 민주당과 합치려고 하는 허접함으로는 호남정치를 할 수 있을 뿐인데, 7대 3 구조에서 호남만 갖고 개혁정당이라고 우길까봐 걱정이다.
"해야할 얘기를 했더니 강경파로 비쳐져"
프레시안: 해설만 하다가 직접 정치판에 뛰어든 소감이 궁금하다.
김헌태: 개인적으로 여전히 침튀기며 돌아다니거나 유세를 대신 하진 않았고 하던 일을 연속해서 했던 부분이라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적어도 문국현 후보라는 사람을 도왔다는 점이 보수와 진보를 통틀어 부끄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문국현이란 사람 이미지가 나쁘지 않아서 가치를 위해서 싸웠다는 행복감이 있었다. 가치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후보를 갖고 이기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면 첫째 하지 않았을 것이고 둘째 괴로웠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가치 중심, 노선 주의자기 때문에 노선과 승리의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면 견딜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힘들었던 부분은 현실 정치의 구조, 현실 언론의 구조와 몸소 싸우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더라. 또 한 가지, 나는 대부분 내 생각을 얘기하기 보다는 내가 해야할 얘기를 하는 편인데 캠프 내에서 가장 강경파로 비쳐져서 힘들었다.
프레시안: 정치를 계속 하실 생각인가.
김헌태: 고민하고 있다. 나로써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총선까지 문 후보를 보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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