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단일화 시기를 둘러싼 양 측의 첨예한 '기싸움'에 중재를 맡았던 시민사회 대표들이 6일 '중재 포기'를 선언하는가 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두 후보 간의 TV토론회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단일화로 가는 통로마저 막혀버렸다.
백낙청 "'9인회의' 해산"
후보 단일화를 중재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구성됐던 '9인 시민위원회'는 이날 모임을 갖고 '해산'을 결정했다.
모임의 좌장 격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 '9인 모임'을 열어서 더 이상 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며 "해산이다"라고 했다. 백 교수는 "두 당의 입장 차가 너무 커 중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백 교수는 "정치권의 새 요구가 있으면 모를까 지난 이틀 같은 중재역할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측에서의 '백지 위임'이 있을 경우 다시 중재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놓기는 했지만 해산된 기구를 다시 추스르기엔 물리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백 교수는 두 후보 간의 '입장차'를 중재 포기의 이유로 들었지만, '시민위원회' 내에서는 단일화 자체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인 모임'의 한 참여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날 오전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특별히 안하겠다고 할 이유도 없지만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개인 용무를 보러 지방에 내려왔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단일화가 옳은 것인지도 솔직히 모르겠다"며 "정책을 놓고 대통령감을 가리는 게 아니라 인기투표하듯이 하는 단일화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BBK가 저렇게 되니 이제 모든 게 끝난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이처럼 후보단일화가 세부 조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 위기에 빠진 것은 결국 전날 검찰 발표 이후 '이명박 대세론'이 재부상한 정치 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BBK 사건으로 인해 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대전제와 단일화의 파괴력에 대한 기대가 깨지자 두 후보 간 간극을 메울 모멘텀도 현저히 감소한 것이다.
선관위 "단일화 방송토론 불가능"
시민사회 진영이 손을 뗀 가운데 양 측은 TV토론 횟수와 단일화 시기 등을 두고 담판을 짓기 위해 막후 당사자 접촉을 벌여 왔지만 이마저도 선관위가 '단일화 방송토론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효용이 없게 됐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 결과 "선거기간 중에 두 후보 만의 토론회를 중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관위 측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의 각 후보자의 방송 참여는 방송 광고나 연설, 언론사 초청 토론회 등에 한정하기로 한다는 공직 선거법 제 82조에 따라 가능하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또 "방송 기관에는 인터넷 방송이나 유선 방송, 케이블 TV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단일화 관련 방송토론을 전면 봉쇄되자 문 후보 측은 당황한 모습이다. 문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설마 선관위가 방송토론 자체를 막아 버릴 줄은 몰랐다"며 "선관위 공식 발표를 기다리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제 와서 다른 카드를 찾기는 쉽기 않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 시기를 부재자투표일(13일) 이전으로 당기되 TV토론 횟수를 늘려서 바람몰이를 하려 했단 당초 계획이 불가능해 진만큼 협상 자체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일화 시기를 늦추더라도 TV토론이 배제된 마당에 두 후보가 진검승부를 겨룰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범여권 안팎에서는 "단일화 판 자체가 깨진게 아니냐"는 우려가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부재자투표일 이전에 단일화를 이뤄 내려면 이날 중으로는 '룰'에 관한 협상은 마무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양 캠프의 공톤된 판단이었던 만큼, 극적인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정동영-문국현 단일화도 무산 쪽으로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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